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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화. 엄마도 99.99%

作者: 6jay
last update 公開日: 2026-08-18 08:03:25

한세라는 약속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단정한 베이지색 정장에 낮은 굽 구두. 늘 정태성의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소장님, 우진이는 괜찮은 거죠?”

걱정스러운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서지안은 상담실 맞은편을 가리켰다.

“앉아요.”

탁자 위에는 유전상담 동의서가 놓여 있었다. 우진의 질환 후보가 모계에서 전달될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입양 기록에 ‘생모 측 외사촌’으로 기재된 세라의 검체가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해야죠.”

세라는 펜을 들었다가 동의서 중간에서 잠시 멈췄다.

[가족관계 확인 및 예기치 않은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확인될 수 있음]

“이런 것도 나오나요?”

“가족 검사는 그래요.”

지안의 대답은 평온했다.

세라는 입술을 축였다. 그러나 거부하지 못했다. 자신이 박수정의 외사촌이라고 서명한 사람이었으니까.

“우진이 치료에 필요한 거죠?”

“네.”

지안은 세라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생모 쪽 병력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박수정 씨에게 빈혈이나 출혈 질환이 있었나요?”

세라의 손에서 펜이 아주 잠깐 멈췄다.

“제가……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안 나요.”

“출산 당시에도 병원에 있었죠?”

“서류 때문에 잠깐 갔던 걸로 알아요.”

대답은 준비된 것처럼 매끄러웠다. 다만 손가락 끝이 종이를 세게 누르고 있었다.

그제야 세라가 이름을 적었다.

검체 채취와 분석은 외부 공인기관에 맡겼다. 세라는 신분 확인 뒤 예상치 못한 직계 혈연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는 항목까지 읽고 서명했다. 채취부터 봉인, 운송까지의 과정은 영상과 인계기록으로 남았다.

다음 날 오후, 암호화된 보고서가 도착했다.

지안은 문을 잠근 뒤 파일을 열었다.

[모권 긍정 확률 99.99%]

한세라.

정우진.

그 아래 수십 개의 유전 표지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이어졌다.

지안은 모니터를 바라본 채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

태성과 세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그 아이를 자신에게 입양시켰다.

지안이 매일 아침 밥을 먹이고, 열이 나면 밤새 안고, 유치원 첫날 혼자 돌아서 울었던 아이를.

누군가는 그 모든 장면을 알고도 지켜봤다.

태성은 아버지로.

세라는 친모로.

세라가 우진의 생일마다 꼭 같은 시간에 선물을 보내던 이유도, 아이가 아플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상세한 상태를 물었던 이유도 이제야 설명됐다. 한 번은 우진이 세라의 품에서 잠들자 지안이 미안하다며 데려오려 했다. 세라는 “조금만 더 안고 있으면 안 될까요?”라고 웃었다. 그때 눈가가 붉었던 것도 연민이 아니었다.

자신만 남의 아이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화장실로 들어간 지안은 세면대를 붙잡았다. 속이 뒤집혔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몸이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 언제 와? 공룡 스티커 보여줄 거 있어!]

우진이 태성의 휴대전화로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지안은 세수를 하고 입술에 남은 물기를 닦았다. 거울 속 얼굴은 희게 질려 있었지만, 표정은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집에 가는 내내 지안은 신호가 바뀌는 것만 바라봤다. 차 안에서 울면 집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진 앞에서는 어떤 표정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선택한 거짓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자 우진이 현관까지 달려왔다.

“엄마!”

아이는 손등에 붙인 초록색 공룡 스티커를 자랑했다.

“이거 엄마 거야. 제일 센 티라노.”

지안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췄다.

“엄마 주는 거야?”

“응. 엄마가 제일 세니까.”

그녀는 웃으며 손등을 내밀었다. 우진이 정성껏 스티커를 붙였다.

작은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 지안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 조용히 부서졌다.

하지만 아이를 향한 마음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안은 더 견디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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