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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말린땅콩
전생에도 강준은 별아를 주얼리 경매 행사에 데려갔다.

하지만 그 자리는 둘이 아닌 셋.

시정까지 함께였다.

그 기억만 떠올려도, 별아의 속은 뒤틀렸다.

별아는 핸들을 꺾어 친정으로 차를 몰았다.

부모님은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집에는 장난꾸러기 동생만이 있었다.

전생에 별아와 강준이 가장 크게 싸웠을 때, 겨우 열여섯 살이던 동생 송별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 강준을 때려주겠다고 날뛰었다.

그때 별아는 정신이 온전치 못했음에도, 키가 거의 일 미터 구십에 달하는 강준에게 혹여 별현이 다칠까 봐 본능적으로 강준을 감싸고 나섰다.

이미 별아를 마음에서 지운 남자였는데도...

‘별현이한테 그땐 정말 미안했지...’

별아는 손을 뻗어 별현의 머리칼을 헝클듯 쓰다듬었다.

“오늘은 학교 안 갔어?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좋은 고등학교 못 들어가면 진짜 내가 가만 안 둔다?”

별현은 히죽거리며 누나 팔을 끌어안았다.

“누나, 난 무조건 좋은 고등학교 붙을 거야. 걱정 마. 근데... 지금 좀 재정이 곤란해서 그러는데, 만 원만 주면 안 돼?”

“돈 어디다 쓰게?”

별아가 자리에 앉자, 별현은 얼른 잘라놓은 과일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우리 반 애 생일이야. 나도 회비 좀 내야지.”

“만 원으로 뭘 해?”

“아니야, 우리 열 명이 모아서 내는 거라서, 합치면 한 십만 원 돼.”

송씨 집안은 아들은 가난하게, 딸은 넉넉하게 키운다는 신조가 있었다.

가정형편은 넉넉했지만, 별현의 용돈은 늘 빠듯했다.

결국 바깥에서의 원조는 대부분 누나 별아의 몫이었다.

별아는 동생이 사고라도 칠까 싶어, 필요 이상은 절대 주지 않았다.

“이따 줄게.”

별현은 갑자기 퍽 하고 무릎을 꿇더니, 장난스럽게 이마를 바닥에 쳐박았다.

“은혜로우신 마마, 감히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전생에서 별아는 결혼 후 친정을 거의 찾지 않았다.

부모님도 사위의 눈치를 보느라 딸에게 자주 오라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동생 별현은 틈날 때마다 누나 집에 머물며 누나와의 정을 이어갔다.

강준이 아직 시정에게 흔들리기 전에는 별현도 아끼는 눈치였다.

하지만 마음이 변한 순간부터, 별현 역시 함께 미움을 받았다.

별아는 잠깐 머물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강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집에 좀 일찍 들어갈 거야. 할 얘기 있어.]

별아는 동생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다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

별아는 거실로 들어섰다. 강준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강준은 그런 별아를 보며, 어딘가 낯설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어디 갔다 왔어?”

강준이 물었다.

별아는 신발을 벗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친정에 다녀왔어.”

“장인어른이랑 장모님... 건강은 괜찮으셔?”

가식적인 안부에 별아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강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날 부른 이유가 뭐야? 급한 일이라도 있어?”

“며칠 뒤면 우리 결혼 3주년이잖아.”

별아는 강준이 그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담담히 말했다.

“이젠 우리 부부 된 지도 몇 년인데, 기념일 같은 건 그냥 넘어가자.”

강준은 잠깐 멍해졌다.

별아는 늘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결혼생활에 ‘의식’이 없다며 화를 내던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왜...

“너 진짜 철든 거야? 아니면 속으로 화만 잔뜩 쌓아두고 있다가 한 번 크게 터뜨리려고 그러는 거야?”

별아는 강준을 바라봤다.

‘다른 여자를 품은 남자 앞에서 내가 뭘 하든 답은 없지...’

별아는 스스로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강준 맞은편에 앉았다.

“네가 생각하는 게 답이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렇게 받아들여.”

강준은 별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는 별아가 너무 낯설었다.

“이게 무슨 태도야? 더는 같이 살기 싫다는 거야?”

강준의 이마가 잔뜩 찌푸려졌다.

그 말이 강준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

별아는 순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끝낼 생각은 아니었나?’

“내가 말했잖아. 우리 사이에 사랑이 없다고 느끼면, 그냥 이혼해도 돼. 난 붙잡지 않아.”

그 말에 강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이혼, 이혼, 맨날 그 소리야. 송별아, 너 결혼하고 지금까지 ‘이혼’이란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매번 내가 무릎 꿇고 빌어야 속이 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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