그 겨울,나는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 겨울,나는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9
Oleh:  책 느낌 나는 소설작가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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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끊이지 않는 겨울, 말을 데리러 산길에 오른 하세린은 눈밭에 쓰러진 낯선 남자를 발견한다. 세린은 그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하고, 남자는 자신을 ‘진안’이라 밝힌다. 그러나 그의 정체와 과거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전쟁의 그림자는 점점 마을과 군을 뒤덮기 시작한다. 황궁에서는 황위와 군권을 둘러싼 세력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조정의 대신들과 장군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배신과 음모가 시작된다. 눈 속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은 거대한 전쟁과 궁중의 권력 다툼 속에서 두 사람의 운명을 서서히 뒤흔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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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Bab
제 1화 눈밭 위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걸려 있던 눈더미가 털썩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 사이로 굵은 눈송이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산길은 이미 발목이 잠길 만큼 눈으로 뒤덮였고, 멀리 보이는 나무들은 하얀 눈에 가려져 희미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하세린은 두꺼운 외투의 깃을 여미며 말의 고삐를 단단히 쥐었다. 오늘 세린은 건너편 마을에 맡겨두었던 말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며칠 전부터 집에서 키우던 말 한 마리가 다리를 다쳐 건너편 마을의 마구간에 맡겨져 있었다. 오늘 아침,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세린이 직접 데려오기로 한 것이었다. 원래라면 해가 지기 전에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출발이 늦어졌고, 산길에 들어서자 갑자기 눈발까지 거세졌다. 세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러다 정말 어두워지겠네.” 세린은 말의 목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조금만 서두르자, 밤아.” 말이 낮게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걸어갔다. 세린은 주변을 살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길의 흔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익숙한 산길이었기에 세린은 고삐를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였다. 밤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세린이 고삐를 당겼지만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귀를 바짝 세운 채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린은 이상함을 느끼고 말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눈발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처음에는 쓰러진 나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 눈이 흩어지자 검은 형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사람이었다. 세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람?” 눈밭 위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세린은 순간 말의 고삐를 당겼다. 본능적으로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깊은 산속에서 혼자 쓰러져 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마을 사람일 가능성은 낮았다. 특히 남자의 옷차림은 일반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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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의식이 없는 남자
밤이 깊어질수록 눈은 더욱 거세졌다.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을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지붕 위에는 두꺼운 눈이 쌓였고, 담장과 나무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창문에 그림자를 만들었다.세린은 작은 등불 하나를 곁에 둔 채 침상 옆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낮에 눈밭에서 발견했던 남자가 누워 있었다.몇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세린은 물에 적신 천을 조심스럽게 짜낸 뒤 남자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열은 조금 내려간 것 같네.”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보다 숨소리는 조금 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몸에는 전투를 겪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세린은 그의 상태를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심하게 다친 사람을 본 적은 많지 않았다.어릴 적 아버지가 군에 있었기에 부상당한 사람들을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눈앞의 남자는 상태가 달랐다.마치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온 사람처럼 몸 곳곳에 상처가 남아 있었다.세린은 잠시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표정은 굳어 있었다.눈을 감고 있는데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대체 어떤 사람이길래…….’그 생각이 떠올랐지만 세린은 곧 고개를 저었다.지금 그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세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하기로 했다.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세린아.”이모의 목소리였다. “네.”문이 열리고 이모가 따뜻한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이모는 세린 옆에 그릇을 내려놓은 뒤 침상에 누운 남자를 바라봤다.“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니?” “네.”세린은 천을 다시 물에 적셨다.“그래도 처음보다는 숨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이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다.“세린아.” “네?” “정말 괜찮겠니?”세린은 잠시 이모를 바라봤다. “뭐가요?”“이 사람이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도 모르잖니.”이모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혹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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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깨어난 남자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밤새 쏟아지던 눈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마을은 여전히 하얀 눈 속에 잠겨 있었다. 지붕 위에는 두꺼운 눈이 쌓여 있었고, 처마 끝에는 긴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세린은 이른 아침부터 장작을 옮기고 있었다.난로에 장작을 넣자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붉은 불꽃이 타오르며 방 안을 조금씩 따뜻하게 데웠다.세린은 손을 비비며 침상 쪽을 바라봤다.어제 눈밭에서 데려온 남자.그는 밤새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세린은 물을 받아 천을 적신 뒤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다가갔다.“오늘은 좀 괜찮으려나.”그녀는 남자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어제보다 열이 많이 내려가 있었다.세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숨소리도 안정되어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었다.세린은 깨끗한 천으로 남자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그러다 문득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게 됐다.눈을 감고 있을 때는 그저 차갑고 무서운 사람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젊어 보였다.하지만 얼굴에 남은 굳은 표정 때문인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세린은 금세 시선을 돌렸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세린은 천을 다시 물에 적셨다.그때 남자의 손가락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세린의 손이 멈췄다. “……?”착각인가 싶었다.세린은 남자의 손을 바라봤다.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잘못 봤나?”세린은 다시 천을 짜려 했다.그 순간이었다.남자의 손가락이 한 번 더 움직였다.이번에는 확실했다.세린이 급하게 침상 가까이 다가갔다.“들려요?” 대답은 없었다.그러나 남자의 숨소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세린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천천히 눈이 떠졌다.남자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낯선 천장이었다.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장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벽. 난로. 작은 탁자.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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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감춰진 이름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창밖의 세상은 온통 희게 잠겨 있었다.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바람에 조금씩 흩어졌고, 마을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눈을 치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세린은 따뜻한 물과 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침상에 누워 있던 남자는 이미 깨어 있었다.그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세린이 들어왔는데도 돌아보지 않았다.“일어났어요?”한참 뒤에야 남자가 시선을 옮겼다.“……”세린은 익숙한 듯 침상 옆에 약을 내려놓았다.“약이에요.”남자는 약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받아 들었다.세린이 물그릇을 내밀자 그것도 말없이 받아 약을 삼켰다.“오늘은 좀 괜찮아요?”“움직일 수는 있소.”짧고 무미건조한 대답이었다.“그럼 다 나은 거예요?” “아니오.”“그런데 움직일 수 있다고 했잖아요.”“움직이는 것과 나은 것은 다르오.”세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말을 참 차갑게 하네요.”진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그의 붕대를 확인했다.“상처 좀 볼게요.” 팔을 내밀었다.세린이 붕대를 풀자 상처가 드러났다.아직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세린이 조심스럽게 상태를 살폈다.“아직 많이 아프죠?”“그렇소.”“그런데 왜 표정이 안 변해요?”“표정을 바꾼다고 상처가 낫는 것은 아니오.”세린의 손이 잠시 멈췄다.“……그건 그렇네요.”붕대를 다시 감은 세린은 약을 정리했다.“당분간은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알겠소.”“정말 알겠어요?”“같은 말을 두 번 할 필요는 없소.”세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안 씨는 원래 이렇게 무뚝뚝해요?”“그럴 것이오.”“자기 성격을 남이 말하는 것처럼 말하네요.”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결국 더 묻지 않고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진안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조금 전까지 세린을 바라보던 눈빛에는 아무런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났다.상처가 당겼다.옆구리 깊숙한 곳에서 통증이 올라왔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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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낯선 사람
새벽부터 내리던 눈은 아침이 되어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마을을 뒤덮은 눈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에서는 녹은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세린은 두꺼운 외투를 여미고 마당에 나와 있었다.밤새 쌓인 눈을 치우고 장작을 정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이러다 해가 지겠네.”세린은 삽을 한쪽에 세워두고 장작더미 앞으로 다가갔다.하나씩 들어 올려 옮기던 순간이었다.저 멀리서 희미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또각. 또각.눈길을 밟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세린은 손을 멈추고 마을 입구를 바라봤다.흰 눈발 사이로 검은 말 한 필이 모습을 드러냈다.말 위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짙은 색의 군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검이 매여 있었다.남자는 마을 안으로 들어온 뒤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그리고 주변을 살폈다.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모였다.낯선 군사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조용하던 마을에 작은 긴장감이 번졌다.남자는 그런 시선에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살폈다.그러다 세린과 눈이 마주쳤다.“실례하지.”낮고 편안한 목소리였다.세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네?”“혹시 이 마을에 하씨 성을 가진 집이 있나?”“하씨요?” “그래.”남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세린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어.”세린은 잠시 자신을 가리켰다.“제가 하세린인데요.”남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아.” 그는 짧게 웃었다.“그럼 쉽게 찾았네.”“저를 왜 찾으세요?”“마을에 들어오면서 물어봤어.”남자는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그랬더니 이쪽 집을 알려주더군.”세린은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런데 누구신데요?”“윤하진.”그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혔다.“군에 소속되어 있어.”세린의 시선이 허리의 검으로 내려갔다.“군사예요?” “맞아.”하진은 가볍게 웃었다.“그리고 장군이기도 하고.”“장군…….”세린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다시 바라봤다.생각보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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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눈이 그친 자리
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새벽녘까지 거칠게 울부짖던 바람도 어느 순간 잠잠해졌고, 마을에는 오랜만에 고요한 아침이 찾아왔다.세린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하얀 눈이 마을을 전부 덮고 있었다.지붕도, 담장도, 나무도.어제까지만 해도 갈색이었던 길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세린은 잠시 그 풍경을 바라봤다.눈이 내린 뒤의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마치 세상이 잠시 숨을 죽인 것 같았다.세린은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발을 내딛자 푹신한 눈이 발목까지 올라왔다.“많이도 내렸네.”세린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삽을 들었다.눈을 치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세린이 고개를 돌렸다.진안이 문가에 서 있었다.아직 몸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발견했을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져 있었다.세린은 삽을 내려놓았다.“왜 나왔어요?”진안은 주변을 바라봤다.“눈이 그쳤소.”“그건 저도 알아요.” “…….”“아직 몸 안 좋잖아요.”“움직일 수 있소.”“움직일 수 있는 거랑 움직여도 되는 건 다른 거예요.”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거기 서 있어요.”“명령이오?”“부탁이에요.”진안은 잠시 세린을 바라봤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마당 한쪽에 서 있었다.세린은 다시 삽을 들었다.한 번, 두 번.눈을 밀어낼 때마다 하얀 눈이 한쪽으로 쌓였다.진안은 그런 세린을 조용히 바라봤다.작은 체구로 자신이 하기에도 번거로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얼굴에는 추위 때문에 붉은 기운이 올라와 있었다.한참 뒤 세린이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았다.“휴…….” 진안이 말했다.“그만하시오.”세린이 고개를 들었다.“왜요?” “몸이 상하겠소.”“저는 괜찮아요.”“아까 그대가 했던 말과 같군.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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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눈밭에 드리운 그림자
밤이 깊어질수록 마을은 더욱 고요해졌다.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밤이 된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았다.하얀 눈송이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지붕 위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좁은 골목길에도 눈이 쌓이고 있었다.세린은 창가에 앉아 약초를 손질하고 있었다.손끝으로 잎을 하나씩 골라내면서도 자꾸만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천후가 있었다.방 한쪽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언제부터 저렇게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세린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안 추워요?” “괜찮소.”역시 짧은 대답이었다.세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천후는 늘 저랬다.괜찮다. 필요 없다. 문제없다.무슨 일이 있어도 비슷한 대답만 했다.처음에는 그런 태도가 이상했다.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제대로 말하지 않는 사람.다친 몸으로 눈밭에 쓰러져 있었으면서도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는 사람.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세린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천후가 말없이 무언가를 받아들 때.혼자 조용히 창밖을 바라볼 때.자신이 약을 가져오면 별다른 말 없이 받아들일 때.그런 모습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낯설지 않았다.오히려 천후가 없는 집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세린은 그 생각을 깨닫고 잠시 손을 멈췄다.‘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그녀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그리고 다시 약초를 손질했다.그 순간이었다.천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세린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왜요?” 천후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창문을 향하고 있었다.세린도 자연스럽게 그쪽을 바라봤다.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눈이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뭐가 보여요?”천후가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불을 끄시오.”세린의 손이 멈췄다.“왜요?” “지금.” 짧았다.평소보다 훨씬 차가운 목소리였다.세린은 천후의 얼굴을 바라봤다.그제야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평소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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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화 숨겨진 사람
쾅!현관문이 크게 흔들렸다.세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손에 들고 있던 약초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것을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선명했다.무거운 군화가 눈을 밟는 소리.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말들이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그리고 낮고 차가운 군사의 목소리.“문을 열어라.” 세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가슴 안쪽에서 심장이 지나치게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혹시 문밖의 군사들에게 들릴까 봐 겁이 날 정도였다.세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방 안쪽. 어둠 속에 진안이 서 있었다.그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조금 전까지 창밖을 바라보던 눈빛도 변하지 않았다.마치 지금 자신을 찾아온 군사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이었다.하지만 세린은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오히려 더욱 불안했다.‘진안은…… 괜찮은 걸까?’괜찮을 리 없었다.적군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집마다 들어가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었다.그리고 진안은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통행증도 없었다.무엇보다 세린은 아직 진안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디에서 왔는지.왜 이곳에 쓰러져 있었는지. 왜 혼자였는지.무엇 때문에 그렇게 다친 몸으로 눈밭에 있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그런데 이상했다. 몰라도 걱정이 됐다.아니.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더 걱정되는 것 같았다. “진안.”세린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진안이 그녀를 바라봤다.“침착하시오.”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입술이 떨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저…… 침착하려고 하는데.”세린이 작게 숨을 삼켰다.“잘 안 돼요.”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괜찮아요?” “괜찮소.”역시 그 대답이었다.세린은 순간 답답해졌다.“또 괜찮다고 하네요.”진안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무엇이 문제요.” “당신이요.”세린은 자신도 모르게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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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흔적
군사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세린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마당을 밟던 군화 소리가 희미해지고, 말발굽 소리마저 멀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귀에는 계속 그 소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세린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끝난 건가?”작게 중얼거렸지만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아직 마을 어딘가에는 군사들이 있을 것이다.조금 전처럼 갑자기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세린은 창문 쪽을 바라봤다.차가운 밤바람이 창틈 사이로 아주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그리고 그제야 진안을 바라봤다.그는 여전히 말없이 서 있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세린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진안.” “말하시오.”“당신은 정말…… 겁이 안 나요?”진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겁을 낼 상황은 아니었소.”세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저한테는 엄청 무서웠는데요.”“그대는 이런 일을 익숙하게 겪은 사람이 아니니 그럴 것이오.”“진안은 익숙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 하나가 세린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마치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세린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바닥에 떨어진 약초를 하나씩 주워 담았다.손끝이 아직 조금 떨렸다.진안이 그것을 바라봤다.“손이 떨리고 있소.”세린은 손을 내려다봤다.“……그러네요.”“쉬시오.” “진안은요?”“나는 괜찮소.”세린은 피식 웃었다.“그 말 정말 좋아하네요.”진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약초를 바구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괜찮다는 말만 하면 다 괜찮아지는 줄 아나…….”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진안은 들은 듯했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린은 다시 그를 바라봤다.이상한 사람이었다. 말이 적었다.표정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도 분명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오히려 알 수 없는 불안이 생겼다.‘이 사람은 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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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화 눈 아래 숨겨진 것
아침이 찾아왔다.밤새 내리던 눈은 그쳤지만, 마을은 여전히 깊은 겨울 속에 잠겨 있었다.지붕 위에는 새하얀 눈이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고, 나뭇가지마다 하얀 서리가 맺혀 있었다.처마 끝에서는 밤새 얼어 있던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톡.물방울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세린은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손끝으로 차가운 창문을 살짝 만졌다.어제의 일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용한 아침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군사들이 마을을 수색했다.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하지만 해가 뜨자 사람들은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장작을 옮겼고, 누군가는 장터에 내다 팔 물건을 준비했다.아이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녔다.세린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봤다.‘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모양이었다.무서운 일이 지나가도 다음 날이 오면 다시 움직인다. 세린 역시 그랬다.그녀는 몸을 돌려 방 안을 바라봤다.그리고 창가에 서 있는 진안과 눈이 마주쳤다.“일어났어요?”진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세린은 피식 웃었다.“진안은 정말 아침부터 말이 짧네요.”“할 말이 없소.”“그럴 줄 알았어요.”세린은 작은 바구니를 들었다.안에는 약초가 몇 가지 들어 있었다.“오늘 장터에 가려고요.”진안의 시선이 바구니로 향했다.“약초 때문이오?” “네. 필요한 게 조금 부족해졌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세린이 외투를 챙겼다.“금방 다녀올게요.”진안이 말했다. “같이 가겠소.”세린이 멈칫했다. “같이요?”진안은 고개만 끄덕였다. “네.”세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웃었다.“그럼 같이 가요.”마을길은 눈으로 가득했다.세린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었다.사각.ㅈ발밑에서 눈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진안은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었다.걸음이 일정했다.주변을 둘러보는 시선도 흔들림이 없었다.세린은 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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