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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서다인은 속으로 움찔했다.

‘뭘 하려는 거지?’

백하린은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오빠 지금 돌아오는 길이야. 이 집은 윗분들을 접대하는 곳이라 대문 말고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서다인의 머릿속에 스쳤다. 백하린의 음산한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두피가 저렸다.

곧이어 백하린은 미친 듯이 책장으로 돌진해 그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책을 뒤집어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뺨을 몇 번이나 후려갈겨 선명한 손자국을 남겼다.

서다인은 입을 떡 벌리고 여자의 갑작스러운 자해 행위에 놀라 어리둥절했다.

그녀의 비열한 수단은 일찍이 경험했지만, 서다인을 모함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해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백하린을 애지중지하는 남하준은 어떻게 악명 높고 평판이 좋지 않은 서다인의 설명을 믿을 수 있을까?

서다인은 아마 죽어도 이 누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백하린,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자해까지 하는 거예요? 정말 미쳤어요?”

백하린은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다인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이에 서다인은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다.

“당신의 이런 모습을 남하준이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요?”

백하린은 하찮은 듯 코웃음을 쳤다.

“서다인, 남하준과 결혼하기 전에 잘 알아보지 그랬어? 남하준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오빠가 십수 년 동안 사랑한 죽마고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나에 대한 사랑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

“그리고 난 오빠 마음속에 늘 완벽하고 순수하고 선량한 이미지거든. 이것 또한 네가 예측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지. 날 그렇게 사랑하는 오빠가 나에 대해 의심할 것 같아?”

서다인은 가슴이 시큰거리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돌아섰다.

백하린은 뒤쫓아 나가더니 문 앞에서 서다인을 잡아당겼다.

그때, 무장한 군용 전차 한 대가 밖에서 천천히 들어왔다.

백하린은 그 차량을 힐끗 보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해요, 다인 언니. 저는 내연녀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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