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서관에서 만나는 것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강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창가 자리를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윤서연이 앉아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반대로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괜히 허전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서연이 먼저 손을 흔들었다. 도현은 웃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일찍 오셨네요." "도현 씨가 늦은 거예요." "설마 기다리신 겁니까?"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서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조금요." "..." 도현은 순간 말을 잃었다.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귀 끝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 오후. 도서관 이용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쏴아아아아―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졌다. "와..." 도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이건 좀 심한데." 서연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우산 없어요?" "차가 올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시녀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서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통화를 마친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집에서 차가 늦는대요." "얼마나요?" "한 시간 정도..." 도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이 비라면 한 시간도 더 걸릴 것 같았다. * "잠깐만 기다리세요."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편의점 비닐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이게 뭡니까?" "우산입니다." "예?" "같이 쓰고 가죠." 순간 서연의 눈이 커졌다. "같이요?" "어차피 지하철역 방향은 같습니다." 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집 방향이 전혀 달랐다. 그냥 그녀를 혼자 보내기 싫었던 것이다. * 잠시 후. 두 사람은 작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걷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거세게 내렸다. 우산이 작아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서연은 괜히 긴장됐다. 어깨가 스칠 듯 가까웠다. 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향기가 났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 괜히 심장이 빨라졌다. "추우세요?" 도현이 물었다. "조금요." 그러자 그는 말없이 자신의 재킷을 벗었다. "입으세요." "괜찮아요." "감기 걸립니다." 서연은 결국 재킷을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이상하게 마음까지. * 잠시 후.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공이 굴러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어린아이가 뛰어들었다. "위험해!" 도현이 순간 몸을 움직였다. 끼이이익―! 자동차가 급정거했다. 도현은 아이를 안고 도로 밖으로 몸을 던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도현 씨!" 서연이 놀라 달려왔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넘어지면서 손등이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제가 그 말을 해야죠!" 서연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마치 울 것처럼. 도현은 순간 멍해졌다. 자신을 그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 잠시 후. 근처 약국. 서연은 직접 그의 손에 연고를 발라주고 있었다. "아프죠?" "별로 안 아픕니다." "거짓말." "진짭니다." "또 거짓말." 도현은 웃었다. 서연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둘은 동시에 깨달았다. 이제 단순히 우연히 만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가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지고. 다치면 걱정되는 사람.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 한편. 윤가 저택. 집무실. 윤가의 가주 윤태성은 보고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평민?"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앞에 서 있던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예. 최근 아가씨께서 자주 만나시는 남성입니다." 윤태성은 책상 위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웃고 있는 강도현이 담겨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조사해." "예?" "가족부터 학교, 인간관계까지 전부."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저 표정을 지을 때는 늘 누군가가 다쳤다. "아가씨가 더 깊게 빠지기 전에." 윤태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정리해야겠군." 그 순간. 강도현은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가 조선 최고 명문 귀족가의 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장천룽 집무실도현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회장님, 다녀왔습니다."도현은 서류를 내밀었다.장천룽은 서류를 받아 천천히 넘겨봤다."그래. 수고했네."잠시 서류를 살펴본 뒤 물었다."별다른 문제는 없었나?"도현이 차분히 대답했다."예.""호텔과 카지노, 부대시설까지 모두 확인했습니다.""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장천룽은 마지막 장을 덮고 도현을 바라봤다.잠시 침묵."강팀장.""예, 회장님.""마카오 사업.""한번 맡아볼 생각 있나?"도현은 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잠시 말을 잃었다."회장님...""전 아직 회장님께 배울 것이 많습니다."장천룽은 작게 웃었다."배움은 계속되는 거야.""하지만 이제는.""직접 해보면서 배울 때가 됐네."잠시 말을 멈춘 뒤 이어 말했다."마카오 호텔과 카지노 사업을 맡게.""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자금을 바탕으로.""자네만의 투자회사를 만들어 봐."도현은 깊게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고민해 보겠습니다."장천룽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게."도현은 정중히 인사한 뒤 집무실을 나갔다.장천룽은 나가는 도현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어느 조용한 바쉬카이가 잔을 들어 올렸다."너무 고민하지 마.""너도 이제는 힘을 키워야지. 안 그래?"도현은 잔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마카오라..."잠시 생각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쉬카이가 피식 웃었다."그리고.""리천을 너에게 보내주마."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리천이요?""그래.""사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믿을 사람 하나쯤은 옆에 있어야지.""리천이라면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도현은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럼... 해보겠습니다."쉬카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잘 생각했다.""전에 나랑 조선을 떠날 때 했던 말 기억하지?"도현도 잔을 들었다."예, 형님."쉬카이가 잔을 부딪쳤다."그래.""조선을
쉬카이 병실린메이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혹시 그분 소문은 좀 들리던가요?"쉬카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분 소식은 알 길이 없소.""스스로 움직이시기 전에는..."린메이화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년 전부터 장천룽과 린메이화는 그분이라는 존재를 찾고 싶어 했다.장천룽도 그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때가 되면 내가 그대를 찾아올 것이야."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그분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장천룽 한 사람이었다.그마저도 얼굴이 가려져 있어 정확한 모습은 몰랐다.음성도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희미했다.린메이화도.쉬카이도.마찬가지였다.장가의 정보력도.쉬카이의 정보력도.그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장신위에 회사 사장실장신위에는 의자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이제 좀 쉬자.""하루 종일 회의에 화보 촬영에.""나 쓰러질 것 같아."태비서는 스케줄표를 넘기며 말했다."음... 식사는 어떻게 하실래요?"장신위에는 고개를 저었다."귀찮아.""그냥 좀 쉴래."태비서는 다시 일정을 확인했다."그럼 세 시간 정도 쉬시고.""저녁에 젊은 CEO 모임 만찬이 있습니다."장신위에는 바로 손을 내저었다."패스.""안 갈래.""거기 별 쓸데없는 말들만 하고 영양가 없어."태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오늘 일정은 더 없습니다."장신위에가 미소를 지었다."오, 그래?""강 팀장은?""강 팀장은 어디야?"태비서가 대답했다."강 팀장은 오늘 회장님 지시로 마카오에 갔습니다.""저녁 늦게 도착할 예정입니다."장신위에는 '마카오'라는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태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설마... 아가씨."장신위에가 웃으며 되물었다."왜?"태비서는 한숨을 쉬었다."가실 생각은 아니시죠?"장신위에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마카오에 놀러 갈까?"태비서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아가씨..."장신위에는 씁쓸하게 웃었다."나도 내가 왜 이러는
린메이화 응접실린메이화는 책상에 앉아 류정하이와 통화 중이었다."류 실장, 어떻게 됐어?"류정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쉬카이와 함께 광저우병원으로 이동 중입니다.""조금만 늦었어도 문제가 심각해질 뻔했습니다."린메이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수고했어요."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그럼 나도 광저우병원으로 이동할 테니.""쉬카이한테 거기서 보자고 전해요.""병실은 이미 준비됐을 거예요.""예, 사모님."통화가 끝났다.허무란이 물었다."사모님, 직접 움직이시게요?"린메이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회장님도 계시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어.""무란아, 너도 준비해.""예, 사모님."린메이화는 곧장 서재로 향했다.---서재장천룽과 도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노크 소리가 들렸다."회장님, 들어가도 될까요?""그래, 임자. 들어오구려."린메이화가 안으로 들어왔다."쉬카이가 둥관병원에서 지금 광저우병원으로 이동 중이에요."장천룽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그래?""그 친구는 괜찮은 건가?""아직까지는요.""류 실장이 직접 데리고 오고 있어요."장천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쉬카이가 잘못되면 우리도 난처해지지.""임자도 그렇게 생각하나?""네.""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만나보려고요."장천룽은 도현을 바라봤다."강 팀장.""예, 회장님.""자네도 같이 다녀오게.""자네도 궁금할 것 아닌가.""예, 회장님."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준비되시면 내려오십시오.""제가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린메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도현이 나가고.장천룽이 미소를 지었다."임자가 고생이 많구만."린메이화도 웃었다."고생은요.""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회장님께서 이런 일까지 직접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장천룽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임자가 있어서 다행이야."린메이화는 살짝 부끄러운 듯 웃었다."참.""늦겠어요.""저 가볼게요.""그래.
린메이화 응접실린메이화는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맞은편에는 허무란과 류정하이가 앉아 있었다.린메이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류 실장.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류정하이가 고개를 저었다."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잠시 침묵."다만, 지금 쉬카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주가그룹 지정병원이라고 합니다."린메이화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그래?"그리고 곧바로 말했다."서둘러야겠네."허무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러시죠, 사모님?"린메이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쉬카이 습격이 주가와 관련 있다면.""그 병원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야."허무란도 상황을 이해한 듯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저희가 쉬카이를..."린메이화가 말을 끊었다."류 실장.""예.""병원으로 응급차 보내.""쉬카이를 둥관대학병원에서 광저우병원으로 옮겨."류정하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린메이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요."류정하이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허무란이 다시 물었다."사모님."린메이화는 창밖을 바라봤다."쉬카이는 광저우의 또 다른 한 축이야."잠시 침묵."그가 무너지면.""광저우의 질서도 흔들린다."---어느 조용한 사무실한 남자가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아직도 살아 있다고?"분노가 섞인 목소리였다."이런 멍청한 놈들."잠시 침묵."얼마나 더 붙잡아 둘 수 있는 거야?"상대방의 대답을 들은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촉박해.""눈치채기 시작하면 우리도 위험해진다."그리고 낮게 말했다."빨리 움직여."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동안 표정은 굳어 있었다.---일반병실쉬카이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아, 뭐지.""이 답답함은."마준이 옆에서 말했다."형님, 이제 곧 퇴원입니다.""조금만 참으시죠."쉬카이는 한숨을 내쉬었다."준아.""예.""담배나 피러 가자.""예, 형님."둘은 병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그때
도현과 장신위에는 바닷가 앞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장신위에는 긴 머리카락을 넘기며 천천히 걸었다.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가씨.""바람이 찹니다.""이제 들어가시죠."장신위에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강도현..."잠시 침묵."정말...""나는 가능성이 없는 걸까?"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아가씨...""죄송합니다."장신위에는 씁쓸하게 웃었다."알아.""그래도.""내 마음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도현은 고개를 숙였다.장신위에는 다시 말했다."대신 약속은 지켜.""이 땅에서는.""나만 지켜주는 거.""조선으로 가기 전까지는."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장신위에는 작게 웃었다."그럼 됐어.""이제 집으로 갈까?"도현은 차 문을 열어주었다."네.""가시죠."둘은 차에 올라탔다.---출발하기 직전.장신위에는 도현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저기...""강도현."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장신위에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그리고 결국 고개를 저었다."아니야.""가자."도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차 안은 조용했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느새 장가 자택에 도착했다.---도현이 차 문을 열었다."아가씨.""도착했습니다."장신위에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강팀장.""오늘 수고했어요."도현은 고개를 숙였다."들어가십시오."장신위에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도현이 돌아서려는 순간.휴대전화가 울렸다."예, 회장님.""강팀장.""내 서재로 잠깐 오게.""예.""곧 가겠습니다."---장천룽 서재도현은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부르셨습니까."장천룽은 손으로 자리를 가리켰다."앉게."도현은 소파에 앉았다.장천룽은 직접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이 차는 어렵게 구한 거야.""한번 마셔보게."도현은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향이 참 좋습니다."장천룽은 만족스러
쉬카이 일반병실쉬카이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준아.""예, 형님.""언제 퇴원 가능한지 알아봐."마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려는 순간.병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들어왔다."아직 퇴원은 안 됩니다.""몇 가지 검사가 더 남아 있습니다."쉬카이가 인상을 찌푸렸다."검사는 충분히 받은 것 같은데 무슨 검사를 계속 하나."의사는 차트를 넘기며 말했다."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확인만 하면 됩니다."쉬카이는 한숨을 내쉬었다."아, 참 답답하네."마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형님.""일단 검사는 다 받으시죠."쉬카이는 의사를 바라봤다."의사 양반.""일주일이면 되겠소?"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정도만 참아주세요."의사는 인사하고 병실을 나갔다.쉬카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준아.""예.""넌 펑이랑 천이한테 별일 없는지 확인해봐.""예, 형님."마준도 병실을 나갔다.쉬카이는 휴대전화를 꺼내 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다.""예, 형님.""알아보라고 한 건?"뤄진이 바로 대답했다."린이가 움직였으니 얼마 안 걸릴 겁니다.""그래."쉬카이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진아.""예.""주변 움직임 잘 살펴보고.""이상 있으면 바로 전화해.""예, 형님.""그래."전화를 끊은 쉬카이는 천장을 바라봤다."아...""답답하네."린메이화 응접실린메이화는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허무란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사모님.""정말 아가씨가 선을 보시나요?"린메이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 자리에 강팀장을 데리고 간다고 해서.""그 조건으로 허락받긴 했지."허무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네?""그 자리에 강팀장을요?"린메이화는 작게 웃었다."걱정이 앞서긴 하지만.""강팀장이 잘 대처하리라 믿어야지."허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습니다."린메이화는 서류를 덮었다."그건 그거고.""알아보라고 한 건?"허무란이 곧바
월요일 오후.강도현은 수업을 마치고 캠퍼스를 나오고 있었다.그때였다."강도현 씨."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리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윤가 비서실장이었다.도현의 표정이 굳어졌다."무슨 일입니까?""가주님께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제가 거절하면요?"비서실장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래도 만나게 되실 겁니다."정중한 말투였지만 사실상 통보였다.도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언젠가는 올 일이었다.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어디로 가면 됩니까?"* 한 시간 후.한성 중심부.귀
며칠 동안.강도현은 계속 고민했다.윤가의 경고.귀족과 평민이라는 현실.그리고 윤서연.머리로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마음은 달랐다.도서관에 가면 그녀를 찾게 되고.휴대전화를 보면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하게 됐다.결국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도현 씨."주말 오후.서연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꾸민 모습이었다.하늘색 원피스.길게 늘어진 머리.도현은 순간 시선을 떼지 못했다."왜 그렇게 봐요?"서연이 웃으며 물
"윤가에서 왔습니다."정장을 입은 남자의 말에 강도현의 표정이 굳었다.예상은 하고 있었다.언젠가는 들킬 거라고.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무슨 일입니까?""잠시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정중한 말투였다.하지만 선택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어디로 가면 됩니까?"* 같은 시각.윤가 저택."강도현이라는 평민을 알고 있나?"윤태성의 질문에 윤서연의 손끝이 떨렸다.하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친구입니다.""친구?"윤태성이 피식 웃었다
"강도현."윤태성은 서류철을 덮었다.책상 위에는 한 청년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평범한 옷차림.평범한 외모.평범한 집안.귀족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명씩 스쳐 지나가는 평민 중 하나였다.그런데 그런 인간이.자신의 딸과 만나고 있었다."대학교 2학년."비서가 보고를 이어갔다."성적은 우수합니다.""가문은?""부친은 공장 근로자, 모친은 식당 종업원입니다."윤태성은 피식 웃었다.아주 짧은 웃음이었다."딱 평민이군."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가씨는?""최근 외출 횟수가 늘었습니다.""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