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지은의 결혼식이 시작되고 나서야 서아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적어도 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태준도 자기 옆에 붙어 있을 수 없을 테니까.그렇게 생각했다.딱 십 분 동안.“여기 자리 비었네.”익숙한 목소리에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태준이 너무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왜 여기 앉아요?”“자리가 비어 있으니까.”“가족석 따로 있잖아요.”“사진 찍고 왔어.”“그럼 다른 데 앉으세요.”“싫어.”서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오빠 때문에 지은이가 이상하게 보잖아요.”“뭘.”“우리요.”태준이 고개를 돌렸다.“우리?”또 저 말투.서아가 바로 정정했다.“저랑 오빠요.”“그게 우리지.”“아, 진짜.”태준이 웃었다.“목소리 낮춰. 결혼식이야.”“누구 때문에 이러는데요.”“나?”“네.”태준은 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난 얌전히 앉아 있는데.”말은 맞았다.문제는 그 얌전히 앉아 있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팔이 조금만 움직여도 닿았다.서아가 슬쩍 의자를 옆으로 밀었다.태준도 따라 밀었다.서아가 다시 움직였다.태준도 다시.세 번째쯤 되자 서아가 이를 악물었다.“왜 따라와요?”“자리 좁아.”“아까는 안 좁았거든요.”“지금 좁아졌어.”“누가 좁게 만들었는데요.”태준은 대답 대신 웃었다.서아는 그냥 포기하고 앞을 봤다.그때 신랑과 지은이 서로 반지를 끼워주는 순간이 왔다.주변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서아도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예쁘네.”옆에서 태준이 말했다.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너 말이야.”서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은 앞만 보고 있었다.“……뭐라고요?”“식 예쁘다고.”“방금 저라고 했잖아요.”“잘못 들었겠지.”입꼬리는 이미 웃고 있었다.서아가 그의 팔을 꼬집었다.“아.”“조용히 하세요. 결혼식이잖아요.”태준이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정말 초등학생도 이것보다는 덜 유치할 것 같았다.식이 끝나자마자 단체 사진 촬영이 시작됐다.“신
“안 같이 왔어.”“같이 왔는데.”두 사람의 대답이 동시에 튀어나왔다.서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은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오히려 눈까지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미쳤나.지은이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뭐야?”“뭐가.”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서아가 급하게 끼어들었다.“복도에서 만난 거야.”“아까는 안 같이 왔다며.”“그러니까… 같이 온 건 아니고, 오는 길에 만났다고.”“그게 같이 온 거 아냐?”“강지은.”“왜.”“오늘 결혼이나 신경 써.”지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수상한데.”서아의 심장이 철렁했다.반대로 태준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뭐가 수상해.”“둘이.”“우리?”태준이 굳이 ‘우리’라는 단어를 강조했다.서아가 바로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쳤다.“아.”“조용히 좀 하세요.”작게 말했는데 지은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뭐야. 방금 둘이 뭐 했어?”“아무것도!”이번에도 서아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태준이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서아가 이를 악물었다.지금 상황이 혼자 재미있지?“됐고.”지은이 손을 내저었다.“서아야, 나 귀걸이 좀 봐줘.”“응.”서아는 거의 도망치듯 지은 쪽으로 갔다.이제 살았다.그렇게 생각한 지 정확히 삼 분 뒤.“서아야.”등 뒤에서 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서아는 못 들은 척했다.“한서아.”계속 무시했다.“서아 씨.”결국 서아가 홱 돌아봤다.“왜요.”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이제 보네.”“바쁘거든요.”“커피.”그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서아가 멈칫했다.“제 거예요?”“응.”“왜요?”“왜긴. 아까부터 정신없어 보이니까.”“저 커피 안 마셔도 돼요.”“그럼 내가 먹지 뭐.”태준이 바로 빨대를 입에 가져갔다.서아가 반사적으로 컵을 빼앗았다.“제 거라면서요.”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안 마신다며.”“갑자기 마시고 싶어졌어요.”“그래.”“왜 웃어요?”“그냥.”서아는 괜히 컵을 세게 쥐었다.
서아는 천장을 보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지은이 얼굴을 어떻게 볼지, 이 일을 어떻게 넘길지.결론은 하나였다.없던 일로 하면 된다.어젯밤은 분위기에 휩쓸린 사고였고, 아침이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서아는 최대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옆에서 태준이 자고 있었다.평소처럼 입만 열면 사람 약 올리던 얼굴이 잠들어 있으니 의외로 얌전했다.서아는 잠깐 그 얼굴을 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뭘 보고 있어.’급하게 시선을 거두고 바닥에 떨어진 옷을 챙겼다.지금 나가면 된다.씻고, 옷 갈아입고, 지은에게 가면 끝.서아가 침대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이었다.“어디 가.”뒤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서아의 등이 굳었다.“……깨셨어요?”“응. 누가 도망가려고 해서.”태준은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웃고 있었다.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옷을 정리했다.“도망가는 거 아니거든요. 제 방 가는 거예요.”“카드키도 없으면서?”“지은이한테 받을 거예요.”“나 두고?”“왜 제가 오빠를 데리고 가요?”태준이 몸을 일으켰다.“어제는 잘 데리고 있더니.”“오빠.”“응.”“아침부터 진짜 그러지 마세요.”태준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뭘 했다고.”서아는 대답 대신 가방을 집었다.“그리고 어제 일은 그냥 잊어주세요.”태준의 표정이 아주 잠깐 멈췄다.“왜.”“그냥요.”“그냥은 이유가 아닌데.”“저한텐 이유예요.”“난 싫은데.”너무 태연한 대답이었다.서아가 고개를 돌렸다.“뭐가 싫어요?”“잊는 거.”“오빠.”“응.”“어제 일 때문에 갑자기 이상하게 굴지 마세요.”태준이 침대에서 내려왔다.서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걸 본 태준이 피식 웃었다.“이상하게 구는 건 지금 너 같은데.”“제가 뭐가요.”“눈도 안 마주치고, 슬금슬금 도망가고.”“원래도 오빠 피했거든요.”“그러네.”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평소랑 똑같네.”“그러니까 그대로 하자고요.”“좋아.”너무 쉽게 받아들여서 서아가
“……네.”서아가 겨우 대답했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태준이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빼내며 속옷을 아래로 내렸다. 서아는 다리에 힘을 줬다가 이내 다시 힘을 풀었다. 태준이 자신의 바지와 속옷까지 벗고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뜨거운 것이 허벅지 안쪽에 닿자 서아는 숨을 들이켰다.“읏…….”태준이 천천히 밀어 넣었다. 서아는 그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며 소리를 참지 못했다.“하아…… 으응.”처음 느껴 보는 감각에 서아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르려 했다. 태준이 잠깐 멈춰 그녀의 호흡을 기다렸다.“괜찮아?”“…… 처음이라 아파요.“”너 처음이라고?”“네...”“그걸 왜 이제 말해.”“말하면 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서요.”원래라면 분위기를 깼어야 하는 게 맞고, 태준의 방에서 나왔어야 하는 게 맞다. 근데 처음 겪어 보는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태준이 본인을 좋아하고 있다란 말에 머리가 고장난 건지, 태준을 밀어내긴 커녕 더 이어나가고 싶었다.서아의 대답에 태준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처음이니까 아픈 건 아프다 말해야 돼.“아까와는 다르게 단호한 어투로 이야기하는 태준에 서아는 흠칫 놀랐지만, 놀랄 겨를도 없이 태준이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천천히, 깊게. 서아의 허리가 들썩였다. 숨이 가빠지며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하…… 오빠…… 하아.”태준이 그녀의 목을 물며 속도를 조금 올렸다. 서아는 다리를 더 벌리고 허리를 맞췄다. 태준의 손이 가슴을 감싸 쥐고 유두를 문질렀다. 서아는 그의 등을 긁듯 잡으며 소리를 냈다.“하앙…… 으응, 하.”태준이 낮게 웃었다.“괜찮아?”“으응, 읏! 괜찮, 아요... 하아.”서아는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으려 했지만 태준이 더 깊게 들어갈 때마다 몸이 들썩여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서아는 그저 그의 움직임과 현재 기분에 충실할 뿐이었다. 내일 일은 머릿속에서 점점 멀어졌다.
등이 침대에 닿자 서아는 태준의 어깨를 밀어냈다.“잠깐만요.”태준이 바로 상체를 들었다.“왜.”“……숨이 안 쉬어져요.”“안 무거워.”“무거운데요.”태준이 팔꿈치로 몸을 받치면서도 얼굴을 완전히 떼지는 않았다. 서아는 시선을 피하려다 실패했다.“왜 그렇게 봐요.”“그냥.”“보지 마세요.”“싫어.”태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입을 맞췄다. 서아는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손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의 어깨를 잡았다. 태준이 그 손을 내려다 봤다.“잡고 있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요.”“편하게 잡고 있어.”태준의 어깨를 잡고 있다는 것이 의식이 되어서 그런지 서아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살살 잡아도 돼.”“아... 죄송해요.”“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긴장하고 있는 것 같길래.”서아가 머쓱해하며 손에 힘을 살짝 풀자 태준이 낮게 웃으며 다시 입을 맞췄다. 키스가 길어지자 태준의 손이 그녀의 허리로 내려갔다. 블라우스 위를 천천히 쓸었다. 손가락이 옷단을 살짝 들어 올리자 서아의 몸이 굳었다.“여기.”“…….”“안 돼?”서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완전히 떼지는 않았고, 그냥 붙잡았다. 태준이 손을 멈췄다.“싫어?”“……아니요.”“그럼.”서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태준이 다시 옷단을 들어 올렸다. 피부가 닿았다. 서아는 숨을 들이쉬며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태준이 입을 떼며 물었다.“계속 해도 돼?”“……물어보지 마요.”“물어봐야 알지.”서아가 눈을 피했다.태준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단추가 풀릴 때마다 서아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태준이 웃었다.“왜 눈을 피해.”“피한 거 아니에요.”“피했잖아.”“시끄러워요.”태준이 그녀의 쇄골에 입을 내렸다. 서아의 손이 그의 티셔츠 자락을 잡았다. 위로 잡아당기자 태준이 순순히 팔을 들어 올렸다. 티셔츠가 벗겨져 침대 옆으로 떨어졌다. 피부가 맞닿자 서아는 어깨를 움츠렸다.그 모습에 태준이 바로
“나 지금 장난 아닌데.”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이 너무 가까웠다.평소 같았으면 밀어냈을 것이다.한마디 쏘아붙이고 소파로 돌아가라고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몸이 굳었다.강태준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했다는 사실도,친구의 오빠라는 것도,지금 이 순간엔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서아야.”“……왜요.”“싫으면 말해.”태준은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기다렸다.서아는 그게 더 곤란했다.싫냐고 묻는다면—싫지는 않았다.그렇다고 좋다고 대답하기도 싫었다.“모르겠어요.”“그럼 안 할게.”태준이 물러나려 했다.그 순간 서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재킷 자락을 잡았다.둘 다 동시에 멈췄다.서아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왜 잡았지.태준이 낮게 물었다.“이건 가지 말라는 뜻?”“……아무 말 하지 마요.”“알았어.”태준은 웃지 않았다.그래서 더 긴장됐다.그가 다시 천천히 가까워졌다.입술이 닿았다.짧게.그리고 떨어졌다.서아가 숨을 들이마시는 사이 다시 입술이 겹쳤다.이번에는 조금 길었다.서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그래서 그냥 태준의 옷을 잡고 있었다.손끝에 힘만 들어갔다.태준의 손이 허리에 닿자 서아의 몸이 움찔했다.그가 바로 멈췄다.“괜찮아?”“……자꾸 묻지 마요.”“안 물으면 화낼 것 같은데.”“그것도 맞는데.”태준이 낮게 웃었다.“어렵네.”“누가 하래요.”“그럼 그만할까?”태준이 정말로 손을 떼려 했다.서아는 또 그의 옷을 붙잡았다.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태준의 눈빛이 달라졌다.“서아야.”“왜요.”“너 지금 나 되게 헷갈리게 하는 거 알아?”“저도 헷갈리니까 그렇죠.”솔직한 말이 튀어나왔다.말하고 나서야 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태준이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서아가 생각할 틈이 없었다.허리를 감싸는 팔.가까워지는 체온.귓가를 스치는 숨.그 모든 게 너무 낯설었다.서아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