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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or: 망우초
다음 날 아침, 서예진은 일찍 일어나 씻고 검은 정장을 입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초췌한 몰골을 바라보니 성묘하러 가기에 딱 좋아 보였다.

서예진이 거실로 나가자마자 윤민재가 크게 혀를 차더니 국이 담겨 있는 그릇을 들고 일어나 일부러 그녀와 부딪쳤다.

국물이 쏟아지며 서예진의 옷이 젖자 윤민재가 비아냥댔다.

“더러워.”

서예진은 한때 착했던 아이가 버릇없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서예진은 윤민재가 훌륭한 선생님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를 바라 폭우를 뚫고 직접 선생님을 뵈러 갔다가 사흘 밤낮을 앓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예진은 윤민재가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쏟은 정성은 최민영의 이간질 때문에 전부 헛수고가 되었다.

서예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돌아서려는 윤민재의 팔을 붙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사과해.”

윤민재는 그런 표정의 그녀를 처음 보는지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화를 냈다.

“싫어!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옛날 같았으면 당신은 마녀로 잡혀가서 불타 죽었을 거야!”

짝!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민재는 뺨이 빨갛게 부은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예진을 노려봤다.

“감히 나를 때려?”

옆에 있던 윤정호가 서둘러 윤민재를 감싸며 화가 난 얼굴로 서예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왜 애를 때리고 그래?”

서예진은 손을 거두어들인 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툭툭 털었다.

“애 엄마로서 애를 훈육하는 건 당연한 거지.”

윤정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

“당신이 훈육할 필요는 없어!”

‘하.’

서예진은 속으로 코웃음을 친 뒤 무심하게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그럴 기회가 없을 테니까.”

서예진은 차가운 얼굴로 덤덤히 말했다. 평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윤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서예진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

“출발하자.”

서예진은 마치 택시를 탄 승객처럼 말없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윤정호는 몇 번이나 거울을 통해 서예진을 힐끔거렸다. 이번에는 진짜 화난 듯했다.

예전이었다면 어제 그릇을 깼을 때 서예진은 소리를 듣고 헐레벌떡 뛰쳐나왔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오늘 아침 그와 화해하려고 먼저 말이라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예진은 오늘 그들이 어제 남은 음식을 먹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윤민재의 뺨까지 때렸다.

윤정호는 어제 현관문을 열었을 때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서예진의 쓸쓸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글로브박스 안에서 케이스 하나를 꺼내더니 신호 대기 중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서예진을 향해 케이스를 던졌다.

눈을 감고 있던 서예진은 난데없이 뭔가 날아오자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미쳤어?”

결혼한 지 5년, 서예진은 5년 동안 윤정호를 견뎌왔다.

자신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윤정호의 태도에 서예진은 이미 질릴 대로 질렸다.

윤정호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건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기념일 선물이야. 그런데 지금 나한테 미쳤다고 한 거야? 어제는 나한테 성묘 어쩌고 문자를 보내놓고 오늘은 죽상을 하고 있고. 결국은 나한테서 사과받고 싶은 거 아니었어? 그래서 이렇게 사과하잖아. 대체 뭐가 또 불만인 건데?”

신호가 바뀌어 윤정호는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멈추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서예진은 거울을 통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는 윤정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윤정호는 뭐가 그렇게 기분 나쁜 걸까?

‘내가 언제 사과하라고 했어? 왜 매번 멋대로 내 생각을 추측하고 또 그걸 핑계로 나를 비난하는 건데?’

서예진은 추궁하기도 귀찮아서 시선을 내려뜨린 채 무심한 표정으로 케이스를 열어봤다. 안에는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비록 다이아몬드는 반짝이며 빛났으나 전혀 특별할 것 없었다.

서예진은 그 반지를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주얼리 브랜드인 트루러브에서 포기한 모델로 출시되자마자 여러 문제로 급히 판매가 중지되었고, 길에 버려도 아무도 줍지 않을 반지였다.

그와 반대로 어제 영상에서 최민영이 끼고 있던 그 반지는 트루러브에서 최근에 출시한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을 상징하는 반지였다.

지난 5년 동안, 윤정호의 변덕이 죽 끓듯 했던 이유, 맥락 없이 기분이 바뀌던 이유는 일이 바빴기 때문도, 업무 스트레스 때문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선물을 주지 않았던 이유도 윤정호가 말한 것처럼 그가 낭만을 모르는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윤정호는 단지 서예진을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다.

탁.

서예진은 케이스를 닫은 뒤 대충 옆에 던져놓았다.

트루러브에서도 버린 반지는 서예진도 원치 않았다.

공동묘지까지 5km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윤정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 벨 소리가 아주 익숙한 게 분명했다.

그는 서예진을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의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하지만 오늘은...”

상대방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차갑게 굳어있던 윤정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달랬다.

“알겠어. 금방 갈게.”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윤정호의 모습에 서예진은 의아했다.

그녀는 팔짱을 두른 채 윤정호가 어떤 기막힌 말을 할지 기다렸다.

윤정호는 이내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회사에 가봐야겠어. 너 혼자 다녀와.”

서예진은 휴대폰 화면에 뜬 최민영의 이름을 보았다.

여자 때문에 자기 친부모님도 뵈러 가지 않는다니, 참 대단한 사랑꾼이었다.

서예진은 대놓고 비아냥댔다.

“인적 드문 이곳에 나를 혼자 버려두려고? 그러면 나는 당신 부모님 묘지까지 걸어가야겠네? 윤정호, 오늘 우리는 당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거야. 회사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렇지. 심지어 오늘은 설날인데 회사 일이 당신을 낳아준 부모님보다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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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24화

    사실 따지고 보면 윤정호는 심수안을 구해주었고 서예진은 심수안의 엄마로서 당연히 그를 보러 가야 했다.그러나 서예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그녀가 최민영과 얽히게 된 건 모두 윤정호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윤정호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이 생겼을 리가 없었다.심수안은 서예진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몸을 돌려 윤민재에게 말했다.“아저씨는 나를 구해줬으니까 내가 가서 감사 인사를 해야 해. 내가 갈 거야.”윤민재는 계속해 애처로운 눈으로 서예진을 바라봤으나 서예진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수안이랑 같이 가. 나 대신 수안이가 갈 거야.”윤민재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심수안과 함께 자리를 떴다.일주일 뒤, 심도윤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그가 눈을 뜬 그날 서예진은 곧바로 그를 찾아가서 그의 병상 앞에서 한바탕 목 놓아 울었다.심도윤은 겨우 손을 들어 서예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왜 울어요? 이렇게 살아남은 게 기적인데.”심도윤은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그 한 달 동안 서예진은 지극정성으로 그를 돌봤다.사실 옆 병실에는 윤정호가 외롭게 홀로 누워 있었고 윤민재가 서툰 손길로 그를 간호했다.윤정호는 이따금 서예진이 물건을 들고 지나가거나, 심도윤을 부축하여 그가 천천히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을 보았다.그제야 윤정호는 서예진이 겨우 목숨을 건지고 홀로 병원에서 지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뼈저리게 깨달았다.모두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서예진이 그의 병실 앞을 지나가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기 있었던 거야?”윤정호는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허탈하게 웃었다.그는 그동안 서예진이 일부러 벌을 주려고 자신을 무시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그녀는 그를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윤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서예진이 물이라도 건네주려 윤정호의 병실에 들렀을 때는 텅 빈 침대만 남아 있었다.그가 어디로 갔는지 서예진은 굳이 알아보지 않았다.심도윤이 퇴원하는 날,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23화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하객들은 급히 도망쳤다.사회자는 겁을 먹고 의자 아래로 몸을 숨겼고, 심도윤은 괴로운 표정으로 서예진을 끌어안았다.고개를 숙인 서예진은 심도윤의 복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창백해진 얼굴로 서둘러 사람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다.조금 전 달려든 사람이 두 명이었던 걸 떠올린 서예진은 황급히 심수안을 바라봤다.심수안은 큰 체구의 남자가 감싸고 있었고 경비원은 범인을 제압한 상태였다.모자를 벗겨 보니 오랜만에 보는 최민영의 얼굴이 보였다.최민영은 제압당한 상태에서도 광기 어린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다 죽여버릴 거야!”최민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경비를 거칠게 밀쳐내고 테이블로 달려가 술병 하나를 집어 들더니 불이 붙은 숯 위에 술병을 던져버렸다.펑!순간 불길이 치솟았다.경비원도 더는 최민영을 제지하지 않고 다들 각자 살겠다고 도망쳤다.서예진은 거의 의식을 잃다시피 한 심도윤을 부축하며 힘겹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며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심도윤이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예진 씨... 어서 가요.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그러나 서예진은 이를 악물고 심도윤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심수안을 데리러 갔을 때 그녀는 그제야 심수안을 지켜주었던 큰 체구의 남자가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걸 보았다.그 남자는 바로 윤정호였다.윤정호는 심수안을 품에 안은 채 피에 젖은 얼굴로 서예진이 있는 쪽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그는 한 손으로 심도윤을 들어 올리고는 서예진을 향해 소리쳤다.“빨리 가!”그렇게 윤정호는 두 사람을 둘러멘 채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런데 문 앞에 도착한 순간, 머리 위 간판이 떨어지며 윤정호의 두 다리를 그대로 짓눌러버렸다.서예진은 심수안과 심도윤을 안전한 곳에 내려놓은 뒤 서둘러 돌아가 필사적으로 윤정호를 밖으로 끌어냈다.겨우 그를 밖으로 끌어내서 힘이 다 빠진 순간 윤정호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22화

    심도윤은 믿기지 않는 것인지 서예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서예진은 손이 조금 아팠지만 그보다 웃음이 먼저 나와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도윤 씨는 수안이처럼 힘이 세네요.”평소에는 한없이 침착하던 그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손을 놓았다. 심도윤은 서예진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고 호호 불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기쁨이 가득했다.결혼식은 두 달 뒤로 정해졌다.두 사람은 실행력이 좋은 편이었으나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그래서 심도윤은 아예 당분간 일을 그만두고 서예진과 함께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심도윤과 함께 결혼 준비를 하면서 서예진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윤정호와 결혼했을 때는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진행되었고, 세세한 부분들은 웨딩 플래너가 알아서 결정했기에 두 사람의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물론 그때 윤정호는 그런 것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기도 했었다.결혼식 현장은 서예진의 취향에 맞춰 준비되었고, 와인과 디저트는 심도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두 사람은 각자 맡은 바를 착실히 준비해 나가기 시작해 한 달 만에 거의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청첩장을 보낼 때가 되었을 때 심도윤은 망설임 없이 친척과 지인들을 모두 초대했다. 그가 청첩장들을 앞에 가득 쌓아두고 있을 때 서예진의 앞에는 청첩장이 한 장도 놓여있지 않았다.“예진 씨, 예진 씨 가족은요?”심도윤은 그제야 자신이 서예진과 가족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그녀에게 아픈 과거가 있는 건 아닐까?심도윤은 죄책감이 들어 마음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앞으로 예진 씨한테는 내가 있잖아요. 내 가족이 예진 씨 가족이에요.”서예진은 마음이 따뜻해져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저희 친부모님은 저를 버렸거든요. 그래서 정이 없어요.”그 도시에서 서예진은 윤정호만 바라보며 살았기에 친구도 없었다.결국 고민하던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21화

    서예진은 미소를 거두고 손가락을 빼내며 덤덤히 말했다.“나는 이미 결혼한 몸이야.”윤정호의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그의 얼굴에 서운함이 스쳐 지나갔다.심도윤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서예진이 마음을 단단히 먹었음을 확신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수안을 데려갔다.“얘기 나누세요.”잠시 뒤, 심도윤은 담요 하나를 가져와 서예진의 어깨에 덮어주며 조용히 덧붙였다.“너무 늦게까지 얘기하지는 말아요. 밖에 추워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예진의 어깨를 토닥였고, 서예진은 알겠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심도윤의 손등을 두드렸다.두 사람은 마치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서로를 대했다.그것은 윤정호가 꿈에도 바라던 평온한 일상이었으나 지금 서예진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은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밤은 더 고요해졌다.윤정호는 적막을 견디지 못했다. 그에게 고요함은 마치 사형 선고 전의 마지막 정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예진아, 아직도...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거야?”서예진은 윤정호를 바라봤다. ‘용서?’사실 그녀는 일찌감치 윤정호를 용서했다. 그리고 이제 더는 그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정호 씨,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나는 정호 씨를 미워하지 않아. 그리고 앞으로 내가 정호 씨를 사랑하게 될 일은 없을 거야. 예전처럼 정호 씨 곁을 맴돌 일도 없고.”윤정호는 곧바로 서예진의 말허리를 끊었다.“내가 네 곁을 맴돌게. 걱정하지 마. 네가 편히 지낼 수 있게,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윤정호를 바라보는 서예진의 눈빛에 실망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마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을 바라보듯 그를 바라봤다.“정호 씨, 내 말 이해하지 못하겠어? 지금 내게 정호 씨는 길가의 개미나 새들과 다를 바가 없어. 내 인생에 정호 씨 자리는 없다는 얘기야. 당신이 매일 민재를 데리고 이곳에 온다고 해도 내 대답은 변하지 않아. 정호 씨, 이제는 정호 씨 인생을 살 때도 됐잖아. 여기서 계속 서성거린다고 해도 당신이 얻을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20화

    심도윤은 서예진의 남편으로서 윤정호에게 경고했다.“앞으로는 제 아내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차에 올라탔고 서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윤정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들의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그제야 윤정호는 서예진이 정말로 자신을 떠났다는 걸 실감했다.그동안은 윤정호 본인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을 뿐이었다.서예진과 심도윤은 곧바로 이수안의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안은 심수안이 되어 그들의 아이가 되었다.법적으로 진짜 가족이 된 날, 세 사람은 직접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축하 파티를 했다.심수안은 무척 신나 했다. 예전의 소심한 모습은 사라지고 한층 밝아졌다.“아빠, 엄마!”심수안은 밝은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불렀다.서예진은 처음 엄마가 된 것도 아니었고 또 그동안 심수안이 오랫동안 엄마라고 불렀기에 매우 익숙했다.그러나 한 번도 아빠가 돼본 적이 없는 심도윤은 눈에 띄게 낯설어하면서 어색해했다.서예진은 음식을 내려놓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금방 익숙해질 거예요.”심도윤은 웃으며 말했다.“갑자기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이제는 제가 이 집을 책임져야 할 것 같아요.”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이었지만, 서예진은 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도윤 씨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이건 제 결정이니까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질 거예요. 도윤 씨는 본인만 잘 챙기면 돼요. 그리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제가 신세를 졌네요.”서예진은 정중하게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심도윤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잔을 비웠다.식사가 끝날 때쯤이 되자 세 사람은 의자에 편히 앉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이렇게 평화롭고 여유로운 밤은 아주 오랜만이었다.서예진은 이혼합의서에 사인했던 자신의 선택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렇게 자유로운 인생을

  •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제19화

    전시가 끝난 그날 밤, 심도윤은 서예진과 이수안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세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심도윤이 갑자기 서예진의 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아는 사람이에요?”서예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윤정호였다.이수안은 윤정호를 알아보고 불만스럽게 말했다.“저 이상한 아저씨는 전에도 한 번 찾아와서 엄마를 귀찮게 했었어요.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용서해달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또 남자아이도 한 명 있었는데 성격이 엄청 못되고 예의도 없었어요.”이수안은 어린아이라 잘 알지 못했으나 심도윤은 아이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혹시 전남편이에요?”서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인 울분이 치밀어오른 탓인지 그녀는 순간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녀가 윤정호를 알게 되고부터 배신당한 것까지 전부 말이다.이야기를 이어가던 서예진은 끝내 휴지를 움켜쥔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뒤에 있던 윤정호는 그 모습을 보고 움찔했지만 심도윤이 경고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자신은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자리에 앉아 멀리서 파르르 떨리는 서예진의 어깨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함께 살았을 때도 그는 그런 울음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었다.그가 화를 내면 서예진은 슬퍼하며 홀로 드레스룸 안에 들어가 눈물을 삼켰다.한때 그를 짜증 나게 했던 울음소리가 지금 떨리는 그녀의 어깨와 겹쳤다.윤정호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그를 향한 서예진의 사랑은 윤정호의 무심한 태도에 서서히 닳아 없어졌다.윤정호는 마음이 아팠고 또 괴로웠다.교통사고를 당해서 철근이 몸을 관통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아팠다.그제야 그의 머릿속에 그가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절체절명의 순간, 최민영은 윤정호를 방패막이처럼 이용했고 서예진은 그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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