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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지켜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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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6화 내 아들에게 사과해
번쩍 고개를 든 박진성의 눈동자에 당황함이 깃들었다.“왜 나왔어?”민여진은 박진성을 무시한 채 여전히 진태훈을 추궁했다.“회장님 댁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약을 탔다는 일이 전해지면 그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세요?”진태훈이 파랗게 질린 입술을 꾹 다물더니 심호흡과 함께 입을 열었다.“여진 씨에게는 당연히 충분한 보상을 할 거야. 오늘 이 짓을 꾸민 놈에게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고. 시우 그놈이 돌아오면 당장 여진 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게.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 감옥에 보내도 좋아.”민여진이 실소를 터뜨렸다.“회장님,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끝까지 진 대표님을 감쌀 생각인 거예요?”진태훈의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난 지금 여진 씨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아뇨. 회장님은 알고 계시잖아요.”민여진이 단호하게 진태훈의 가식을 벗겨냈다.“회장님도 아시잖아요. 저에게 약을 탄 사람이 시우 씨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요.”자신이 준비한 약에 자신만만했던 탓인지 진시호의 계획에는 허점이 가득했다.만약 진시우가 약을 탄 범인이라면 왜 본인에게까지 약을 썼을까? 게다가 가족들의 눈에 난 사생아에게 집안의 도우미를 협박할 권력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다.민여진을 빤히 쳐다보던 진태훈이 말했다.“시우가 한 짓이 아니라면 도우미가 꾸민 짓이겠지.”그 말에 민여진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러니까 회장님께서는 어떻게든 진 대표님을 감싸시겠다, 이 말씀이네요?”“감싸는 게 아니야.”진태훈이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내뱉었다.“이 일의 범인이 시호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해. 증거를 가져와. 만약 이 일에 시호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나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주먹을 휘둘렀어.”“심지어 내가 보는 앞에서 말이야. 우리 집안이 만만해 보이는 거야?”진태훈이 지팡이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진한 그룹 초대 회장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5화 해명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얼마나 지났을까, 박진성은 민여진에게 옷을 덮어주었고 민여진은 몸을 웅크린 채 침묵을 지켰다. 마치 자신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분리하기라도 하듯 말이다.담배를 입에 물던 박진성이 곧 다시 담배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말했잖아. 후회할 거라고.”민여진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그저 미세하고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탁한 한숨을 내뱉던 박진성이 차에서 내렸다.“잠깐 나갔다가 올게.”박진성이 걸음을 옮겼고 민여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닫히자 아랫입술을 꼭 깨문 민여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실수하고야 말았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온몸에 더러운 벌레가 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임재윤을 떠올리면 심장이 찢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이 일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민여진이 원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진성에게 애원한 건, 민여진이었다.머리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을 닦아 내리던 그때, 밖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자리에서 일어난 민여진이 손을 더듬어 차 문을 열었다.“여진 씨. 대표님께서 지시하셨어요. 나가시면 안 된다고.”하빈의 목소리였다.민여진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감싸자 하빈 역시 눈치 빠르게 시선을 피했다. 민여진의 목 여기저기에는 빨간 자국으로 가득했다.“조금 전 소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택... 저택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박진성의 차는 저택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도 저택인 것 같았다.저택을 돌아보던 하빈이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하빈이 입술을 짓이겼다.“아마 대표님께서 직접 이 일을 처리하고 계신 것 같아요.”“처리요?”민여진의 눈빛이 불안하게 떨렸다. 박진성이 진시우를 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 민여진이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통증으로 울부짖었지만 민여진은 꾹 참으며 호흡을 내뱉고는 박진성의 옷을 입은 채로 차에서 내렸다.“여진 씨.”하빈이 그런 민여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4화 후회할 거야
진시호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여진 씨가 안 보여서 물었더니 도우미 말로는... 시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뭐야?”진태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가 치밀었지만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도우미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박진성은 진작 진시우의 방 앞까지 뛰어가 문고리를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을 한 박진성이 소리쳤다.“열쇠 어디 있어요.”도우미가 진작 준비해 뒀던 열쇠를 박진성에게 건넸다. 그가 열쇠를 돌리기 전까지도 진시호는 박진성을 말렸다.“박 대표님, 절대 화 내시면 안 돼요. 아무리 시우를 못 믿으셔도 여진 씨는 믿으셔야죠...”그의 말이 끝나지도 전에 문이 열렸다. 침대를 확인한 진시호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커다란 침대에는 민여진 한 사람뿐이었다. 초점 없이 흐릿한 시야를 보니 아직 약효가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여전히 흐트러진 곳 하나 없는 단정한 차림 그대로였다.진시호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민여진과 진시우는 침대에서 뒹굴고 있어야 했다.‘진시우는?’‘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방 안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박진성이 불을 켜자 드디어 진시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혼자 구석에 앉아 있는 진시우의 손에는 과일칼이 들려있었다. 팔뚝에는 소름 끼치도록 빨간 핏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약효를 이기기 위해 칼로 피부를 그은 것이 분명했다.출혈로 인해 진시우의 입술은 전혀 혈색이 감돌지 않았다.진시우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진시호는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가 버럭 소리쳤다.“진시우! 네가 감히 여진 씨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해? 어떻게 감히 여진 씨에게 약을 먹이는 비열한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널 도와 여진 씨에게 약을 탄 인간이 누구야.”그 말에 옆에 있던 도우미가 무릎을 꿇었다.“도련님! 용서해 주세요. 저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은 도련님께서 협박하셔서 저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요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3화 민여진 씨는 작은 도련님 방에 계세요
민여진은 당장 찬물을 끼얹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미친 듯이 벽을 더듬으며 욕실을 찾던 민여진이 가구에 부딪혔다. 통증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한기와 열기가 동시에 그녀를 덮치는 탓에 몸은 더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겨우 욕실 문 앞에 도착했지만 안에는 약기운으로 정신이 흐릿해진 진시우가 있었다. 민여진의 모습에 환각이 생긴 진시우가 손을 뻗어 민여진을 품에 안았다.“나연아... 너 맞아?”...한 편.진시호는 자신감에 가득 찬 태도로 박진성에게 곧 출시될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은근슬쩍 그와의 협력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어때요, 박 대표님. 이건 아마 전국에서도 우리 회사가 최초로 시도하는 프로젝트일 거예요. 만약 저희 두 회사가 협력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곧 우리의 전성기가 될 거예요.”진시호의 프로젝트 소개를 눈여겨 보던 박진성은 대답 대신 진시호에게 물었다.“지금이 몇 시죠?”“세 시에요.”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지 1시간이 되어갔다. 박진성이 미간을 찌푸렸다.“전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진시호가 눈동자를 굴렸다.“이렇게 빨리요? 만약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으신 거면, 다른 것도 있어요.”“아뇨.”박진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진이가 아직 대표님 댁에 있잖아요. 워낙 떨어져 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면 안 되거든요. 그리고 프로젝트 건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그 말에 진시호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는 생각에 진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만 돌아가죠.”집으로 돌아간 박진성이 진시우와 뒹굴고 있는 민여진을 본다면 그 자리에서 분노를 터뜨릴 것이 분명했다. 진시호는 그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여진과 진시우가 파티장에서부터 눈이 맞았다고 이간질하기만 하면 충분했다.그러면 박진성의 성격상 어떻게든 진시우에게 복수를 하려고 할 것이다. 이호현에게 그랬듯이.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진시호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진시우를 처리할 수 있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2화 함정
최희진이 건넨 팔찌는 한눈에 봐도 비싼 물건이었다. 차마 받지도 못하는 민여진과 달리 박진성은 웃는 얼굴로 그런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내렸다.“어머님 성의를 생각해서 받아.”민여진은 그제야 박진성을 따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어머님.”민여진을 착하고 예쁘다고 칭찬하며 최희진이 두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 진태훈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우는 어디 간 거야?”최희진이 한숨을 내쉬었다.“아직도 고집을 부리느라 내려오지 않으려는 모양이에요.”“말도 안 되는 소리!”진태훈이 식탁을 내리쳤다.“당장 내려오라고 해. 집에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방에 숨는 게 무슨 예의야.”심나연을 이끌고 식탁으로 걸어오던 진시호가 말했다.“아버지, 신경 쓰지 마세요. 예전부터 시우는 이런 자리 싫어하잖아요. 시우가 있으면 오히려 다들 불편하기만 할 거예요.”창백한 얼굴로 민여진을 힐끔거리던 심나연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은 피곤하다고 쉬신다고 하셨어요.”그 말에 진태훈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얼굴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민여진은 불안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진시우라면 이 타이밍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식사 자리에 불참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진시우의 가족들마저도 더는 말을 하지 않는 이 상황에 민여진이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진시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를 나눌 것이 있다며 박진성을 그의 사무실로 초대했다. “여진 씨는 여기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니는 게 불편하시기도 할 테고 저택엔 나연이도 있으니까요.”박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멀어지자 심나연이 곧 민여진에게 다가왔다.“여진 씨...”떨리는 심나연의 목소리에서 지금 그녀가 얼마나 불안한지 알 수 있었다.민여진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러세요?”심나연이 깊은숨을 들이켰다.“시우에게 일이 좀 생겼어요. 도와주실 수 있어요?”“그게 무슨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11화 이젠 돌아갈 수 없어요
“영희요? 이젠 괜찮아...”“나연 씨요.”심나연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민여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나연 씨는 괜찮아요?”그 말에 심나연은 순간 멍해졌다. 민여진이 진시우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채챈 심나연은 의아함에 꿀꺽 침을 삼켰다.“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전... 전 괜찮아요. 시호 씨가 조금 욱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저한테 잘해주거든요.”“잘해준다고요?”민여진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나연 씨. 그게 정말 나연 씨 진심이에요?”심나연은 순간 목소리를 잃은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여진이 말을 이었다.“나연 씨가 왜 시우 씨를 포기하고 진 대표님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려 드리고 싶어요. 만약 나연 씨가 시우 씨를 기다릴 마음이 있다면 시우 씨는 여전히 나연 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요.”“시우 씨는 지금도 나연 씨를 잊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전에 나연 씨가 먼저 정신을 똑바로 차리시고 시우 씨를 도와줘야 해요.”심나연의 눈빛에 강렬한 파동이 일렁였다.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민여진에게 물었다.“여진 씨는 시우와 무슨 사이예요?”“친구요.”“그저 친구일 뿐인가요?”민여진이 씩 웃었다.“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시우 씨는 그저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이번에 제가 동진으로 온 것도 시우 씨가 파티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기 위해서예요.”“그렇군요...”그제야 안심하던 심나연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여진 씨. 전 어쩌면 여진 씨의 기대에 부응하긴 힘들 것 같아요. 저와 시우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왜요?”심나연이 막 대답하려던 그 찰나, 문밖에서 진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아직 안 됐어? 두 분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지. 주방에도 일손이 필요해.”“알겠어요.”진시호에게 대답하던 심나연이 민여진을 향해 말했다.“여진 씨, 저 나가봐야겠어요.”민여진이 자리를 비키며 물었다.“영희는요?”“도우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