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조인국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이상했다.이미연과 조효임은 김예훈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후지마라 미유와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리고 변우진이 덤덤하게 말했다.“김예훈, 아니. 예훈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정말 1호 별장에서 살아? 보안관실 아니고?”그는 조효임이 한 말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김예훈이 여기서 경비원으로 일한다고 했기에 변우진은 김예훈이 무조건 보안관실에서 살 것 같았다.조인국도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그의 안색은 어두워지더니 원망 섞인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예훈아, 사람은 착실하게 살아야 해.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다행히 여기 모든 사람들은 한 식구나 마찬가지여서 그렇지, 아니면 개 망신 당하는 거야!”그러자 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아저씨, 저 정말 1호 별장에 살아요.”“그런데 왜 우리 집에 묵으려고 하는데? 1호 별장은 우리 11호 별장보다 열 배 남짓 더 호화로운데.”이미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연기하려면 제대로 해.”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요 며칠 별장을 리모델링하려고 해서 안이 좀 지저분해요. 그래서 아주머니 집에서 묵자고 한 겁니다.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되고요. 제 별장에도 잠잘 곳 정도는 있으니깐.”“하하! 리모델링? 지저분하다고?”이미연은 조인국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우리가 1호 별장 한번 구경해봐도 될까? 나와 인국 아저씨가 그래도 너한텐 어른인 셈인데 집을 새로 샀고 리모델링까지 하려고 한다니 가서 조언도 좀 해줄게.”“그래. 우리도 좀 구경하자. 우리가 언제 2,000억짜리 별장을 구경해봤겠어. 어떻게 꾸몄는지 너무 궁금한데.”후지와라 미유 등 인플루언서들도 차갑게 웃으면서 소란을 피웠다. 그들은 김예훈이 거짓말을 들춰서 망신당하는 꼴을 보려고 했다.“구경?”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아직 안이 많이 어수선해서 구경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 것 같
조인국은 김예훈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에 김예훈이 출근하고 보너스까지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매우 뿌듯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제 성실하게 일에 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면을 이렇게 중시하는 사람이 되다니.조인국은 김예훈을 부산으로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매달 몇십만씩 생활비를 보냈으면 이 소란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아이고! 쪽팔려라!’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조인국을 바라보더니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아저씨,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그러자 모든 사람은 귀를 쫑긋 세웠다.“1호 별장은 정말 제 것입니다. 강호 씨가 일주일 전에 저에게 주신 겁니다. 이젠 수속도 거의 다 끝났고요.”“너에게 줬다고?”그 말을 듣자 후지마라 미유는 껄껄거리며 웃었다.“2,000억짜리 별장을 너에게 선물을 주다니. 하하. 우리 예훈 도련님 대단하네! 그럼 더 구경해야겠네. 아니면 너무 아쉽잖아!”이번에 김예훈은 거절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다들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니 그러면 같이 갑시다.”말이 끝나자 김예훈은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김예훈이 망신당하는 꼴을 보려고 그의 뒤를 빠르게 따라 나갔다.조인국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고민 끝에 그도 함께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어쨌는 김예훈은 그의 큰 조카이기에 아무리 잘난척하고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끝까지 도와주고 싶었다.사람들이 정말 따라오는 것을 보자 김예훈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포레스트는 거대한 공원과도 같았다. 별장 11채가 들어설 정도로 부지면적이 넓었고 별장 사이의 거리도 멀어서 프라이버시도 지킬 수 있었고 조용했다.이 별장들과 비교하면 11호 조씨 저택은 확실히 보잘것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11호 별장은 단지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지은 거라고 했다.왜냐면 10호 별장에 큰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 자기가 하위권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11호를 지었다고 했다. 그래서 11호 별장은 다른 별장과
“정확히는 모르나 주살령은 부산에서 전해져 나온 것입니다. 명을 내린 사람은 아마 사쿠라일 것입니다. 혹은... 방호철...”이 이름을 듣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그는 방호철과 정식으로 맞붙은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방호철은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다행히 오늘 김예훈은 나카노 타로우에게 미리 손을 썼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는 오히려 이 주살령이 어떻게 번져나갈지 무척 궁금했다. 그가 전화를 받고 있을 때 1호 별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정말 멋있는 별장이야. 이곳에 살면 돈이 저절로 생길 것 같고 장생불로할 것 같잖아!”“역시 1호 별장은 달라. 지리적 위치가 너무 특수해서 베란다에서 직접 부산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네.”“이런 집은 태어날 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거야.”1호 별장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모두 감개무량했다. 자부심이 가장 강한 변우진마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1호 별장이야말로 내 신분에 딱 맞는데. 아쉽네.’옆에 있던 조효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1호 별장에 살면 이미 부산에서 탑티어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1호 별장과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런 진정한 부잣집의 저력과 카리스마는 졸부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김예훈이 옆에서 시치미를 떼고 전화하는 걸 보니 조효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아냥거렸다.‘아직도 연기하네. 쳇.’“됐어. 다 봤으면 이제 돌아가자. 방안에 불도 켜져있으니 주인이 쉬고 있는 건가 봐. 소란을 피우지 말고 돌아가자.”조인국이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허세를 부리며 전화를 거는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다들 돌아갑시다. 야식은 제가 쏠게요.”그는 결국 김예훈의 삼촌으로서 그가 너무 창피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김예훈을 따라왔을 때 그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이 진실이길 바랬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는 걸
조인국은 자기 마누라 이미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미연! 당신 나이가 몇인데. 꼭 이래야만 해? 예훈이를 난감하게 만들어야 하냐고? 재밌어?”후지와라 미유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삼촌, 왜 그렇게 화를 내요. 미연 아주머니 탓도 아니잖아요. 우린 1호 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왔을 뿐이에요. 김예훈 이 자식이 잘난 척만 하지 않았어도 우린 오지 않았겠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재미없게.”그리고 그녀는 조인국의 난감한 표정을 신경 쓰지도 않고 방금 전화를 마친 김예훈을 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예훈 도련님, 전화 다 했어? 우리가 좀 더 기다려야 해? 1호 별장이 네 것이라며? 그럼 문 좀 열어봐. 혹시 열쇠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지는 않겠지? 이런 별장은 비밀번호 혹은 지문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야? 열쇠를 안 가져왔다는 변명 같은 거 하지 마.”그녀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들도 키득키득 김예훈을 비웃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절대 김예훈을 봐줄 기색이 없었다.조효임은 조인국의 체면을 봐서 김예훈을 대신해서 좋은 말 하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지경에 이르면서도 체면을 챙기려고 하다니. 정말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하네!’조인국도 한숨을 내쉬었다.“예훈아, 잘못을 인정해. 모두가 한 식구인데 네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아무도 탓하지 않을 거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생고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더 반감을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떤 변명도 소용없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오른손 식지로 버튼을 누르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양쪽으로 천천히 열렸다.흐릿했던 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고 한 줄기 빛이 그에게 떨어지면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다. 후지와라 미유 등은 모두 멍해졌다.잠시 후 물건을
김예훈은 그제야 조인국을 보며 말했다.“삼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집 안이 인테리어 재료들로 많이 지저분하니 저들이 다 정리한 후에 들어갑시다.”그들이 서있는 별장 입구 쪽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든 사람은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틀어막았다. 심지어 한 인플루언서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뺨을 때리면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봤다.그들은 김예훈이 정말 1호 별장에 살 줄 꿈에도 몰랐다.‘이건 강서 임씨 가문 부동산이잖아! 김예훈이 언제부터 임씨 가문이랑 관계가 이렇게 좋았어?’강서 임씨 가문에서 김예훈에서 선물을 줬든 김예훈더러 이곳에 살게 한 것이든 모두 김예훈의 인맥과 능력을 보여주었다.이미연은 지금 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고 뺨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뺨을 맞은 것처럼 말이다.“1호 별장. 이럴 수가. 이럴 수 없는데...”조효임은 앵두 같은 입술을 틀어막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틱톡에서 탑티어에 드는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남성 팬으로부터 몇억 원의 현금 선물을 받고서야 11호 별장에 들어갈 자격이 있게 되었다.하지만 병신처럼 보였던 김예훈이 1호 별장에 살다니.이건 2,000억 가치의 별장이다.여기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재력뿐만 아니라 대단한 권세와 인맥을 뜻한다.그런데 김예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산단 말인가?조효임은 김예훈 앞에서 여왕처럼 안하무인으로 그를 대했지만 지금은 그 소위의 우월감이 1호 별장이라는 단어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변우진도 순간 말이 없어졌다. 그는 권세도 좀 있고 돈도 좀 있었지만 이런 별장을 살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이런 별장은 대단한 인맥과 친분이 없으면 사려고 해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후지와라 미유의 눈빛은 경멸에서부터 존경으로 바뀌었다. 마치 김예훈을 가지고 싶어서 이글거리는 눈빛 말이다.다른 인플루언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아무리
조인국은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미연과 조효임은 김예훈을 쳐다보았고 후지마라 미유와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숨을 크게 쉬며 그의 대답을 기대하였다.변우진도 복잡한 표정으로 김예훈에게서 단서를 찾으려고 그를 훑어봤다.그러자 김예훈은 덤덤하게 웃으면서 소파 주인 자리에 앉아 말했다.“강호 어르신이 저에게 이 별장을 주셨을 때 저는 정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제가 부산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받아들였죠. 그래서 명의변경 절차도 아직 진행 중이고요.”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하자 듣는 사람들은 더 놀랄 따름이다. 그들은 전에 김예훈의 모든 행동과 말이 잘난척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진실로 다가왔다.심지어 그의 말투에서 1호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식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입주하자마자 리모델링할 정도이니 말이다.때문에 김예훈은 더 좋은 것을 많이 봤을 것이고 돈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어떻게 이런 별장을 다시 리모델링할 생각을 하겠는가? 원래 인테리어를 망쳐서 부동산 가치가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점이 두려워서 인테리어를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김예훈한테는 이 정도 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생각을 하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예훈아, 미안해. 내가 널 오해했구나!”조인국은 한숨을 쉬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제일 잘난 체하는 그 사람인가 봐. 하하!”그러자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삼촌은 저를 위해서 그런 것이니 괜찮아요. 제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겁니다.”조인국은 땅이 꺼지도록 긴 숨을 내뱉었다.“아니야. 내가 보는 눈이 짧아서 그래. 네 고모처럼 너에게 편견이 있었나 봐.””삼촌, 아니에요. 자, 자, 자, 별장 구경시켜 드릴게요. 골동품을 소장하는 방이 있는데 임강호 어르신이 개인 소장품이라고 하네요. 며칠 후에 사람을 시켜 이것들을 강호 어르신에게 돌려주려고요. 지금 보지 않으시면
그들은 조씨 저택인 11호 별장으로 돌아왔다.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조인국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제일 좋은 2층 손님방으로 김예훈을 안내했다. 그리고 하은혜 등인의 객실로 존중의 표시로 2층에 배치했다.변우진도 당연히 11호 별장에 묵게 되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 중 후지와라 미유만 별장에 묵게 되고 다른 사람들은 방이 없어서 아쉬움을 안고 떠났다.방 배치가 끝난 후 김예훈은 방에 들어가서 쉬었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하지만 그가 눕자마자 진윤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회장님, 우 부회장님이 오늘 전화드렸어요? 저녁 연회 일을 말하던가요?”진윤하가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자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다음 주에 저녁 연회가 있다고 전에 문자 왔어. 내가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그동안 내부 분란으로 용문당 부산 지부가 분열됐다고 했어. 지금 다 정리됐으니 당연히 용문당 관련 기업과 가족들을 요청해서 제대로 대접해야지. 얼굴도 볼 겸 관계 유지도 하고 인맥도 넓히고. 제일 중요한 건 나더러 용문당을 위해 몇 마디 해달라고 하던데.”김예훈은 여기까지 말하자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교활한 여우야. 세상 물정을 어찌 잘 아는지.”하지만 김예훈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조용하게 부산에서 지내고 싶었다. 이런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일은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자 진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회장님은 이번 연회 목적을 이미 너무 잘 알고 계시는데 왜 거절하셨어요? 다들 회장님을 보고 싶어 합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내가 가든 안 가든 무슨 차이야? 어쨌든 용문당 지부는 이미 다 통합되었기에 네가 나 대신 가면 되잖아.”그러자 진윤하가 말했다.“지금 얼마나 많은 용문당 제자와 맹우들이 회장님을 보고 싶어 하는지 회장님은 모르실 거예요. 회장님이 가시지 않으면 그들의 마음을 굳세울수 없습니다. 회장님은 용문당 부산 지사의 뿌리이고 정신적 기둥입니다. 회장님이 오지 않으면 이 연회는 아무 의미가 없
연회에 관한 일을 다 말한 후 김예훈은 사람을 더 붙여 별장 리모델링 진도에 속도를 가해라고 말했다. 이번 리모델링은 스케일이 작기에 며칠이면 끝낼 수 있다. 그는 너무 복잡하게 하기 싫었다.하지만 진윤하는 방탄유리와 반사문도 설치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 더 안전하게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 말을 듣자 김예운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1호 별장 주인이 그로 바뀐 후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암살 시도가 몇 번 있었다. 만약 방탄유리 말고 다른 재질로 인테리어를 하면 확실히 매번 교체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일본 야마자키 파에서 주살령까지 내렸으니 이제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없을 것이다.그 생각을 하자 김예훈은 심지어 오늘 밤 야마자키 파가 부산에 있는 도관에 직접 찾아가 정면으로 붙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때려죽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예훈은 감정을 추스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하고 막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우려고 할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예훈은 당연히 하은혜인 줄 알고 별생각 없이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은은한 향수냄새를 풍기는 한 여인이 재빨리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여자는 하은혜가 아니라 목욕하다 만 후지와라 미유였다. 그녀는 가운으로 섹시한 몸매를 감싸고 있었으며 젖은 머리카락과 길쭉한 두 손과 다리는 우윳빛을 뽐냈다. 남자라면 혹하게 만드는 야릇한 분위기였다. 그녀는 김예훈을 유혹할 것처럼 그윽하게 그를 쳐다봤다.김예훈은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물었다.“미유 씨, 무슨 일이 있습니까?”“예훈 도련님, 죄송한데요. 욕실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샤워하다가 말았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욕실 잠깐만 써도 될까요? “그리고 그녀는 김예훈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욕실로 뛰어들어 물을 틀고 헹구기 시작했다.욕실은 반투명 유리로 설계되었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