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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5 10:40:55

하지만 눈앞의 시스템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게임에서나 보던 스탯 창이,

눈앞의 소년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렴풋이 짐작했던 문제점들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상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건… 뭐지? 내가 미친 건가?

혼란에 빠진 지훈의 귓가에 소년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 손목…”

그 소리에 지훈은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이 기이한 현상을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시스템 창에 떠오른 ‘긴급 처방’을 떠올리며 소년에게 말했다.

“학생, 빨리 이리 와봐. 얼음찜질부터 해야 해.”

지훈은 소년을 부축해 연습장 구석에 있는 낡은 냉동고로 데려갔다. 다행히 아이스팩이 몇 개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싸 소년의 손목에 대주었다.

“고… 고맙습니다, 아저씨.”

“일단 이렇게 하고 오늘은 더 이상 운동하면 안 돼.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아. 아마 인대에 무리가 갔을 거야.”

지훈의 말에 소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병원에요? 저… 곧 중학교 전국대회 선발전이 있는데…”

“지금 무리하면 선수 생명 끝날 수도 있어. 너, 스윙할 때 허리는 안 아팠니?”

“네? 허리요? 가끔 좀 뻐근하긴 했는데…”

소년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 동그래진 눈으로 지훈을 쳐다봤다. 지훈은 시스템 창의 ‘좌측 허리 근육 긴장 (경고!)’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네 스윙은 완전히 상체 힘으로만 하고 있어. 하체를 전혀 못 쓰니까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지. 손목 부상도 결국 그것 때문에 온 거야. 힘이 부족하니까 마지막에 손목으로만 공을 때리려고 하잖아.”

소년의 눈이 더욱 커졌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지훈이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학교 코치님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지적해준 적은 없었다.

“아저씨… 야구 선수셨어요?”

“…그냥, 야구를 좀 좋아해.”

지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눈앞의 시스템 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소년에 대한 정보를 띄우고 있었다. 지훈은 시험 삼아 연습장 밖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자 시스템 창이 즉시 바뀌었다.

[일반인 정보]

이름: 박철민

나이: 48세

상태: 건강 양호 (만성 피로, 경미한 허리 디스크 증상)

다시 소년을 보자, 김민수 학생의 정보 창으로 돌아왔다. 이 능력은… 스포츠 선수에게만 발동하는 건가? 아니면 운동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더 자세한 정보가 보이는 건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절망의 끝에서 찾아온 기적. 이것이 만약 진짜라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은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 후, 지훈은 허름한 원룸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한 야구 선수의 기사에서 멈춰 있었다.

‘천재의 몰락… 전직 신인왕 이현성, 2군에서도 제구 난조로 강판.’

이현성. 3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고졸 신인으로 15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쥔 천재 투수.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악마의 슬라이더로 리그를 평정했던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영광은 짧았다.

2년 차 시즌부터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최악의 부진 끝에 2군으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오늘, 2군 경기에서조차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고 볼넷만 남발하다 강판당했다는 기사가 떴다. 사람들은 그가 ‘입스(Yips)’에 걸렸다고 말했다. 한 번 걸리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투수들의 정신적인 암과도 같은 병이었다.

지훈은 이현성의 2군 등판 영상을 찾아 재생했다. 예전의 역동적이고 자신감 넘치던 투구폼은 온데간데없었다.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공을 던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한 남자가 마운드 위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훈이 영상 속 이현성에게 집중하는 순간, 어김없이 푸른 시스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선수 정보]

이름: 이현성

나이: 22세

종목: 야구 (투수)

포텐셜: S- (측정 가능한 최고 등급에 근접)

[신체 상태]

근력: A

민첩성: A+

지구력: B+

유연성: S

근육 밸런스: 미세한 불균형 (좌측 발목 외회전 각도 -2.3° 오차 발생)

피로도: 65/100

부상 위험: 없음.

[기술 분석]

투구 메커니즘: 전반적으로 우수. 하지만 디딤발 착지 시, 미세한 발목 각도 변화로 인해 골반 회전 타이밍에 0.02초의 지연 발생. 이 지연이 상체 회전과 팔 스윙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릴리스 포인트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원인이 됨.

[심리 상태]

자신감: 최악 (측정 불가 수준)

집중력: 분산

불안감: 98/100 (극도의 불안 상태)

문제점: 기술적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심리적 압박감에 짓눌려 있음. ‘입스’는 결과일 뿐, 원인은 신체 밸런스에 있음.

[솔루션]

긴급 처방: 심리적 안정을 위한 휴식 및 상담 권장.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

근본적 해결: 특수 제작된 인솔(깔창)을 통해 발목 각도를 교정. 교정된 각도에 맞춰 투구 밸런스를 재조정하는 훈련 필요. (예상 교정 기간: 2주)

“……이거다.”

지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모두가 심리적인 문제, 즉 입스라고 단정했던 이현성의 부진.

하지만 이 시스템은 그 근본적인 원인이 ‘좌측 발목의 미세한 각도 변화’라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신체적 문제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의사도, 최고의 트레이너도 찾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자신은 이 작은 원룸 방 구석에서 단 몇 초 만에 파악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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