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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돛올림
나는 엎어지다시피 곤돌라를 빠져나온 뒤 시아버지를 끌어내려 바닥에 눕혔다.

시아버지의 이마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의 색은 더 이상 선홍색이 아니었다.

검붉다 못해 거의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다.

두 명의 의료진이 마침내 달려왔다.

선두에 있던 의사가 쪼그려 앉아서 시아버지의 경동맥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먄사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동공이 완전히 산대됐습니다. 심인성 급사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내 손은 여전히 심폐소생술을 하던 자세 그대로 허공에 굳어 있었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다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

나는 점점 차가워지는 시아버지의 몸을 끌어안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심아린은 3미터 밖에 서서 코를 막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뭘 그렇게 악을 써? 돼지 멱따는 소리도 아니고, 진짜 재수 없네.”

심아린은 시아버지가 정말 죽은 것을 보고도, 얼굴에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다.

심아린은 옆에 있던 작업자들에게 명령했다.

“우리 공사장에서 죽다니, 완전히 생떼를 쓰는 거잖아.”

“너희 몇 명은 현장에서 제일 더러운 낡은 천막 가져와서 이 늙은이 덮어. 내 눈을 더럽히지 말고.”

“그리고 견인차 하나 불러서 빨리 화장터로 보내 태워버려.”

직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아린은 나를 다시 볼 생각도 없이 몸을 돌려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2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공사장 정문에 멈춰 섰다.

박연우가 차에서 내렸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손에는 티파니 블루 종이백까지 들고 있었다.

심아린이 박연우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이제야 왔어? 당신이 진짜 몰라서 그렇지. 당신 아내가 그 가난뱅이 아버지까지 데리고 공사장에 와서 난리를 쳤다니까.”

“돈 뜯어내려다 안 되니까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까지 했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박연우는 고개를 숙여 바람에 흐트러진 심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발치에 있는 더러운 천막으로 덮인 뭔가를 보았다.

천천히 다가온 박연우가 천막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았다.

천막이 완전히 덮이지 않아서 손 하나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약지에는 시계가 하나 걸려 있었다.

파텍필립 노틸러스, 전 세계에 단 50점만 존재한다는 희귀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박연우는 그 시계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손을 밟았다.

박연우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에 아무 온기도 없이 말했다.

“잘 들어.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도 지긋지긋한데, 네 아버지까지 여기 와서 사기 치고 난리야.”

“당장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꺼져. 그리고 그 거지 같은 네 아버지도 데리고 나가.”

“내 회사에 더러운 것들 들여놓지 마.”

나는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시아버지 손을 밟고 있는 발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밟고 있는 사람, 당신 친아버지야.”

박연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너 미쳤어? 아니면 슬픔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거야?”

“우리 아버지는 북유럽의 최고급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셔. 네 시골 출신 아버지가 감히 우리 아버지 행세를 해?”

박연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엔진 굉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한 대가 아니라 열 대가 넘었다.

검은색 허머들이 마치 거대한 강철 이무기 떼처럼 대로를 가로질러서 밀려왔다.

그리고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덤프트럭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호원들이 황급히 달려와서 차량을 막아섰다.

그러자 선두에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신분증을 하나 꺼내 보였다.

경호원은 신분증을 보더니 곧바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차량 행렬은 공사장 중앙에 반원형으로 멈춰 섰다.

가장 가운데 차량의 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기어 나오듯 뛰어나왔다.

그 남자를 나는 알고 있었다.

진성그룹의 집사인 조성철이었다.

조성철은 천막 앞으로 달려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 더러운 천막을 걷어냈다.

피로 얼룩졌지만, 여전히 위엄이 서린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도련님, 보십시오. 이분은 회장님입니다.”

박연우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박연우는 고개를 숙여 그 얼굴을 보았다.

박연우가 어릴 때부터 30년 동안 올려다보며 살아온 그 얼굴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티파니 종이백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빠져나와서 먼지 속으로 떨어졌다.

박연우의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이 무너지면서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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