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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5 15:43:56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탈진할 듯한 격렬한 정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위에 엉켜 누웠다.

천장에서는 녹슨 선풍기가 털털거리며 미지근한 바람을 아래로 토해내고 있었다.

땀방울이 맺힌 가슴을 오르내리며 숨을 고르던 민아는, 한결의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듯 동그라미를 그렸다.

"오빠..."

"응."

"나, 오빠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그냥 우리 한국 가지 말고 평생 여기서 이렇게 살까?"

나른한 쾌감에 젖어 속삭이는 민아의 목소리.

한결은 민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당연하지. 내가 평생 이렇게 안아줄게."

달콤한 맹세와 함께 민아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방갈로의 적막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결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민아의 어깨를 토닥이던 한결의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 이내 침대 협탁 위에서 파르스름하게 빛을 내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툭 떨어졌다.

짧은 진동과 함께 잠금 화면 위로 금융 앱의 푸시 알림창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토스뱅크: 통장 잔액이 부족하여 결제가 거절되었습니다.]

[현대카드: 강한결 님의 이번 달 결제 예정 금액은 3,420,500원입니다.]

어두운 방갈로 안, 스마트폰의 차가운 불빛이 한결의 굳은 얼굴을 유령처럼 비추고 있었다.

천장 선풍기가 돌아가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마치 곧 두 사람을 덮쳐올 냉혹한 현실의 카운트다운처럼 한결의 귓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민아야, 우리 3주년 축하해."

자정이 가까워진 프랑스 파리.

거대한 에펠탑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야경이 통유리창 너머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1박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

한결이 샴페인 잔을 건네며 내민 붉은 장미꽃다발을 받아 든 신민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한결아... 여기 너무 예쁘다. 진짜 꿈같아. 그런데..."

감격의 눈물이 차오르는 동시에, 민아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서늘한 현실 감각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여행 경비는 이미 발리에서 바닥을 드러냈다.

지금 이 화려한 스위트룸과 샴페인, 그리고 눈앞의 장미꽃은 모두 한결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영혼까지 끌어다 쓴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찰나의 그림자처럼 스쳤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최고를 안겨주고 싶어 하는 한결의 자존심, 그리고 그 절박한 애정에 민아는 애써 현실의 짐을 짓눌러버렸다.

‘그래, 오늘 밤만큼은 현실을 잊자. 오직 이 남자만을 위한 완벽한 공주가 되자.’

"고마워, 오빠. 나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민아는 환하게 웃으며 샴페인을 비웠다.

호텔에서 제공한 최고급 실크 가운을 걸친 그녀가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통유리창 앞에 서자, 한결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

얇은 실크 너머로 한결의 뜨거운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결의 입술이 민아의 목덜미를 진득하게 파고들었다.

이 공간은 단순히 비싼 호텔 방이 아니었다.

한결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빚내어 증명하고자 한 사랑의 성전이었고, 민아는 그 희생에 자신의 육체로 완벽하게 보답하려 했다.

두 사람을 옭아맨 서사의 감정적, 육체적 클라이맥스가 파리의 황금빛 밤하늘 아래서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르륵-. 얇고 매끄러운 실크 가운이 민아의 가녀린 어깨선을 타고 바닥으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에어컨 바람이 맴도는 차가운 통유리창에 민아의 뜨거운 맨살이 밀착되자, 그녀의 붉어진 입술 사이로 억눌린 교성이 터져 나왔다.

한결은 에펠탑의 찬란한 불빛이 반사되는 유리창을 양손으로 짚은 채, 민아의 등 뒤로 바짝 다가붙었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단단히 감아쥔 그의 커다란 손아귀에 절박한 힘이 들어갔다.

한눈에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통창 앞에서의 아찔한 체위.

그러나 한결이 집요하게 파고들 때마다, 민아의 발끝이 유리창을 긁어내리며 날 선 쾌감을 토해냈다.

"하앗… 한결아, 오빠… 거긴, 흐읏, 다리가 풀릴 것 같아…!"

민아의 무너지는 목소리에 짐승처럼 거칠어진 한결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와 귓바퀴를 뜨겁게 핥아 올렸다.

창가에서 시작된 농염하고 끈적한 애무는 곧장 넓고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 위로 쏟아지듯 이어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빚내어 얻어낸 이 화려한 성전.

한결은 눈앞에서 헐떡이는 이 아름다운 여자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만족시키겠다는 수컷 특유의 집착 어린 열기로 그녀의 온몸을 샅샅이 탐했다.

살결이 강하게 마찰하는 질척한 소리가 넓은 스위트룸을 가득 채웠다.

이성이 하얗게 날아간 민아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한결의 단단한 목에 두 팔을 꽉 감았고, 그가 쳐올릴 때마다 눈을 까뒤집을 듯한 쾌락 속에 온몸을 던졌다.

"민아야… 나는, 나는 하아… 너만 있으면 돼. 내 세상 다 잃어도, 너 하나만 내 곁에 있으면 돼…."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얼굴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한결의 목소리는, 맹세라기보단 차라리 처절한 애원에 가까웠다.

그 절박한 사랑의 무게에 민아는 결국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그의 등줄기에 손톱을 세우고 부서져라 꽉 끌어안았다.

"아아…! 오빠, 나도, 나도… 흑…!"

서로의 체액과 뜨거운 땀이 진득하게 뒤섞이고, 최고급 구스다운 침대 시트는 두 사람의 맹렬한 몸부림에 형편없이 구겨지고 찢길 듯 당겨졌다.

절정을 향해 미친 듯이 치닫는 시야 속에서, 두 사람은 오직 서로의 체온만을 생명줄처럼 붙잡았다.

가장 화려하고 값비싼 파리의 야경을 배경으로, 역설적이게도 가장 절박하고 맹목적인 청춘들의 정사가 그날 밤을 하얗게 태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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