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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망우초
서예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정말 분위기 깨는 남자네.’

곧이어 발소리가 들려왔다. 윤정호는 빠르게 드레스룸 쪽으로 걸어오더니 텅 빈 드레스룸을 보고는 말문이 막혀서 따져 묻지도 못했다.

그는 이내 차갑게 웃으며 비아냥댔다.

“이번에는 새로운 수법을 쓰려고? 오늘 퇴원하는 날이면서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내가 미안해하길 바란 거야? 짐까지 싸는 걸 보니까 가출이라도 하게? 네가 세 살짜리 애야? 뭐든 적당히 해야지. 자꾸 이런 유치한 짓을 할래?”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은 서예진은 말없이 윤정호를 바라보다가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얘기 끝났어?”

그 말에 윤정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예진을 쳐다봤다. 갑자기 그녀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최민영을 보았을 때도 서예진은 별말 하지 않았고 심지어 묻지도 않았다.

예전에 서예진은 윤정호가 다른 여자와 조금이라도 접촉하면 꼭 한 번은 물어봤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최민영 때문에 윤정호와 크게 다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태연한 거야? 그래. 이건 새로운 수법이 분명해!’

윤정호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서예진을 바라보며 헛소리를 지껄였다.

“서예진, 너 정말 변했어. 예전에는 조금 귀찮긴 해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귀여운 구석조차 없어.”

서예진은 평온한 얼굴로 윤정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되물었다.

“귀여운 구석? 내가 당신이 저지른 짓들을 전부 참고 넘겼던 거 말이야?”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뒤끝이 왜 이렇게 길어?”

윤정호는 대단한 증거라도 발견한 듯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서예진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스케치를 정리했다.

윤정호는 그걸 보고 자신이 정곡을 찔렀다고 착각했다. 그는 서예진은 자신을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다.

“화 풀리면 그때 다시 얘기해. 나 당분간은 집에 안 돌아올 거야.”

윤정호는 정말 일주일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덕분에 서예진은 마음 편히 지내면서 느긋하게 짐들을 정리했다.

며칠 후, 한때 뭐가 많던 집에는 소파 하나와 의자 하나만 남았다.

공교롭게도 둘 다 최민영이 자랑하던 것과 같은 것들이었다.

지난번에 휴대폰이 고장 난 이후로 서예진은 새 휴대폰을 사지 않았다. 그녀는 보름만 더 버틴 뒤 완전히 새출발을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챙겨가서 바자회에 내놓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을 선택했다.

장사가 꽤 잘되고 있을 때 멀리서 낯익은 세 사람이 다가왔다.

최민영이 일부러 놀란 척했다.

“예진 씨, 여기서 뭐 해요? 이건 다 뭐예요?”

윤정호는 서예진이 또 무슨 짓을 벌이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가 파는 물건들을 보고는 눈빛이 달라졌다.

“서예진, 이건 우리 물건이잖아. 왜 이것들을 파는 거야?”

윤민재도 그 점을 알아채고 빼앗아 가려고 했다.

“이건 내 자동차 장난감이잖아!”

그러나 윤민재가 그걸 집어 가기 전에 서예진이 윤민재의 손을 누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네 자동차 장난감이 아니라 내가 산 자동차 장난감이야. 그리고 이건 내가 산 기념품이고, 이건 내가 산 액자고...”

서예진은 하나하나 읊어준 뒤 윤정호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언제는 내가 산 것들이 다 촌스럽다고 싫어했잖아. 그래서 좋은 일도 할 겸 좀 팔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윤정호는 눈앞의 서예진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옆에 있던 조금 더 큰 액자를 보더니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이건 우리 결혼사진을 넣어둔 액자잖아. 우리 결혼사진은 어쨌어?”

서예진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더니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게 있었어? 이거 원래 비어 있던 거 아니었어?”

“서예진, 적당히 해!”

최민영은 윤정호가 서예진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는 게 못마땅해서 일부러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서예진에게 말했다.

“예진 씨, 오해하지 말아요. 정호 씨는 가정이 파탄 나는 걸 원치 않아서 그러는 거예요.”

서예진은 내연녀인 최민영이 뻔뻔하게 굴자 기가 막혔다.

“정말 가정이 파탄 나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면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가 자기 팔에 팔짱을 끼게 놔두지는 않았겠죠.”

그 얘기를 하자마자 윤정호는 재빨리 최민영의 손을 뿌리쳤다.

그사이 서예진은 빠르게 물건을 챙긴 뒤 질린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보며 말했다.

“덕분에 장사를 망쳤네요. 두 사람은 사이좋게 알콩달콩 산책이나 계속해요. 저는 다른 곳에 가서 물건을 팔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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