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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홀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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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
“민여진! 다른 놈과 행복하게 사는 건 꿈도 꾸지 마! 난 방현수도 망가뜨렸어. 두 번째라고 못 할 것 같아?”민여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눈을 뜬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아직 이른 시간인 듯했다. 숨을 크게 들이쉰 민여진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하지만 험악하게 일그러진 남자의 얼굴은 마치 머릿속에 각인된 듯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잠에 들지 않자 민여진은 갈아입은 옷을 들고 씻으러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며 휴대폰을 확인하자 아침 5시였다. 이때 복도에는 이미 사람들이 조용하게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민여진이 세탁실 앞에 도착했을 때쯤, 엘리베이터에서 다급한 하이힐 소리와 초조한 이정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를 토했다고요? 언제요? 대체 왜 일찍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간호사가 얼른 설명했다. “박진성 씨께서 병실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셔서요. 저희도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알게 된 거예요.”“진성이 지금은 어때요?”“아직 검사 중이에요. 박진성 씨는 조금 전 깨어나셨고요.”발걸음을 우뚝 멈춘 민여진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워낙 조용한 탓에 울음을 삼키는 이정화의 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왔다.“전부 내 잘못이에요. 내가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내가 두 사람을 떼어놓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지금 몸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수술은 어떡해요...”“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박진성 씨는 의지가 강인한 분이시잖아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이정화와 간호사의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박진성이 입원한 병실은 아마도 복도의 제일 끝에 있는 것 같았다. 세탁기에 옷을 넣은 민여진은 기계가 작동되는 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피까지 토했다고 하는 걸 보니 상태가 심각한가 보네. 하지만 다친 곳은 분명 복부였는데. 왜 피를 토하는 거지?’민여진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그녀도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7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삐-귓가에 울리는 이명과 함께 민여진이 휙 고개를 들었다. ‘죽어? 누가 죽어?’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여진이 비틀비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숨을 들이켜자 차가운 공기가 바늘처럼 폐를 쿡쿡 찔렀다. 조금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얘기를 마친 간호사는 이미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민여진은 혼자 차가운 벽에 기댄 채 조금 전 간호사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박진성이 죽는다고?’민여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정화와 당시의 냉랭한 말투를 떠올린 민여진은 가슴이 조여왔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걸까? 아니면 장난...? 분명 멀쩡했잖아. 아까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얘기했는데, 어떻게...’그 순간, 민여진의 뒤쪽에 있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창백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본 임재윤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뒤에 있던 진시우가 문을 닫으며 물었다. “여진 씨, 왜 문 앞에서 서 계세요? 안 힘들어요?”그제야 사색에서 빠져나온 민여진이 마음속 의문을 잠시 묻어두었다. 박진성이 죽든 말든, 그건 민여진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정말 죽는다고 해도 그건 하늘이 드디어 은혜를 베풀어 악마 같은 인간에게 그에 상응한 벌을 내리는 것에 불과했다. 민여진이 왠지 모를 초조함을 삼켰다. 그녀는 누구보다 박진성을 원망했다. 그래서 민여진은 그 남자를 자신의 남은 인생 속에서 조금씩 지워갈 수 있기를 바랐다. “아뇨...”당황하던 표정을 지운 민여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요. 그래서 일어나서 움직이고 있었어요.”“전 여진 씨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짜증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민여진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어때요? 3일 후면 수술 가능하대요?”“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수술 스케줄이 나오길 기다리면 돼요.”진시우가 대답했다. “수술 마치고 한동안 치료받으면서 푹 쉬면 아마 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에 민여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6화 관계 회복
“누구?”민여진의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미 지난 일이야. 네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만 있으면 난 그거로 충분해.”“임재윤. 네가 그 사람만 아니면, 네가 그 사람처럼 되지만 않는다면, 난 동진이든 독엔이든 그 어떤 곳이든, 얼마든지 널 따 갈 수 있어. 날 데려가 줘. 응?”민여진의 말이 그에겐 갑작스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기뻤던 것인지, 남자의 호흡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가 민여진을 꼭 끌어안았다. “그래, 여진아. 널 꼭 데리고 갈게.”마지막 부담까지 덜어버린 민여진은 단 한 번도 가진 적 없던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룸으로 돌아가서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룸에는 진시우가 앉아 있었다. 여전히 손을 놓지 않으려 하는 커플을 보던 그가 입술을 씰룩였다. “두 사람, 화해한 거예요?”민여진이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진시우가 팔을 의자 등받이에 걸치며 예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좀 예민한 편이라서요. 두 사람 사이가 어떤지, 바로 눈치챌 수 있다고요. 그리고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잖아요. 괜히 아까운 음식만 다 식었네요.”종업원에게 모든 음식을 맵고 시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을 떠올린 민여진이 뻘쭘한 듯 임재윤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종업원에게 새로 해달라고 할까?”“식은 음식 먹기 싫으면 다시 해달라고 하지, 뭐.”민여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음식이 식었다고 먹지 않을 정도로 유난스러운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민여진이 고민하는 사이 진시우가 이미 젓가락으로 손을 옮기고 있었다. “뭘 다시 해. 벌써 두 시야. 난 이미 배에서 천둥이 울릴 지경이라고. 새로 하면 또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거야. 어차피 못 먹는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 먹어.”말하며 음식을 입에 넣던 진시우는 곧바로 토해냈다. “왜 이렇게 맵고 신 거야?”진시우가 셰프의 요리 솜씨에 충격을 받고 있던 그때, 민여진이 난감한 얼굴로 나지막이 설명했다. “제가 맵고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5화 그 사람과는 아무 상관 없어
박진성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방금 문 앞에 있던 여자... 너도 봤지?”“여자요?”문채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진성 씨,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에요? 거기엔 아무도 없었어요. 혹시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우리 그냥 병원 돌아가요. 푹 쉬어요.”그 말에 박진성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가만히 생각해보면, 방금 스친 실루엣은 기억 속 모습과도 조금 달랐다. 게다가 이렇게 낯선 곳에서 민여진을 마주칠 리도 없었다.그의 눈빛에 실망이 스치자, 문채연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질투가 피어올랐다.‘절대 안 돼. 진성 씨가 민여진의 위치를 알아서는 절대 안 돼.’“진성 씨,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헛것도 보고 그래요. 더는 과거에 매이지 말아요. 이제는... 저만 보면 돼요. 진성 씨, 저 용서해 주기로 했잖아요. 우리 이젠 제대로 시작해요. 평생 곁에 있을게요.”한편, 민여진은 룸 안에서 문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긴장으로 이가 덜덜 떨릴 정도였다.다행히도, 박진성이 걸음을 옮기기 직전에 룸 문이 열렸다.그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모든 게 무너졌을 것이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벽을 더듬으며 밖으로 나섰다.하지만 막상 바깥으로 나오니, 방향 감각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어디쯤 있는지도, 방이 어디였는지도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그저 도망치는 데 급급해 몇 개의 문을 지나쳤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혹시... 박진성이 다시 돌아오면...’그 생각이 스치자,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칠흑 같은 어둠 속,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그 막막함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여진아.”그 순간, 앞쪽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왔다.임재윤이 천천히 다가오며 이마를 찌푸렸다.“전화 한 통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음식 다 식겠어.”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안도감이 밀려왔다.민여진은 마치 구조선을 만난 사람처럼 그를 힘껏 끌어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4화 전부 계획된 거야
임재윤과 박진성, 그 둘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니...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안도와 기쁨이 뒤섞여 눈물을 흘렸다.며칠 동안 임재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무거웠는데, 결국 오해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놓였다.그녀는 목이 메는 걸 애써 삼키며 말했다.“현준 오빠, 확실한 거죠?”“확실해.”조현준이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러니까 이제 걱정 그만하고, 너답게 연애해.”“정말... 고마워요.”전화를 끊은 민여진은 얼굴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그때, 문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성 씨, 왜 나왔어요? 피곤해요? 먼저 병실로 돌아갈래요? 의사가 수술 전에 몸 좀 움직이라곤 했지만, 진짜 힘들면 무리하지 말아요.”민여진의 표정이 굳었다.곧 이어진 박진성의 냉정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안 피곤해.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었어.”“그럼 불편하면 꼭 말해요.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의사한테 꼭 얘기하게 해요. 이번에도 의사 통해서야 겨우 알았잖아요...”“이미 말했잖아, 괜찮다고.”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가까워졌다.그들은 복도 끝 모퉁이 쪽에 있었고, 조금만 더 다가오면 민여진이 있는 자리까지 보일 터였다.민여진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도망갈 곳도 없었다. 이곳은 전혀 낯선 곳이었다.민여진은 결국 한 룸 문 앞에 섰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박진성과 문채연이 복도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문채연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며 진심 어린 걱정을 쏟아냈다.“진짜 걱정돼서 그래요. 진성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 어떡하냐고요. 어머님도 진성 씨 일 때문에 벌써 사흘째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박진성은 기침을 참으며, 검은 눈동자엔 불안한 기색이 번졌다.“엄마한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죽는 것도 아닌데.”문채연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게 진성 씨가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의사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433화 같은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분명 행복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민여진의 마음속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그때, 옆문이 갑자기 열리며 진시우가 외투를 벗으며 들어섰다. 우아한 몸짓과 함께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둘이 꽤 호사스럽네. 이런 큰 룸에서 맛있는 거 다 시켜놓고.”뜻밖의 등장에 민여진은 눈을 크게 떴고, 임재윤이 곧장 변명하듯 말했다.“자기가 꼭 오겠다고 해서...”“그럼~ 당연하지. 우리 형제잖아. 민여진 씨 때문에 나 혼자 밖에서 찬밥 신세 될 순 없지. 둘이 데이트는 어차피 앞으로 평생 할 수 있는 거잖아?”진시우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더니 종업원을 불러 그릇과 젓가락을 더 달라고 했다.민여진은 웃으며 맞장구쳤다.“잘됐네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까 봐 걱정했거든요.”진시우는 식탁 위를 쭉 훑어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어? 이거, 나물? 누가 시킨 거야?”그 말에 민여진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손바닥이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감이 밀려왔다.“제가요... 왜요?”“아, 그냥요. 난 또 재윤이가 시킨 줄 알았죠.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나랑 첫 끼 먹으면서 이 나물을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던지. 한 접시 뚝딱 다 비우더라고. 무슨 나물 귀신이 빙의한 줄 알았다니까요.”그 말에 민여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재윤이가 나물을 그렇게 좋아해요?”“그러니까 시켰겠죠. 안 그랬으면 굳이...”진시우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지만, 민여진의 머릿속은 아찔하게 휘돌기 시작했다.박진성. 그 사람은 나물을 가장 싫어했었다.그가 편식하지 않도록, 일부러 조리법을 바꿔가며 나물 반찬을 해줬던 기억.달래고, 부탁하고, 어르고, 때로는 속이면서 겨우 한입 먹였던 나날들. 그리고...“민여진, 너는 이 나물 같아. 어떻게 무슨 짓을 해도 맛도 없고, 새롭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만해. 너도 알잖아, 네가 착각하고 있다는 거.”나물을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