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지중해의 눈부신 햇살과 파리의 황금빛 야경은 한여름 밤의 신기루처럼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귀국 후, 두 사람이 남은 돈과 영혼을 끌어모아 간신히 구한 보금자리는 서울 변두리의 낡은 다세대 주택 반지하 단칸방이었다.
대낮에도 햇빛 한 줌 제대로 들지 않는 우중충한 방안.
장판은 습기를 먹어 여기저기 울어 있었고, 벽지 구석구석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흉측한 얼룩을 피우고 있었다.
끼익거리며 낡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장마철 특유의 퀴퀴하고 습한 지하실 냄새가 두 사람의 코를 찔렀다.
'우리가 함께라면 구석진 방갈로라도 천국'이라며 발리의 밤하늘 아래서 속삭였던 낭만적인 맹세는,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이 비좁고 탁한 공간 속에서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었다.
"와, 그래도 우리 둘만의 첫 집이네! 내가 금방 깨끗하게 치울게."
캐리어 두 개를 펼칠 공간조차 부족한 좁은 방 한가운데서, 신민아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녀는 마트에서 천 원을 주고 사 온 복숭아 향 방향제를 방 안 곳곳에 뿌려대고, 물티슈를 뽑아 벽지에 핀 곰팡이를 벅벅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공적인 복숭아 향 방향제는 지독한 곰팡내와 섞여 오히려 구역질 나는 악취를 만들어낼 뿐이었다.
쪼그려 앉아 묵묵히 바닥을 닦는 신민아의 가녀린 뒷모습을 내려다보며, 한결은 심장이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리는 듯한 지독한 무력감과 죄책감에 휩싸였다.
파리의 스위트룸에서 실크 가운을 입혀주었던 여자에게, 귀국하자마자 곰팡이 핀 반지하 방의 걸레질을 시키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짐승보다 못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뜸해진 깊은 밤.
두 사람은 이 불안하고 비참한 현실을 잊기 위해, 바닥의 한기가 그대로 올라오는 좁고 딱딱한 매트리스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민아야..."
한결은 파리 스위트룸에서의 황홀했던 기억을 어떻게든 되살려보려 애쓰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새 거칠어진 민아의 손을 꽉 쥐고,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조심스럽게 티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민아 역시 차가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한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의 애무에 응했다.
키스를 주고 받으며 달콤한 타액을 교환했다.
뜨거운 열기를 잔뜩 머금은 민아의 봉긋한 유방을 주무르며 한결은 자신의 페니스가 빳빳하게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민아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페니스에 얹어 놓고, 그녀가 천천히 페니스를 문지르자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한결은 민아의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 그녀의 유방을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입 속에서 혀를 굴려 유두를 빨고 핥으며 애를 태우자, 페니스를 쥔 민아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둘은 다시 한 번 키스를 주고받으며 속옷을 벗어던졌다.
한결이 민아를 눕히고 위로 올라가 두 사람의 본격적인 섹스가 시작되려던 찰나였다.
「크흠! 카아악- 퉤!」
「쏴아아아-!」
방음이라곤 전혀 되지 않는 얇은 합판 벽 너머로, 옆집 남자가 가래 끓는 기침을 뱉어내는 소리와 변기 물을 내리는 소리가 마치 귓가에서 울리듯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파리의 고요하고 완벽했던 야경을 채우던 낭만적인 침묵 대신, 하수구 배관을 타고 흐르는 오물 소리가 두 사람의 고막을 강타했다.
순간, 신민아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한결 역시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던 손을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현실을 덮어보려던 로맨틱한 무드는 그 역겨운 소리 한 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굳어버린 신민아의 시선이 천장 구석을 향한 순간이었다.
"꺄아악-!"
신민아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한결의 품에서 거칠게 벗어나 방구석으로 물러섰다.
그녀가 가리킨 천장 모서리에는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시커먼 바퀴벌레 한 마리가 더듬이를 움직이며 기어가고 있었다.
"하아... 씨발, 진짜..."
한결은 붉어진 눈시울로 욕설을 짓씹으며 바닥에 뒹굴던 슬리퍼를 집어 들고 벽을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벌레의 잔해가 낡은 벽지에 짓눌러 터졌다.
휴지로 그것을 대충 닦아내면서 한결은 비참함에 입술을 꽉 깨물어 피를 냈다.
여행지에서 끓어오르던 짐승 같던 성욕조차,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와 곰팡이 냄새 앞에서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육체의 쾌락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가난의 끔찍하고 구역질 나는 실체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반지하의 첫날밤이었다.
"오빠... 나 씻고 올게."
벌레를 잡은 찝찝함과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 신민아가 비좁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잠시 후, 화장실 안에서 탁, 탁, 하고 보일러 스위치를 껐다 켜는 소리만 반복될 뿐 따뜻한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왜 그래? 물 안 나와?"
"...보일러가 고장 났나 봐. 따뜻한 물이 안 나와."
물기 젖은 목소리가 얇은 화장실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결국 신민아는 얼음장 같은 찬물로 대충 몸을 씻고 나와야 했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말없이 매트리스에 누운 그녀는, 벽 쪽으로 돌아누워 얇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어두운 방 안, 얇은 이불이 규칙적으로 들썩이며 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애써 밝은 척 방향제를 뿌리던 그녀가 결국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한결은 이불속에서 떨고 있는 신민아의 좁은 등을 차마 안아주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저 여자를 지옥으로 끌고 들어온 건가?'
스스로의 무능함을 향한 지독한 원망과 혐오가 한결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눈부시게 찬란했던 청춘의 도피처가 악취 나는 지옥으로 변해버린 반지하의 밤.
한결은 아내의 숨죽인 울음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강남의 한 오피스.윤은선은 창가에 서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의 진동음이 조용한 사무실 안을 울렸다.미리 포섭해 둔 검찰 내부 정보원의 연락이었다.윤은선은 수신 버튼을 누르고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됐습니까? 강한결 신병은 확보했나요?”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수사관의 목소리는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빈방이었습니다. 노트북 지문까지 깔끔하게 닦고 빠져나갔더군요. 간발의 차로 놓쳤습니다.”윤은선의 미간이 좁아졌다.“놓쳤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그 친구,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찌질하고 멍청한 놈입니다. 얼른 추적해서 처리 하세요.”전화를 끊은 윤은선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찌질하고 무능하다고 여겼던 강한결이 자금 이체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윤은선은 서둘러 노트북을 켜고 스위스 비밀 계좌의 접속 창을 열었다.하지만 정상적으로 로그인된 화면 하단에 알 수 없는 시스템 동기화 메시지가 짧게 스쳐 지나갔다.[최고 관리자 복구 키 패어링 완료.]“이게 뭐지…?”윤은선은 눈을 찌푸리며 계좌 권한 설정을 확인하려 했지만, 이내 시스템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잔고에 찍힌 수백억의 금액은 그대로였으나, 윤은선의 가슴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돌았다.같은 시각, 서울 외곽의 한 조용한 모텔.모자를 눌러쓴 강한결이 현관문을 노크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여성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민아야, 나야."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신원을 밝히자마자 문이 열리고 민아가 나타났다. “오빠!”민아는 한결의 품으로 와락 안겨들었다.한결 역시 피가 얼룩져 있는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아내를 부서져라 꼭 끌어안았다.지옥 같던 시간과 생사의 위기를 견뎌낸 두 사람의 호흡이 뜨겁게 얽혀들었다.“민아야…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나 괜찮아, 오빠. 오빠는 피가 왜 이렇게 많이
노트북 화면에 송금 완료 문구가 뜨는 순간, 강한결은 1초도 지체하지 않았다.그리고 생각해 두었던 계획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은선이 자신을 검찰에 팔아넘길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한결은 옷소매로 노트북 키보드와 마우스에 남은 지문을 재빨리 닦아냈다.그리고 마지막 채권과 보안 카드가 들어 있던 서류 가방을 챙겨 들었다.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결은 서둘러 오피스텔 문을 열고 복도로 빠져나갔다.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와 건물을 빠져나간 지 불과 몇분 뒤였다.간발의 차이로 검은 정장 차림의 검찰 수사관 수명이 들이닥쳐 한결이 머물던 오피스텔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도어락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수사관들을 맞이한 것은 텅 빈 방과 홀로 켜져 있는 모니터뿐이었다.한결은 멀리서 건물 입구로 들어가는 수사관들의 뒷모습을 슬쩍 살피며 유유히 대로변으로 걸어 나갔다.윤은선이 짠 판에서 탈출해 강한결과 신민아가 열 새로운 세상이었다. 같은 시각, 본사 최상층 사장실.밀실 안을 서성대던 오태환의 귀에 바깥 비서실 쪽의 거친 소란이 들려왔다.누군가 비서진의 제지를 뿌리치고 사장실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오는 발소리였다.“뭐야? 김 실장인가? 잡았어?!”오태환이 일말의 기대를 안고 밀실 문을 열고 사장실 본실로 튀어 나갔다.그러나 사장실 바깥쪽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김 실장이 아니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단정한 차림의 사내 십여 명이 사장실 안으로 신속하게 밀려 들어왔다.그들은 모두 검찰 마크가 있는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들의 맨 앞에 선 사내가 목에 걸고 있던 신분증과 두툼한 서류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검찰 특수부입니다. 오태환 씨 되십니까?”오태환의 얼굴에서 핏기가 한순간에 싹 가셔 나갔다.“이, 이게 무슨 짓거리야! 당장 나가지 못해?!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여길 들어와!”오태환이 핏발 선 눈으로 고함을 질렀지만, 수사팀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
택시는 낯선 신도시의 오피스텔 단지 앞에 세워졌다.강한결은 이마의 상처를 숨기려 모자를 눌러쓴 뒤, 주변을 살피며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윤은선이 문자로 보내준 비밀번호를 누르자 오피스텔 문이 열렸다.방 안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 썰렁한 기운이 가득했다.거실 한가운데 놓인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보안 랜선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한결은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노트북 전원을 켜자 바탕화면에 해외 법인 계좌 접속 창이 떠 있었다.윤은선이 오태환의 비자금을 자기 손에 넣기 위해 마련해 둔 판이었다.한결은 모자를 살짝 고쳐 쓰며 천장을 슬쩍 흘겨보았다.화재경보기 구석에서 작은 렌즈가 미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윤은선이 이 방 안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한결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의자에 앉아 서류 가방을 열었다.마지막 채권과 대포 통장, 보안 카드를 책상 위에 꺼내 놓았다.그때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대포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찍힌 이름은 윤은선이었다.“도착했습니까, 강한결 씨?”“네. 방금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좋습니다. 오태환 쪽에서 손을 쓰기 전에 화면에 떠 있는 계좌로 남은 돈을 전부 이체하세요. 작업이 끝나면 당신들 부부가 도피할 자금을 챙겨서 따로 연락하겠습니다.”뻔한 거짓말이었다.한결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도, 겉으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알겠습니다, 윤 실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랑 민아 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걱정 말고 자금 이체부터 끝내세요.”전화가 끊겼다.한결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이체 절차를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목적은 단순히 윤은선이 지시한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었다.한결은 모니터 하단의 암호화 설정창을 유심히 살폈다.그리고 어젯밤 모텔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던 스위스 비밀 계좌의 마스터 라우팅 번호와 보안 코드를 차분히 확인했다.이체 최종 승인
거친 숨소리가 어두운 풀숲 사이로 터져 나왔다.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가를 적셨지만 한결은 손등으로 대충 문질러 닦으며 달렸다.뒤쪽 길가에서 사내들의 고함이 간발의 차로 들려왔지만, 높게 자란 갈대밭은 한결의 몸을 숨겨주기에 충분했다.한참을 뛰어 도로에서 멀어진 한결은 상가 건물 구석의 낡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처참했다.이마의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고, 옷은 흙과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한결은 휴지를 뭉쳐 이마의 피를 지그시 누르며 품 안의 서류 가방과 휴대폰을 확인했다.마지막 무기명 채권과 대포 통장, 그리고 어젯밤 촬영해 둔 윤은선의 해외 계좌 정보는 무사했다.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머릿속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결은 휴대폰을 꺼내 윤은선의 번호를 눌렀다.수신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강한결 씨? 무슨 일입니까?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자금 이체 소식이 없어서 연락하려던 참이었습니다.”전화 너머 윤은선의 목소리에는 차분함 속에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한결은 거친 호흡을 일부러 가다듬지 않은 채 긴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윤 실장님… 오태환이 절 지금 해외로 보내서 죽이려 했습니다.”“무슨 소리예요?”“오늘 아침 작업실을 나서자마자 김 실장과 덩치들이 절 둘러쌌습니다. 오태환 사장이 자금 정리만 마치면 바로 공항으로 끌고 가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태우라고 했다더군요. 제가 고의로 차 사고를 내고 겨우 도망쳤습니다.”잠시 전화기 너머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윤은선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돌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오태환이 예상보다 일찍 강한결을 치우려 했다는 것은, 비자금 세탁의 주도권을 오태환이 가져가려 한다는 뜻이었다.또한 강한결이 잡히거나 남은 채권을 오태환에게 빼앗기면, 그 자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려던 자신의 오랜 계획도 물거품이 될 터였다.“…지금 어디입니까? 남은 채권이랑 대포 통장은 무사합니
민아는 발소리를 죽여 환풍구로 다가갔다.덮개를 열고 숨겨둔 스마트폰을 꺼낸 뒤 곧바로 한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오태환이 검찰 수사랑 윗선 압박 때문에 많이 몰려 있어. 마지막으로 남은 채권 세탁이 끝나는 대로 비리 장부를 터뜨리고 유럽으로 도망칠 생각이야. 오빠를 캄보디아로 보낸다는 것도 내일 자금 정리만 끝나면 바로 진행될 거야. 절대 순순히 따라가지 마.]전송을 마친 민아는 메시지 내역을 지우고 휴대폰을 다시 환풍구 안에 넣었다.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서울 외곽의 한 한적한 도로.강한결은 작업실로 쓰던 모텔을 나와 차로 향했다.손에 든 검은 서류 가방 안에는 오태환에게 받아서 아직 현금화하지 못한 마지막 무기명 채권 다발과, 그동안 교환해서 정리해 둔 대포 통장 및 보안 카드가 들어 있었다.그리고 주머니 속 휴대폰에는 어젯밤 찍어둔 윤은선의 해외 계좌 정보가 담겨 있었다.민아의 문자를 확인한 후 한결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오늘 일을 끝내면 오태환은 자신을 해외로 보내 치워버릴 것이고, 윤은선 역시 돈만 챙기고 꼬리를 자를 게 분명했다.한결이 차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타이어가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색 SUV 두 대가 한결의 차 앞뒤를 바짝 가로막았다.곧이어 문이 열리며 체격이 건장한 사내들이 내렸고, 조수석에서 오태환의 수하인 김 실장이 걸어 나왔다.“강 대리님, 일찍 나오시네.”김 실장이 서늘한 눈빛으로 한결을 내려다보았다.이미 사내들이 한결의 양옆을 완벽하게 둘러싼 뒤였다.“김 실장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사장님 지시입니다. 오늘 마지막 작업이 제일 중요하니, 저희가 직접 강 대리님을 모시고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출국하셔야 하니까, 공항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에스코트라는 탈을 쓴 감금이었다.오태환은 한결을 제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잡아두고, 일이 끝나는 즉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태워 처리할 작정이었다.한결은 반항해 봐야 당장 매를
실크 가운과 얇은 속옷이 차가운 밀실 바닥으로 힘없이 스르륵 떨어져 내렸다.어스름한 조명 아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신민아의 하얗고 완벽한 나체가 드러나자 오태환의 눈동자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열기가 단숨에 타올랐다.접대 자리에서 자신보다 윗선인 거물들에게 느꼈던 모멸감과 살기가, 눈앞의 연약하고 만만한 먹잇감을 향 가학적인 정욕으로 변질되었다. 오태환은 넥타이를 거칠게 바닥에 던지며 민아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이리와 무릎 꿇어, 신 비서.”민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다가가 순종적으로 무릎을 꿇었다.오태환은 거친 손길로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이미 흉흉하게 달아올라 핏대가 선 거대한 페니스를 꺼내 민아의 뺨을 툭툭 쳤다.“입 벌려.”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민아는 입술을 열고 뜨거운 페니스를 머금었다.오태환은 민아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는, 자비 없이 자신의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우욱, 읍…!”숨이 막히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다.눈물이 핑 돌았지만 민아는 두 손으로 오태환의 허벅지를 단단히 붙잡은 채, 오히려 혀를 굴려 페니스의 기둥과 귀두를 정성스럽고 음탕하게 핥아 올렸다.그녀의 완벽한 애무에 도취된 오태환은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띤 채 민아의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다, 이내 풍만한 가슴을 거칠게 쥐어뜯고 주물렀다.“하아… 싼 티 나는 암캐 같은 년. 그래, 그렇게 숨도 쉬지 말고 빨아봐.”오태환은 입안에 사정할 듯 짐승처럼 허리짓을 하다가, 돌연 민아의 머리채를 잡아 위로 홱 끌어 올렸다.“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엉덩이 높게 쳐들고.”민아는 침대 위로 기어올라 엎드린 채 허리를 한껏 낮추고 엉덩이만 치켜올린 짐승 같은 자세를 취했다.오태환은 손바닥을 높히 들어 민아의 하얀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쳤다.찰싹! 찰싹!“아으윽!”매질이 가해질 때마다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부풀어 올랐다.피부가 터질 듯한 통증에 눈물이 고였지만, 오태환은 그 붉어진 살결을 두꺼운 손가락
외출을 앞두고 전신 거울 앞에 선 신민아는 신경질적으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몇 년 전, 한결과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할 때 입었던 화사한 플로럴 원피스였다.당시에는 영상 속에서 그녀의 눈부신 젊음과 어우러져 찬사를 받았던 옷이지만, 지금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그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얇은 쉬폰 소재는 잦은 세탁으로 보풀이 일고 윤기를 잃었으며, 허리선에 잡힌 주름은 낡은 티를 내고 있었다.단순히 예쁜 옷을 입지 못해서가 아니다.존재 자체가 초라한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린 듯한 그 지독한 위축감.민아는 자신의
귀국 후 3개월이라는 시간이 무심하게 흘렀다.꿈만 같던 여행지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곰팡내 나는 반지하에서의 현실의 시계는 지옥처럼 느리면서도 잔인하게, 그리고 냉혹하게 돌아갔다.형광등을 켜도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 오직 창백한 노트북 모니터 불빛만이 수염도 깎지 못한 한결의 퀭하고 초췌한 얼굴을 유령처럼 비추고 있었다.새로고침을 누른 화면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메일이 떠 있었다.[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애타는 요청에, 한결은 허리에 힘을 주어 단번에 그녀의 좁고 뜨거운 질 내벽을 가르고 들어갔다."아앙! 흣... 으응...""하아... 젠장, 너무 조여... 민아야..."빈틈없이 맞물린 점막의 마찰.뜨겁고 축축한 살덩어리가 빈틈없이 채워지는 감각에 두 사람은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처녀는 아니었지만, 이 완벽한 감정적 교류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결합은 마치 처음인 것처럼 강렬했다.한결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깊숙이 박아 넣었다가 끝까지 빼내는 느릿하고 진득한 피스톤 질.그때마다 민아의 좁은
코발트블루.끝을 알 수 없이 깊고 푸른 에게해가 눈부신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다.그리스 산토리니,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듯한 최고급 풀빌라의 테라스.하얗게 칠해진 외벽은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났고, 불어오는 해풍은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여유를 품고 있었다."자,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드디어 저희가 벼르고 벼르던 산토리니의 하이라이트, 선셋을 보러 왔습니다! 한결 오빠가 무리해서 예약한 보람이 있네요!"카메라 렌즈를 향해 활짝 웃는 신민아의 미소는 지중해의 태양보다 눈부셨다.하얀 비키니 위로 가볍게 걸친 얇은 리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