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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hor: 속세
그날 밤 강무진은 다시 오지 않았고 한서윤은 홀로 밤새 고열을 견뎠다.

이튿날도, 그다음 날도 강무진은 찾아오지 않았다. 장군부 안에는 윤채령에 관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들었나? 장군께서 윤채령 아가씨를 살리려고 가슴에서 피를 뽑으셨다가 쓰러지실 뻔했대."

"그러게 말이야. 장군께서 윤채령 아가씨에게는 정말 온 마음을 다하시더군. 한밤중에 기침을 하자 밤새 곁을 지키며 직접 약과 물을 먹여 주셨다더라."

"폐에 좋다고 강남에서 싱싱한 비파(枇杷)까지 가져오게 하셨대. 워낙 귀한 물건이라 쉴 새 없이 말을 몰아 여러 마리가 죽었다더군."

"어제는 윤채령 아가씨가 계화떡을 먹고 싶다고 하자 장군께서 직접 거리에 나가 사 오셨대. 장군 같은 분이 언제 그런 일을 해 보셨겠어?"

단아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밖으로 달려가 따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한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나흘째 되던 날, 노부인의 처소에서 소란이 일었다.

한서윤이 들은 바로는 노부인이 윤채령을 내보내려 하자 강무진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고 한다.

"채령을 장군부에서 쫓아내면 저도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노부인은 화가 나 찻잔을 내던졌지만 끝내 아들을 꺾지 못했고, 윤채령은 장군부에 남았다. 한서윤은 여전히 개의치 않고 묵묵히 짐을 꾸렸다.

닷새째 저녁, 강무진이 찾아왔다. 마지막 옷 몇 벌을 정리하던 한서윤은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빛을 등진 그의 체구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할 말이 있다."

강무진은 들어와 탁자 곁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녀 옆의 보따리와 개어 둔 옷을 훑어보다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묻지는 않았다.

한서윤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아 눈을 내리깔고 그를 보지 않았다.

"요즘 장군부에 사람이 하나 늘었다는 얘기는 너도 들었겠지. 채령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다. 집안이 몰락한 뒤로는 조모 집에서 지냈고, 얼마 전 크게 다쳐서 당분간 여기서 몸을 추스르도록 데려왔다."

강무진이 말을 이었다.

"한동안 장군부에서 지낼 테니 안주인인 부인이 손님처럼 잘 챙겨 주게."

한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무진은 뜻밖이라는 듯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가 따져 묻거나 울고 화를 낼 줄 알았다. 지난 삼 년 동안 그녀는 늘 묵묵히 참았지만, 그가 도를 넘는 짓을 할 때마다 마치 말없이 항의하듯이 눈물을 머금은 채 서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눈물도, 서러운 기색도 없었다. 심지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문득 무언가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금세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채령은 계화떡과 연꽃씨마죽을 좋아한다."

그가 말을 이었다.

"부인은 솜씨가 좋으니 이따 만들어 보내 주거라. 이곳이 낯설 테니 언니로서 잘 살펴 주고."

한서윤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정실인 그녀에게 다른 여인의 음식을 만들라니, 이건 배려가 아니라 모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습니다."

고분고분한 모습에 강무진은 다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윤채령이 기다리고 있어 끝내 더 묻지 않고 일어나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서 준비하거라."

발소리가 멀어졌다. 한서윤은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떡을 찐 뒤 정성껏 찬합에 담아 단아에게 전하게 한 뒤 계속 짐을 꾸렸다.

정리를 마치자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한서윤은 음식을 두어 입 먹고 누웠다. 요 며칠 이상하게 자꾸 졸리고 입맛도 없었으며, 기름진 것만 보면 속이 메스꺼웠다. 며칠 전 앓은 병이 아직 낫지 않은 탓이라 여기며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밤중, 누군가 거친 손길로 그녀를 잡아당겨 잠에서 깼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잘생겼지만 서늘한 강무진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치맛끈을 거칠게 풀어헤쳤고, 그녀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거칠게 파고들었다.

"아악!"

한서윤은 너무 아픈 나머지 온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었다.

"장군, 아픕니다."

강무진은 비웃으며 더욱 사납게 움직였다.

"아프다는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느냐? 아픈 게 뭔지 알면서 왜 채령이에게 줄 음식에 손을 쓴 것이냐? 채령이가 고수를 먹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넣은 것이지? 이제 겨우 병이 나았는데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았다. 그 잠깐을 못 참고 벌써부터 채령이를 해치려 든 것이냐?"

"아닙니다..."

한서윤은 숨이 넘어갈 듯 울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대로 만들었을 뿐, 다른 것은 넣지 않았습니다."

"채령이 일부러 너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말이냐?"

강무진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허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움직였다.

"한서윤, 너를 너무 얕봤구나. 낮에 순종적이던 모습은 모두 연기였느나? 아무래도 호되게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는 마치 극악무도한 죄인을 벌주듯 증오를 담아 거칠게 몰아붙였다. 평소의 거친 행동과는 전혀 달랐고 마치 그녀를 짓눌러 버리려는 듯했다.

"장군... 멈추십시오."

한서윤은 기절할 듯 아팠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제발... 멈춰 주십시오..."

"멈춰?"

강무진은 몸을 숙여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이렇게 음탕한데 멈추면 견딜 수 있겠느나? 똑똑히 기억해라. 다시 채령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평생 이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해 주마!"

한서윤은 울면서 애원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의 몸에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자 강무진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창밖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달빛에 선명한 핏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서윤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극심한 통증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강무진과 의원의 싸늘한 대화가 들려왔다.

"장군, 부인께서 회임하신 지 두 달이 되셨습니다. 하지만 잠자리에서 무리한 탓에 아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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