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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맑은하루
서지우는 채연을 노려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채연! 적당히 하거라. 어찌 이리 분수를 모르느냐?"

"분수를 모른다고 하셨습니까? 저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이셨으니, 제가 정말 분수를 모르게 군다 한들 어찌하시겠습니까?"

채연은 목이 터지듯 외쳤다.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악을 써 본 것이었다.

채연은 있는 힘을 다해 윤안화의 손목을 붙잡았다. 윤안화는 도저히 뿌리치지 못했고,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윤안화는 울먹이며 말했다.

"채연 언니! 제게 평생 한 번뿐인 혼례입니다. 어찌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채연은 차갑게 웃었다. 이를 악문 채 한마디를 내뱉었다.

"두 분께서 굳이 불길한 일을 택하시겠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마치 자신에게 벌을 내리듯 채연은 다시 서지우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저는 그저 찻잎 따던 여인입니다. 지난 삼 년 동안 세자 저하께서 베푸신 은혜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무릎 꿇고 은혜를 구걸해야 한다면, 어머니도 바라지 않으실 것이고 저도 원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은혜받지 않겠습니다!"

서지우는 채연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늘 온순하고 현숙하며 예를 지키던 그녀는 지금 머리가 풀어지고 얼굴에는 피가 얼룩져 있었다. 무너진 표정과 원망 어린 눈빛으로 검은 관 옆에 쓰러진 모습은 마치 관에서 막 기어 나온 원혼 같았다.

서지우의 가슴속에 번민이 일었다.

"채연..."

"악..."

윤안화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손바닥이 옆의 자갈에 부딪히자, 곧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

윤안화는 고개를 살짝 돌려 채연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눈 안의 속셈은 감출 수는 없었다.

"채연 언니, 왜 저를 밀었습니까?"

서지우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몸을 낮춰 윤안화를 부축했다.

"채연, 네가 몇 번이나 내 선을 넘는 것이냐? 내가 너를 벌하지 못할 것 같으냐?"

채연은 해명할 틈조차 없었다. 서지우의 한마디가 그녀를 끝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은 듯했다.

"여봐라! 세자빈에게 찰형(拶刑)을 시행하거라!"

그는 윤안화의 눈물을 닦아 주고, 애틋한 표정으로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다시는 채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열 손가락을 짓누르는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구리 막대가 손가락을 조여 오는 아픔은 채연의 모든 감각을 집어삼켰다. 그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돌아온 것은 더욱 끔찍한 아픔뿐이었다. 손가락은 한 마디씩 으스러지는 듯했고, 뼈마디 사이사이는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마침내 살은 짓이겨지고 열 손가락은 모두 망가졌다.

채연의 처절한 울부짖음은 어머니가 삼 년 동안 머물던 작은 마당에 울려 퍼졌고, 편히 쉬지 못하는 어머니의 영혼 곁에도 메아리쳤다.

'서지우, 당신이 말했던 살아서는 한 이불을 덮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겠다는 약속, 이제 전부 필요 없다.'

'모레, 당신들은 혼례를 올리고 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를 거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영원히 떠날 거다!'

채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별채 침상에 누운 채 점점 가까워지는 징과 북소리, 날카로운 악기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세자부 앞을 지나 옆의 작은 마당 앞에서 멈췄다.

불길한 예감이 든 채연은 몸을 일으키자마자 마당으로 달려갔다.

마당 문 앞에는 못을 박아 굳게 봉한 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크게 적힌 "수(壽)" 자는 마치 피 묻은 입을 벌려 채연의 마지막 미련마저 삼키려는 듯했다.

윤안화는 옆에서 사람들을 지휘했다.

"됐다. 바로 여기다. 안에 있는 신부를 들고나오면 이 좋은 인연도 성사되는 거다!"

채연은 구경하던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분노하게 외쳤다.

"너희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

윤안화는 놀란 듯 몸을 떨었다. 목소리는 나약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을 후벼 팠다.

"채연 언니, 제가 언니 어머니께서 편히 묻히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채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서지우를 바라보았다.

"세자 저하,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이것은... 어머니께 저승 혼인을 치르게 하려는 것입니까?"

채연이 세 살 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홀로 그녀를 키우고 가르쳤고, 모녀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아무리 힘든 나날을 보내도 어머니는 다시 혼인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중매쟁이가 문턱을 넘기만 해도 어머니는 모두 내쫓았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들에게 평생 지켜 온 결백마저 더럽혀져야 한단 말인가?'

윤안화는 먼저 서지우 앞을 가로막고 채연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켰다.

"신랑은 제 이웃집 오라버니입니다. 살아생전에도 참 좋은 분이셨고, 언니 어머니와는 완전히 천생연분입니다!"

그녀는 아주 작은 소리로 채연의 귓가에 덧붙였다.

"절름발이 병약한 사람이랑 혼인하는 게 천생연분 아니냐?"

채연은 윤안화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윤안화, 너는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다!"

윤안화는 맞은 쪽 볼을 감싸 쥐었다.

"언니는 세자빈 자리를 삼 년이나 차지했으니, 이제는 물러날 때도 됐다."

"게다가 고작 찻잎이나 따던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저와 비교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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