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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단둘이 있는 건 반칙

Author: 움냠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21:43:39

프런트 직원은 서아의 신분증을 확인하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해당 객실 예약자 성함이 고객님 성함으로 되어 있지 않아서요.”

“네?”

서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럼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요?”

“강지은 고객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

그제야 기억났다.

지은이 결혼식 전날 친구들 묵으라고 객실을 한꺼번에 예약했었다.

“그럼 지은이한테 전화해서 확인받으면 되는 거죠?”

“네. 예약자 본인 확인만 되면 바로 재발급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아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강지은.

통화 버튼.

연결음이 한 번.

두 번.

세 번.

끝까지 받지 않았다.

“……안 받네.”

옆에 서 있던 태준이 물었다.

“지은이?”

“네.”

“아까 엄마한테 끌려갔잖아.”

“그래도 전화를 왜 안 받아.”

서아가 다시 걸었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태준이 프런트 카운터에 팔꿈치를 기대며 말했다.

“문자 해 놔.”

“했어요.”

“그럼 기다려.”

“알아요.”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제 표정이 뭐가 어때서요?”

“세상 끝난 것 같은데.”

“저 오늘 어디서 자나 고민 중이거든요.”

“그 정도로 심각해?”

“오빠는 방 있잖아요.”

“있지.”

“그러니까 모르죠.”

서아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았다.

지은이라면 분명 아래층에서 부케며 드레스며 어머니며 정신없이 끌려 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그게 언제 끝나느냐였다.

“하.”

서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로비에서 기다려야 하나.”

“왜?”

“왜긴요. 지은이 연락 올 때까지.”

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 방 가면 되잖아.”

서아의 고개가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

“어디요?”

“내 방.”

“왜요?”

“기다리라고.”

“제가 오빠 방에서요?”

“응.”

“둘이요?”

“지금 이 시간에 다른 사람 데려올까?”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태준이 작게 웃었다.

“또 무서워?”

“안 무섭거든요.”

“그럼 가자.”

“왜 결론이 그렇게 나요?”

“안 무섭다며.”

“안 무섭다고 오빠 방에 가야 되는 건 아니죠.”

“한서아.”

“왜요.”

“너 지금 되게 이상한 상상 하지?”

서아의 눈이 커졌다.

“미쳤어요?”

“난 그냥 기다리라고 했는데.”

“저도 그냥 싫다고 했거든요?”

“근데 왜 얼굴 빨개졌어?”

“안 빨개졌어요.”

태준이 조금 몸을 숙였다.

서아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태준은 재미있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빨간데.”

“조명 때문이에요.”

“여기 조명 흰색인데?”

“…….”

진짜 말 한마디를 못 이기겠다.

서아가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냥 여기 있을게요.”

“그럼 나도 있어야겠네.”

“왜요?”

“너 혼자 두고 가기 좀 그렇잖아.”

“저 스물일곱이에요.”

“알아.”

“애 아니에요.”

“그것도 알아.”

“그럼 가세요.”

“싫은데.”

서아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같이 있고 싶은데.”

또 저런다.

저런 말을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서아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까부터 왜 자꾸 그런 말 해요?”

“어떤 말.”

“그냥…….”

“같이 있고 싶다는 말?”

“네.”

“같이 있고 싶으니까.”

“…….”

“이유가 더 필요해?”

필요했다.

아주 많이.

그런데 서아는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괜히 물었다가 더 이상한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서아는 거의 구조 신호를 받은 사람처럼 빠르게 화면을 확인했다.

강지은이었다.

[지금 엄마한테 잡혀 있음ㅠㅠ]

[30분만!!!!]

서아는 눈을 감았다.

30분.

지은의 30분은 믿을 수 없었다.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

‘5분 뒤 도착’은 최소 20분.

‘금방 나가’는 아직 샤워도 안 했다는 뜻.

‘30분만’은—

한 시간도 가능했다.

태준이 옆에서 화면을 힐끗 봤다.

“30분?”

“보지 마요.”

“다 보이는데 어떡해.”

“남의 문자 왜 봐요.”

“글씨가 커.”

서아가 휴대폰을 가슴 쪽으로 숨겼다.

태준이 웃었다.

“가자.”

“어딜요.”

“내 방.”

“싫다니까요.”

“그럼 여기서 한 시간 기다릴래?”

“30분이거든요.”

“지은이 30분 믿어?”

서아가 입을 다물었다.

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안 믿네.”

“…….”

“커피라도 마시고 있어.”

“오빠 방에 커피 있어요?”

“있겠지. 호텔인데.”

“그걸 왜 자신 있게 말해요.”

“없으면 사주지 뭐.”

그는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걷고 있었다.

서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태준이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안 와?”

“…….”

“나 진짜 가?”

왜 저렇게 말하지.

마치 따라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서아는 짧게 고민했다.

로비 소파에 혼자 앉아서 한 시간을 보내느냐.

아니면 강태준 방에서 기다리느냐.

사실 답은 전자였다.

무조건 전자가 맞았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커피만 마실 거예요.”

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지은이 연락 오면 바로 나올 거고요.”

“응.”

“진짜 기다리기만 하는 거예요.”

“알았어.”

“왜 웃어요?”

“안 웃었는데.”

“웃고 있잖아요.”

“네가 너무 비장해서.”

서아는 결국 그의 옆을 지나쳐 먼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빨리 와요.”

“응.”

“웃지 말고.”

“응.”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진짜 싫다.

너무 얄밉다.

그런데.

아까보다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었다.

태준의 객실은 서아가 묵기로 했던 방보다 두 층 위였다.

문이 열리자 서아는 생각보다 넓은 내부에 잠시 멈춰 섰다.

“왜 이렇게 커요?”

“가족 객실로 잡아서.”

“혼자 쓰면서?”

“부모님이랑 같이 쓰려고 했는데 부모님은 다른 방 갔어.”

“낭비네.”

“내가 예약했나.”

태준이 신발을 벗으며 고개로 안쪽을 가리켰다.

“들어와.”

서아는 괜히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호텔 객실.

침대.

소파.

작은 테이블.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

그런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모든 게 이상해졌다.

철컥.

서아의 어깨가 움찔했다.

태준이 곧장 알아챘다.

“왜.”

“뭐가요.”

“문 닫혔다고 긴장했어?”

“아니거든요.”

“얼굴에 다 써 있는데.”

“오빠는 사람 얼굴을 왜 그렇게 열심히 봐요?”

“네가 재밌어서.”

오늘 몇 번째 듣는 말인지 모르겠다.

서아가 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커피요.”

“네?”

“커피 준다면서요.”

“아.”

태준이 웃으며 미니바 쪽으로 갔다.

“진짜 커피 때문에 온 거야?”

“그럼 뭐 때문에 왔겠어요?”

“혹시 나 때문에.”

서아가 바로 쳐다봤다.

“진짜 자신감 대단하다.”

“아닌가?”

“네.”

“단호하네.”

태준이 커피 머신 앞에서 캡슐을 들었다.

“뭐 마셔?”

“아무거나요.”

“아무거나가 제일 어려운데.”

“그럼 제일 안 쓴 거.”

“애네.”

“쓴 거 싫어한다고 애예요?”

“우유도 넣어 줄까?”

“……넣어 줘요.”

“시럽은?”

“두 개.”

태준이 뒤를 돌아봤다.

“진짜 애네.”

“커피 취소할게요.”

“알았어, 알았어.”

그가 웃으며 다시 돌아섰다.

서아는 소파에 앉아 멀찍이 그의 등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강태준이 자기 커피를 만들어주는 그림이.

항상 지은의 오빠였다.

가끔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마주치거나, 지은과 약속이 있는 날 우연히 보거나.

그때마다 서아는 인사만 하고 슬쩍 피했다.

안 친해서.

부담스러워서.

그리고 솔직히—

괜히 의식돼서.

“왜 그렇게 봐?”

태준이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서아가 화들짝 놀랐다.

“안 봤는데요.”

“거울에 보여.”

그제야 커피 머신 위 작은 거울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

서아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뒤에서 웃음 소리가 났다.

“진짜 귀엽네.”

“그 말 하지 마요.”

“왜?”

“안 귀여우니까.”

“누가 그래?”

“제가요.”

태준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

한 잔을 그녀 앞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본인이 정하는 거였어?”

“그럼 누가 정해요.”

“내가 보기엔 귀여운데.”

“오빠 안과 가 봐요.”

“같이 갈래?”

“왜 제가요.”

“혼자 가기 무서워서.”

서아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태준이 웃었다.

“농담.”

“진짜 너무 까불어요.”

“드디어 그 말 하네.”

“뭐가요?”

“너 나 볼 때마다 그 생각 하는 것 같아서.”

서아의 손이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였어?”

“…….”

또 당했다.

서아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태준은 소파 맞은편이 아니라 서아가 앉은 소파 끝에 앉았다.

거리는 충분히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까 로비보다 훨씬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객실이 조용해서 그런가.

서아는 커피 잔을 들었다.

“근데.”

태준이 불렀다.

“왜요.”

“너 나 처음 봤을 때도 무서워했지?”

서아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왜?”

“오빠가 무섭게 생겼었어요.”

“지금은?”

서아는 태준을 바라봤다.

금발 머리는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 재킷 안 흰 티셔츠는 평범했다.

그런데도 잘생겼다.

쓸데없이.

그리고 웃지 않고 있으면 확실히 좀 어려워 보였다.

“지금도 조금.”

태준이 피식 웃었다.

“근데 잘 따라왔네.”

“커피 준다니까.”

“그렇게 커피 좋아해?”

“네.”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에요.”

태준이 턱을 괴고 서아를 바라봤다.

“나 궁금해서 따라온 거 아니야?”

서아가 헛웃음을 쳤다.

“아니거든요.”

“한 번도?”

“네.”

“진짜?”

“진짜.”

“그럼 난 서운한데.”

“왜 오빠가 서운해요.”

“난 너 궁금했거든.”

서아의 표정이 멈췄다.

조금 전까지 가볍게 오가던 말이 갑자기 이상하게 들렸다.

“…… 저를요?”

“응.”

태준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담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서아는 괜히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

“왜요?”

“그게 궁금해?”

“오빠가 먼저 말했잖아요.”

“말해 줄까?”

태준이 몸을 살짝 기울였다.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서아의 손끝이 괜히 긴장했다.

“됐어요.”

“왜.”

“또 놀릴 것 같아서.”

“안 놀리면?”

“더 무서운데요.”

태준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한서아.”

“왜요.”

“너 진짜 나 이상하게 본다.”

“오빠가 이상하잖아요.”

“어디가.”

“지금도요.”

“지금 내가 뭘 했는데?”

서아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그냥.

너무 가까이 앉아 있고.

자꾸 쳐다보고.

말할 때마다 의미심장하게 웃고.

사람 혼자 이상하게 긴장하게 만들고.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입 밖으로 꺼내려니 괜히 자기만 그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몰라요.”

“또 도망간다.”

“안 도망가요.”

“그럼 나 봐.”

“싫어요.”

“왜.”

“부담스러워요.”

그 말에 태준의 웃음이 잠시 멈췄다.

서아는 자신이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싶어 눈을 굴렸다.

그런데 태준이 낮게 물었다.

“내가 진짜 그렇게 부담스러워?”

“조금요.”

“그럼 안 놀릴까?”

서아가 그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진지한 얼굴이었다.

이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 왜 갑자기 진지해요?”

“네가 싫어하는 건 하기 싫어서.”

서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반칙이었다.

맨날 장난만 치던 사람이 갑자기 저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모르잖아.

서아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말했다.

“싫은 건 아니고.”

태준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럼?”

“그냥…….”

서아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

“적응이 안 되는 거예요.”

“나한테?”

“네.”

“왜?”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죽어도.

“너무 뭐?”

“까불어서.”

태준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리고 웃었다.

“그게 이유야?”

“네.”

“아쉽네.”

“뭐가요?”

“다른 말 나올 줄 알았는데.”

“무슨 말.”

“몰라도 돼.”

그때 서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지은이었다.

서아는 재빨리 화면을 확인했다.

[미안ㅠㅠ 나 아직 못 올라감]

[엄마가 오늘 나랑 같이 자겠대]

[근데 네 카드키 내 가방에 있는 것 같아;;;;]

서아는 메시지를 읽다 말고 눈을 감았다.

설마.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 가방 지금 엄마 방에 있음]

[미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친.”

서아가 중얼거렸다.

“왜.”

태준이 물었다.

서아는 말없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메시지를 읽은 태준이 웃음을 참는 듯 입술을 눌렀다.

“웃지 마요.”

“안 웃어.”

“지금 웃고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방 못 들어가?”

“프런트에서 지은이 본인 확인 받아야 된다니까요.”

“전화하면 되잖아.”

“쟤 지금 엄마랑 있는데.”

서아가 곧장 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갔지만—

뚝.

끊겼다.

그리고 메시지가 왔다.

[엄마한테 혼나는 중 전화 ㄴㄴ]

서아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진짜 친구 맞나.”

태준이 옆에서 웃었다.

“너 오늘 좀 불쌍하다.”

“누구 때문인데요.”

“나 때문은 아니지.”

“지은이 오빠잖아요.”

“가족 연대책임이야?”

“오늘부터요.”

태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가 좋아요.”

“연대책임 질게.”

서아가 그를 쳐다봤다.

태준은 소파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아 있었다.

“뭘 어떻게요.”

“여기서 자.”

서아의 눈이 커졌다.

“네?”

“내 방에서 자라고.”

“미쳤어요?”

“방 넓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태준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럼 뭐가 문젠데?”

“남자 방에서 어떻게 자요.”

“나 아는 사람이잖아.”

“친구 오빠죠.”

“그럼 더 안전하지 않아?”

“그 논리가 왜 그렇게 돼요?”

“침대 너 써.”

“오빠는요?”

“소파.”

서아는 말문이 막혔다.

태준은 정말 별일 아니라는 얼굴이었다.

“싫으면 로비 가도 되고.”

“…….”

“근데 나 같으면 여기 있을 것 같은데.”

“왜요.”

태준이 잠깐 서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로비보다 내가 편하잖아.”

“전혀요.”

“또 거짓말.”

“진짜거든요?”

“그래?”

태준이 조금 몸을 숙였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가 웃었다.

“그럼 왜 안 나가?”

“…….”

서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게.

왜 아직 안 나가고 있지.

커피도 다 마셨는데.

지은이 연락도 왔는데.

이 방에 더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태준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놀리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긴장됐다.

“서아야.”

“왜요.”

“진짜 싫으면 지금 나가도 돼.”

서아는 그 말을 듣고 태준을 바라봤다.

장난기 없는 눈이었다.

선택은 자기한테 있다는 듯.

그래서 더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가기 싫어졌다.

“……소파 진짜 오빠가 써요?”

태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응.”

“말 바꾸면 바로 나갈 거예요.”

“알았어.”

“그리고 이상한 장난 치지 말고.”

“어떤 장난?”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안 하지.”

“강태준.”

서아가 결국 반말로 이름을 불렀다.

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또 친해졌네.”

“아, 진짜!”

서아가 쿠션을 집어 던졌다.

태준이 가볍게 받아냈다.

그리고 그 순간 서아는 깨달았다.

오늘 처음으로.

강태준과 단둘이 있는 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문제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다른 쪽으로 긴장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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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같이 왔어.”“같이 왔는데.”두 사람의 대답이 동시에 튀어나왔다.서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준은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오히려 눈까지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미쳤나.지은이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뭐야?”“뭐가.”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서아가 급하게 끼어들었다.“복도에서 만난 거야.”“아까는 안 같이 왔다며.”“그러니까… 같이 온 건 아니고, 오는 길에 만났다고.”“그게 같이 온 거 아냐?”“강지은.”“왜.”“오늘 결혼이나 신경 써.”지은이 눈을 가늘게 떴다.“수상한데.”서아의 심장이 철렁했다.반대로 태준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뭐가 수상해.”“둘이.”“우리?”태준이 굳이 ‘우리’라는 단어를 강조했다.서아가 바로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쳤다.“아.”“조용히 좀 하세요.”작게 말했는데 지은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뭐야. 방금 둘이 뭐 했어?”“아무것도!”이번에도 서아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태준이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서아가 이를 악물었다.지금 상황이 혼자 재미있지?“됐고.”지은이 손을 내저었다.“서아야, 나 귀걸이 좀 봐줘.”“응.”서아는 거의 도망치듯 지은 쪽으로 갔다.이제 살았다.그렇게 생각한 지 정확히 삼 분 뒤.“서아야.”등 뒤에서 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서아는 못 들은 척했다.“한서아.”계속 무시했다.“서아 씨.”결국 서아가 홱 돌아봤다.“왜요.”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이제 보네.”“바쁘거든요.”“커피.”그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서아가 멈칫했다.“제 거예요?”“응.”“왜요?”“왜긴. 아까부터 정신없어 보이니까.”“저 커피 안 마셔도 돼요.”“그럼 내가 먹지 뭐.”태준이 바로 빨대를 입에 가져갔다.서아가 반사적으로 컵을 빼앗았다.“제 거라면서요.”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안 마신다며.”“갑자기 마시고 싶어졌어요.”“그래.”“왜 웃어요?”“그냥.”서아는 괜히 컵을 세게 쥐었다.

  • 친구의 오빠와 실수했다   Chapter 8. 모르는 척은 나만

    서아는 천장을 보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지은이 얼굴을 어떻게 볼지, 이 일을 어떻게 넘길지.결론은 하나였다.없던 일로 하면 된다.어젯밤은 분위기에 휩쓸린 사고였고, 아침이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서아는 최대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옆에서 태준이 자고 있었다.평소처럼 입만 열면 사람 약 올리던 얼굴이 잠들어 있으니 의외로 얌전했다.서아는 잠깐 그 얼굴을 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뭘 보고 있어.’급하게 시선을 거두고 바닥에 떨어진 옷을 챙겼다.지금 나가면 된다.씻고, 옷 갈아입고, 지은에게 가면 끝.서아가 침대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이었다.“어디 가.”뒤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서아의 등이 굳었다.“……깨셨어요?”“응. 누가 도망가려고 해서.”태준은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웃고 있었다.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옷을 정리했다.“도망가는 거 아니거든요. 제 방 가는 거예요.”“카드키도 없으면서?”“지은이한테 받을 거예요.”“나 두고?”“왜 제가 오빠를 데리고 가요?”태준이 몸을 일으켰다.“어제는 잘 데리고 있더니.”“오빠.”“응.”“아침부터 진짜 그러지 마세요.”태준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뭘 했다고.”서아는 대답 대신 가방을 집었다.“그리고 어제 일은 그냥 잊어주세요.”태준의 표정이 아주 잠깐 멈췄다.“왜.”“그냥요.”“그냥은 이유가 아닌데.”“저한텐 이유예요.”“난 싫은데.”너무 태연한 대답이었다.서아가 고개를 돌렸다.“뭐가 싫어요?”“잊는 거.”“오빠.”“응.”“어제 일 때문에 갑자기 이상하게 굴지 마세요.”태준이 침대에서 내려왔다.서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걸 본 태준이 피식 웃었다.“이상하게 구는 건 지금 너 같은데.”“제가 뭐가요.”“눈도 안 마주치고, 슬금슬금 도망가고.”“원래도 오빠 피했거든요.”“그러네.”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평소랑 똑같네.”“그러니까 그대로 하자고요.”“좋아.”너무 쉽게 받아들여서 서아가

  • 친구의 오빠와 실수했다   Chapter 7. 돌이킬 수 없는 밤

    “……네.”서아가 겨우 대답했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태준이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빼내며 속옷을 아래로 내렸다. 서아는 다리에 힘을 줬다가 이내 다시 힘을 풀었다. 태준이 자신의 바지와 속옷까지 벗고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뜨거운 것이 허벅지 안쪽에 닿자 서아는 숨을 들이켰다.“읏…….”태준이 천천히 밀어 넣었다. 서아는 그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며 소리를 참지 못했다.“하아…… 으응.”처음 느껴 보는 감각에 서아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르려 했다. 태준이 잠깐 멈춰 그녀의 호흡을 기다렸다.“괜찮아?”“…… 처음이라 아파요.“”너 처음이라고?”“네...”“그걸 왜 이제 말해.”“말하면 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서요.”원래라면 분위기를 깼어야 하는 게 맞고, 태준의 방에서 나왔어야 하는 게 맞다. 근데 처음 겪어 보는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태준이 본인을 좋아하고 있다란 말에 머리가 고장난 건지, 태준을 밀어내긴 커녕 더 이어나가고 싶었다.서아의 대답에 태준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처음이니까 아픈 건 아프다 말해야 돼.“아까와는 다르게 단호한 어투로 이야기하는 태준에 서아는 흠칫 놀랐지만, 놀랄 겨를도 없이 태준이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천천히, 깊게. 서아의 허리가 들썩였다. 숨이 가빠지며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하…… 오빠…… 하아.”태준이 그녀의 목을 물며 속도를 조금 올렸다. 서아는 다리를 더 벌리고 허리를 맞췄다. 태준의 손이 가슴을 감싸 쥐고 유두를 문질렀다. 서아는 그의 등을 긁듯 잡으며 소리를 냈다.“하앙…… 으응, 하.”태준이 낮게 웃었다.“괜찮아?”“으응, 읏! 괜찮, 아요... 하아.”서아는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으려 했지만 태준이 더 깊게 들어갈 때마다 몸이 들썩여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서아는 그저 그의 움직임과 현재 기분에 충실할 뿐이었다. 내일 일은 머릿속에서 점점 멀어졌다.

  • 친구의 오빠와 실수했다   Chapter 6. 선을 넘은 밤

    등이 침대에 닿자 서아는 태준의 어깨를 밀어냈다.“잠깐만요.”태준이 바로 상체를 들었다.“왜.”“……숨이 안 쉬어져요.”“안 무거워.”“무거운데요.”태준이 팔꿈치로 몸을 받치면서도 얼굴을 완전히 떼지는 않았다. 서아는 시선을 피하려다 실패했다.“왜 그렇게 봐요.”“그냥.”“보지 마세요.”“싫어.”태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입을 맞췄다. 서아는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손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의 어깨를 잡았다. 태준이 그 손을 내려다 봤다.“잡고 있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서요.”“편하게 잡고 있어.”태준의 어깨를 잡고 있다는 것이 의식이 되어서 그런지 서아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살살 잡아도 돼.”“아... 죄송해요.”“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긴장하고 있는 것 같길래.”서아가 머쓱해하며 손에 힘을 살짝 풀자 태준이 낮게 웃으며 다시 입을 맞췄다. 키스가 길어지자 태준의 손이 그녀의 허리로 내려갔다. 블라우스 위를 천천히 쓸었다. 손가락이 옷단을 살짝 들어 올리자 서아의 몸이 굳었다.“여기.”“…….”“안 돼?”서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완전히 떼지는 않았고, 그냥 붙잡았다. 태준이 손을 멈췄다.“싫어?”“……아니요.”“그럼.”서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태준이 다시 옷단을 들어 올렸다. 피부가 닿았다. 서아는 숨을 들이쉬며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태준이 입을 떼며 물었다.“계속 해도 돼?”“……물어보지 마요.”“물어봐야 알지.”서아가 눈을 피했다.태준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단추가 풀릴 때마다 서아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태준이 웃었다.“왜 눈을 피해.”“피한 거 아니에요.”“피했잖아.”“시끄러워요.”태준이 그녀의 쇄골에 입을 내렸다. 서아의 손이 그의 티셔츠 자락을 잡았다. 위로 잡아당기자 태준이 순순히 팔을 들어 올렸다. 티셔츠가 벗겨져 침대 옆으로 떨어졌다. 피부가 맞닿자 서아는 어깨를 움츠렸다.그 모습에 태준이 바로

  • 친구의 오빠와 실수했다   Chapter 5. 분위기 탓

    “나 지금 장난 아닌데.”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준이 너무 가까웠다.평소 같았으면 밀어냈을 것이다.한마디 쏘아붙이고 소파로 돌아가라고 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몸이 굳었다.강태준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했다는 사실도,친구의 오빠라는 것도,지금 이 순간엔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서아야.”“……왜요.”“싫으면 말해.”태준은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기다렸다.서아는 그게 더 곤란했다.싫냐고 묻는다면—싫지는 않았다.그렇다고 좋다고 대답하기도 싫었다.“모르겠어요.”“그럼 안 할게.”태준이 물러나려 했다.그 순간 서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재킷 자락을 잡았다.둘 다 동시에 멈췄다.서아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왜 잡았지.태준이 낮게 물었다.“이건 가지 말라는 뜻?”“……아무 말 하지 마요.”“알았어.”태준은 웃지 않았다.그래서 더 긴장됐다.그가 다시 천천히 가까워졌다.입술이 닿았다.짧게.그리고 떨어졌다.서아가 숨을 들이마시는 사이 다시 입술이 겹쳤다.이번에는 조금 길었다.서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그래서 그냥 태준의 옷을 잡고 있었다.손끝에 힘만 들어갔다.태준의 손이 허리에 닿자 서아의 몸이 움찔했다.그가 바로 멈췄다.“괜찮아?”“……자꾸 묻지 마요.”“안 물으면 화낼 것 같은데.”“그것도 맞는데.”태준이 낮게 웃었다.“어렵네.”“누가 하래요.”“그럼 그만할까?”태준이 정말로 손을 떼려 했다.서아는 또 그의 옷을 붙잡았다.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태준의 눈빛이 달라졌다.“서아야.”“왜요.”“너 지금 나 되게 헷갈리게 하는 거 알아?”“저도 헷갈리니까 그렇죠.”솔직한 말이 튀어나왔다.말하고 나서야 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태준이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서아가 생각할 틈이 없었다.허리를 감싸는 팔.가까워지는 체온.귓가를 스치는 숨.그 모든 게 너무 낯설었다.서아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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