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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Penulis: 무가
“베컨 닥터, 바보 동생이 장난치는 것도 모자라 닥터까지 장난에 끼어든 겁니까?”

행크가 버럭 화내며 베컨을 꾸짖었다.

편견이란 건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

많은 사람이 편견 때문에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심지어 인생에 중요한 사람을 놓치기도 한다.

행크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최소한 40대 후반 이상이어야 하고 진서준 같은 청년은 병원에서 인턴 기간이 2년 반도 되지 않는 새내기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 말은 내 의술을 믿지 않는다는 거야?”

진서준이 차분하게 물었다.

“당연히 믿지 않아. 너 같은 어린놈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의술을 운운해? 그리고 난 너뿐만 아니라 너희 대한민국 한의학 자체를 믿지 않아.”

행크의 편견에 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의학은 수천 년을 전해 내려온 의술이야. 너희 서양 의학이 발달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감히 한의학을 업신여겨? 서양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우리는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어. 넌 우리 한의학을 깍아내릴 수 있는 자격도 없어.”

진서준이 단호하고 당당하게 반박하자 행크는 순간 당황했다.

“터무니없는 소리야. 너희 한의학엔 과학이 전혀 없거든?”

행크는 정신을 차린 뒤 바로 반박했다.

요즘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은 과학에 집착한다.

심지어 적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한의학을 믿지 않고 서양 의학을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서양 의학은 과학이 깃든 의술이었기 때문이다.

“과학은 개뿔, 그건 너희가 만들어낸 이론에 불과해. 우리 한의학에도 나름의 이론이 있어.”

진서준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반박하자 행크는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그만해, 내가 여기 온 건 너와 논쟁하러 온 게 아니야. 지금 당장 예린 공주를 데려가!”

행크가 데려온 사람들이 그 지시를 따라 서둘러 움직이며 예린을 데려가려고 했다.

진서준은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갑자기 행크에게 기운이 날아갔고 똑바로 서 있던 행크는 다리가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바닥에 앉아버렸다.

“왕자님, 왜 그러십니까?”

경호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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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우리 한의학을 모욕하잖아. 그럼 내가 조금 벌을 주는 것도 정상이잖아.”진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행크가 한의학을 모욕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굳이 행크를 혼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고인권은 의아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속으로 내심 칭찬했다.이전에는 약간 얄미운 감정이 있었던 진서준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괜찮아 보였다.“얼른 내 다리를 치료해!”행크가 진지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한의학에 사과하면 치료해 줄게.”진서준이 담담하게 대응했다.“꿈도 꾸지 마. 내가 말했지? 너희 한의학은 우리 서양 의학과 전혀 비교도 안 돼.”행크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고 사과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소하비는 한쪽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럼 계속 쭈그리고 앉아 있어. 시간이 지나면 네 다리는 완전히 망가질 거야.”“이놈이 감히 날 겁줘?”말은 그렇게 해도 행크의 눈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행크는 한 나라의 왕자이자 앞으로 샛터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었다.만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된다면 샛터의 국왕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겁주는 건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진서준은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다.“어디서 개수작이야? 다들 저놈을 혼내줘!”행크가 이를 악물며 명령하자 따라온 경호원들이 즉시 진서준을 둘러쌌다.“동작 그만!”고인권이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이건 나와 저 녀석 사이의 사적인 문제입니다. 당신들 군대 사람은 간섭할 자격이 없습니다.”행크가 냉정하게 말했다.행크는 흑기린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었다.이 특전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조직이었다.막다른 길에 들어서지 않은 이상, 아무도 흑기린과 적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이 진 선생님은 우리 군부 소장입니다.”고인권이 천천히 해명했다.“내가 당신들 나라 소장을 공격하면 당신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겁니까?”행크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88화

    “네가 이기면 내가 정식으로 사과할게. 하지만 네가 지면 넌 내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거야.”진서준은 뜻밖의 제안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의학으로 대결하자고? 확실해?”“물론이지. 왜? 이제야 이 상황이 두려운 거야?”행크의 도발적인 질문에 진서준은 무덤덤하게 답했다.“난 전혀 두렵지 않아. 오히려 너희가 너무 처참하게 질까 봐 걱정하는 거야. 전통적인 대결은 나도 이젠 너무 식상해. 너 독약을 잘 제조하는 의사나 데려와. 난 그 의사랑 독을 제조하는 대결을 할 거야. 서로가 제조한 독을 먹고 해독할 수 있으면 이기는 거야. 어때?”이 대결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하나는 상대방이 독약을 제조하는 실력을 시험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해독하는 의술도 시험할 수 있었다.“으하하! 너 스스로 들어가 누울 무덤을 파는구나.”행크는 그 말에 신나서 웃음을 터뜨렸다.옆에 있던 소하비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 씨, 불과 얼마 전에 우리 왕실에 독약을 연구하는 의사가 왔습니다. 그 사람이 만든 독약은 정말 강력했고 그 사람 자신도 해독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가볍게 웃어넘겼다.“잘됐네. 그럼 그 사람 내일 당장 여기로 데려와.”“먼저 내 다리부터 치료해!”행크가 갑자기 중요한 문제를 떠올렸다.“하루 더 기다려도 늦지 않아.”진서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병실을 떠났다.“이 빌어먹을 놈, 정말 괘씸하네.”진서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자 행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형, 오늘은 옆방에서 쉬는 게 어때?”소하비가 미소를 지으며 제안하자 행크는 소하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환자가 아니야.”두 형제는 사실 암암리에 힘을 겨루고 있었다.샛터 왕위 계승자는 한 명뿐이지만 현재 샛터 국왕의 아들은 열 명이 넘었다.이 왕자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수면위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었다.그리고 왕자들이 성인이 되면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하지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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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0화

    “그 자식 혼자 해외에 보내도 나쁠 건 없어. 여기 있어봤자 계속 소란을 피울 거야. 이번에 허성태와 당신 덕분에 저놈이 고자가 되는 신세를 면한 거야. 우리 서씨 가문은 대체 뭘 잘못한 거야? 어떻게 이런 불효자식이 태어날 수가 있어?”서정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서정훈과 아내는 타고난 천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신분도 높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라고 할 수 있었다.그런데 서현욱은 왜 이런 꼴로 사는 걸까?서정훈 부부는 서현욱의 교육에 심혈을 전부 퍼부었지만 자식 농사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만해요, 화 좀 풀어요. 이따가 서준이 나오면 제대로 고맙다고 전해야죠.”심해윤이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어떻게 고맙다고 전할 건데?”서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서준은 돈도 부족하지 않고 사회적 지위도 우리보다 훨씬 높아. 우리가 과연 어떻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해? 우리 집이 서준에게 진 빚은 아마 평생 갚지 못할 거야.”서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서정훈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지금 돈도 부족하지 않았고 직급도 서정훈보다 훨씬 높았다.돈과 권력으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솔직히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건 맞는 말이에요..”심해윤도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둘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에서 나왔다.“서준아, 어떻게 됐어?”심해윤이 초조한 얼굴로 묻자 진서준이 이내 대답했다.“괜찮아요, 어머님. 이 약제를 하루에 한 번만 발라주시면 반달 후엔 다 나을 겁니다.”진서준은 나머지 약제를 병실에 뒀다.약을 바르는 일은 누군가에게 맡기면 되니 진서준이 굳이 매일 올 필요는 없었다.진서준도 요새 할 일이 너무 많았다.“정말 고마워, 서준아.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심해윤은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요, 어머님.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남편이랑 함께 널 배웅해 줄게.”“당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1화

    위험한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진서준은 허윤진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어라? 혹시 서현욱 치료하러 온 거야?”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허윤진이 의아해했다.어제 서현욱을 치료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추가적인 치료가 더 필요한 건가?“아니야. 독약 만드는 시합 하러 온 거야.”진서준이 솔직히 털어놓자 허유진은 깜짝 놀랐다.“뭐라고? 독약 만들기 시합이라고?”독약을 만드는 걸 시합한다는 건 허윤진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상대가 누구야? 왜 너랑 독약 만들기 시합을 하자는 거야? 위험한 건 아니지?”허윤진은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쏟아냈다.“잠시 후 만나 보면 누군지 알게 될 거야. 위험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나도 확신할 수 없어.”진서준이 추가로 설명했다.현재 진서준의 몸은 모든 독이 침투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세상 대부분의 독약은 이미 진서준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설령 위협이 있더라도 진서준은 장청결로 언제든 해독할 수 있었다.“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가지 말고 우리 빨리 돌아가자.”허윤진이 진서준의 팔을 잡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안 돼. 독약 만들자는 건 내가 제안한 거야. 장본인이 여기 오지 않으면 안 되잖아.”진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미쳤어? 독약 만들자는 걸 왜 제안했어?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거야? 우리 언니는 아직 병상에 누워 있어. 너도 거기 함께 눕고 싶어 이러는 거야?”허윤진은 강경한 태도로 한마디 보탰다.“얼른 나랑 집으로 돌아가자.”“윤진아, 이번엔 정말 네 말을 들을 수 없어. 대신 하나만 약속할게. 난 절대 목숨을 위협하는 큰 일을 당하지 않을 거야. 다만 상대방이 무슨 일을 겪을지는 내가 장담 못해.”진서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진서준은 사람을 구할 줄 알 뿐만 아니라 독약을 제조하는 기술도 탁월했다.진서준이 만든 독약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었다.“정말이야?”허윤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당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2화

    “이놈이 드디어 왔구나. 혹시라도 겁먹고 안 올 줄 알았는데.”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행크가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여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널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왜 겁먹고 안 오겠어?”진서준이 태연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행크는 화가 나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이 녀석이 정말 사람 화나게 하는 데 재간이 있네. 오늘 반드시 네놈을 바닥에 무릎 꿇고 잘못을 빌게 할 거야.”행크는 진서준 같은 괴짜를 처음 만났다.곧이어 행크는 옆에 서 있던 노인에게 고개를 돌렸다.노인은 서양인의 외모가 70%, 동양인의 외모가 30% 정도 섞인 혼혈이었다.“바젠 닥터, 이제부터 닥터님에게 맡기겠습니다.”행크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이 오기 전에 행크는 이미 이번 시합 규칙을 바젠에게 설명해 두었다.바젠은 얼핏 봐도 어려 보이는 진서준을 흘긋 쳐다보며 경멸 어린 눈빛을 보였다.“행크 왕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녀석은 곧 무릎을 꿇고 해독제를 구걸하게 될 겁니다.”바젠의 말투는 이번 승부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진서준 씨, 이 사람은 우리 왕실이 동남아에서 거액을 들여 초빙한 의사입니다. 의술도 대단하지만 독약 제조 기술은 특히 뛰어나다고 해요. 듣기로는 예전에 동남아 묘강에서 한동안 머문 적도 있다던데, 아무쪼록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소하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예린은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서준 씨, 그냥 시합 안 하시면 안 될까요...”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내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어요.”“이봐, 유언은 다 남겼어?”바젠이 서투른 대한민국어로 진서준을 향해 말했다.진서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바젠을 힐끗 바라본 뒤, 다시 행크에게 시선을 돌렸다.“한의를 모욕한 건 너야. 그러니 내가 이따가 만든 독약은 네가 먹어야 해.”“웃기고 있네, 내가 왜 굳이 먹어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3화

    바젠은 코웃음을 치며 더는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독약 제작에 집중했다.진서준 역시 조용히 작업에 몰두했다.현장은 비록 쥐 죽은 듯이 고요했지만 곳곳에 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오빠, 진서준 씨 정말 괜찮을까요?”예린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바젠의 독약 제조 실력은 샛터 왕실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다.바젠은 독약 단 한 방울로 건장한 코끼리를 죽일 수 있을 만큼 그 기술이 뛰어났다.진서준이 비록 의술에 능하지만 독약 제조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업종이 다르면 사실 업종 사이에는 거대한 산이 존재하는 것과 같았다.“아마 별문제 없을 거야. 진서준이 대결을 받아들였으니 뭔가 자신이 있을 테지.”소하비는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몹시 불안했다.소하비는 사실 진서준을 접촉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진서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하...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진서준 씨와 바젠 선생님이 독약 대결을 하게 된 거잖아요.”예린은 자책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죠? 왜 공주님 잘못인데요?”허윤진은 묘한 위기감을 느꼈다.‘설마 이 외국 여자가 진서준에게 마음을 빼앗긴 건가? 그래서 이 망나니 같은 녀석이 날 따라오지 말라고 한 거였어?’“전 중병을 앓고 있어요. 제 오빠가 진서준 씨를 모셔 와 치료를 부탁했는데, 우리 집안에서는 이 사실을 몰라요.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께서 큰오빠를 보내 날 데려가려고 하셨지만 진서준 씨가 막으셨어요. 그래서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예린은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그 말을 듣자 허윤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죠?”“저는 샛터 왕실 공주 예린이고요, 저 사람은 우리 셋째 오빠 소하비 왕자예요. 그리고 저쪽은 우리 큰오빠 행크 왕자예요.”예린이 손짓으로 설명하자 허윤진은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샛터 왕실 사람이라고요?”샛터라는 나라 이름만 들어도 대다수 사람이 떠올리는 건 단 하나, 바로 돈이었다.샛터 왕실이라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4화

    바젠은 냉소를 지으며 사람을 시켜 병을 진서준에게 건넸다.진서준은 병을 받아 들고는 별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단숨에 들이켰다.“진서준!”허윤진은 긴장한 나머지 두 손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에 깊게 파고들어 자국을 남길 정도였다.소하비와 예린 남매 역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 녀석이 독약을 통째로 마시다니,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소하비는 혀를 끌끌 찼다.“이봐, 넌 이제 후회할 기회도 없어. 무릎 꿇고 빌 준비나 해.”행크는 사정없이 진서준을 비웃었고 눈에는 뻔한 우월감이 가득했다.행크는 이미 진서준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 듯했다.바젠도 거만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대한민국 애송이야, 내가 만든 독이 뭔지는 알고 마신 거야?”“알지, 뭐. 오독수에 학정홍을 살짝 섞은 게 아니야?”진서준의 목소리엔 여유가 묻어났다.“이딴 게 독이라면 독이긴 하지. 근데 나한테는 너무 약하다고.”바젠의 눈꺼풀이 떨리며 얼굴이 일그러졌다.독약을 한 번 맛본 것만으로 전부 맞춰냈다니, 이 녀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바젠 자신도 이런 경지엔 도달할 수 없었다.“바젠 닥터, 도대체 무슨 일이죠? 먹은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왜 이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죠?”행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아마 약효가 아직 발휘되지 않았을 겁니다.”바젠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진서준이 독의 성분을 알아냈다고 해도 해독할 수는 없을 것이다.바젠이 그 독약에 다른 물질도 추가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바젠은 진서준이 독약을 마신 이후로 해독제를 복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대체 어찌 된 거지? 설마 저 녀석도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포기한 건가?’바젠은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그러는 사이 반나절이란 시간이 더 흘렀다.그럼에도 진서준은 여전히 아무런 중독 현상 없이 멀쩡했다.그 시각, 진서준도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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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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