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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길 잃은 물고기
한정숙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바이탈 사인 모니터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한서윤은 벌떡 일어나 다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한정숙은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졌지만, 다시 문이 열렸을 때 한서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앙상하게 마른 한정숙의 몸을 덮은 새하얀 천뿐이었다.

한서윤은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외할머니가 정말 이렇게 떠나 버렸다니...’

울 힘조차 남지 않은 한서윤은 바닥을 짚고 조금씩 한정숙에게 기어갔다.

“외할머니, 외할머니...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저 혼자 남겨 두지 마세요...”

한서윤은 가까스로 병상까지 기어가 한정숙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무너져 처절하게 오열했다.

곁에 있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부디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한서윤은 도저히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차갑게 식은 한정숙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하염없이 통곡하던 순간, 문득 귓가로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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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30화

    한서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유재헌은 자신의 모교인 뮌헨공과대학교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었다.같은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귀한 기회였다. 한서윤은 독일어 공부에 매진한 끝에 마침내 입학 허가서까지 받았다.하지만 출국을 앞두고 한서윤과 유재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익명의 투서가 들어왔다.당시 유재헌은 신경 쓰지 말고 예정대로 유학을 떠나라고 했다.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도 했다.그러나 한서윤은 이 일로 유재헌의 승진 심사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한 끝에 스스로 유학을 포기했다.그 일을 계기로 유재헌은 오히려 한서윤을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마침 정부가 산학협력과 기술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시기였다.유재헌은 학교의 승인을 받아 몇몇 제자와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한서윤 역시 창업에 참여했지만, 강재진을 위해 결국 회사를 떠났다.그런데도 유재헌은 한서윤의 지분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어진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덕분에 한서윤은 지금까지도 해마다 해당 기술 회사에서 배당금을 받고 있었다.한서윤의 마음이 흔들렸다. 다시 돌아가도 괜찮을지 망설이던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업계에서 들었다. 강재진의 회사에서 해커와 내통해 프로젝트를 망쳤다는 누명을 썼다면서. 난 네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한서윤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을 줄 몰랐다. 사내에서 벌어진 일이 벌써 업계 전체에 퍼진 모양이었다.아무리 지원서를 넣어도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한서윤은 잠시 망설이다 답장을 보냈다.[네. 퇴사를 준비하고 있어요.][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내 회사로 돌아올 생각은 없니?][네?][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유재헌의 물음에 한서윤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저, 저는 내세울 만한 학력이 없어서요.]대학원에 다시 진학할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는 않았다.한서윤도 공부를 이어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29화

    한서윤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정채원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그러다 보니 한서윤의 외할머니도 친할머니처럼 따랐다.장례 당시 지방 출장 중이었던 데다가 맡은 소송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정채원은 그 뒤로 줄곧 마음에 짐을 안고 있었다.한서윤이 흔쾌히 받아들이자 두 사람은 곧 날짜를 잡았다.한정숙이 잠든 곳은 남산추모공원이었다.약속한 날 오후, 두 사람은 추모공원 입구에 도착했다.정채원은 외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분홍빛 꽃 한 다발을 품에 안고 왔다.묘비 앞에 꽃을 내려놓던 두 사람은 문득 낯선 흔적을 발견했다.조금 전 누군가 이곳을 다녀간 듯했다.향로에 남은 재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그 사실을 깨달은 한서윤은 곧장 몸을 돌려 출구로 뛰어나갔다.한서윤은 아직 정채원에게 한정숙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전하지 못했다.한정숙은 한서윤의 출생에 비밀이 있다고 말했었다.이곳을 찾을 사람이 임세린과 애정행각을 벌이느라 정신없는 강재진일 리는 없었다. 게다가 한정숙에게는 외손녀인 한서윤 말고 다른 가족도 없었다.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내 친부모 쪽 사람인가?’한서윤이 추모공원 입구까지 달려갔을 때, 멀리서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훤칠한 키에 검은색 롱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코트 자락이 크게 펄럭였다.한서윤이 다급히 불러 세우려던 순간, 남자는 검은색 스포츠카에 올라탔다.차는 곧 우렁찬 배기음을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한서윤은 허탈하게 멀어지는 차를 바라봤다.뒤늦게 따라온 정채원은 차를 한눈에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저 남자를 쫓아온 거야? 혹시...”“강재진은 아니야.”“응, 강재진은 확실히 아니네. 방금 그 차는 ‘카레이서들의 드림카’로 불리는 모델이야. 강재진한테도 저 정도 차는 없을걸? 저 사람이 할머니한테 다녀갔다고 생각한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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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27화

    전화한 사람은 강재진이었다.한서윤이 전화를 받자 강재진이 물었다.“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봤어?”강재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한서윤은 강재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어 대답하지 않았다.“기사에 나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야.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한서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제 와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한서윤은 씁쓸하게 웃었다.“뭘 설명하겠다는 거야?”“나와 세린이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그래.”한서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믿을게.”강재진은 한서윤이 언제나 고분고분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강하준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처음 알았을 때처럼 한서윤이 이성을 잃고 따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의 임종을 외면했을 때처럼 원망과 비난을 쏟아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하지만 한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무리 성격이 순한 여자라도 남편이 술집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모습까지 참을 수는 없을 텐데.’그런데 한서윤은 울지도, 화내지도 않았다.‘이상한데...’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강재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한서윤이 가볍게 던진 ‘믿을게’라는 말은 강재진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었다.강재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관심이 없는 건가? 내가 세린이와 키스했든 말든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서윤이가? 말도 안 돼.’무언가 손안에서 빠져나가 점점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재진은 본능적으로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설명을 이어 갔다.“서윤아, 나와 세린이 사이는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선 관계야. 세린이는 내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니까.”강재진이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었다.“난 평생 세린이에게 감사하며 살 거야. 그래서 세린이가 무슨 잘못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26화

    한서윤은 박유미가 말한 ‘대표님’이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다.부스 한가운데에는 강재진이 앉아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얼굴은 어지럽게 일렁이는 조명 아래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분위기와 타고난 품격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강재진의 품에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기대어 있었다.평소 언제나 냉정하고 절제된 모습을 잃지 않던 강재진의 눈에는 지금 한없는 애정과 다정함이 어려 있었다.정채원은 한서윤의 시선을 따라 옆 부스를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저 여자가 강재진 첫사랑이야?”“응.”한서윤은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술보다 짙은 씁쓸함이 가슴속으로 번졌다.정채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아직 이혼 숙려 기간이 한 달이나 남았잖아. 그런데도 대놓고 저렇게 끌어안고 있는 거야?”한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임세린이 상체를 일으켜 강재진에게 입을 맞췄다.강재진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입맞춤에 응하며 임세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런 사이 아니라더니, 퍽이나...’“와!”“대표님도 여자친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봐요.”“차갑기로 유명한 강 대표님이 드디어 넘어가셨네! 철벽도 무너지는 날이 오는군요!”...한서윤과 안면이 있는 몇몇 선배 직원들도 유난히 흥분한 얼굴로 환호에 가세했다. 평소에는 뒤에서 한서윤을 두고 시집도 못 갈 여자라며 비웃던 사람들이었다.정채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한서윤은 다급히 팔을 붙잡았다.“가지 마.”“내가 바보인 줄 알아?”정채원도 강재진이 가진 권력과 재력을 모르지 않았다. 지금 달려가 테이블이라도 뒤엎었다가는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곧장 경찰서로 끌려갈 게 뻔했다.정채원은 자리에 선 채 휴대전화를 꺼내 옆 부스의 모습을 연달아 촬영했다.사진을 충분히 남긴 뒤에는 한서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긴 물이 안 좋다 못

  • 첫사랑을 택한 남편에게, 굿바이   제25화

    한서윤은 문득 강재진이 지난 몇 년 동안 업무를 핑계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한서윤은 개발 업무를 주로 맡았지만 회사의 주요 사업 현황 정도는 알고 있었다.강재진이 출장을 다녀온 나라에는 재성 그룹과 거래하는 업체도, 진행 중인 사업도 없었다. 대신 유명한 여대가 몇 곳 있었다.마침 임세린도 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 공부했다고 했다.강재진이 그동안 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는지 이제야 짐작이 갔다.한서윤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강재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원하는 게 뭐야? 네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모처럼 해외여행을 데려가 주겠다고 했더니 싫다고? 예전에는 여행 가고 싶다고 그렇게 난리였잖아. 30페이지 넘는 여행 계획서까지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싫다고 하는 거야? 나도 굳이 데려갈 생각 없으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마.”한서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후회 안 해.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집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 둔 서류에서 확인해. 강재진, 그 서류를 꼭 확인하겠다고 약속해 줄래?”한서윤의 일이라면 강재진은 언제나 귀를 닫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조금 전 한서윤의 말을 듣고서야 강재진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떠올렸다.‘갖고 싶은 보석이나 가방, 차라도 적어 둔 모양이군.’임세린도 원하는 물건이 생길 때마다 늘 이런 식으로 넌지시 요구했기 때문에, 강재진은 한서윤이 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알았어. 나중에 볼게. 지금은 볼 일이 있으니까 자리로 돌아가. 인사이동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보고 다음에 이야기하자.”마침 중요한 고객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한서윤은 더 말하지 않고 대표이사실을 나왔다.‘강재진은 임세린과 함께할 생각이었으니 이혼 합의서를 보는 즉시 망설임 없이 서명할 거야. 이제 난 강재진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됐어.’강재진은 이미 한서윤의 특허를 손에 넣었고 한서윤이 설계한 게임으로 회사를 상장시켰으며 한서윤과 결혼한 덕분에 승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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