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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작가: 리치 사랑
“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수민의 목소리는 울먹였다. 그녀는 허승호가 한두 마디쯤은 달래 줄 거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는 그녀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혼자서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서 기대했던 것뿐이었다.

수민은 마음이 쓰렸고 표정도 넋이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허승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고 속내를 읽기 어려웠다. 허승호는 여자를 밝히긴 해도 중요한 일 앞에서 지켜야 할 선이 뭔지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회사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면 남녀 관계보다 당연히 훨씬 더 중요했다.

그는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눈치 없고 철없는 여자는 데리고 있어 봤자 소용이 없었다.

허승호는 코웃음을 쳤다.

‘여자들은 참 귀찮아. 돈 쥐여 주면 끝날 일을, 꼭 감정이니 사랑이니 하잖아.’

그는 이런 사소한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고 지금은 회사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허승호는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경찰서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장은 사무실에서 최근 사건 자료를 보던 중이었다. 윤해준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한동안 기분이 좋아서 들떠있었다. 이제는 누가 와서 자신을 압박할 일도 없었고 청장 자리도 마음 편히 지킬 수 있었다.

게다가 윤해준 쪽 비서가 한성한이라는 경찰이 괜찮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청장도 진지하게 고민했고 결국 한성한을 승진시키기로 했다.

현재 한성한은 부팀장이었다.

윤해준의 말은 그대로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지난번 한성한이 그들을 데리고 면회 한 번 다녀왔었는데 그때 윤해준이 꽤 만족했던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 이러한 얘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청장도 한성한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한성한이 기회를 제대로 잡은 셈이었고 이에 대해 청장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가는 법이었다.

윤해준처럼 대단한 사람이 눈여겨볼 만큼 능력이 있다면 그에게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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