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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내가 망가트린 내 첫사랑

작가: 소라닌
last update 게시일: 2026-08-10 16:00:12

며칠 뒤, 전에 서현이 담당했던 강은하 작가의 성공적인 출간 기념 파티가 작게 열렸다. 여러모로 벌써 반응이 좋아 기분 좋게 열린 파티였다. 말이 파티지 그냥 거나하게 술 좀 먹는 회식 자리였다.

“강 작가님은 이연 작가 본 적 있다고요?”

“아, 이거 나만의 비밀인데. 썰 좀 풀어줘요?”

은하가 새침한 표정으로 빈 술잔을 들었다. 은하의 제스처에 기획팀이고 마케팅팀이고 직원들이 들뜬 함성을 지르며 술을 따라주려고 난리였다.

건하가 이연 작가 이야기에 슬쩍 서현을 바라보았다. 서현은 애써 무감한 얼굴로 소주를 들이켰지만, 사실 서현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간 섭외에 능하다면 능했던 것 같은데, 이 인간은 도대체가 컨택 할 방도가 없었다.

전 담당자들에게 부탁도 해보았지만, 계약 당시에만 쓰는 번호가 따로 있어서 현재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오피셜로 뜬 메일주소로도 여러 번 메일 전송을 했지만, 전혀 답이 없다며 함께 난감해할 뿐이었다.

당연히 서현의 메일에도 답은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다른 메일들은 열어보지도 않았다면, 서현이 보낸 메일은 ‘읽음’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일단 이연 작가가 성별조차도 소문이 많았잖아요? 뭐 일단 남자는 확실하구요. 키는…어, 거의 우리 윤 대표님이랑 비슷한 것 같다. 188cm? 맞죠, 대표님?”

건하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 윤 대표님은 누가 봐도 딱 도련님 상이잖아요? 희고 곱고…뭐 그런? 여기서 잘생긴 사람이 우리 대표님밖에 없어서 내가 자꾸 대표님이랑 비교를 하네. 아무튼! 이연 작가는 그런 곱상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술기운과 분위기에 업 된 채 톤이 높아진 은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직원들 모두가 집중한 채 웅성거렸다. ‘잘 생겼냐. 결혼했냐.’ 등 여직원들이 추임새처럼 질문을 던져댔다.

“뭐랄까. 좀 거칠고 섹시한? 잘생긴 건 말도 못 하고. 몸은 거의 운동선수. 피지컬이…미쳤어. 그 비주얼로 왜 작가를 하나 몰라. 아하하항”

남자 직원들은 반칙 아니냐, 그럴 리가 없다며, 강 작가의 다음 소설 남자주인공 상상하는 중 아니냐며 애써 부정했고, 여자 직원들은 마치 소녀 팬들처럼 ‘꺄악’ 거리며 신나 했다.

“뭐, 실은 나도 우연히, 정말 우연히 봤었는데 마주쳤을 땐 이연 작가인 줄은 전혀 몰랐었어요.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로 아우라가 좀 있어서 그냥 기억에 남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사람이 이연 작가라고…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니까.”

“어디서 보셨는데요?”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조용히 있던 서현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남 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서현인지라 직원들이 좀 놀란 얼굴로 서현에게 시선을 모았다. 은하도 의외라는 표정이었지만, 흔쾌히 답을 해주었다.

“아, 그게…지금 생각해도 의외긴 한데, 야구장이었어.”

‘야구’라는 단어에 서현의 눈동자가 여리게 떨렸다.

“뭐 소문에 레이저스 팬이라는 얘기가 있긴 했는데, 진짠가 봐.”

“아…그래요?”

“그러고 보니까, 멀리서 보면 야구 선수인 줄 착각할 것 같아. 피지컬이 너무 좋아서.”

서현의 얼굴이 설핏 어두워지자, 건하가 이제 그만하고 거국적으로 건배나 하자며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에 서현도 얼른 표정을 감추며 잔을 들었고, 그날은 오랜만에 술을 정말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정말 많이. 술이 내가 되고 내가 술이 되는 ‘술아일체’의 경지랄까.

그래서일까, 눈앞에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이 얼굴이 왜 그 얼굴로 보일까.

“오랜만이야. 마서현.”

10년 동안 꿈에도 한번 안 나오고, 아무리 술에 취해있어도 헛것으로도 나타나지 않던 그 얼굴. 그리고 이 목소리.

그래, 이제 꿈에는 좀 나올 수 있잖아. 10년인데.

“안 본 새에 더 말랐네.”

10년 만에 봐도 또 그 소리네. 웃겨…

“오빠 너는…하나도 안 변했네. 진짜 웃긴다…이제야 꿈에 나오네. 내 첫사랑”

내 첫사랑, 강지음.

내가 망가트린 내 첫사랑…그래도 이건 꿈이니까. 괜찮아. 괜찮지…?

그렇게 10년 만의 재회를 이룬 꿈속에서 서현은 지음과 함께 밤을 보냈다.

10년 전, 처음 만난 그날보다 더 격하고 뜨겁게.

그러나 아득했던 밤이 지난 다음 날 아침, 서현이 무거운 눈을 떴을 때…제 옆에 누워있는 얼굴을 보고 그대로 혼이 나갈 뻔했다.

이게 뭐야. 이 얼굴이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설마, 어젯밤이, 그게…그게 꿈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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