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최세연은 마른침을 삼켰다. 한 달간의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초 훈련. 오직 힙 턴과 몸통 회전만을 반복했던 시간. 그 모든 노력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이 한 번의 스윙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지훈의 차분한 눈빛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예전처럼 팔과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모든 의식은 단단하게 땅을 딛고 있는 두 발과 강력한 스프링처럼 감기는 허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의 말을 믿자. 내 몸이 아니라, 데이터를 믿자.’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아주 천천히 백스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의 회전력을 폭발시키며, 망설임 없이 다운스윙으로 전환했다.
콰아아아앙-!!!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낮고 묵직한 파열음.
그녀가 평생을 추구
“어제 연락을 받았네. 자네가 알려준 스트레칭만으로도, 이정훈 선수의 손 저림 증상이 80% 이상 사라졌다고 하더군. 양궁 협회 놈들은 전부 뒤집어졌다지. 이제 그들도 자네를 무시할 수 없을 게야.”최 회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제부터는 JK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저 선수의 재활을 책임지게. 세상에 보여주는 걸세. 자네와 JK가 손을 잡으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를.”다음 날, 강지훈은 JK 그룹의 공식적인 ‘퍼포먼스 총괄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다시 태릉선수촌의 양궁 훈련장을 찾았다.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그를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보던 양궁 협회 관계자들과 코치들이, 입구까지 나와 그를 깍듯하게 맞이했다.하지만 그들의 환대 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구심과 텃세가 숨겨져 있었다. 특히, 양궁 대표팀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명장’, 문형철 감독의 눈빛은 유난히 날카로웠다.“강 디렉터님.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이제는 믿습니다. 하지만….”문 감독은 활과 과녁을 가리키며 말했다.“양궁은 야구나 골프와는 다릅니다. 이것은 0.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극한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세계입니다. 우리에게는 지난 40년간 올림픽을 제패해 온, 우리만의 방식과 철학이 있습니다.”그의 말은 정중했지만, 그 안에는 ‘외부인은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는 강한 자부심과 경고가 담겨 있었다.* 7일간의 기적, 신경을 재설계하다
그것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자신의 제국과 남은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의 제한 시간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분노했다.감히, 굴러온 돌멩이 같은 놈이 자신을 협박해?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정계와 법조계에 그가 수년간 뿌려놓은 인맥들이 있었다. 그들이라면, JK 그룹이라 할지라도 막아줄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그의 마지막 희망마저 잔인하게 짓밟았다.[“오 이사?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통화하세.”][“JK 그룹을 건드리셨다고요? 허허, 강심장이시군요. 죄송하지만, 이번 일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선을 넘었습니다.”][“자네, 미쳤나! 당장 그 쥐새끼 같은 짓 집어치우고 납작 엎드려! 지금 최건호 회장이 얼마나 격노했는지 알아!”]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가 쌓아 올렸다고 믿었던 인맥의 성은 최건호라는 거대한 태풍 앞에서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절망 속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사를 썼던 김성현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기자! 지금 당장 후속 기사 준비해! 강지훈 저놈, 재벌가 등에 업고 언론을 탄압한다고! 이건 대한민국 언론 자유에 대한…”[“이사님,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김 기자의 비명 섞인 울음이었다.[“지금 회사에서 저를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사님께 받은 돈, 전부 토해내라고 합니다! 저… 저 기자 생활 끝장나게 생겼습니다! 이 모든 게 다 이사님 때문 아닙니까!&r
최세연은 마른침을 삼켰다. 한 달간의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초 훈련. 오직 힙 턴과 몸통 회전만을 반복했던 시간. 그 모든 노력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이 한 번의 스윙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지훈의 차분한 눈빛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그녀는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예전처럼 팔과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모든 의식은 단단하게 땅을 딛고 있는 두 발과 강력한 스프링처럼 감기는 허리에 집중되어 있었다.‘그의 말을 믿자. 내 몸이 아니라, 데이터를 믿자.’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아주 천천히 백스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의 회전력을 폭발시키며, 망설임 없이 다운스윙으로 전환했다.콰아아아앙-!!!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낮고 묵직한 파열음.그녀가 평생을 추구했던, 공이 찌그러졌다가 튕겨 나가는 듯한 완벽한 임팩트 사운드였다. 그녀의 왼쪽 손목에는 그 어떤 충격이나 통증도 전해지지 않았다. 한 달간 단련한 강력한 코어가 모든 충격을 흡수하고 오히려 폭발적인 스피드로 전환 시킨 것이다.그녀는 멍하니, 스크린에 그려지는 하얀 공의 궤적을 바라보았다. 총알처럼 뻗어 나간 공은 하늘 끝에서 부드럽게 왼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지는 모든 골퍼가 꿈꾸는 완벽한 드로우 구질을 그리고 있었다.그리고 화면 한쪽에, 그녀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숫자들이 떠올랐다.[클럽 헤드 스피드: 105 mph][볼 스피드: 158 mph][캐리 비거리: 255 미터 (약 279 야드)][좌측 손목 관절 스트레스 지수: 8/100 (안전 범위)]“……!”
“고치는 것을 넘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지훈의 눈이 자신감으로 빛났다.“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시죠. 대신, 제가 알려드리는 재활 운동을 딱 한 시간만 하고 돌아가십시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그는 이정훈에게, 목과 어깨 주변의 심부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해주는 아주 간단하지만 정교한 스트레칭 동작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그날 밤, 지훈은 최세연과의 약속대로 그녀의 훈련을 봐주기 위해 K 퍼포먼스 랩으로 향했다. 랩의 문을 열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왔다.“괜찮아요? 기사 때문에….”“저는 괜찮습니다.”지훈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스캔들로 인한 고통 대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자의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우리 훈련 시작할까요? 오늘은 드디어, 당신의 새로운 스윙으로 직접 공을 쳐보는 날입니다.”지훈의 말에, 최세연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이 남자는 세상의 어떤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타석에 섰다.그리고 지훈이 모르는 사이. JK 그룹의 힘을 등에 업은 추적은 이미 뱀의 머리를 찾아내고 있었다.최건호 회장의 책상 위에, 최민석과 김성현 기자의 모든 비리 내역이 담긴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었다. 폭풍의 전조는 이제 지훈이 아닌, 그의 적들의 머리 위에서 시커멓게 몰려들고 있었다.대한민국 스포츠계를 집어삼킨 거대한 스캔들의 폭
그의 목소리에는 세상 모든 폭풍우를 막아줄 것 같은 절대적인 믿음이 담겨 있었다. 최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지훈은 차가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오려던 한 사람의 여린 날개를 꺾어버린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그의 분노는 조용했지만, 그 어떤 불길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같은 시각, JK 그룹 회장실.최건호 회장은 아침 신문을 읽다 말고 책상 위에 신문을 집어 던졌다. 그의 옆에 선 비서실장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같잖은 것들이, 감히 내 손녀를 건드려?”최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방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할 정도였다. 그가 분노한 것은 스캔들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녀를, 그리고 자신이 파트너로 인정한 사람을, 고작 망해가는 에이전시 따위가 자신들의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에 대한 모욕감이었다.그의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다. 강지훈이었다.[“회장님,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사과는 내가 받아야 할 게 아니지. 자네는 지금 내 손녀의 명예를 더럽힌 놈들에게 사과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야.”[“받아낼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말해보게.”[“이 기사의 출처와 배후를 알아봐 주십시오. 뱀을 잡으려면, 뱀의 머리를 쳐야 합니다.”]최 회장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활시위는 당기는데, 마지막 순간에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버린다는 거야. 국가대표 선발전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대로라면 선수 생명이 끝날 판이야. 양궁 협회는 발칵 뒤집혔고 우리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지.”]최 회장은 지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 혹은 명령을 내렸다.[“고쳐내게. 3주 안에. 자네가 정말 진짜라면, 내게 결과로 증명해 보여. 성공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주지. 하지만 실패한다면….”]그는 말을 맺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서늘한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지훈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야구, 유도, 골프에 이어… 양궁. 완전히 새로운 영역, 그리고 3주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알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좋아. 그 배포가 마음에 들어. 결과 기대하고 있겠네.”]전화가 끊겼다. 최세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훈을 바라봤다.“괜찮으시겠어요? 저희 할아버지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분이세요.”“괜찮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으니까요.”지훈의 눈이, 새로운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번뜩였다.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길. 밤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지훈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자연스럽게 최세연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녀는 놀라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의 배려에 뺨을 붉히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n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