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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런 너를 이제는 봐야겠다.

ผู้เขียน: 소라닌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8-11 16:00:29

‘마서현’ 네가 사라진 그날. 그리고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그날 이후, 술이나 약 없이 제대로 된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꼬박 10년이 흘렀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흘러간 적 없는, 흘려보낼 수 없는 그곳에서 나는 혼자 덩그러니 고집스럽게 서 있었다. 너를 기다린 걸까?

나를 버린 너를 기다린 걸까, 정말?

그럴 리가.

분명 그럴 리가 없는데, ‘마서현’ 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고, 굳어있던 심장이 가파르게 조여 왔다.

심지어 눈앞이 뿌옇게 번져가기까지 했다. 지음은 희뿌연 시야를 해치고 노트북 화면에 박힌 그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히 ‘마서현’ 이었다.

[보낸 사람 : 마서현 / 제목 : 안녕하세요, 이연 작가님.]

강지음이 아닌 ‘이연’을 찾는 그 이름이 설마 너일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음은 성마른 손으로 그 메일을 눌렀다. 여느 출판사에서 보낼 법한 메일처럼 보였지만, 서현의 글은 묘하게 날이 서 있었고, 뾰족했다.

[안녕하세요, 이연 작가님. 출판사 ‘마음의 숲’ 기획 편집자 마서현 대리입니다. 출판사 메일로 드리면 한참 뒤에나 확인하실 것 같아서 제 개인 메일로 발송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 안 읽으시려나…. 하여튼 양해 부탁드립니다.)

작가님의 작품들은 남들만큼 읽었고, 남들만큼 경탄했습니다. 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작품들이었습니다. 이 업계에서 이렇게 빨리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모두를 사랑하게 만든 작가는 몇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로 시작한 글은 끝날 때까지 이런 특유의 시니컬함을 유지했다. 무례한 것 같다가도 성의 있고, 어딘가 화난 것 같다가도 간절했다.

그래서 확신했다. 무어라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메일을 다 읽고 나니 ‘너일 리 없다’는 생각에서 ‘너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이후로 10년이란 세월을 ‘불면’ 그리고 ‘책’과 함께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다시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후로…나의 팔, 나의 손 그리고 그것들을 잇고 있는 모든 신경들이 잘려 나간 것 같았는데, 키보드 위로 뻗는 순간 미세한 감각이 되살아 난 듯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문학상을 받았고, 첫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스테디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번역 출간까지 이어졌지만, 나는 그 어디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꿈을 잃고, 너를 잃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던 ‘강지음’으로 다시 세상을 마주할 용기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러면서 느낀 건, 글은 그 사람의 표정, 목소리, 성격, 성향, 기질과 같은 것들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라는 걸 확신했다.

그래도 확실히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작업을 했던 편집자 양지성 대리에게 ‘마음의 숲’ 출판사에 관해 확인했다. 운이 좋았는지 그는 해당 출판사 대표랑 잘 아는 사이라며 많은 정보를 던져줬고, 서현에 대해서도 확인해주었다.

서현은 나름 출판 업계에서 이름 좀 오르내리는 인물이었고 작은 출판사지만 ‘마음의 숲’ 에이스라고 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업계 소문에, 마서현이 이연 작가를 잡겠다고 나섰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양 대리가 보내온 북페어 사진에서도 서현의 얼굴을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진 속 모두가 웃고 있었지만, 서현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서현의 웃음이 아니었다.

차가운 인상의 서현이었지만, 환하게 웃을 때의 얼굴은 아기처럼 투명했다는 걸 지음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속 서현은, 웃고 있다고 볼 수 없었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아니 어쩌면 좀 더 차가워진 서현의 얼굴을 보니 어지럽던 머릿속과 혼란하던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고작 한 장의 사진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 너의 얼굴을 보고 안심했을까.

아니면…그렇게 사라져 버렸으면, 적어도 행복한 척이라도 하고 있어야 하지 않냐고 화가 나는 걸까.

모르겠다. 불행하기를 바란 적도 없지만 증오했고, 내가 아닌 다른 것으로부터 도망갔기를 바라면서도 원망했다.

그런 너를 이제는 봐야겠다. 내 두 눈으로.

*

가진 인맥이 얼마 없는 지음과는 달리 발이 넓은 양 대리 덕분에 서현의 출판사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다음 작품 계약 건으로 마서현 편집자를 좀 알아보고 싶다는 지음의 말에 ‘역시 그렇지, 역시 철두철미’라며 정보를 많이도 던져줬다.

양 대리는 정보를 주면서도 내심 서운해하는 티를 내길래 지음은 고맙다는 인사를 최대한 성의 있게 건네곤, 드디어 떨리는 손으로 차 키를 집어 들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강은하 작가의 출판 기념 회식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호기롭던 마음과 달리 지음은 도착한 식당 근처에서 1시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차 안에 처박혀 있었다.

“하, 강지음 뭐하냐 지금.”

답답함에 절로 한숨이 새고,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땀이 마를 새가 없었다. 도저히, 도저히 저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보려던 너의 불행이 혹여나 없을까 봐? 아니면 너의 불행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서현의 소식을 듣고 난 후로 더욱이 잠을 자지 못한 탓에 지음은 뒤통수가 얼얼할 만큼 저려왔고, 눈가는 뻐근하다 못해 시큰한데도 서현이 있는 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제 집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어서 차에서 1시간을 더 보냈다.

그렇게 과장 조금 보태서 지난 10년보다도 더 긴 두 시간을 차에서 보내고 있는데, 식당 입구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그중 제일 거나하게 취해 있는 서현이 보였다.

“술도 마시네.”

두 시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것과는 달리, 서현의 모습이 설핏 보이자 지음의 눈가가 연하게 풀어졌다. 지음은 핸들을 잡은 두 손 위로 턱을 괴고 취한 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현은 예전보다 더 가늘어진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려는 사람, 속을 게워내려는 사람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하나둘 챙겨 택시를 태워 보내고 있었다.

“아, 윤건하 어디 갔어. 윤건하! 이 양아치 대표…진짜.”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서현의 씩씩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음은 저도 모르게 풀어지는 입매를 애써 당겼다.

정말 나는 너를 기다린 걸까. 이렇게 너를 보기를 기다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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