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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Author: 수박빙수
“하경 씨, 괜찮으세요? 하경 씨!”윤하경은 찡그린 미간으로 힘겹게 눈을 뜨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눈꺼풀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초조해진 용천수가 다급히 그녀의 인중을 꾹꾹 눌렀고 한참을 그렇게 누르고 나서야, 윤하경은 흐릿하게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얼굴이 용천수라는 걸 인식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왜 따라왔어요?”

“강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겁니다.”

정신을 가다듬은 윤하경은 목을 부여잡고 거칠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낯선 목소리가 거칠게 들어왔다.

“넌 누구야, 남의 집에서 뭐 하는 짓이야!”

바닥에 쓰러져 있던 윤수철이 비틀거리며 일어났고 가슴을 움켜쥔 채 일어나긴 했지만 얼굴에는 놀람도 두려움도 없었다.

“불법 침입이야!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 부른다!”

용천수는 무표정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차갑고 살기 가득한 시선에 윤수철은 입을 다물고 뒷걸음질 쳤다. 아무리 억세게 굴어도, 그는 결국 본질적으로 비겁한 자일 뿐이었다.

반면 용천수는 강현우와 함께 피비린내 나는 세계를 살아온 인물이기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생사의 경계에서 체득한 것이었다.

“그래? 그럼 얼른 불러, 경찰.”

그는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윤수철은 그 말에 말문이 막혀, 한동안 꼼짝도 못 했다.

지금 상황에서 자기가 신고라도 했다간, 살인 공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유 집사가 다급히 달려와 윤하경의 등을 두드려주며 숨을 가다듬게 도왔다.

기침을 멈춘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잔인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이제 우리는 끝이에요.”

차분하게 하지만 이를 악문 듯한 말이었다.

설령 윤수철에게 어떤 감정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찌릿하게 저렸다.

그녀와 윤수철 사이에도 한때는 부녀의 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확실히 적이 되었고 죽거나 죽이거나, 그뿐이었다.

윤수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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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916화

    병실 안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고 침대에 누운 강현민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그 맞은편에는 강호석이 앉아, 손에 쥔 지팡이 머리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오래된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강현민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강호석을 바라봤다.“아버지, 지금 아버지 계신 데서도 현우 저 자식이 저한테 이렇게 하는데 나중에 아버지 안 계시면... 그땐 진짜 이 집안 다 자기 맘대로 굴리겠죠. 우리 다 끝장일 거예요.”며칠 사이 강현민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강현우에게 잡혀 있던 그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한참 침묵하던 강호석은 굳게 닫힌 입술을 열지 않았다.강현민은 바싹 마른 입술을 한 번 핥고 다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아버지, 현석의 일도 좀 생각해 보세요. 걔....”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호석은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내리쳤고 날카로운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너희들 중에 누구라도 제대로 된 놈이 있었으면 내가 이 나이에 이런 고생을 하겠냐! 지금 와서 내 앞에서 징징댈 시간 있으면 네 할 일이나 제대로 해!”호통에 강현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강씨 집안의 자손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사람은 강현우뿐이었다.세상에 나라를 세우기는 쉬워도 지키는 건 어렵다고 하더니 강호석이 그룹 경영권을 강현우에게 넘긴 뒤로 강씨 그룹은 힘을 잃기는커녕 오히려 사업 규모가 더 커졌다.그래서 강호석이 강현우를 못마땅해하면서도 결국은 또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석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철컥 열렸다.“회장님.”“여기 잘 지켜. 그리고... 현우 걔 좀 집으로 오라고 해.”강호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강현민을 한 번 더 바라봤다.“너도 병이나 잘 고치고 헛짓거리하지 말고 내 연락이나 기다려라.”그 눈빛에 눌린 강현민은 힘없이 대답했다.“네.”하지만 강호석이 나가고 나서야, 그 얼굴에서 겁먹은 표정이 싹 사라졌다.강현민은 옆에 서 있던 사람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9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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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914화

    구지호라는 이름이 나오자 소지연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그 얘긴 하지 마. 괜히 불쾌한 사람 얘기로 기분 망치고 싶지 않거든.”하지만 윤하경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지연을 졸라 끝까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소지연은 결국 한숨을 쉬고 교문 밖에 보이던 카페를 가리켰다.“일단 들어가자. 차분히 앉아서 얘기해줄게.”한 시간쯤 지난 뒤, 소지연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아무튼, 구지호랑 완전히 인연을 끊을 수 있었던 건 오히려 강현우 덕분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감사할 일일지도 몰라.”윤하경은 커피를 주문하지 않고 그냥 손에 든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건성건성 마시고 있었다. 사실 어제부터 계속 소지연은 강현우의 좋은 점만 자꾸 얘기했다.하지만 윤하경은 강현우 얘기만 들으면 머릿속에는 자꾸 용천수가 피를 흘리던 장면만 떠올랐다.윤하경이 아무 말 없이 입술만 꾹 다물자 소지연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슬쩍 카페 창문 너머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힐끗 쳐다봤다.차 안에서는 강현우가 담배를 손에 쥔 채, 윤하경과 소지연이 있는 카페를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어제 유호천에게 윤하경을 지켜보라고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회사 일도 전부 원격으로 처리하면서 윤하경 곁을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유호천이 키득거리며 농담을 건넸다.“대체 누가 강 대표님이 여자 친구 곁만 맴도는 남자라고 믿겠어?”하지만 강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유호천은 또 물었다.“진짜 하경 씨가 기억 못 찾으면 어떻게 할 거야?”강현우는 묵묵히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길게 연기를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호천을 노려보며 말했다.“조용히 해.”유호천은 자기 농담이 헛발질이 된 걸 알고 재빨리 입을 막으며 잠잠히 눈치를 살폈지만 눈빛에는 장난기가 여전했다.강현우는 늘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던 사람인데 요즘 들어 자꾸 실수를 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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