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환은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천천히 말했다.“저 임수환은 은퇴한 지 4년이나 넘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취미는 바로 산속에서 경을 읽고 수련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어떤 겁도 없는 놈이 한 번 또 한 번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건드렸죠.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그저 성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 누구와도 충돌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도발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자리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대표해서 발표하겠습니다. 우리는 CY그룹과 끝장을 볼 겁니다! 우리는 김세자와 끝장을 볼 겁니다! 우리는 김예훈과 끝장을 볼 겁니다!”임수환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만여 명의 조폭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고, 그 살기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눈앞의 광경을 본 관객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나섰으니, 누가 감히 그들과 맞서 싸우겠는가?그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 임씨 가문을 건들려는 자에게는 반드시 비참한 최후가 주어질 것이다!“어르신, 이제 10분 있으면 장례식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CY그룹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이때, 여문성이 임수환 곁으로 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수환은 살짝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얼굴을 보였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조폭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임윤이 앞으로 나서고는 말했다.“어르신, 만약 CY그룹 사람들이 관을 들으러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임수환은 실눈을 뜨더니 한참 지난 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때면 CY그룹을 제대로 밀어버리지! 그리고 전체 성남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알겠습니다! 꼭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임윤이 살기 어린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그는 동북을 휘어잡은 조폭의 우두머리였다.그들은 잔말 말고 바로 손을 쓰는 것이 특징이었다.임윤에게
“그럼 어르신께 해마다 이런 좋은 일이 생기시길 바랍니다!”관을 들던 두 사람이 말했다.“뭐?”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장례식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임수환의 아들이 해마다 한 명씩 죽으라고 저주하는 게 아닌가?“어르신! 저 녀석들이 너무 건방진 것 아닙니까? 더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가서 CY그룹을 밀어버리겠습니다!”임윤이 싸늘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감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도발하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다른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직계 자제들도 모두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그들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자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가문에서도 가장 권세 높은 임수환을 저주하는 자가 있었으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죽어! 김세자도 죽어!”“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려!”“저 두 놈이 감히 어르신을 저주한 거야?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죽여! 지금 바로 죽여!”조폭들이 이를 악물더니 분노의 얼굴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하하하! 너무 재밌네! 너무 재밌구먼! 지금의 젊은이들이란, 하하하...”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임수환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전쟁터를 누볐던 사람으로서, 특히나 리카 제국 군부의 유일한 한국 소장으로 된 후, 그 앞에서 이렇게 건방을 떠는 사람을 처음 본 것이다.‘살다 살다 이런 일이 다 있네.’“두 사람 정말 무서울 정도로 무식하구나?”임수환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미치지 않은 이상, 임수환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관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바로 이때, 관을 들던 사람이 말을 이어갔다.“임수환 씨, 이 관은 고문님께서 직접 고르신 겁니다. 그리고 이 관은 워낙 낡아서 임수환 씨 신분에 걸맞다며 말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너!”겨우 분노를 참았던 임윤은 어금니를 깨
임수환은 차가운 얼굴로 떠나가 버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장례식을 계속해, 아들을 보내줘야지!”“상주에게 인사를 시작하겠습니다!”“분향을 시작하겠습니다!”“영정 앞에 두 번 절을 시작하겠습니다!”“상주에게 다시 한번 맞절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향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과거의 제왕들도 이런 예우를 받진 못했을 것이다.“어르신, 지금 하관해도 되겠습니까?”여문성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급해야 할 것 없어. CY그룹 임원들이 반드시 관을 들게 할 거야! 그리고 김세자와 김예훈 두 사람도 순장해야 해! 이제 가자꾸나. 우리를 도발하는 사람이 있으니 같이 놀아줘야!”“CY그룹을 평정하자!”“김세자를 잡자!”현장에 있던 만 명의 사람들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모두 분노가 끓어올랐다.이 광경을 목격한 성남 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집안의 가게를 모두 닫게 했고, 집에서 단 한 발짝도 나서지 말라며 당부했다.도발에 넘어간 임수환은 성남을 제대로 피바다로 만들 생각이었다.게다가 그는 리카 제국 사람이었기 때문에 외교 면책특권이 있었다.그는 한국에서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조례에 따르면 그는 리카 제국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에서 워낙 큰 권력을 쥐고 있었기에 그는 아주 높은 가능성으로 무죄로 석방될 것이다.그래서 임수환은 두려운 것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그들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타깃이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이 일에 얽히게 된다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곧이어 현장에 있던 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뒷산으로 빠져나갔다.그들은 장례식을 참가하러 왔지, 목숨을 바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말이다.그래서인지 임수환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그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임수환이 손을 휙 젓더니 그의 수하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이때, 계속 말이 없던 방여가 갑자기 구석에서 걸어 나오더니 묘지
김예훈은 낡은 관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 임수환 씨가 스스로 들어가서 누우면 되겠네요. 서로 힘도 아끼고 좋잖아요.”“하하하...”임수환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관을 두 개 준비했는데, 김세자가 바로 김 고문이었다니, 그럼 관 하나로도 충분하겠네. 하지만 난 당신과 생각이 달라. 당신이 스스로 들어가서 누울 필요도 없어, 내가 당신을 관에 던져버릴 테니까.”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젊어서 관에 들어갈 날이 아직 멀었어요. 그리고 둘 중 하나가 꼭 죽어야 한다면 임수환 씨가 죽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쨌든 이 세상의 평화는 내가 지켜야 하니까요!”김예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당신...”임수환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말싸움으로 그는 김예훈을 영원히 이길 수 없을 것이다.그는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겨우 진정하고는 말했다.“김세자, 하나만 물을게. 내 양아들과 수하였던 3대 병장을 죽인 사람은 누구야?”박인철이 걸어 나오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접니다. 하지만 당신 같은 쓰레기는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어요.”박인철은 마치 하찮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그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그는 당도 부대의 무신이자 경기도 4대 무신 중 서열 1위였다.임수환의 신분이 가장 높았을 때도 겨우 리카 제국 국방부의 유일한 한국인 소장이었으니 말이다.박인철이 죽인 리카 제국 국방부 소장은 최소 여덟 명은 될 것이다.그래서 임수환은 박인철의 신분은 알 자격이 없는 건 맞았다.“재밌네. 이렇게 건방진 젊은이는 오랜만이야. 용기는 대단해. 하지만 당신들이 겨우 네 사람으로 우리를 막으려 해?”임수환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박인철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미안합니다만 대표님께서 나서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 혼자면 충분하죠!”“무엄하도다!”임수환의 뒤에 있던 임윤은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그는 곁에 있는 몇 명의 홍
놀랍다!지금 이 순간, 임수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숨을 헉 들이켰다. 이 사람은 너무도 강했다. 다들 임윤이 동북의 조직 보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실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부하들도 다 이 바닥을 휩쓸고 다닌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3초 만에 쓰러졌다. 그제야 임수환은 알게 되었다. 김예훈 옆에 이런 고수가 있으니 전의 3대 장병도 순식간에 죽은 것이다. 눈앞의 이 사람은 확실히 강했다. 임수환은 이 사람이 앞으로 무신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임수환의 머릿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두 사람은 현재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박인철이 무신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해도, 혹은 그가 진짜 무신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 “당신이 강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 뒤에는 만 오천 명이 있어. 얼마나 죽일 수 있을 것 같나?”임수환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강한 무신이라고 해도 얼마나 죽일 수 있겠는가. 이때 갑자기 방여가 걸어 나와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어르신, 제가 나서겠습니다.”사람들의 시선이 방여에게로 집중되었다. 임수환의 부하인 제1장병이 현재 하얀 옷을 입고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야수처럼 번뜩이며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매우 흥분하고 격동한 기분인 것 같았다. 쿵. 무서울 정도로 무거운 기운이 그의 주변에서 쏟아졌다. 지금은 발아래의 낙엽과 먼지마저 그 진동에 밀려 나갔다. 심지어 어디선가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다들 전설 속의 죽음의 신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전쟁터에서 살아있는 죽음의 신으로 불리는 그는 이미 10여 년 동안 싸워보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고 있었다.제1장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올라간 자리였다. 방여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동작은 매우 느렸지만 한 발자국에 수십 미터를 건너뛰었다.
조직의 사람들이 언제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겠는가!그들은 모두 표정이 굳은 채 이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너무도 갑작스럽게, 신비롭게 나타난 사람들이니 보통내기가 아닐 것이다.“용의 부대? 그게 어때서?”임수환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나도 특종 부대 출신이라는 것을 잊은 건가? 이 사람들이 다 장병이라고 해도 다 죽일 수 있다. 다 덤벼라! 우리는 만 오천 명이다. 저 20명이 두려운가? 숫자로 밀어붙여라!”조직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바로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임수환의 말이 맞았다. 고작 20명뿐이니 그들을 다 죽일 수는 없다. “덤벼!”조직의 사람들도 같이 달려 나갔다. 20명의 용의 부대 사람들이 손의 무기들을 동시에 사용했다. 쿵쿵쿵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예훈에게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바로 무기들에 몸이 분리되었다. 게다가 사면팔방에서 군복을 입은 군대가 몰려왔다. 이 군대의 군복에는 해룡이 그려져 있었다.바로 원경훈이 직접 통솔하는 해룡 부대였다. 그들이 나서기 전에 원경훈이 이미 명령을 내렸었다.어떤 일이 있어도 그 사람들이 총사령관에 가까이하게 하지 말라고. 이 임무는 해룡부대에게 쉬운 일이었다. 어느새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덩치가 큰 사람들도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조직의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부대의 사람과는 차이가 엄청났다.하늘과 땅 차이였다....무덤 주변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곳곳에서 신음이 들려왔다.제일 중요한 건 박인철과 방여 두 사람이었다. 박인철과 방여, 두 사람의 10미터 이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쿵.미소를 짓던 방여가 발을 구르자마자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운동선수처럼 속도와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푹. 그리고 핏빛의 비수가 방여의 손에 나타났다. 방여는 그대로 비수를 앞으로 꽂았다. 이때 비수가 빛나며 앞으로 향했다. 만약 박인철이 이 비수를 맞는다면 아무리
말을 끝낸 박인철이 검을 뽑아 들었다. 챙. 검이 흰빛을 뿜어내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방여의 얼굴은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리고 손의 비수를 몸 앞으로 휘둘렀다. 쿵.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쳤다. 그리고 바로 방여가 먼저 날아가 커다란 바위에 부딪혔다. 바위는 그대로 깨졌고 방여는 입가에 피를 흘렸다.그가 일어나려는 순간, 박인철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쿵. 그리고 군화로 바로 방여의 가슴을 밟았다. “쿨럭.”방여는 반항하고 싶었지만 박인철이 그를 더욱 짓누르자 입가에 피가 더욱 많이 고여 점점 경련을 일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1장병 방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믿기 힘든 표정으로 숨을 거두었다. 전쟁에서 죽음의 신이라고 불리던 그가 그렇게 빨리, 그렇게 쉽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진정한 고수 앞에서,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놀랍다. 임수환과 다른 임씨 가문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굳어버렸다. 방여는 전설급의 장병이었다. 하지만 그가 반항할 시간도 없이 죽었다니. 그럼 박인철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이때 임수환은 왜 김세자가 경기도의 일인자인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고수가 곁에 있으니 일인자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만약 임수환에게 이런 부하가 있었다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세력은 리카 제국의 여러 구역을 뒤덮을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임수환의 사람들도 빠른 속도로 함락되고 있었다. 김예훈을 향해 돌진한 사람들은 10미터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다 쓰러졌다.시체가 계속해서 쏟아졌지만 김예훈의 10미터 반경 안에는 여전히 깨끗했다. 시체는 물론이고 핏자국도 없었다. 그러자 임수환의 사람들은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었다.스무 명의 용의 부대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무기를 들 용기도 없이 그저 도망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해룡 부대와 싸우고 있자 그제야 알았다. 그들이 진짜 고수를 만났다는 것을.해룡 부대의 군인들은 손에 아무
“실패다! 우리가 졌어!”“끝났어. 우리는 이제 끝장이야.”“어르신,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이 장면을 본 임씨 가문 방계들은 바로 절망에 빠졌다. 게다가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부하가 죽어 나가는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사면팔방에서 다가오는 해룡 부대의 군인을 보니 더욱 무서워졌다. 용의 부대는 20명 밖에 없었다. 해룡 부대도 500명 정도였다.고작 520명의 사람들이 만 오천 명을 해치우다니! 얼마나 강한 사람들인가! 임수환은 지금 절망에 빠져버렸다. 이때 무덤의 뒷산에서 갑자기 무장을 한 부대가 나타났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혼혈이었는데 얼굴이 임수환과 비슷하게 닮았다. 그는 바로 리카 제국 독사 부대에서 현재 지위가 가장 높은, 독사 부대 무신으로 불리는 임용국이었다. 임용국은 리카 제국 세자 후보자 중 하나였는데 그는 한국의 곳곳에 숨어서 리카 제국 독사 부대를 이끌고 한국의 일을 방해하고 다녔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무덤의 뒷산에 숨어있다가 임수환이 명령하면 등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수환이 지고 있는 모습을 본 임용국은 참지 못하고 사람을 데리고 등장한 것이었다. 임수환은 갑자기 등장한 임용국에 놀랐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결단을 내리고 얘기했다. “용국아, 우리를 데리고 떠나라, 얼른! 날 데리고 떠난다면 앞으로 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세자로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마!”“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네.”김예훈은 임용국이 나타난 것을 보고 흥미진진하다는 듯 웃었다.용의 부대를 데려오고, 해룡 부대를 데려온 이유가 고작 조직의 양아치들을 잡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몇 년간 한국에 숨어있는 리카 제국의 군대를 한 방에 잡는 것, 이게 바로 가장 큰 목표였다.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덕분에 리카 제국이 한국에 심어놓은 군대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김예훈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때 아직 나서지 않은 김예훈이 앞으로 나와 임수환의 앞에 있는 임용국 옆에 섰다. 그리고 웃으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