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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Penulis: 금붕어
박하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최수빈은 곧장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

결국 말할 기회를 놓친 박하린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혁 오빠, 언니 성격 진짜 불같으시다. 그러니까 시후가 언니를 무서워하지. 언니 화난 것 같은데 안 달래줘도 되겠어?”

주민혁은 덤덤히 시선을 거둔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풀릴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박하린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언니가 도망가는 게 두렵지도 않아?”

저녁이 되어 주민혁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조명이 켜져 있지 않아 깜깜했다.

주시후가 집에 없어 할 일이 없었던 장수미는 일찍 잠을 자러 갔다.

조명을 켜니 원래도 큰 방이 텅 비어서 유독 넓고 쓸쓸해 보였다.

안방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그곳도 텅 비어 있었다.

주민혁은 사실 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그는 최수빈이 돌아오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욕실로 가서 샤워하고 나온 뒤 최수빈의 화장대 앞을 지나칠 때도 그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만약 시선을 줬더라면 그 위에 서류가 놓여 있다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

주말.

항공전은 매우 붐볐다.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밖에 몰려들어서 구경하고 있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취재에 열중하고 있었다.

최수빈은 일찌감치 주예린을 데리고 전시회 입구에서 육민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예린은 온순하게 최수빈의 곁에 서서 떠들썩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항공기 포스터와 소개 자료들이 가득했다.

예전에 최수빈은 딸을 데리고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놀이공원도 거의 간 적이 없었다.

딸의 기분을 눈치챈 최수빈은 허리를 숙이고 주예린의 볼을 꼬집었다.

“이런 곳은 어때? 재미없으면 외할머니에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게.”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

주예린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이런 곳에 저를 데려온 적이 없었잖아요.”

딸의 말에 최수빈은 마음이 아팠다.

지난 생에 그녀는 주민혁의 비서로 일해야 했고, 또 살림도 해야 했으며 주시후를 가르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했기에 많은 사소한 부분들을 놓치게 되었다.

주민혁은 가끔 주시후를 데리고 다녔지만 주예린은 늘 집에만 있었고, 다 식은 음식을 먹고 주시후가 싫어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주민혁은 주시후를 위해 선물을 사거나 장난감을 산 적은 많지만 주예린에게 뭔가를 사준 적은 없었다. 최수빈이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했을 때 주예린은 그녀에게 자신은 장난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난감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예린아, 미안해.”

최수빈의 목소리에서 미안함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그녀는 주예린이 커가는 매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하! 주예린, 여기서 뭐 해?”

멀리서 주시후가 정장을 입고 다가오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안으로 들어가서 진짜 전투기를 보고 싶은 거야? 엄마 신분으로는 널 데리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면 나한테 애원해. 그리고 엄마한테 돌아와서 밥도 하고 옷도 씻으라고 해. 그러면 내가 아빠랑 하린 이모한테 얘기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줄게.”

“필요 없어. 엄마가 날 데리고 안으로 들어갈 거니까!”

최수빈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네 가정부가 아니야!”

주시후는 어리둥절했다.

최수빈이 주예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집에서 밥을 하고 청소만 할 줄 아는 최수빈은 이런 고차원적인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주민혁과 박하린이 멀지 않은 곳에서 주시후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갈색 옷을 입고 있어서 언뜻 보면 커플룩 같았다.

최수빈도 한때 소녀처럼 주민혁과 커플룩을 입고 싶었다.

그러나 주민혁은 전혀 협조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산 옷을 입기는커녕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었다.

최수빈을 발견한 박하린은 앞으로 나서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언니랑 예린이도 왔네요. 저한테 얘기하시지 그랬어요. 그랬다면 저랑 민혁 오빠랑 같은 차를 타고 왔을 텐데 말이에요.”

이때 주민혁이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최수빈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고, 주예린은 이따금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박하린의 도발하는 듯한 태도에 최수빈은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정말요?”

박하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저는 민혁 오빠랑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아주 친해요. 그러니까 편히 대하셔도 돼요.”

마치 주민혁이 자기 것이라는 듯이 말하는 박하린을 보니 자신을 이미 주민혁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난 생에 최수빈은 멍청하게도 박하린이 주민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걸 몰랐다.

최수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주민혁이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 그는 최수빈을 무시하고 박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최수빈과 주예린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박하린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혹시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데리러 올게요.”

최수빈은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번 생에 그녀는 세 사람이 어떻게 살지 지켜볼 것이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일 때문에 조금 늦었어.”

육민성이 마침 도착했고 최수빈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자.”

육민성은 주예린을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건 아저씨가 예린이한테 주는 과자랑 장난감이야.”

주예린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것은 주예린이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었다.

육민성은 관계자 출입증을 들고 그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햇볕이 아주 강해서 눈이 부셨기에 최수빈은 선글라스를 챙겼다.

육민성은 걸어가면서 말했다.

“이 전시회는 3년에 한 번씩 열리고 규모가 아주 크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잠시 뒤에 나는 좀 바쁠 예정이니까 먼저 돌아보고 있어. 그리고 점심에 나랑 선생님이랑 같이 밥 먹자.”

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다녀와요.”

현장은 매우 붐볐고 어딜 가든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예린은 신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마, 이 비행기 엄청 멋있어요.”

주예린은 최수빈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랑 이 비행기랑 같이 찍어주실래요?”

“그래.”

최수빈은 웃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저기 옆에 가서 서 있어.”

주예린이 비행기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 최수빈과 주예린을 밀어냈다.

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황급히 주예린을 부축했다.

“박하린 씨, 해외 연수를 떠날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주 대표님께서는 박하린 씨가 곧 511연구원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하던데 이 업계에 관한 생각을 짧게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그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박하린을 찍고 있었다.

박하린은 사람들 사이에 서서 미소 띤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제 뒤에 있는 비행기는 제가 설계한 거예요. 하지만 해외 유학을 떠나서 중도에 팀을 떠나게 되었죠. 이 비행기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걸 보니 굉장히 흐뭇하네요. 그건 우리나라에 인재들이 아주 많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저 사람, 형 아내 아니에요?”

멀지 않은 곳, 주민혁의 곁에 서 있던 남자가 어깨로 주민혁을 툭 쳤다.

“여기는 왜 왔대요?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사람이 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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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최수빈 쪽으로 향하자 최수빈은 눈을 피하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조용히 주민혁을 스쳐 지나가려던 찰나, 그가 최수빈의 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소송, 취하하지? 하린이랑 법정 싸움 해봤자... 설령 네가 이긴다 해도 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하린이는 여전히 하린이니까. 의미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마.”그 말 한마디에 최수빈의 걸음이 딱 멈춰 섰다.그는 지금 박하린의 편을 들고 있었다.표절, 도용 같은 사안은 판단 기준도 모호하고 법적으로도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그러니까 이 말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31화

    주민혁은 깊고 검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병상 위에 누워 있는 주예린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주민혁의 목소리는 느리면서도 차분했다.“따라 와.”간단한 세 글자의 말에서는 그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최수빈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큰 보폭으로 걸어 나가는 주민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늦게 발걸음을 옮겨 그를 따라갔다.주민혁은 세 글자에 불과한 단답으로 최수빈과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그가 최수빈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한 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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