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알겠습니다!”전화기 너머로 공손한 남자의 대답 소리를 들은 후 유효진은 전화를 끊었다.“언니, 모레가 신제품 발표회인데 몸은 괜찮겠어? 아니면 그냥 미룰까?”유설진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아니,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나에게 매우 중요해. 이미 전국 각지의 미용 전문가들을 전부 초대했기 때문에 그 어떤 사고도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뷰티밤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제품들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 일단 출시되면 반드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거야!”유효진은 창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도시 거리에 시선을 돌리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강해야만 연우에게 행복한 가정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때 병실 밖 복도 한쪽 끝에서 경호원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었다.거기에는 유효진의 팬인 사람도 있었고 사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효진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했다.“저는 하정연이고 이분은 정씨 집안 도련님입니다. 곧 유 대표님과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에요. 같은 식구나 마찬가지니 우리를 들여보내 주세요.”하정연과 정우명도 사람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었다.유신 뷰티 컴퍼니는 곧 신제품이 출시될 것이고 동시에 사업 파트너도 모집하고 있다. 이것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비즈니스 기회이다!정우명은 인맥을 통해 유씨 가문과 작은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이번에 유효진이 아픈 것을 그들은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라 여겼다.유효진의 호감을 사면 작은 계약이 큰 계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 뭐요? 정... 뭐요? 들어본 적 없어요!”경호원은 두 사람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들을 가로막으며 밀쳤다. 그러자 두 사람은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 졌다.“둘째 아가씨가 말하길 유 이사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 했어요!”“다시 한번 덤벼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경호원이 그들에게 경고의
용호파?순간 임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청룡이 조금 전에 용호파는 대용문파에 포함되는 작은 파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하면 그 파벌 수장에게 지시하라고 했는데 김승태가 용호파의 사람을 알고 있다고? “외삼촌이 용호파의 누군데? 용호파가 대단한 파벌이야?”임찬혁도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멍청한 자식! 용호파는 경주에서 가장 큰 지하세력이야. 파벌 수장인 양운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나 다름없어! 우리 외삼촌 김병훈은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서 내 신발 밑창을 핥아. 그러면 한 번쯤은 봐줄 수 있어! 참, 그리고 효진 씨는 내 여자야! 네가 의술 좀 할 줄 안다고 내 여자와 가까이하려는 생각은 접어 둬!”김승태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끝없이 횡포를 늘어놓았다.그가 임찬혁을 이토록 원수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효진 앞에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임찬혁이 아무리 무사라 할지라도 용호파라는 든든한 ‘백’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거라 생각했다. “너의 외삼촌이 양운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대? 양운호가 와도 내 눈치를 봐야 해.”임찬혁은 하찮은 표정으로 김승태에게 말했다. 하지만 용호파가 경주에서 1위라는 것에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주위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눈에 임찬혁은 멍청하다 못해 본인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양운호가 와도 네 눈치를 봐야 한다고?이 말을 만약 용호파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임찬혁은 바로 길거리에서 능지처참 당할 것이다. 임찬혁은 진짜 처참한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김승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까지 전부 말했는데 임찬혁은 전혀 무릎 꿇고 용서 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귀가 어떻게 됐어? 운호 어르신은 경주 지하세력의 왕
양홍선 얼굴의 주름살이 놀랍게도 아주 느린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고 흰머리도 눈에 띄게 까매지고 있었다.“이... 이것은 진짜로 만병통치약이구나!”양홍선은 깜짝 놀라 기쁨을 금치 하지 못했다. 적어도 두세 살은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봐요. 어머니. 아들은 어머니를 속이지 않는다니까요.”임찬혁은 ‘헤헤’ 웃으며 회춘단 한 그릇을 그녀 앞에 놓으며 말했다. “어머니, 앞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이 그릇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먹으면 열 살은 더 젊어질 거예요.”이어 임찬혁은 밖에 나가 유리병을 사 오더니 다음날 유효진에게 선물할 회춘단을 그 안에 담았다.저녁을 먹은 후, 그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일찍 일어나 글로벌 쇼핑몰로 향했다.특별히 초대받은 연우의 생일에 너무 남루한 차림으로 참석할 수 없어 변변한 옷 몇 벌을 장만하려고 간 것이었다. 도심 중심에 있는 글로벌 쇼핑몰은 경주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이곳 옷가게는 전부 국제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숍이며 안에 있는 옷들도 대부분 수천만 원에 달했다. 일찍 도착한 임찬혁은 근처 문을 연 아무 가게나 들어갔고 안에는 종업원 대여섯 명이 모여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옷 살 형편이 절대 안 될 것 같은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들어오자 시큰둥한 얼굴을 하며 손님 맞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찬혁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가게 직원들조차 이렇게 현실적이란 말인가?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적어도 몇 개의 작은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카드가 들어있다.“임찬혁, 출소했네?”다른 가게로 가려고 하는 그때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옛 동창인 양금희였다. 학교 다닐 때 임찬혁은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훤칠한 데다 학교 농구팀 팀원으로 열심히 활동해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핵인싸였다. 물론 양금희도 인싸 중 한 명이었다.“양금희? 오랜만이야!”임찬혁은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원래부터 청순한 외모의 양
점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처음부터 다시 세려고 할 때 임찬혁이 그녀의 손에서 카드를 뺏어갔다.“돈은 이미 냈으니 이제 옷 좀 입어 봐도 될까요?”임찬혁은 짜증 나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여종업원이나 점장이나 하나같이 사람 보는 눈이 없네.’“네네, 당연하죠. 얼마든지 편하게 입어 보세요. 아니, 그것보다 맘에 드는 옷 말씀하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점장이 굽신거리며 임찬혁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당장이라도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상대의 잔액이 몇 자릿수든 간에 분명 이 사람은 말 한마디로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할 거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점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임찬혁이 아무리 금은보화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그의 앞에서 비겁하게 굽신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혁아, 가서 입어 봐. 내가 탈의실로 안내할게!”양금희는 수트를 들더니 임찬혁을 데리고 탈의실로 향했다.찬혁이 ‘가게 1등 보물’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양금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멋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멋있다!이 옷은 꼭 마치 임찬혁을 위해 만든 것처럼 그의 핏에 완전히 딱 맞아떨어졌고 잘나가는 모델 못지않게 멋진 모습이었다. 임찬혁은 180cm의 큰 키에 5년간의 무술 연마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그리고 가뜩이나 훤칠한 얼굴에 고급 슈트까지 매치하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임찬혁은 시골 촌뜨기에서 순식간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변신했다.“내가 입으니 어때? 괜찮아?”거울 앞에 선 임찬혁이 양금희에게 물었다.“음... 멋있어!”양금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임찬혁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럼 나 저기 헌 옷들 좀 버려줄래.”임찬혁은 이 슈트를 그대로 입고 나갈 계획이었다.이어 그는 평소 입을 캐주얼한 옷 두 벌을 더 고르고 결제를 마친 후 가게를 나오려 했다. “고객님. 고객님은 우리 가게 VVI
끼익!임찬혁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롤스로이스 팬텀이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이내 차 문이 열리더니 곧은 체격에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우월한 기럭지에 화려한 패션은 그로 하여금 귀티가 좔좔 흐르게 했고 마치 한 나라의 귀족 왕자 같았다.순간 하정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 사람은 경주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송씨 가문의 큰아들 송시후였다.그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재력도 어마어마해 수많은 여자 마음속의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정우명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나 알 것 같아! 시후 도련님이야말로 진정한 VVIP였어!”“맞아요! 시후 도련님이 항상 유 대표님 좋아한다고 계속 따라다니고 그랬잖아요. 시후 도련님만이 유 대표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하정연도 정우명의 말에 바로 동의했다.송시후야말로 그 귀한 손님이고 임찬혁은 그저 들러리보다 못한 쓸모없는 인간일 것이다.하정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한숨을 내 쉬었다.누가 VVIP 대접을 받던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유독 임찬혁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깜짝 놀랐잖아. 나는 임찬혁이 또 어디 명문가 집안 사람과 친해진 줄 알았어.”정우명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했다.“임찬혁이 나를 만날 때마다 저에게 이런 짓을 하니 나중에 꼭 기회를 봐서 혼내주세요.”하정연은 턱을 치켜들며 이를 갈았다.“내일 어떻게 할지 경호원들에게 다 얘기해 놨어. 만약 우리 결혼식에 와서 또 소란을 피우면 내가 반드시 당신 대신 톡톡히 복수해 줄게!”정우명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얼굴에는 순간 잔인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두 사람은 송시후가 성큼성큼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곳을 떠났다.임찬혁은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호텔 직원에 의해 VVIP 킹스 룸으로 안내되었고 그곳에는 유효진, 유설진, 연우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유효진은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옅은 화장에 화려한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며
경비원들은 송시후를 보고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감히 한 명도 움직이지 못했다.송씨 가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일개 경비원이 굳이 명문가 도련님의 미움을 살 필요는 더욱 없었다.“왜? 나와 진짜 해보자는 거야? 그래! 그게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송시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안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탕’하고 놓았다.그 종이를 본 유효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레시피다!그것도 유효진의 회사에서 이제 막 개발한 내일 신제품 발표회에 사용할 바로 그 레시피였다.이 레시피가 유출되는 순간, 회사는 바로 끝장이다!“네가 어떻게 뷰티밤 레시피를 갖고 있어?”유효진은 한 손으로 레시피가 적혀져 있는 종이를 낚아채며 물었다.“찢어버려도 소용없어. 그거 복사본이니까.”송시후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이 세상에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게 다 네 거야.”“뷰티밤 효과는 꽤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출시만 하면 분명 전국에서 핫해 질 거야. 하지만 이 레시피를 내가 유출이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순간 유효진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만약 레시피가 유출되면 그동안 그녀가 했던 모든 투자와 노력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간다.이뿐만이 아니다. 신제품 발표회에 초대한 많은 미용 업계의 거물들의 미움까지 살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일어서려고 해도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유효진은 맥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뭘 원하는지 진짜 몰라?”송시후는 의기양양한 승자의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딱 두 가지! 사업을 망치든지 아니면 내 여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든지!”“파렴치한 인간!”유효진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송시후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비열한 수단을 써가며 나에게 강요를 하려고? 절대 그렇게
회춘단이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효진도 바로 정신을 차렸다.“이게 찬혁 씨가 만든 약이에요?”유효진은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약효가 이렇게 신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회춘단은 체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얼굴도 젊게 해줘요. 흉터나 주근깨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요.”“언니, 확실히 방금 전보다 피부가 좋아졌어요. 목의 흉터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임찬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설진은 깜짝 놀라 외쳤다.순간 유효진의 예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하얀 피부는 백옥같이 투명해졌다. 목에 있던 보일락 말락 한 흉터 자국도 점점 사라지더니 갓난아기같이 촉촉한 무결점 피부를 완성했다.“뭐라고?”유효진은 다급히 거울을 꺼내 보았고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 임찬혁의 회춘단 효능이 이 정도로 강력할 줄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유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그때 양홍선이 룸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유효진이 자신을 데리러 오기 위해 기사까지 보낼 줄은 몰랐다.“아주머니... 얼굴이?”유효진은 그저 한 번 힐끗 바라봤을 뿐이었지만 양홍선의 확 달라진 외모에 저도 모르게 한 번 더 눈길을 돌렸다. 양홍선은 원래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이 가득했다. 그런데 안 본 지 고작 하루 만에 그녀 얼굴의 주름뿐만 아니라 흰머리까지도 전부 사라졌으며 적어도 대여섯 살은 젊어 보였다.“이게 다 찬혁이 만든 회춘단 덕분이에요. 한 알을 먹었더니 바로 얼굴이 좋아지더라고요.”양홍선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찬혁이 유 대표님께도 한 병 만들어 드렸으니 시간 날 때마다 드시면 효과를 보실 거예요.”그녀는 매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언니, 회춘단 효과가 거의 탑급인 것 같아. 우리 뷰티밤 저리가라인데?”유설진은 마치 새로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얼굴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유효진에게 말
“그걸 왜 묻는 건데요?!” 유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까지도 그때 그 일은 유효진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였고 아무도 그녀 앞에서 함부로 언급하지 못했다.그런데 임찬혁이 뒤따라 나온 이유가 고작 이걸 물어보려고?“무례했다면 죄송해요.”임찬혁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저와 하정연의 원한은 한 가지 더 있어요. 그때 하정연은 나더러 스스로 자수하게 하려고 저와 결혼을 약속했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저녁 저와 관계를 맺은 사람은 술집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여자였어요. 그날은 저도 똑똑히 기억해요. 바로 2018년 5월 12일이에요.”임찬혁은 사실대로 말했다.술집?5월 12일?순간 유효진의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날이 바로 유효진이 우울한 기분 때문에 술집에서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가 바로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된 날이었다. “유 대표님?”임찬혁은 유효진의 안색이 안 좋아진 것을 바로 눈치챘고 혹시 5월 12일 술집에 있었던 사람이 유 대표는 아니었는지 당장 묻고 싶었다. “전 그날 술 마시러 간 적이 없어요!”유효진이 갑자기 한 마디 내뱉었다.타이밍이 아무리 딱 맞아떨어져도 연우의 친부가 임찬혁이라 확신할 수 없다. 왜냐면 ‘밤의 어둠’ 술집은 매일 손님 수만 거의 만 명에 달하고 고주망태가 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더더욱 셀 수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것만으로 임찬혁이 연우의 친아버지라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게다가 이것은 그녀가 가족들 앞에서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에 임찬혁이 끼어드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그녀는 우선 스스로 모든 것을 조사한 후 연우의 친아빠가 누구인지 정확히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괜한 생각을 했네요.”유효진의 아니라는 말에 임찬혁은 실망한 얼굴로 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직감은 그에게 유효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 갔던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