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정말로 죽었다!인도의 정예 인원들은 놀라서 흥분하지도 않았고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지도 않았다.김예훈을 보는 그들의 눈에는 오직 공포심만이 남았다. 끝없는 공포심이 블랙홀처럼 그들의 감정을 지배했다.태권도 3 대장, 8대 천왕, 이런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버렸다.게다가 김예훈의 수법도 간단했다.무슨 필살기나 무술을 사용해서 이 사람들을 죽인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은 그저 간단하게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뺨을 쳤다. 뺨 한 대로 이런 고수들을 죽인 것이다.이 뺨 한 대가 도대체 얼마나 강하길래!!인도 정예 인원들은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마치 깨어나지 못하는 악몽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그들은 사람이 많아 수적 우세인 데다 총까지 들고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김예훈에게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김예훈은 그저 여유롭게 종이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며 얘기했다.“다 꿇어서 항복하면 죽이지는 않을게.”꿇어서 항복해?백여 명의 인도 정예 인원들은 바로 피를 토하고 싶었다.그들은 다 인도에서 퇴역한 군인들로서 실력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하지만 그들은 현재 잔뜩 겁을 먹은 채 김예훈과 싸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게다가 김예훈이 그들에게 꿇으라고 하다니.김세자는 너무 허세가 가득하고 너무 막 나가는 사람이었다.이렇게 사람에게 수치를 주다니!“죽여라! 죽여서 안 사장님을 위해 복수하자!”비교적 높은 직급의 정예 인원들의 눈가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먼저 나서서 얘기했다.“저 둘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 죽게 될 것이다! 박 선생님과 이 대표님이 우리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정예 인원들은 그 말을 듣고 다들 살기를 충전했다.“감히!”이번에는 박인철이 입을 열었다.박인철은 사람들이 총사령관님을 모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박인철은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눈을 빛내던 그는 재빠르게 칼을 휘둘렀다. 아까 나서던 사람들은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돌아가는 길에 정소현은 깨어났다. 정소현의 상처는 너무 심각한 것이 아니라 그냥 찰과상 정도였다.당도 부대의 군의원에서 상처를 처리한 후 많이 나았지만, 여전히 집에서 며칠 안정을 취해야 했다.군의원에서 얘기한 것은 정소현에게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당도 부대의 군의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지만, 심리적인 상처는 치유할 수 없었다.김예훈은 정소현을 데리고 프리미엄 가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정소현은 끝까지 반대하며 김예훈과의 일을 정민아와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했다.정소현은 이 얘기를 정군과 임은숙이 알게 되면 김예훈을 비판할거라고 생각했다.정소현은 사랑하는 형부를 억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정소현은 별장에서의 일을 묻지도 않았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 나온 것인지도 묻지 않았다.그녀는 본인과 형부가 무사히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김예훈은 정소현에게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를 기성대학교의 기숙사로 데려다줬다.기성대학교의 기숙사는 미리 분배되었다. 정소현은 아직 개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입주 수속을 마쳤고 생활용품도 어느 정도 가져온 후였다.간단한 기숙사를 보며 김예훈은 기분이 이상했다. 처제와 같이 그녀의 기숙사에 있다니.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정소현은 그런 김예훈을 신경 쓸 사이도 없었다. 고통을 참으며 샤워를 마친 정소현이 씻고 나오자 향긋한 향기로 가득했다.김예훈도 욕실로 들어가 몸의 피 냄새를 흘려보냈다.김예훈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정소현은 저도 모르게 김예훈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김예훈은 매우 잘생긴 편은 아니었으나 선이 굵었고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었다.중요한 것은 김예훈의 몸매가 꽤 좋았다는 것이다. 보기에 매우 매끈했는데 그의 몸에 있는 칼자국과 총알 자국을 보면 정소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저렸다.정소현은 정씨 가문에서 가장 김예훈의 과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욱
“뭐래!”김예훈이 무서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쪼그마한 녀석이 공부나 하지. 결혼 같은 소리는 나중에 해! 남자친구라도 생기면 네 언니가 널 때리기 전에 나부터 널 혼낼 거야!”“형부, 진짜 절 때리시게요?”정소현이 가볍게 웃었다.“형부가 절 어떻게 때려요. 이렇게 절 잘 대해주면서. 게다가 오늘 형부가 아니었으면 전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정소현이 별장으로 납치되어 가자마자 김예훈은 박인철을 데리고 쳐들어온 덕분에 정소현은 나쁜 일을 겪지 않았다.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나를 탓하지 않으면 돼. 일은 다 나 때문에 일어난 거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지.”정소현은 조용해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형부, 만약에 말이에요, 만약에... 만약 내가 처제가 아니어도 저한테 잘해줬을 거예요?”정소현은 조그마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물었다. 머리는 작아도 궁금증은 산더미였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김예훈은 그녀를 밉지 않게 흘겨보며 얘기했다.“네가 내 처제라는 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야!”말을 마친 김예훈은 또 입을 열었다.“됐어. 그만하자. 오늘 피곤할 테니까 쉬어. 나도 잘게.”정소현은 살짝 억울했다. 잔다는 것은 그저 핑계인 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정말 김예훈의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정소현은 멈칫거리고 그제야 알았다.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뭐든 잘 해낼 것 같았던 형부는 사실 오늘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게 분명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소현은 침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달빛 아래의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조심스레 김예훈 곁으로 온 그녀는 손을 뻗어 김예훈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잠시 멈칫거린 후, 김예훈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고마워요, 형부. 형부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담담하게 한숨 섞인 말을 내뱉은 정소현은 달빛을 맞으며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음은 더욱 복잡해져갔다....같은 시각. 성남 골드코스
“맞다, 8대 천왕 중의 도천후 님이 직접 오시다니. 그분은 거의 무신 급의 실력자잖아요! 이렇게 강한 사람들이 여럿이나 오니, 김예훈은 무조건 죽겠군요.”곽영현은 와인을 마시며 웃음을 지었다.어제저녁 안재석을 설득해 손을 쓰게 만든 후, 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안재석의 주변에는 이런 강자들이 매우 많았으니, 김예훈이 감히 어떻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그가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해도, 그가 어떻게 안재석의 상대가 되겠는가.“정말 잘됐네요! 정말이에요!”소한미는 흥분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분이 좋아 죽을 것 같았다.“죽었으면 좋겠네요. 기관의 고문일 뿐이잖아요. 설마 김예훈이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해도 그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앞에서 나대겠어요? 경기도 김씨 가문은 이미 망했으니 과거의 김세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 진주의 도련님들 앞에서 자기 주제도 모르고, 분수도 모르고 우리와 대드는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 다음 생에는 제발 분수를 알고 잘 기어다녔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오래 살죠.”소한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곽영현도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곽영현의 손에 죽었다. 김예훈을 위해 이렇게 많은 공을 들였으니 김예훈은 죽더라도 영광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때 소한미가 애교를 부리며 얘기했다.“영현 도련님, 얼른 전화해서 물어봐요. 김예훈이 어떻게 되었는지! 사진이라도 있으면 재밌잖아요. 저를 만족시켜 주시면 오늘 저녁 제가 영현 도련님을 만족시켜 드리죠!”소한미는 이런 곳에 파트너로 자주 등장하지만 그녀를 정말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그녀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노인네들이었다.곽영현도 소한미에게 흥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의 별명이 블랙 위도우여서 곽영현은 줄곧 소한미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소한미가 이런 말을 하니 원래 아무 생각이 없던 곽영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소한미
이윽고 곽영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재미있어, 정말 흥미진진하네. 안재석마저 넘어뜨리다니. 그렇다면 김예훈이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는 사실은 확실해졌군.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자격으로 감히 안재석을 상대할 수 있겠어?”생각에 잠긴 곽영현과는 달리 소한미는 화가 치밀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곽 씨 골동품 가게에서 자기 체면을 깎아내린 사람이 전설 속의 김세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그가 진짜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 한들 이제 와서 복수를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견청룡은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우고는 웃으며 말했다. “영현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번에 성남에 큰 볼거리가 있다고 저를 초대하더니 설마 이렇게 막을 내리는 건 아니겠죠?”곽영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순 없죠.”“너 이리 와 봐. 가서 이대정한테 전해. 당신의 사람들이 김세자의 손에 다 죽었다고.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입에 올리던 김예훈이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말이야.”“그뿐만 아니라 조직과 무법지대의 수법들이 김세자한테는 무용지물이니 혹시 기영 님께서 나서주실 수 있겠습니까?”백기영이 답했다.“대전 사람인 내 방식이 성남에서 통할지 모르겠네.”역시, 대전 백씨가문의 백기영은 대전의 일인자로서 남다른 기운이 있었다. 적어도 그의 방식은 아무나 쉽게 내세울 수 없는 방식이었다. 곽영현은 한 묶음의 자료를 백기영의 앞에 꺼내 놓으며 말했다.“이것은 진주의 4대 명문가와 대전 백씨 가문의 계약서예요. 얼마 안 돼요. 2조쯤 될 겁니다. 기영 님과의 초면 인사라 생각해 주세요. 만약 기영 님께서 저를 도와 위아래도 모르는 김세자를 해결만 해주신다면 계약금 뒤에 동그라미 하나를 더 붙여드리지요.”백기영은 계약서를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김예훈, 즉 전설 속의 김세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곽영현 때문만이 아니었다. 김청미! 그 여인 때문이기도 했다. 김청미가 침이 마르도록 입에 올리던 그 남자가
김예훈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어떤 신분이요?”“김세자라는 신분이요!”그 말을 들은 김예훈은 웃음이 났다. “그들이 김세자라는 신분도 알아내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면 여러분들은 너무 상대를 얕잡아 보셨네요.”하은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가끔 잊고 있었다. 김세자라는 신분조차도 단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신분이라는 것을. 그의 진짜 신분은 전설이니까!“김 대표님, 다른 일이 더 있습니다. 저희 CY그룹 상장에 대한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장할 시기를 정해야지 않을까요?”이번에는 송준이 한 묶음의 자료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자료를 훑어보더니 말했다.“그래요. 절차대로 진행하죠. 때가 되면 명문가와 대기업의 사람들을 저희 상장의식에 되도록 많이 초대하죠. ”“네!”...그 후 한동안은 김예훈에게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복수를 꾸미는 징조도 없었고 전설 속 청별 그룹의 이대정마저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멋대로 날뛰던 곽영현조차 종적을 감췄다. 3일 뒤, 프리미엄 가든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의 뒤로 쨍쨍한 목소리가 들렸다.“형부!”정소현이 폴짝폴짝 뛰어와서 김예훈의 팔을 감싸 안았다.“언니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나랑 놀아 줄 시간도 없다는데, 혹시 형부는 오늘 저녁 시간 돼요?”며칠 사이, 로열 가든 그룹에서는 정민아가 눈여겨 둔 땅을 성공적으로 손에 넣으면서 사업이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이 때문에는 그녀는 일찍 나가서 늦게 퇴근하곤 했기에 김예훈 역시 그녀를 못 본 지 한참 됐다. 반면 3일간의 휴식을 마친 정소현의 모습은 거의 회복된 듯했다. 비록 며칠 사이에 조금 야위긴 했지만, 그 모습이 훨씬 이뻐 보였다. 더욱이 오늘 그녀가 입은 검은색 치마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짝 다가선 그녀에게서는 소녀들만의 청춘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다른 볼일이라도 있어?”김예훈은 오른손으로 정소현에게
정소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학생회에 가입한 첫날인데 파티에 가지 않는다면 예의가 없는 거죠. 제가 혼자 가기에는 아직은 낯설고 무섭기도 할 수 있으니까 파트너도 동반해도 된다고 했으니, 형부랑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맛있는 것도 엄청 많다고 하니 형부도 무조건 좋아할 것 같아요!”정소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맛있는 음식으로나마 김예훈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김예훈은 심드렁해하며 물었다.“결론적으로 내가 가든 안 가든 어차피 너는 무조건 가겠다는 거지?”정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역시 형부는 똑똑하다니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 거니까 형부는 더더욱 저랑 함께 가주셔야죠! 혹시라도 저 혼자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형부는 언니에게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자, 됐고. 그렇다면 이번 일은 언니는 물론 부모님조차 몰라야 해!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늘 밤 12시 전에는 무조건 집으로 가야 해. 당연히 술도 마시면 안 돼! 내가 쭉 지켜볼 거니까.”정소현은 기뻐 날뛰며 대답했다.“형부 말대로 할게요!”그녀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기에 이번 파티에도 무척 흥미가 있었다.김예훈은 울며 겨자 먹기로 파티에 입고 갈 옷으로 갈아입었다. 반 시간 후, 김예훈과 정소현은 프리미엄 가든 로비로 내려왔다. 그 순간 포르쉐 파나메라 한 대가 들어왔고 차는 김예훈과 정소현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 이윽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늘씬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 역시 검은색 치마를 입었지만, 치마가 타이트한 나머지 그녀의 매끈한 복근이 잘 비쳐서 전반적으로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매혹적인 몸매와 여신급 미모를 겸비한 그녀이기에 행인들마저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녀의 차가운 모습에 많은 남성들은 다가서기 어려워했다. 정소현은 김예훈을 끌어당기며 그녀를 향해
이 모습을 본 차문설은 달갑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어차피 함께 왔으니 손님이라 여기면 되지. 얼른 차에 타!”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문설은 김예훈을 한번 훑어보고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예훈은 비록 파티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긴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만 보면 누가 봐도 가난뱅이였다! 이런 꼴로 파티에 간다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세자와 도련님들 사이에 어울릴 수 있겠는가? 그보다 정소현에게 관심이 있는 요한 도련님과는 더욱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백요한, 훤칠한 키에 잘생긴 그의 외모는 마치 연예인 같았다. 그보다도 그의 가문은뛰어난 명문가로서 그는 대전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다. 그의 친형은 바로 대전 백씨 가문의 세자 백기영이다!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든 무릎을 꿇게 만드는 군주다운 존재였다!소문에 의하면 백요한이 이번에 성남에 온 이유는 성남시장에 진출하려는 백기영을 도와 곁에서 후원해 주기 위함이다. 김예훈 같은 가난뱅이는 이들에 비해 손톱에 낀 먼지보다도 못했는데 그들의 차이는 마치 하늘과 땅 같아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나 차문설은 정소현이 파티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혐오스럽고 화가 나는 마음을 꾹꾹 참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김예훈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얼른 타!”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정소현이 김예훈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는 그를 끌어당겨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탄 차문설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말했다. “소현아, 이 파나메라가 얼마짜리인지 알아? 3억이라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만져 볼 수도 없는 돈이야! 이런 차에 앉아 보는 것도 다 네 복인 줄 알아! 사람은 자기를 잘 알아야 해. 어떤 모임은 아무나 참석하는 게 아니고 어떤 사람은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정소현은 차문설이 다른 의미로 김예훈을 비꼬는 것을 알아차렸다.오히려 김예훈은 웃으며 대답했다.“차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