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차는 빠르게 대전의 거리를 달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에 도착하였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바로 CY그룹의 대전 지사의 빌딩 앞이었다.육해연이 오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제 짐은 먼저 그쪽이 가지고 있어요. 저녁에 다시 연락하죠. 그리고 이 차는 빨리 주인한테 돌려줘요, 오늘 렌트비는 제가 계산하죠.”말을 마친 육해연은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김예훈에게 내밀었다.그녀는 김예훈이 렌트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러면 그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김예훈에게 팁까지 주는 호의까지 베풀었다.무례하더라도 조금의 동정은 있다고 해야 하나.그녀가 떠나고 김예훈은 조수석에 놓인 돈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설마 이 여자 자신을 한낱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자신의 직감을 너무도 굳게 믿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김예훈은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바로 이때 송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대전 지사에 도착하셨어요? 오늘 면접하기로 한 사람 이미 도착해서 면접 기다리고 있어요.”김예훈이 대답하였다.“지금 로비야, 금방 올라가.”그가 이번에 대전으로 출장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전 지사장 인사 문제였다.하지만 바로 전에까지 있었던 육해연과의 실랑이 덕분에 하마터면 여기에 온 이유마저 잊어버리게 될 뻔하였다....사무실 안.먼저 도착한 송준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사무실의 큰 모니터 화면은 면접 현장을 실시간으로 담고 있었으며 좀 있으면 오늘 지사장으로 면접 올 사람이 도착하게 될 것이다.회의실에서는 면접관 송준을 포함한 여러 고위 이사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김예훈이 손에 든 찻 잔을 막 마시려고 입에 대려던 순간이었다.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한 여인이 하이힐을 신고 면접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풉!”그녀를 보자마자 김예훈은 입에 가져다 댄 차를 그대로 내뿜었다.육해연 아닌가?그녀가 그렇게도 서두른 게 설마 CY그룹 대전 지사장
하지만 육해연이 능력자라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송준을 통해 김예훈이 한 난이도 높은 질문마저도 모두 막힘없이 대답하고 있었다.한마디로 그녀는 준비된 자였다.사실 그녀는 이곳에 오려고 할 때 이미 대전 지사의 지사장 자리는 자기것 이라고 확신하고 온 것이었다.면접이 끝나고 김예훈은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직접 송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접 합격했다고 전해!”송준은 잠시 멍해 있었지만 이내 대답하였다.“네!”김예훈 앞에서 그는 자신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복종만 존재할 뿐이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그가 미소 띤 얼굴로 말하였다.“축하드려요, 방금 저희 대표님께서 연락해 왔어요. 우리 회사 지사장 자리에 적합하다고 하셨어요. 오늘은 먼저 간단한 인수인계부터 하고 내일부터는 우리 대전 지사 모든 업무를 책임지셔야 할 거예요!”“잘 부탁드려요.”“술렁!”면접장에 있던 다른 고위 이사진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자신들의 대표가 모니터로 모든 면접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기에.그러니까 이 여인이 대표 눈에 들었다는 얘기 아닌가?한마디로 육해연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감히 나서지 못하는 꼴이 되었다.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육해연은 부자연스럽게 웃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설마 김세자님께서 지금까지 다 보고 있었던 거예요?”“네.”송준은 카메라를 가리키며 육해연에게 말했다.카메라를 본 육해연은 너무도 괴로웠다.김세자가 자신의 면접을 보러 올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꾸미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하지만 이미 그룹의 일원이 된 이상 그를 마주하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생각한 육해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사무실 모니터로 육해연의 모습을 지켜본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남자가 눈웃음을 칠 때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거고, 여자의 얼굴이 붉어질 때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이기 때문이다.설마 그녀에게도 봄날이 오는 건가?얼마 지나지 않아 송준
하지만 김예훈도 이미 육해연의 성격을 파악한 뒤였다.그래서 그런지 그도 아무렇지 않은 듯 돈을 받아서는 차 안 서랍에 넣어 두었다.이걸 본 육해연의 표정에는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였다.이 머저리 같은 놈이 자기한테서 돈을 뜯어내려고 여기서 꼼수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이런 버러지 같은 놈이 어떻게 우리 민아와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그런데 이때 김예훈의 조롱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은 잘 보셨어요? 순조롭게 끝났어요? 떼돈 버시게 되면 저 잊지 마시고요!”김예훈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묻자 육해연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여기 혹시 어떤 곳인지 알아요?”“위에 쓰여 있잖아요. CY그룹 대전 지사라고.”김예훈이 대답하였다.“아신다니 다행이네요. CY그룹은 알고 있어야 겠죠. 김씨 가문이 자산을 통합한 후로 경기도를 이끄는 것으로 미래가 아주 밝죠. 아마 국제적 그룹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전 이런 곳에 방금 지사장으로 당당히 면접에 합격했고요,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앞으로 충청지역 뿐만아니라 금릉 쪽 업무도 저한테 맡기신대요.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저도 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 연봉도 1억은 넘어가겠죠.”사실 육해연에게 이런 일쯤은 아주 쉬운 일에 불과하였다.그녀의 능력으로 그 어디를 가던 이만한 금액의 돈은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녀가 CY그룹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룹의 김세자, 그녀가 존경심 가득한 마음으로 우러러보는 존재, 살아있는 전설, 당도 부대의 총사령관 때문이다.겉으로 보기에는 도도하고 차가운 그녀일지 몰라도 마음속에서는 사춘기 소녀 같은 마음도 소유하고 있었다. 귀국하여 여기에 입사한 제일 큰 이유도 김세자였다.“이렇게 좋은 날 저한테 밥이라도 사야 하겠네요.”김예훈이 웃으며 가볍게 말을 던졌다.김예훈을 보던 육해연이 입을 열었다.“그래요, 오늘 기분도 좋으니 밥 살게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김예훈은 대전의 중심에 놓인 제일 빌딩의 고급
곧이어 육해연은 포크를 손에서 놓고는 커피를 마셨다.“벌써 배불러요?”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얼굴빛이 변한 육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본 김예훈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 안 댄 다른 음식들마저도 자신 앞에 놓고 먹기 시작하였다.김예훈의 식사가 끝날 때쯤 육해연이 차가운 목소리고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선조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죠, 밥 먹는 걸 보면 그 사람 인품을 알 수 있다고요.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안 봐도 당신 같은 사람은 이기적이고 조금의 염치도 없는 사람 같으니까요! 제 생각이 맞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민아 돈으로 구한 집이죠?”육해연은 정민아가 프리미엄 가든에서 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관리비도 민아가 내고 있어요!”“그쪽 같은 사람은 염치가 있긴 있는 거예요? 그쪽 같은 사람이 어떻게 민아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육해연은 화가 나 몸이 떨려 올 지경이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민아와 어울릴 수 있는데요?”김예훈이 태연하게 물었다.김예훈의 뻔뻔한 물음에 육해연은 말문이 막혔다.“적어도 몸값이 천억 이상은 되야죠! 아니면 옆에 있을 자격 없어요!”김예훈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육해연 씨, 당신과 민아가 사이좋은 친구인 건 알겠는데 이건 민아와 나 둘 문제예요. 뭐, 기어코 천억이 있어야 민아랑 어울린다고 하면, 전에 김세자가 민아에게 청혼한 사실도 알고 있죠? 김세자 몸값이 20조는 안 돼도 몇조는 되겠죠? 그런데 민아는 그걸 거절했죠, 그러니까 민아는 그런 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란 얘기죠. 그러니까! 민아와 어울리는 사람은 저뿐이에요!”말하는 김예훈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였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정민아와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자신 하나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육해연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김예훈 씨, 그만 해요! 민아와 잘 어울린다고요?! 민아가 김세자를 거절한 건 맞아요, 그렇다고 그
생각을 마친 김예훈은 그녀의 이런 위험한 생각은 애초에 단념시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였다.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육해연 씨, 제가 알기론 김세자 그 분 바람둥이 성격은 아니신 거로 아는데요. 접근해 보아도 별 소득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분 이미 마음에 둔 사람 있어요. 그러니까 육해연 씨, 취직하셨으면 똑바로 출근이나 하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시고!”이 사람 자기 주제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야?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건가!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 그녀가 쌀쌀맞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나랑 김세자 일에 당신이 상관할 필요 없어요!”김예훈이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육해연 씨,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쪽 내 취향 아니에요!”“풉!”육해연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하였다. 화가 난 그녀는 온몸이 떨려왔다.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러니까 그쪽 얘기는 그쪽이 총사령관이란 말이에요? 아니면 김세자란 말이에요?”“둘 다요!”김예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그쪽 정말!”육해연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냥 눈앞의 남자는 체면도 염치도 없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었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고 나아가서 김세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라니?“착”하는 소리와 함께 육해연은 테이블에 지폐를 던지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이봐요, 그쪽 짐 아직 내 차 안에 있어요!”김예훈이 다급히 불렀다.하지만 이미 흥분상태에 있는 육해연에게 그게 들릴 리 없었다.레스토랑 밖으로 나온 육해연이 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해연아? 예훈 씨 데리러 갔어? 가서 안내 잘해주라고 당부까지 했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만약 실수라도 하면 나한테 말해! 혼내주게.”핸드폰 건너편에서는 정민아가 웃으며 농담하고 있었다.정민아의 목소리를 들은 육해연의 표정은 삽시간에 바뀌더니 빠르게 입을 열었다.“민아야, 오늘 내가 연락한 건 너한테 중요한 말을 해주
전화 너머에서 정민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해연아, 나도 알아 너도 날 위해 이런다는거. 하지만 나랑 예훈 씨 결혼한 지 삼 년이 넘어가. 그리고 그만큼 감정도 깊어졌고 나 이혼 안 해.”“너...”육해연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단짝 친구가 이대로 김예훈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되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그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서라도 김예훈이 먼저 이혼을 제기하도록 만들 작정이었다.생각을 마친 육해연은 이를 갈며 다시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예훈을 찾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대전 대학교.국내 십대 명문 학교의 하나로 캠퍼스 안의 환경도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학우가 이미 부산, 대전에서 유명한 사회의 인사가 되어 있는거로 유명한 학교이다.김예훈은 캠퍼스 안에서 천천히 산책하면서 돌아보았지만 별 특별한 건 딱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사람은 적고 모기가 많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환경일수록 김예훈은 오히려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성남시의 상황은 겉에서 보기에는 매우 좋아 보이나 그 실세는 어둡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은 그룹이 김씨 가문의 자원을 통합하는 일에 바빠 많은 일들에 신경을 못 쓰고 있을 뿐이었다.그룹의 많은 일도 사실 전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적만 물리치면 되니까 말이다.그만큼 뒷수습 또한 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예를 들면 이번 일처럼 김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CY그룹이 합병하지 않았다면 아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산당하고 실업자가 되어있을지 모를 일이었다.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해치는 건 김예훈의 철학이 아니었다.만약 이런 걸 다 고려하지 않았다면 사실 김예훈에게 사대 일류 가족들을 와해시키는 일 따위는 사실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어려운 건 항상 뒷수습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운 좋게도 육해연 같은 인재를 회사로 들이
“그쪽 정말 ... 파렴치해!”육해연은 입을 깨물며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였다.어떻게 자신의 와이프와 가장 친한 친구한테 이런 말을?이런 남자는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였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하였다.“그것 봐요. 이렇게 간단한 조건조차도 동의하지 않은 걸 보아서는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죠.”사실 김예훈도 육해연을 조롱하거나 희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그녀와 정민아의 우정이 얼마큼 두터운지 알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육해연의 얼굴은 금세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그래요, 그래요 그럼! 대신 그쪽도 맹세해요, 잠자리가 끝나면 바로 민아와 이혼하고 다시는 민아한테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쪽과 저 사이에 발생한 일은 없던 걸로 하죠! 그리고 제가 따로 주는 10억은 보상금으로 해두죠.”육해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냉기 서린 목소리는 마치 한 기업의 여자 총수와도 같았다.이런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본 김예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눈앞에 있는 그녀와 정민아의 관계가 어지간히 돈독한 게 아닌가 보다.그녀를 위해서 이런 무리한 요구조차도 승낙하는 걸 보니.하지만 문제는 육해연의 눈에 자신이 그렇게도 형편없어 보인단 말인가?자신을 희생하여서라도 정민아의 옆에서 떼어놀 만큼?김예훈은 도대체 이 상황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는 한참을 육해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민아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 기쁘네요. 방금전에 한 얘기는 제가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전 민아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쪽은 대전 발전 사업에만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별일 없으면 전 곧 성남으로 돌아갈 거예요. 혹시 알아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절 인정해 줄지도?”그는 정민아를 향해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어차피 육해연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아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그때가 되면 육해연도 자신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부 반응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삼 일내로 이 프로젝트에 관한 사전 준비는 모두 끝낼게요.”육해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김세자가 직접 지휘한다니!육해연은 긴장하면서도 격동되었다.어쩌면 직접 김세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흥! 김예훈, 당신이 그랬지 김세자가 날 맘에 안 들어 할뿐만 아니라 그에게 이미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어쩌지 김세자가 이미 날 대신해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한다고 하니 나한테 마음 있는 게 확실해!’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육해연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송준 씨, 김세자님은 언제 대전에 오시는 거예요? 제가 만나 뵐 수 있나요?”송준이 웃으며 대답하였다.“글쎄요, 세자님은 평소에도 비교적 바쁘세요. 하지만 만약 이번 일만 잘 성사하시면 친히 나서서 격려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만나 뵐 수 있지 않겠어요?”그 말을 들은 육해연은 자신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하였다.‘육해연아, 해연아. 네 남신을 찾아가는 데에는 이 프로젝트밖에 없으리라.’이어서 그녀는 입지 선정부터 프로젝트의 완성까지 모두 직접 나서서 하였다.그녀가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창, 친구 나아가서 연장자들마저도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었다.대전 이런 곳에서 그녀가 상업 입지 선정을 하는 것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었다.당연히 이 모든 건 사전 준비에 지나지 않았다.제일 어려운 건 육해연이 어떻게 하면 자신이 선택한 그 부지를 따내는 것이냐였다.왜냐하면 상업 중심은 도시 중심에 건설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전의 부지는 금싸락과도 같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으며 더욱이 나아가서 어떤 부지는 이미 주인이 있는 것들도 많았다.많은 사람들이 사재기하듯 땅을 사들여 횡재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대전 중심의 한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 룸 안.정장 차림을 한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모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고 그 중심에는 하얀 정장 차림을 한 남성이 서 있었다.만약 대전 상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