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전쟁이 끊이지 않는 겨울, 말을 데리러 산길에 오른 하세린은 눈밭에 쓰러진 낯선 남자를 발견한다. 세린은 그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하고, 남자는 자신을 ‘진안’이라 밝힌다. 그러나 그의 정체와 과거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전쟁의 그림자는 점점 마을과 군을 뒤덮기 시작한다. 황궁에서는 황위와 군권을 둘러싼 세력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조정의 대신들과 장군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배신과 음모가 시작된다. 눈 속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은 거대한 전쟁과 궁중의 권력 다툼 속에서 두 사람의 운명을 서서히 뒤흔들기 시작한다.
Lihat lebih banyak밤새 내리던 눈은 새벽이 되어서야 조금 잦아들었다. 세린은 창가에 서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눈이 마당을 덮고 있었고 지붕 끝에서는 녹은 눈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조용하네요.” 뒤에서 진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이 말이오.” “눈이요.” 세린은 창문을 조금 열었다가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자 다시 닫았다.진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어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넘어진 마차.이상하게 끊어져 있던 고삐. 눈 속에 묻혀 있던 줄. 그리고 숲에서 발견된 발자국. 어느 하나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하지만 진안은 세린에게 그 사실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괜히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세린은 식탁 위에 놓인 약초를 바라봤다. “약초를 조금 더 사야 할 것 같아요.” “어제 산 것으로 부족하오?”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요.”진안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장터에 가려는 것이오?” “네.” “오늘은 가지 마시오.” 세린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요?” “눈이 아직 많이 쌓였소.” “마을 안쪽 장터만 잠깐 다녀오면 되는데요.” 진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걱정돼요?” “그런 것이 아니오.”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요.” 진안은 세린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준비하시오.” 세린은 금세 외투를 챙겼다.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눈길은 미끄러웠다. 세린이 몇 번 발을 헛디디자 진안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췄다. “천천히 걸으시오.” “알겠어요.” 세린은 진안을 바라보다가 그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치우는 사람도 있었고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평범한 아침처럼 보였다. 세린은 약초를 파는 가게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세린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약초가 든 자루를 정리했다.“오늘은 눈이 많이 오네요.”진안은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하오.”“이런 날에는 사람들이 잘 안 나가겠죠?”“그럴 것이오.”세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약초를 말리려면 장작이 더 필요해요.” 진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구해오겠소.”“같이 갈게요.”“집에 있으시오.”“금방 다녀올 수 있는데요.”세린은 이미 외투를 챙기고 있었다.진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더 말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눈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눈이 발목까지 올라왔다.세린은 외투를 여미며 천천히 걸었다.진안은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으며 길을 살폈다.마을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의 흔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떨어졌다.세린이 주변을 둘러봤다.“오늘은 정말 조용하네요.”“눈이 많이 와서 그렇소.”“그런가 봐요.”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그때였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진안이 걸음을 멈췄다.세린도 멈춰 섰다.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곧 눈발 사이로 마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마차는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그런데 이상했다.말이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였다.마부는 말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마차는 멈추지 않았다. “비키시오!”마부가 소리쳤다.진안은 세린의 팔을 잡아 옆으로 물렸다.마차가 두 사람의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그 순간 마차의 뒷바퀴가 눈에 파묻혔다.쿵!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말이 앞발을 들었다.마부가 끈을 잡아당겼지만 이미 늦었다. 마차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길가에 넘어졌다. 세린이 놀라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 “사람이 다쳤을지도 몰라요.”진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잠시 기다리시오.” “왜요?”진안은 대답하지 않고 넘어진 마차를 바라봤다.말은 멀쩡했다.마부 역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그
진안은 서겸이 사라진 길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세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어졌던 대화가 마음에 걸리는 듯했지만 진안에게 더 묻지는 않았다.진안 역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들어가시오.”짧은 말에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세린은 장터에 가야 한다며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약초도 부족했고 집에 남은 식량도 많지 않았다.진안은 세린이 적어 내려가는 목록을 잠시 바라봤다.“많군.” “필요한 게 많아서 그래요.”“혼자 가겠소?” 세린이 고개를 들었다.“같이 가주려고요?” “그렇소.”세린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그럼 같이 가요.”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장터로 향했다.날씨는 쌀쌀했지만 하늘은 맑았다.장터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상인들은 물건을 내놓고 손님을 불렀고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세린은 익숙한 듯 약초를 파는 가게부터 찾았다.“이 약초 있어요?”“오늘 들어온 게 있지.”상인이 작은 상자를 열었다.세린은 안에 담긴 약초를 하나씩 살펴봤다.“상태가 좋네요.”“좋은 건 비싸지.”세린은 가격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진안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상인이 웃었다.“자네는 올 때마다 그렇게 말하지.”“그래도 항상 사잖아요.”“그건 그렇지.”상인은 결국 가격을 조금 낮춰주었다.세린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약초를 받아 들었다.“감사해요.”두 사람은 다음 가게로 이동했다.그때 진안이 걸음을 멈췄다.세린도 따라 멈췄다. “왜요?”“아무것도 아니오.”진안은 장터 반대편을 바라봤다.사람들 사이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내의 시선이 계속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안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서겸이 떠난 뒤에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하얀 눈송이가 조용히 하늘에서 내려오며 마을의 지붕과 길을 덮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서겸은 아무 말 없이 앞을 향해 걸었다.그의 뒤로 여러 명의 군사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한참을 걷던 중 한 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감.”서겸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말해.”“조금 전 그 사내 말입니다.”서겸의 발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무엇이.” “정말 그 사람이 맞습니까?”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군사는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어 보였습니다.”서겸이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천천히 뒤를 돌아본 그의 눈빛이 군사를 향했다. “특별한 점이 없어 보였나.”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예.”서겸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렇다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군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겸은 다시 몸을 돌렸다.“따라와.” “예.”군사들은 다시 서겸을 따라 움직였다.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조금 전 마주했던 사내는 말수가 적었다. 표정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겉모습만 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겸은 알고 있었다.그 사람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한편 세린은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진안보다 먼저 돌아온 그녀는 약방에서 받아온 약초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마른 잎을 종류별로 나누고 작은 약초들은 따로 묶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세린의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자꾸만 서겸이라는 남자가 떠올랐다.진안과 서겸은 분명 서로를 알고 있었다.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지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특히 진안의 표정이 그랬다.평소에도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서겸을 바라볼 때만큼은 눈빛이 달랐다.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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