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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Author: 금붕어
그 과정에서 자존심도 체면도 모조리 바닥에 떨어졌다.

최수빈은 조윤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일에는 증거가 필요한 법이에요. 거짓 증언을 하면 그 자체로 범죄입니다.”

“증거?”

조윤미가 피식 비웃으며 가방에서 서류 한 묶음을 꺼내 탁자 위에 내리쳤다.

“이게 바로 증거니까 잘 봐요! 하린이가 새로 제출한 자료인데 국가 기밀을 유출한 게 바로 최수빈 씨라는 걸 증명해 주죠. 기술 자료를 하린이에게 넘긴 사람도 최수빈 씨고요! 주민혁, 네가 아무리 감싸도 소용없어. 최수빈 씨도 곧 우리 하린이처럼 인생이 망가질 거야. 아니, 하린이보다 더 처참해질지도 모르지!”

최수빈은 서류를 내려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여사님, 제가 기밀을 유출했는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지, 여사님이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요.”

“소문?”

조윤미는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졌다.

“두고 봐요. 재판이 열리면 모든 증거가 다 공개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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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2화

    장성훈은 미동 없이 목울대만 살짝 움직였을 뿐, 십여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강지안의 허락을 구하지도 않은 채 손목에 살짝 힘을 주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억지로 거칠게 밀어붙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에는 단호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깜짝 놀란 강지안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뭐 하는 거예요?”장성훈은 뒤돌아 문을 닫았다. 곧 ‘찰칵’하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작게 방 안에 울렸다.방은 크지 않았다.싱글 베드 하나와 작은 소파 하나, 침대 옆 협탁에는 그녀가 방금 산 고양이 사료와 따뜻한 물, 그리고 고양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남은 거즈가 놓여 있었다.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작고 좁은 공간이었으나 깨끗했다.장성훈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저 여기서 잘 거예요.”순간 멍해진 강지안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자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정말 자신이 걱정돼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독단적인 성격이 다시 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성훈 씨, 정말 말이 안 통하네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여긴 내가 잡은 방이에요. 난 성훈 씨가 여기 있는 거 싫으니까 나가요.”“안 나갑니다.”그의 대답은 너무나 단호했다.“진짜...”강지안은 화가 나 한 걸음 다가갔다.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그의 팔에 손을 댔으나, 순간 장성훈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따뜻하고 힘 있는 손바닥, 하지만 힘을 준 건 아니었고 그저 그녀가 뿌리치지 못하도록 살며시 감싸 쥔 것뿐이었다.“아가씨를 건드리려는 게 아닙니다.”그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그냥... 아가씨 혼자 밖에 있게 둘 수 없어서 그래요.”“내가 알아서 해요!”강지안은 힘껏 손을 빼냈다.“여기 안전해요. 머물 곳도 있고 먹을 것도 있어요. 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1화

    “민채영, 대체 무슨 속셈이야?”장성훈은 지금껏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이 없었다.민채영은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난 억지로 내보낸 적 없어요. 스스로 나간 거라고요...”“닥쳐.”장성훈은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볼 생각조차 없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강지안에 대한 걱정과 불안뿐이었다.기억을 잃은 그녀는 의지할 곳도 없었다.돈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다친 고양이까지 품에 안고 나갔다.대체 어디로 간 걸까?혹시 위험한 일을 당한 건 아닐까?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아닐까?아무도 없는 곳에서 속으로 울고 있는 건 아닐까?“당장 찾아.”장성훈은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차갑게 명령했다.“아가씨의 위치를 확인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상관없으니까, 지금 당장 찾아내.”경호원은 감히 지체할 수 없었는지라 곧바로 움직였다.그렇게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 강지안이 머물고 있는 호텔 주소가 장성훈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다.장성훈은 주소를 확인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투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민채영에게는 더 이상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민채영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장성훈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봤다.새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서운함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원망과 독기가 대신 채워갔다.또 강지안이었다. 언제나 강지안이었다.고작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고작 몇 마디 들었다고 불쌍한 척하며 집을 나가다니.그런데도 장성훈은 그녀에게 완전히 홀려버렸다.억울한 마음에 민채영은 이를 악물었다.‘대체 왜지?’장성훈은 차를 몰아 미친 듯이 호텔로 향했다. 차가 멈춰서는 거의 뛰다시피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주소를 확인한 뒤 그는 곧장 강지안이 있는 층으로 향하더니 방 앞에 도착해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 했다.하지만 손가락은 허공에서 멈췄다.강지안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진 것이었다.그리고 더 두려운 건, 기억을 잃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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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9화

    작은 고양이는 강지안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듯,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힘없이 울었다.“야옹...”그 울음소리는 너무나 약하고 애처로웠다.강지안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혹시라도 놀랄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작은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고양이는 매우 작고 가벼웠는데 몸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분명 열이 난 상태였다.다친 뒷다리는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고 살짝 웅크린 채, 그녀의 품에 기대어 가늘게 떨고 있었다.그 순간 강지안은 문득 자신과 이 작은 생명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갈 곳 없이 떠도는 신세, 다쳐도 의지할 곳 없는 처지, 누군가에게 버려진 존재...그리고 자신 역시 기억을 잃은 채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였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강지안은 품 안의 작은 고양이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눈빛은 어느새 단단해져 있었다. 이 아이만큼은 버릴 수 없었다.“우리 집에 가자.”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작은 고양이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고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물론 그 ‘집’이라는 곳이 정말 자신의 집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강지안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별장 쪽으로 돌아갔다.품 안의 고양이는 얌전히 그녀의 가슴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옷에 얼굴을 비비는 것이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찾은 듯했다.뒤따르던 경호원은 강지안 품 안의 고양이를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별장 문을 열어주었다.그렇게 강지안이 막 안으로 들어선 순간, 마침 민채영이 2층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그녀는 고급스러운 홈웨어 차림에 화장도 완벽했으며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하지만 강지안의 품에 안긴 지저분한 길고양이를 보는 순간, 그 미소는 아주 잠깐 굳었다.눈빛 깊은 곳에는 불쾌함과 혐오감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왔어요?”민채영은 빠르게 내려와 강지안에게 다가갔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8화

    엘리아스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 최수빈과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없이 다정한 기색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한 소유욕이 느껴졌다.마치 본능적으로 ‘이 사람들은 내 사람들이다’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았다.하지만 분위기는 조용하고 자연스러웠으며 어색함도, 서로를 떠보는 기색도 없이 그저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적인 인사만 오갔다.최수빈은 율이를 품에 안은 채 주민혁 곁에 서 있었다.한 손으로는 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어느새 남자가 조용히 잡아주고 있었다.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안정적이고 든든했다.해야 할 일은 눈앞에 있고 가족은 곁에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은 밝았다.최수빈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봤다. 눈가에는 숨길 수 없는 따스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주민혁 역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 마음을 알아차린 듯,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어 최수빈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율이는 엄마의 품에 기대어 작은 손으로 최수빈의 목을 꼭 끌어안고 며칠 동안 집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곧 계약식 준비가 시작되고 항공 소재 기술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천공연구원의 미래는 막힘없이 펼쳐지고 있었다.한편.강지안은 별장을 빠져나왔다.장성훈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민채영에게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아래층에 있던 경호원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였다.그녀는 도우미들이 청소를 하고, 민채영이 2층에서 화장을 하고, 장성훈이 갑작스러운 업무 때문에 잠시 회사로 나간 틈을 타 조용히 신발을 갈아 신었다.그리고 현관문을 연 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근처에 잠깐 산책만 다녀올게요. 멀리 가지 않을게요.”그러나 장성훈의 당부가 떠올라 경호원은 잠시 망설였다.강지안은 이제 막 몸을 회복했고 기억까지 잃은 상태였다.그래서 장성훈은 절대 그녀가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되고 혼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7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엘리아스는 온화한 눈빛으로 말하더니 더 길게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그럼 쉬시는 데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내일 아침 호텔 로비에서 뵙죠.”“내일 뵐게요.”최수빈은 문을 닫고 식탁 위에 도시락을 내려놓았다.뚜껑을 열자 따뜻한 죽에서 은은한 향이 퍼져 나와 차갑게 식어 있던 밤공기마저 조금은 녹아내리는 듯했다.그녀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죽을 먹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집에 설치해 둔 CCTV 화면을 띄웠다.화면 속 율이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작은 얼굴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숨소리는 고르고 편안했다.주민혁은 아이의 작은 침대 곁에 앉아 조용히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조심스러운 손길로 율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최수빈은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일은 순조롭고 가족은 평안하며 곁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다.앞으로 나아갈 길에는 밝은 빛이 있었다.이런 삶은 마음을 놓게 할 만큼 안정적이었다.그렇게 간단히 정리를 마친 최수빈은 다음 날 귀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날 밤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혔다.최수빈은 짐을 챙긴 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호텔 로비에는 육민성, 진용휘 그리고 수행 인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엘리아스 역시 한쪽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모두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일행은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순조롭게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뒤, 비행기는 안정적으로 하늘로 올라 은산시를 향해 날아갔다.기내는 조용하고 편안했다.최수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은산시에 돌아간 뒤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계약식 준비, 최종 계약서 검토, 항공 소재 연구소와의 협력 조율, 이후 기술 상용화 계획까지...하나하나가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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