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 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효임은 아마도 오늘 이곳을 통으로 빌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조효임이 기껏해야 테이블을 하나 정도 예약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곳은 장사가 잘되었다. 리듬감 넘치는 노래가 들렸고 늦은 밤이 아니었지만 손님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었다.공기 중에는 술과 담배 그리고 화장품 냄새가 섞여서 처음 맡으면 구역질이 났지만, 오래 맡으면 또 기분 좋게 느껴졌고 취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조효임 등 사람들이 테이블 앞에 도착했다. 그 테이블에서는 이미 몇몇 잘생기고 이쁜 남녀들이 앉아 있었다.김예훈이 테이블 쪽으로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일본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굴러떨어져 그들의 앞에 쓰러졌다.김예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테이블 안쪽에 앉아있던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와 일본 남자를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날렸다.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우지환이었다. 그는 술병을 들어 일본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쨍그랑!”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다.그 모습을 보자 우지환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감히 내 우지환의 여자까지 희롱하다니, 죽여 버리겠어!”말을 마친 그는 손에 든 맥주를 일본 남자의 얼굴에 사정없이 퍼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멍청이 같은 자식!”“감히 내 쿠보 하루키를 건드리다니. 이제 두보 보자.”일본 남자의 말을 들은 우지환은 또 한 번 그를 걷어찼다. 그리고 조효임 등 사람들을 발견하자 눈이 반짝였다.“효임 씨, 오셨나요? 제가 효임 씨를 위해 킹 스탠더드 테이블을 예약했어요. 어때요?”그는 말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달려와 변우진과 악수를 하였다.우지환은 김예훈을 보았지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그를 무시했다.그 장면을 본 변우진은 냉정한 미소를 지었다. 김예훈을 무시하는 우지환이 마치 자기 동맹처럼 느껴졌다.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은 오산그룹의 경영진이었고 조효임과 꽤 친한 사이었다.조효임이 인기를 얻자 회사에서의 지위도 급상승했다
모든 사람들이 차례로 자리에 착석하자 현장에는 몹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자리가 모두 꽉 차서 김예훈이 앉을 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오, 우리 사업부 큰 공로자이신 김예훈 씨였군요! 여기 이렇게 서 있지 않으셨으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요.”우지환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김예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김예훈 씨, 여기가 당신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초대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여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자리가 없어요. 아니면 여기서 거슬리게 서 있지 말고 다른 데로 가는 게 어때요?”우지환의 말을 듣자 몇 명의 강남미인들은 갑자기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이 젊은 경비는 자기 주제도 모르나?백낙당 같은 고급스러운 곳에 자신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자리도 없다는데 얼른 썩 꺼지지 않고 아직도 여기서 등을 빳빳하게 펴고 서 있다니, 자신이 모델인 줄 아나봐?이때 하은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우지환 도련님이시죠? 김예훈 씨는 저의 경호를 책임진 사람입니다. 만약 여기에 예훈 씨 자리가 없다면 저도 그냥 가겠습니다.”“아, 하은혜 씨를 경호하시는 분이셨군요. 사업부 직원이 경호도 하시다니, 젊으신 분이 능력도 많으시네요.”누군가가 내뱉은 말을 들은 우지환 일행은 코웃음을 쳤다.이때 우지환은 그제야 전에 김예훈이 왜 그 많은 업무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지 알았다. 하은혜를 등에 업고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김예훈이 하은혜의 경호를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경멸하듯 쳐다보았다.모두 김예훈이 여자에게 빌붙어 쉽게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김예훈이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진짜 능력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설마 김예훈은 자신 이외에 모두 눈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분명한 걸 모를 수가 있겠는가!이때 변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우지환 도련님, 김예훈 씨도 여기까지 와
김예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우지환, 아까 그 일본인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아. 다들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어. 오늘 밤 연회에는 변우진 도련님을 잘 모시고 골치 아픈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어.”“심상치 않다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사실 원래 조금 걱정하고 있던 우지환은 김예훈의 말을 듣자 갑자기 흥분했다.“그냥 평범한 일본 뚱땡이잖아요?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 내 삼촌은 부산 용문당의 부회장이에요! 내 전화 한 통이면 열 명 이상의 용문당 제자들이 와서 도와줄 거라고요. 그러니까 절대 문제없어요! 다른 사람이 없더라도 내가 바로 용문당 출신과 다름없다고요.”“김예훈 씨, 이젠 새로운 시대예요. 외국인에게 무릎 꿇을 시대가 아니라고요! 이제 당당해져야죠!”“김예훈 씨는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외국인을 보면 무섭기도 하겠죠. 이해해요.”“상대는 일본 놈들이잖아요! 얼마 전에 우리 한국인한테 혼쭐난 적도 있지 않아요? 그놈들이 감히 무슨 일을 저지르겠어요.”오산 그룹 경영진들은 무자비하게 김예훈을 비웃어댔다. 김예훈이 하은혜 같은 미녀와 너무 다정해 보이자 배가 아팠던 것이다.하은혜 같은 여자가 만날 사람은 세자, 도련님들이나 그들보다 더 고귀한 분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김예훈 같은 촌놈이 왜 끼어드나 말이다. 여기서 오직 변우진만 하은혜에게 어울리는 남자였다.김예훈은 자기 분수도 모르고 오르지 못할 나무를 넘보다니, 이에 옆에 있는 강남미인들은 갑자기 이 모임의 등급이 확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그들 본인은 상류사회들이 놀다 버리는 장난감 같은 존재이지만, 김예훈은 아예 상류사회 근처도 얼씬 못하는 등급이라고 생각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김예훈이 외국인을 무서워하고 겁먹었다고 생각해서 비웃음을 터뜨렸다.이때 하은혜는 화가 나서 나서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굳이 이 사람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듯 눈빛을 보냈다.조효임은 몰래 김예훈을 흘끔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실망한
“은혜 씨, 저 자식은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서 변우진 도련님 옆에 앉아요!”“이따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지켜줄 거예요!”모두가 김예훈을 무시하고 깍아내리는 것을 본 조효임은 다급히 하은혜를 끌어당겨 앉혔다.“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보호하고 계셨어요. 주인으로서 변우진 도련님에게 술 한 잔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먼저 술 마시고 춤도 추세요! 있잖아요, 변우진 도련님은 프로예요. 기술이 아주 어린애들을 압살해 버린다니까요. 난 이런 기회를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했는데, 오늘 밤엔 은혜 씨가 잘 생각해야 해요!”조효임은 김예훈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하은혜에게 집적거리는 게 싫어서 필사적으로 변우진과 하은혜를 엮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조효임 씨, 그건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하은혜 씨께 축배를 들어야죠. 어쨌든 은혜 씨가 저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진정한 고수와 싸울 수 있는 기회도 주셨으니 감사를 표하는 것은 저여야 합니다. 그건 평생 동안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이 순간 변우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그는 샴페인을 꺼내 오른손 손가락으로 뚜껑을 튕겨 바로 날려버렸다.이 멋진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강남미인들은 흥분하여 박수를 쳤다.김예훈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하은혜는 이미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우진 씨,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에 일이 좀 생겨서 지금은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변우진 씨가 먼저 술을 권하셨으니 샴페인 대신 차로 건배를 제안하겠습니다.”말하면서 하은혜는 이미 차 한 잔을 들고 마시려고 했다.그러자 조효임이 옆에서 말했다.“은혜 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변우진 씨가 이렇게 적극적인데 어떻게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솔직히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 사람들인데 무슨 사고가 있을 수 있겠어요?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좋은 일일 거예요! 오늘은 취할
곧바로, 가라테 도복을 입은 남자 열댓 명이 들어왔다.키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 몸이 튼튼해 보였고, 하나같이 일본 특유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김예훈은 한눈에 이 사람들이 모두 일본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방금 구타를 당한 일본인 쿠보 하루키가 있었다.“보스, 저를 덮친 건 이 한국인들입니다! 저놈들은 무덕도 모르는 놈들이에요!”쿠보 하루키는 우지환과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분개한 얼굴로 말했다.바로 그 순간, 어두운 표정에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한 일본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의 키는 170이 거의 돼 보였는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큰 키였다.그리고 그에게서 일본 특유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때 그는 작은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우지환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었다.“흥미롭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배짱이 대단하구나!”그의 한국어는 매우 표준적이었지만 어조는 밋밋하고 로봇 같았다.그가 내뱉은 말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날카로움과 살의가 담겨 있었으며, 한눈에 봐도 그는 손에 피를 묻혀본 사람이었다.“당신 사람을 건드린 게 뭐가 문제야?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우지환은 지금 변우진을 등에 업고 거만해져서 바로 술병을 들고 달려들었다.그러나 그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가 바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때렸다.찰싹 소리와 함께 우지환의 몸 전체가 수평으로 날아가 테이블 한끝 깊숙한 곳에 심하게 부딪 혔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웃고 있던 강남미인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변해 떨고 있었다.우지환은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벽 아래로 미끄러졌다.순간 몇몇 남성 동료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고 하나둘씩 병을 들고 달려들었다.일곱 여덟 명이 나서서 한 명과 싸우려 했지만 그들은 빠르게 돌진했다.그러나 그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일본 남자는 제때 피하지 못하고 변우진의 따귀를 맞아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어지럽고 머리가 윙윙거렸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변우진은 다시 그의 뺨을 때렸다.퍽.한 번 더 맞자 일본 남자의 이빨이 날아갔다.두 번의 따귀를 날리고 나서야 변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위에 놓인 수건을 들어 손바닥을 닦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자, 이제 내가 너희들을 건드렸는데 어떻게 할 거야?”그 일본 남자는 얼굴을 움켜잡고 한동안 멍해 있었다.그는 야마자키 파에서 꽤나 지위가 있었는데,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겠는가?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우진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뜨렸다.“바까!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이봐! 이 개자식을 죽여!”그의 명령에 따라 주위에 있던 가라테 복장을 한 십여 명의 일본 사람들이 일제히 변우진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퍽퍽퍽.변우진은 자주 멋있는 척했지만, 싸움왕의 명성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이때 그는 침착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풍당당함으로 연달아 펀치를 날렸다.잠시 후 십여 명의 일본 남자들이 수평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쓰러져 비참한 비명을 연신 질렀다.반면에 변우진은 무사했고, 오히려 손을 등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선두에 있던 서늘한 기운의 남자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변우진은 이미 발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바로 발로 차서 입에서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바까! 감히 날 때려!”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가슴을 움켜잡고 계속 몸부림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난 야마자키 파의 나카노 지로다! 감히 나를 건드리면 내 형인 나카노 타로우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카노 타로우’라는 이름을 듣고 방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고, 심지어 조효임도 바로 얼굴을 찡그렸다.야마자키 검도관에서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카노 타로우가 야마자키 검도관의 최고 칼잡이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사람을 불러오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해주게, 한국의 격투왕이 여기 있다고만 전해. 그런데도 감히 나타날지 보자고!”이때 변우진은 무패의 전쟁의 신처럼 무적의 기운을 뿜어내며 두 손을 등 뒤로 놓았다.나카노 지로는 코웃음을 치며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형, 나 맞았어요! 여기 위치는...”그가 정말 사람을 부르기 위해 전화한 것을 보고 이때 조효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변우진 도련님, 이러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들은 외국인인데...”옆에 있는 하은혜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요.”김예훈은 무표정으로 그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그는 소위 부산 야마자키 파 최고 칼잡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이 일본인들이 뭘 믿고 이러는 건 지, 왜 감히 부산에서 대담하게 나대는 건 지 알고 싶었다.“효임 씨, 은혜 씨, 이런 사소한 문제로 도망칠 거예요? 나 변우진의 명성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내가 이정도로 못 견딜까 봐요? 오늘은 누가 감히 내가 있는 이곳에 와서 우리를 건드리는지 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드릴 테니까.”변우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로 테이블 바깥쪽 문 앞에 기대어 무심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이 모습은 단순히 그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감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변우진의 잘생긴 얼굴과 거침없는 태도는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열광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일편단심으로 1호 팬만 생각하던 조효임도 이 순간에는 살짝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1호 팬은 돈이 많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그녀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변우진이 가까이 있으니 조효임은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여인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연회장 입구
이때 나카노 지로는 더없이 거만하게 걸어와 변우진의 코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감히 나를 때리다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 오늘 너희들을 죽이지 않으면 나 나카노 지로는 이름을 거꾸로 쓸 거야! 남자들은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여자들은 모두 잡아서 우리 집으로 보내! 예쁜 아가씨들 많네, 아주 좋아. 오늘 이 한국 놈들이 감히 우리 신성한 일본인들 앞에서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는지 보고 싶군!”나카노 지로는 변우진을 가리키며 노란 이를 갈면서 말했다.“특히 이 자식, 널 금호강에 던져서 감히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주마!” 이 순간 나카노 지로는 자신감이 넘쳐서 조금 전 뺨을 맞았던 분노가 순식간에 분출되었다.“무슨 일이야?”이때 사람들 뒤쪽에서 몇 사람이 더 나왔다.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175에 가까운 체격의 일본인이었는데, 흰색 정장을 입고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사람을 본 주변 사람들은 중얼거렸다.“정말 나카노 타로우가 맞잖아? 그가 나타났으니 이 뭣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끝장이야!”“나카노 타로우는 예전에 부산 용문당 전 회장 최종호를 검으로 찌르고 반 수 차이로 승리해 용문당 검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검도관을 열 자격을 얻었다고 해요!”“난 항상 그걸 전설 같은 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사실인 줄은 몰랐어요.”“칫, 생각해보면 알죠. 용문당이 그렇게 강한데 겨우 반 수 차이로 패했으면 자기 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도관이 생기는 걸 지켜보고 있었겠어요?”“말도 안 돼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은 나카노 타로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이제 야마자키 검도관에 가서 검도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있었다.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부산에서는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나카노 지로가 인사를 건네며 재빨리 말했다.“형님, 제 부하 중 한 명이 단지 여자를 꼬시러 왔을 뿐인데, 어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