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두 명의 타자를 가볍게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내며, 그는 5이닝 퍼펙트까지 단 한 명의 타자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상대 팀의 4번 타자이자,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박준형이었다.
지훈의 시스템 창이 번뜩였다.
[타자 정보: 박준형]
타격 스타일: 파워 히터.
강점: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리그 최상급.
약점: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큰 변화구에 약점을 보임.
‘역시나. 패스트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
지훈은 최성민에게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의표를 찌르는 하이 패스트볼. 박준형은 154km/h의 공에 반응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2구째, 바깥쪽 꽉 찬 코스의 슬라이더. 박준형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지만, 공은 파울 팁이 되어 뒤로 날아갔다. 투 스트라이크. 순식
[투수 분석: 클레이 커쇼. 37세]패스트볼 구속 저하: -5.2 mph (평균)커브 회전수 저하: -350 RPM (평균)신체 데이터 스캔 중… 경추, 흉추, 요추… 이상 없음. 어깨 관절, 팔꿈치 인대… 구조적 손상 없음.미세 근육 분석 돌입… 회전근개, 삼각근…[경고: 특정 근육의 활성도 저하 감지.]근육명: 견갑하근 (Subscapularis).상세 분석: 반복적인 투구 동작으로 인한 만성 염증 및 미세 파열 누적. 해당 근육은 어깨의 내회전과 감속(Deceleration)을 담당하는 핵심 ‘브레이크’ 근육임.결론: 견갑하근의 기능 저하로 인해, 뇌가 어깨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투구 파워를 제한하고 있음.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는, ‘심리적 문제’나 ‘노쇠화’가 아닌, 뇌의 완벽한 ‘생존 본능’의 결과임.찾았다.모든 의사들이 놓쳤던, 심지어 최첨단 MRI 장비로도 잡아내기 힘든,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진실.그의 문제는 늙어서가 아니었다. 20년간 수만 번의 투구를 반복하는 동안, 브레이크 패드가 거의 다 닳아버린 것이었다. 뇌는 차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액셀을 밟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것이다.지훈은 커쇼에게 다가갔다.“선수님. 혹시… 공을 던지고 난 직후에, 어깨 앞쪽 깊숙한 곳에서 뻐근하거나, 무언가 살짝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미세해서 그냥 피로감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수도 있는 그런 감각 말입니다.”
지훈은 프로필 사진 속, 깊은 고뇌에 빠진 신의 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그의 새로운 제국에서의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강지훈이 다이스의 새로운 왕으로 즉위한 다음 날, 캐멀백 랜치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코치들은 더 이상 그를 ‘한국에서 온 애송이’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미지의 외계 기술을 마주한 과학자처럼, 경외와 두려움, 그리고 지독한 호기심이 뒤섞인 눈으로 그의 모든 움직임을 좇았다.하지만 지훈은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첫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신을 진찰하는 일’.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건넨 클레이 커쇼의 의료 기록은, 지난밤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스템이 없었다면, 그 역시 ‘노쇠화’ 혹은 ‘입스’라는 편리한 진단 뒤에 숨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약속된 시간, 지훈과 최세연은 캐멀백 랜치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스코츠데일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한 저택 앞에 섰다.다이스의 살아있는 신, 클레이 커쇼의 개인 훈련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요새처럼 높은 담장과 굳게 닫힌 철문은,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려는 주인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듯했다.“정말… 괜찮겠어요?”차 안에서, 세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클레이 커쇼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그날 저녁, 지훈과 세연이 머무는 저택.두 사람은 테라스에 앉아, 어제의 폭풍우가 지나간 사막의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말… 영화 같았어요.”세연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녀의 눈에는, 오늘 필드 위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던 지훈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었다.“당신은 단순히 선수만 구한 게 아니에요. 당신을 증오했던 사람에게조차,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었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그렉 모레슨은, 과거의 저였으니까요.”지훈이 나직하게 대답했다.“저 역시, 한때는 제가 아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었습니다.데이터를 맹신했고, 인간의 감정이나 의지 같은 불확실한 것들을 무시했죠. 하지만 많은 선수들을 만나면서 깨달았습니다.데이터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일 뿐, 결국 그 길을 걷는 것은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요. 모레슨 코치의 열정은 진짜입니다.다만, 그에게는 올바른 지도가 없었을 뿐이죠. 저는 그에게 새로운 지도를 쥐여준 것뿐입니다.”그의 말에, 최세연은 다시 한번 그에게 깊이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이 남자는, 단순히 천재적인 두뇌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실패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이해하며, 심지어 적마저 포용할 줄 아는, 거대한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지훈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를 밀어내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야구장과 연구실, 전쟁터 같던 그의 일상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말에, 구단 수석 닥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눈으로 관절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부상의 범위까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그리고 저는, 그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지훈의 선언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특히, 자신의 야구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던 그렉 모레슨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잭슨 콜의 재활은, 오늘부터 K 퍼포먼스 랩의 최우선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저는 그를 단순히 예전의 강속구 투수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불안정한 메커니즘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여,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안정적이며, 더 오래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재탄생시킬 겁니다.1년. 딱 1년 뒤, 그는 이 마운드 위에서 다시 100마일을 던지게 될 겁니다. 부상의 공포 없이, 완벽하게 제어된 100마일을요.”그것은 단순한 희망이 아닌, 과학에 기반한 예언이자, 선언이었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버리는 대신, 그것마저 자신의 시스템 안으로 끌어안아 완벽한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첫 번째 명령이었다.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그렉 모레슨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가 그의 해고를 예상하는 순간이었다.“그리고 그 재활의 모든 과정은, 그렉 모레슨 코치님께서 책임지고 저를 보좌하게 될 겁니다.”“……!”모레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징계나 해고가 아닌 재활의 책임자라니.“당신은 선수를 망가뜨렸습니다, 코치님. 하지만 그건, 당신이 가진 열정과 경험이 잘못된 방향을 향했기 때문입니다.저는 당신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그때부터, 쇼케이스는 리카도의 원맨쇼가 되었다.메이저리그 레벨의 타자들은, 그의 마구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무력했다. 그들은 직구라고 생각하면 슬라이더가 날아왔고, 슬라이더를 예상하면 평범한 직구에 타이밍을 빼앗겼다. 그들은 공을 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각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2이닝. 6명의 타자. 6개의 탈삼진. 단 한 명도,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했다.완벽한, 그리고 잔인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배였다.쇼케이스가 끝나고, 필드 위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스태프들을 필드 중앙으로 불러 모았다.그는 먼저, 비극의 주인공이 된 잭슨 콜의 상태를 물었다.“진단은… 어깨 관절와순의 대규모 파열입니다. 시즌 아웃은 물론, 선수 생명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1차 소견입니다.”닥터의 보고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프리드먼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오늘, 우리는 두 가지를 보았다. 하나는, 구시대의 낡고 무책임한 철학이 맞이한 비극적인 종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그의 시선이, 조용히 서 있는 강지훈에게 향했다.“우리가 나아가야 할, 명백하고 압도적인 미래다. 경쟁은 끝났다. 논쟁도 이걸로 끝이다.”그는 지훈에게로 걸어갔다.“강 디렉터.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은 이 조직의 모든 투수들의 건강과 메커니즘, 그리고 성장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당신의 말이, 곧 다이스의 법이다.”그는 충격에 휩싸인 코치진을 둘러보며 선언했다. 
[경고: 어깨 관절 안정성 F-. 회전근개 스트레스 98% (임계점 돌파).][경고: 내측 측부 인대 긴장도 95% (위험).][최종 경고: 운동 사슬의 완전한 붕괴. 현재의 투구는, 선수의 신체 부위를 파괴하며 구속을 만들어내고 있음. 즉시 중단하지 않을 시, 영구적인 손상 발생 확률 99%.]“저건… 영광이 아니라, 비명이구나.”옆에 앉은 최세연이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녀 역시 전직 운동선수로서, 지금 잭슨 콜의 투구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잭슨 콜의 폭주는 계속되었다. 그는 2이닝에 걸쳐, 메이저리그 레벨의 타자들을 압도하며 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그의 투구는 화려하고 눈부셨다. 마치, 마지막 순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불꽃처럼.그리고,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6번째 타자를 상대하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다시 한번 온몸을 실어 102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지려 했다. 그의 팔이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순간.“뚝-!”아주 작지만,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파열음이 마운드 위에서 울려 퍼졌다.“끄아아아아아악-!!!”잭슨 콜의 입에서, 짐승의 비명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는 마운드 위에 쓰러져,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고요했던 구장에, 그의 끔찍한 비명만이 메아리쳤다.쇼케이스는 중단되었다. 의료진이 급하게 달려 나왔고, 선수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모레슨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를 마주한 그의 얼굴은,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