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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금붕어
진승우는 최수빈을 빤히 바라보면서 경멸의 눈빛을 해 보였다.

“진짜 여기는 뭐 하러 왔대요? 설마 형 눈에 띄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주민혁은 무심한 눈길로 최수빈을 힐끗 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수빈은 비록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누구보다도 눈부시게 빛나는 박하린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형이 왜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나였어도 하린 씨가 더 낫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학벌 좋고 능력도 있고 항상 열심히 하잖아요. 최수빈 씨는 하린 씨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어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형 돈만 펑펑 쓰잖아요.”

진승우와 주민혁은 같은 계층의 사람이었고 주민혁이 최수빈과 결혼했을 때부터 그는 최수빈을 진심으로 경멸했다.

주민혁을 함정에 빠뜨려 그와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괜찮은 사람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뻔뻔하게 이곳까지 쫓아온 걸 보니 기가 막혔다.

“왜 저기 서서 인터뷰까지 보는 거죠? 알아들을 수는 있대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최수빈 씨도 항공우주 산업계 사람인 줄 알겠네요.”

주민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승우를 바라보았다.

“시끄러워.”

진승우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주시후는 박하린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걸 보자 자기도 우쭐해졌다.

박하린이 그의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어도 괜찮았다. 박하린이 그를 가장 좋아하면 되니 말이다.

최수빈은 박하린이 사람들을 향해 비행기를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항공우주 산업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최수빈은 심호흡하며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주민혁이 박하린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와 능력이 출중한 커리어 우먼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지난 생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주예린은 동그란 눈으로 박하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 비행기를 설계한 사람이 하린 이모라니... 주시후가 하린 이모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어.’

...

이때 최수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육민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그들을 위해 시야가 좋은 좌석을 마련했으니 잠시 뒤에 그곳에서 전투기 에어쇼를 보라고 했다.

그녀는 주예린을 데리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진승우는 최수빈이 자신은 박하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딸을 데리고 도망치는 줄 알았다.

박하린이 인터뷰를 마치자 주시후가 그녀의 품으로 달려갔다.

“하린 이모, 최고예요!”

박하린은 주시후를 안으면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주시후는 뽀뽀를 받게 되자 더욱 환하게 웃었다.

박하린은 입꼬리를 올리며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손에 주시후를 안고 주민혁을 향해 팔을 벌렸다.

“민혁 오빠, 나 이렇게 잘났는데 축하의 의미로 한 번 안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진승우는 웃으며 다가갔다.

“하린 씨, 나는요?”

그는 말을 마치고는 주민혁의 의사 따위 묻지 않고 그를 데리고 가서 박하린을 안았다.

그러고는 주민혁을 보며 말했다.

“잠시 뒤에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

박하린은 주시후를 안고 주민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좋아요. 내가 쏠게요.”

세 사람은 멀리서 보면 다정한 가족 같아 보였다.

주예린과 최수빈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민혁이 주시후, 박하린과 함께 있는 걸 본 주예린은 입술을 힘껏 깨물다가 그들을 보지 않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도 주시후처럼 잘났으면 아빠도 날 받아줬을까? 아빠는 나를 안 좋아해서 엄마도 안 좋아하는 걸 거야... 절대 엄마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

육민성이 최수빈과 주예린을 위해 준비한 자리는 최고로 좋은 자리였다.

그곳은 정중앙 자리인 데다가 시야도 굉장히 좋았다.

“여기 앉으면 돼. 잠시 뒤 에어쇼가 시작될 거야.”

육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곳은 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거든.”

“고마워요.”

최수빈은 그를 바라보았다.

“선배는 일 보러 가요.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육민성이 떠난 뒤 최수빈은 좌석에 앉아 먼 곳에 있는 비행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청운x7은 멋지게 완성되었고 전시회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되었다.

오늘 인터뷰를 한 사람은 적지 않았다.

중심 자리에 항공우주 산업계 유명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멀리 있던 주예린은 주민혁이 주시후를 안고 박하린과 함께 그들 쪽으로 오는 걸 보았다.

“너는 왜 여기 있어?”

주시후는 주예린을 보더니 짜증 난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주예린과 최수빈이 어떻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까?

“여긴 잘난 사람들만 앉을 수 있어. 자기 자리도 아닌 데 앉았다가 쫓겨나면 창피하겠다.”

“예의 차려.”

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말했다. 위압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주민혁은 주시후를 아꼈지만 주시후는 사실 은근히 주민혁을 두려워했다.

주시후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억울한 표정으로 박하린을 바라보았다.

박하린은 싱긋 웃었다.

“오빠, 시후는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앞으로 잘 가르치면 되지. 왜 그렇게 무섭게 굴어?”

최수빈은 그들을 힐끗 본 뒤 깔끔히 무시했다.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승우는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최수빈을 무시했다.

뻔뻔하게 주민혁을 따라 이곳까지 오다니. 게다가 이 자리에 앉은 걸 보면 뭔가 수단을 쓴 듯한데 그들의 앞에서 도도한 척까지 했다.

‘우리가 그 속셈을 모를 것 같아?’

최수빈은 안쪽에 앉아 있고 주예린이 바깥쪽에 앉아 있었다. 주민혁은 힐끔 보더니 주예린의 곁에 앉았다.

주시후는 주민혁의 곁에 앉은 뒤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린 이모, 앉아요!”

박하린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주민혁이 옆에 앉아 주예린은 긴장해서 작은 손으로 옷을 꽉 쥐며 조심스럽게 주민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주민혁은 아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주시후와 박하린만 신경 썼고, 주예린은 진심으로 실망했다.

에어쇼가 시작되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광경에 잇따라 환호가 터져 나왔고 어린아이들도 흥미진진하게 에어쇼를 관람했다.

“하린 이모, 이모는 앞으로 저런 전투기를 설계하는 건가요? 너무 멋져요!”

박하린은 웃었다.

“전투기가 좋아? 그러면 이모가 작은 모형을 만들어줄게.”

“좋아요!”

주예린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부러워했다. 그녀도 전투기가 매우 좋았으나 티를 내지는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에어쇼가 끝난 뒤 앞에 있는 무대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앞자리의 어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주예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도 볼 수 없었다.

주민혁은 주시후를 안아 들었고 주시후는 주예린을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주예린은 코웃음을 치면서 의자를 밟고 일어섰다.

“키 작은 애들은 안겨야 하지만 난 이러고도 볼 수 있어!”

주시후도 코웃음을 쳤다.

“난 앞으로 키 클 거야. 그리고 넌 아빠가 없잖아.”

그 말에 상처를 받은 주예린은 흥미진진하게 에어쇼를 보다가 금세 풀이 죽었다.

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주시후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리고 너는 엄마가 없지.”

주시후는 흠칫했다.

박하린도 놀랐다. 그녀는 최수빈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주민혁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최수빈, 왜 아이랑 싸우려고 들어?”

최수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주민혁 씨는 왜 여자랑 싸우려고 들어요?”

최수빈은 그를 무시하고 주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여기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주예린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혁은 줄곧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요즘 들어 최수빈이 그를 매우 적대시하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주민혁과 최수빈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공연이 끝날 때쯤 최수빈은 주시후를 내려놓았고 이때 주예린이 말했다.

“엄마,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그래.”

주예린은 의자에서 뛰어내리려다가 실수로 발을 삐끗하여 넘어졌다.

“꺅!”

주예린은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큰 손이 주예린을 안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눈을 뜬 주예린은 자신이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걸 발견했다. 아빠의 품은 아주 넓고 따스했다.

주예린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코끝이 찡했다.

‘아빠가 나를 신경 쓰는 거 맞겠지?’

주예린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

주민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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