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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Author: 속세
'아이? 내게 아이가 있었단 말인가?'

졸리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이유 없이 피곤했던 것은 모두 병이 아니라 아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기도 전에 아이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한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배를 어루만졌다. 배는 여전히 평평했지만 작은 생명이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를 더 닮았을까, 장군을 더 닮았을까?'

이제 영원히 알 수 없었다. 병풍 너머로 강무진의 차분하고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라,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으니 잘됐군. 번거로울 일이 없겠군."

한서윤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벼웠다.

그에게 두 사람의 아이는 사라져 다행인 골칫거리일 뿐이었다.

발소리가 멀어졌고 의원도 한숨을 쉬며 뒤따라 나갔다. 병풍 뒤에는 그녀와 방 안을 가득 채운 차가운 정적만 남았다.

눈물이 소리 없이 한 방울, 두 방울 흐르더니 멈출 수 없이 쏟아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키려 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흐느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적은 없었다.

다시 발소리가 들리자 강무진이 돌아온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약그릇을 든 윤채령이 병풍을 밀고 들어왔다.

"언니."

윤채령이 침상 곁에 앉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를 잃어 몸이 많이 약해졌을 테니 우선 약부터 드십시오."

그녀는 약을 한 숟갈 떠 한서윤의 입가로 가져갔다. 한서윤은 고개를 돌리고 마시지 않았다.

"언니, 약을 드시지 않으면 낫지 않습니다."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숟가락이 다시 다가왔다. 한서윤은 손을 들어 약그릇을 바닥에 내리쳤다. 깨진 사기 조각과 약물이 윤채령의 치맛자락에 튀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이 없다."

한서윤이 낮게 말했다.

"언제까지 연기할 생각이냐?"

윤채령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의 치맛자락에 묻은 얼룩을 내려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었고 승리자의 우쭐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 누운 한서윤을 내려다보았다.

"연기면 어쩔 건데? 장군은 나를 믿지, 언니를 믿지 않아."

그녀는 몸을 낮춰 한서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누명을 씌웠는지 궁금하겠지. 언니가 내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지. 장군과 나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며 서로 사랑했는데 내가 선대 장군이 밖에 둔 여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노부인이 기어코 우리 사이를 막았다. 내가 억울하지 않겠느냐?"

그녀는 손을 뻗어 한서윤의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

"언니는 참 곱기도 하지. 장군께서 그동안 언니를 꽤 자주 찾으셨겠네. 시녀들 말로는 밤마다 언니 처소에 드나드셨다던데. 어떤 날은 한 번, 어떤 날은 두세 번씩 말이지.

허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장군이 마음에 둔 사람은 나야. 언니는 그저 개 한 마리나 다름없지. 쓸모가 있을 때는 곁에 두고 희롱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버릴 거다. 내가 언니를 죽여 달라 청하면, 망설이지도 않을 거다."

한서윤은 두 눈을 감았다. 가슴을 파고드는 고통에 심장이 찢어질 듯했다.

"나를 적으로 삼을 필요 없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으니까."

윤채령은 멈칫하더니 맑고 고운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울음보다 더 거슬리는 소리였다.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고? 이미 끼어들었잖아. 내 자리를 차지하고 내 사내와 잠자리를 하고 장군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지. 한서윤, 그 말이 우습지도 않느냐?"

"나는 이미 부부의 연을 끊기로 했다."

한서윤은 눈을 뜨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곳을 떠나 모두 끝낼 테니 더는 애써 누명을 씌울 필요 없다."

윤채령의 웃음이 뚝 그쳤다. 한서윤을 바라보는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음흉하게 변했다.

"부부의 연을 끊어?"

그녀가 되뇌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장군 같은 사내를 두고 떠날 수 있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갑자기 요란한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말이 날뛴다! 어서 피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놀란 말 한 필이 대문을 부수고 곧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말은 앞발을 높이 치켜들더니 윤채령을 향해 그대로 내려찍으려 했다. 윤채령은 온몸이 굳어 피할 겨를도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급히 뛰어들었다. 강무진이었다.

그는 재빨리 뛰어들었지만, 말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앞발을 높이 치켜든 채 윤채령을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무진은 한서윤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앞으로 힘껏 밀쳤다. 한서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말발굽 아래로 밀려났다.

말발굽이 한서윤의 가슴을 세게 짓밟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와 강무진의 얼굴에 튀었다.

하지만 그는 윤채령을 품에 안고 보호한 채 한서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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