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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втор: 황시후
늘 말을 잘 듣던 연우가 이번에는 고집을 피우며 절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 나 안아줘요. 연우는 꿈에서도 아빠가 안아주는 꿈을 꾸고 있어요...”

연우는 임찬혁을 향해 작은 팔을 양옆으로 벌렸고 통통한 얼굴에는 기대와 기쁨이 차넘치며 눈은 아까부터 계속 반달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

임찬혁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허리를 숙여 연우를 안았다.

연우를 꼭 껴안은 순간 그의 마음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세상에 그 어떤 남자도 어린 녀석의 이런 귀여움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연우가 정말 내 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임찬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연우가 그의 품에 안기자 친근한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온몸의 혈액순환까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양홍선이 말하길 연우가 임찬혁의 어렸을 때와 닮았다고...

만약 5년 전 그날 밤, 임찬혁과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정말로 유효진이었다면 연우는 무조건 자신의 친딸일 것이다.

임찬혁은 꼭 기회를 틈타 유 대표에게 그 일의 자초지종을 물어보려 했다.

“연우야, 나는 아직 연우의 삼촌이야!”

임찬혁은 흥분된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연우를 보며 말했다.

사실 그의 뜻은 연우가 자신의 친딸인지 아닌지 정확히 확인하기 전에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유효진은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아직은 삼촌이라니요? 당신은 영원히 삼촌이에요! 아무리 나를 구했다고 해도 이상한 생각 따위는 추호도 하지 마세요!”

유효진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임찬혁의 말만 들어보면 그는 진짜 연우 아빠가 된 것 같았다.

어림없는 소리!

“아니!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아빠야! 엄마, 나빠! 연우가 아빠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유효진이 너무 칼같이 거절하자 연우는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임찬혁의 목을 도 꽉 끌어안은 채 무슨 말을 해도 놓지 않으려 했다.

순간 유효진은 자리에 멍하니 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연우를 낳기 위해 더없이 큰 짐을 짊어졌다. 가족과 인연을 끊은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유언비어와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것까지 참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한 의지와 뛰어난 비즈니스 마인드로 유신 뷰티 컴퍼니를 설립했고 그녀의 회사는 불과 몇 년 만에 경주 미용 업계의 선두 기업이 되었다. 이렇게 그녀는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연우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녀의 생각에 자기도 연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어야 했다.

연우가 임찬혁 때문에 자신을 나쁜 엄마라고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연우의 이토록 슬픈 눈빛 또한 여태껏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연우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임찬혁의 목을 꼭 끌어안았고 그 행동은 또 한 번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5년 전, 술에 취해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효진은 그 상대가 누구인지 조사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의 구애도 거절한 채 혼자서 연우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연우의 부성애를 임찬혁에게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자신이 너무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순간 그녀는 예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빠... 연우는 아빠가 필요해... 왜 다른 애들은 다 아빠가 있는데 연우는 없어...?”

연우는 세 살 때 고열이 난 적이 있다. 그날 연우는 잠결에 밤새도록 아빠를 달라고 했다.

“엄마, 연우도 목마 타고 싶어!”

연우는 다른 아이들이 아빠의 목에 탄 채 장난치는 것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이 순간, 유효진은 너무 심란하다.

임찬혁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연우에게 울지 말라고 달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린아이를 처음 달래다 보니 많이 서툰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임찬혁의 서툰 재롱에 연우는 진짜로 울음을 그쳤다.

“언니, 아니면... 찬혁 씨를 연우 양아버지로 하는 게 어때?”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 유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러면 연우도 만족할 거고 임찬혁에게 어느 명분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연우 하나 때문에 임찬혁이 언니와 같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러지 뭐...”

잠시 생각하던 유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찬혁 씨, 괜찮아요?”

유설진은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

“네, 좋아요!”

임찬혁도 오늘 처음 본 연우에게 정이 갔기에 그녀의 제안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이모, 양아버지가 무슨 뜻이야? 내가 원하는 것은 아빠이지 양아버지가 아니야!”

연우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큰 눈을 부릅뜨고 유설진에게 따졌다.

“양아버지는 그냥... 우리 연우를 잘 양육할 수 있는 아빠... 라는 뜻이야.”

유설진은 겨우 머리를 짜내어 한 개의 해석을 내놓았다.

“아니야. 이모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

연우는 화난 얼굴로 외쳤다.

“양아버지는 가짜 아빠야! 내가 원하는 건 진짜 아빠라고!”

순간 유설진은 너무 난처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인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는데 이 꼬마 녀석에게 들킨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총명해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

“가짜 아빠는 아니야... 그저 인턴 아빠라고 생각해. 인턴 기간이 끝나면 양아버지는 연우의 진짜 아빠로 전환 되는 거야! 일하는 것도 누구나 다 인턴 기간이 있는 것처럼!”

유설진은 켕기는 게 있는 듯 유효진을 쳐다봤고 자기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이모 말이 진짜예요?”

연우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유효진을 바라보았다.

“음...”

유효진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어 일단 인정했다.

하지만 그녀가 임찬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리는 만무했다.

“앗싸. 연우에게 아빠가 생겼어! 이제 그 누구도 연우를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리지 못할 거야!”

연우는 기쁨에 겨워 손뼉를 쳤다.

“아빠, 엄마에게 꼭 잘해서 엄마 마음에 꼭 들어야 해? 그래야 하루빨리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지!”

말을 마친 연우는 입을 달싹이더니 임찬혁의 볼에 뽀뽀를 했다.

임찬혁은 흐뭇하게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연우를 바라봤다.

“양아버지가 되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겠죠? 내일은 연우의 다섯 살 생일이에요. 우리 내일 멜튼 호텔에서 연우 생일 축하 파티를 할 예정이에요. 찬혁 씨도 식사하러 오세요.”

유효진이 임찬혁을 보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아빠 꼭 참석해야 해요!”

연우는 환호성을 지르며 임찬혁을 바라봤다.

“알겠어, 꼭 갈게.”

임찬혁은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효진을 바라보았다.

“유 대표님, 당신 몸은 너무 많이 허약해졌어요. 침술만으로는 완전히 좋아지기 어려우니 약물치료도 꼭 동반해야 합니다. 제가 한약 좀 지어 올게요. 보름만 먹으면 아마 바로 완쾌될 겁니다. ”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임찬혁은 병실을 나섰다.

“연우야, 정말 아빠가 필요해?”

유효진은 임찬혁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의 싱숭생숭한 마음인 것 같았다.

“응.”

연우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더니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제발 아빠 좀 잘 봐줘. 그래서 아빠를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돼. 응?”

“걱정 마. 연우야, 너에게 곧 아빠가 생길 거야. 그것도 친아빠!”

유효진은 모성애가 충만한 엄마의 그윽한 눈빛으로 연우를 한 번 보더니 문밖의 가정부를 불러 연우를 데리고 나가라 했다.

그녀가 앞으로 할 일은 절대 연우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언니, 진짜 그 사람 찾을 거예요?”

유설진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유효진을 보며 물었다.

연우 아빠와 관련된 일은 언니의 아킬레스건으로 요 몇 년 동안 아무도 감히 언급하지 못했다.

사실 집에서는 언니를 더럽힌 그 자식을 찾아서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했지만 언니가 말렸다.

설마 언니가 연우에게 부성애를 주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감수하려는 걸까?

“부성애가 없는 어린 시절은 완전하지 못해. 예전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그 사람이 만약 극악무도한 사람만 아니면 나는 그 사람과 연우를 만나게 하고 싶어.”

말을 마친 유효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

“‘밤의 어둠’ 술집의 5년 전 CCTV 영상을 저에게 전부 보내주세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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