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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作者: 귀차니즘
원나잇을 한 상대가 자기 학교 교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예린은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절실히 느꼈다.

흥분한 송지유는 고개를 숙이는 순간 신예린이 좌절한 얼굴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예린아, 왜 그래? 왜 똥 씹은 표정이야?”

만약 없던 일로 할 수만 있다면 똥도 기꺼이 먹을 수 있었다.

“지유야.”

신예린은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

“나 망했어. 진짜 휴학하고 싶다.”

“왜 그래?”

송지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때 단상 위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

교수의 목소리와 그날 밤 그 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어쩌면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품었던 신예린은 그 순간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로 그 남자였다. 비록 그날 밤에는 지금보다 목소리가 훨씬 낮고 허스키했지만 신예린은 교수가 바로 그 남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교수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얼마나 조용한지 바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했다.

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교실 곳곳에 울려 퍼졌다.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주시우라고 해요. 오늘부터 여러분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칠 겁니다.”

“우와.”

“우와.”

주시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안 돼!’

그 순간 오직 신예린만이 절망했다.

특히 그녀의 곁에 앉은 송지유는 매우 흥분했고 신예린은 그녀의 비명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단상 위에 선 주시우는 멈추라는 듯이 손을 들었고 그 순간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들 입을 다물었다.

“자기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우선 해부학이란 어떤 것인지에 관해 얘기해 볼 거예요.”

PPT를 켠 주시우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에게서는 타고난 여유로움과 고귀함이 느껴졌다.

“해부학은 인체의 형태와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육안이나 현미경, 영상학 등을 통해 인체의 장기나 조직의 형태, 위치, 주변 관계, 발달 규칙을 밝히죠...”

차분한 그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고 학생들은 고3 때보다도 더욱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물론 신예린은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수업 시간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어 그가 하는 얘기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예린의 상태를 눈치챈 송지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치질 생겼어?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

송지유는 에둘러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신예린은 줄곧 움츠려 있는 상태로 감히 고개 한 번 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허리가 너무 쑤셔서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 폈고, 고개를 든 순간 마치 운명처럼 단상 위에 서 있는 주시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신예린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한편, 단상 위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주시우는 잠깐 흠칫하며 신예린이 있는 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뭐야?”

“교수님 왜 저래?”

학생들이 수군댔다.

송지유는 신예린의 옷을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수님 지금 너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린 신예린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우리 뒤에 있는 애들을 본 거 아냐? 수업 시간에 딴짓하다가 걸렸겠지.”

단상 위 주시우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주시우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눈길을 돌리며 수업을 계속 이어갔다. 물론 펜을 든 그의 손끝이 하얘진 것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날 알아본 건가? 아닌 것 같은데.’

신예린은 확신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주시우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제발, 제발 좀 모른 척해주세요.’

신예린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때 단상 위에서 주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뒤에서 세 번째 줄, 오른쪽 다섯 번째 회색 재킷을 입은 학생이 대답해 볼래요?”

너무 정확했다. 마치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 원주율처럼 말이다.

신예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주시우의 그윽한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재킷을 벗으면 안 되겠지?’

신예린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주시우는 온화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 질문의 답을 얘기해 볼래요?”

이 수업이 시작된 이후로 줄곧 집중을 못 한 신예린은 당연하게도 그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조차 몰랐다.

신예린은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무, 무슨 질문이요?”

학생들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주시우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파라핀 절편 염색 방법 중에 가장 일반적인 염색 방법이 뭘까요? 몇 분 전에 말한 적 있어요.”

신예린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송지유를 향해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고, 송지유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 입만 벙긋거렸다.

물론 그녀가 뭘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신예린은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주시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신예린을 바라보았다.

“학생은 이름이 뭐죠?”

큰일이었다.

신예린은 주시우의 진짜 목적이 자신의 이름을 물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예린은 하마터면 이름을 지어낼 뻔했다. 그러나 감히 그럴 수는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

“신예린이라고 합니다.”

주시우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신예린 학생.”

신예린은 머리털이 쭈뼛 서서 감히 그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첫 수업부터 집중을 못 하네요. 수업 끝나고 내 사무실로 와요.”

신예린은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네, 교수님.”

신예린은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이때 그녀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린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 주 교수님 꽤 다정해 보이시는데. 크게 혼나지는 않을 거야.”

송지유는 신예린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신예린은 꼼짝하지 않았다.

‘다정? 침대 위에서는 전혀 다정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주 교수님 사무실에 가면 주 교수님과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얼마나 좋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신예린은 그런 기회를 원치 않았다.

숨 막힐 것 같던 수업 시간이 드디어 끝났고 주시우가 교실에서 나갔다.

그 순간 교실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다들 새로 온 교수님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의논하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신예린도 그들과 함께 수다를 떨었겠지만 지금은 웃을 힘조차 없었다.

“지유야.”

신예린은 송지유의 손을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인터넷 사용 기록 꼭 다 삭제해 줘야 해.”

그렇게 말한 뒤 신예린은 비장한 표정으로 떠났다.

송지유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신예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교수님과 면담하는 것뿐인데 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구는 걸까?

기껏해야 수업을 열심히 들으라고 타이르는 것뿐일 텐데 말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사무실 앞에 서게 된 신예린은 노크하려고 손을 들었다가 다시 손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던 그녀는 결국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빨리 겪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녀가 끝까지 잡아뗀다면 주시우도 그날 밤 그 여자가 그녀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신예린은 심호흡을 한 뒤 문을 두드렸고 이내 안에서 주시우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심장이 쿵쾅대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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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100화

    주시우는 펜으로 메뉴 옆에 하나씩 체크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너 매운 거 안 먹잖아?”신예린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지유가 매운 거 좋아해요.”그 말에 주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갈비 전골’ 옆에 체크 표시를 했다.송지유는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이 딱히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말도 많이 안 나눴는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좀 달랐다.주시우와 신예린은 꽤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친한 게 느껴졌다.주시우는 다친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예린 의자 등받이에 걸쳐두었고 반대 손으로 메뉴를 체크하고 있었다. 신예린은 체구가 작아서 멀리서 보면 마치 그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와... 주 교수님이 이런 분이셨어?’그는 학교에서는 ‘부드럽지만 깐깐하다’는 이미지였고 수업할 때 절대 농담 따위 안 하는 진지함의 결정체였다. 그런데 지금 그가 모여주는 모습은 순정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를 몰래 짝사랑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누가 저 잘생기고 단정하며 똑똑한 남자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다들 속으로는 주시우와 친해지고 싶을 것이다.그런데 그 모든 바람을 신예린이 가져갔다.‘저 죽일 여자... 잘 먹고 잘살고 있네, 아주.’송지유는 신예린이 부럽고 질투 났지만 밉진 않았다.음식이 나오고 나서도 신예린은 입덧 때문에 거의 손을 못 댔고 송지유도 아까 큰소리쳤던 거와는 다르게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처음에 깝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존재감 낮추기 모드가 시작된 것이다.식사 시간 동안 신예린과 주시우는 말수가 많지 않았는데 딱 한 번 신예린이 경시대회에서 확신이 없었던 문제를 언급하자 주시우가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송지유는 이제 신예린이 부럽지도 않았다. 집에 선생님 한 명 있으면 매일 시험 치는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오늘은 신체 해부 구조 시험을 보겠습니다’, 뭐 이런 거 말이다.그녀였으면

  • 터닝포인트   제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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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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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96화

    ‘띡.’신예린은 손에 불이 난 것처럼 역대급 반사 신경으로 버튼을 눌렀다.“좋습니다. 이번 문제는 신예린 학생이 답해주세요.”“림프구입니다.”“정답입니다, 1점 추가!”“세 번째 문제입니다.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는 무엇일까요?”‘띡.’“이번엔 김유진 학생이 빨랐네요. 자, 정답은요?”“피부입니다.”“정답입니다, 1점 획득.”...문제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점 팽팽해졌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점수 차이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떤 학생들은 답을 알고 있어도 손이 느려서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놓치기 일쑤였고 눈앞에서 문제를 뺏기는 좌절감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다.무대 위에선 긴장감이 흘렀고 관객석에서도 숨소리조차 아껴가며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주시우는 조용히 앉아 있었고 그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신예린에게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평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신예린은 대형 스크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턱을 살짝 든 채 집중하고 있었고 눈빛엔 흔들림 하나 없이 날카로운 결심이 담겨 있었다.사실 남자나 여자나 진지할 때 묘한 매력이 느껴졌는데 주시우는 지금까지 똑똑한 사람들을 숱하게 봐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감탄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의 아내가 저렇게 열심히 하자 그는 그녀가 너무 자랑스러웠다.신예린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점점 더 빛나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마음 한편에서 뿌듯함을 느꼈다.무대 위에서 퀴즈전은 계속 진행 중이었고 이미 점수가 크게 벌어진 몇몇 학생은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심지어 참가자가 아닌 관전자처럼 앉아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그렇게 어느덧 1위권 경쟁은 세 명으로 좁혀졌는데 신예린, 여도준, 임동욱이었다.“자궁이 측후방으로 이동하는 걸 제한하는 구조는 무엇일까요?”‘띡.’“여도준 학생, 정답은요?”“자궁 광인대입니다.”“정답입니다!”이 한 문제로 여도준은 신예린과 나란히 공동 1위가 되었고 이어서 사회자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한층 더해졌다.“현재

  • 터닝포인트   제95화

    신예린은 집중해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빠르게 정답을 터치하고 있었다.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나갔고 시험 화면은 자동으로 종료되며 곧바로 제출 처리되었다.“자, 1라운드 필기시험을 종료하고 이제 채점에 들어가겠습니다.”마이크를 든 사회자는 학생회 소속으로 무대 위에서 심사위원 교수들과 얘기를 나눴다.신예린은 긴장해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가 손에 힘을 뺐고 점수가 나쁘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그리고 곧 1라운드 결과가 발표되었다.“임상과 21학번 5반 장원희, 임상과 22학번 7반 신예린, 임상과 22학번 3반 여도준, 임상과 23학번 9반 조동민, 치의학 20학번 2반 임동욱, 간호학과 20학번 김유진... 이상 열 분이 2라운드 스피드 퀴즈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무대 앞으로 나와 착석해 주세요!”사회자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박수 소리가 터졌고 신예린은 의자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무대 위엔 열 개의 자리가 반원 형태로 세팅돼 있었고 각 책상 위에는 빨간색 버튼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그런데 우연인지 고의인지, 여도준이 하필 그녀의 옆에 앉았다.“화이팅.”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신예린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빨간 버튼에 손을 올려 눌러보며 감각을 익혔다.그런데 그때 관객석 쪽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어, 저기 주 교수님 아냐?”“헐, 진짜네. 주 교수님께서 여기 왜 오셨지?”“혹시 심사위원으로 오신 거 아니야? 아니면 누구 보러 온 건가?”관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신예린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무대 아래쪽을 바라봤고 주시우를 발견했다.그는 교수석 한쪽에 앉았고 주변의 다른 교수님들은 조금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그 가운데서 주시우 혼자 눈에 띄었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빛을 가진 그는 아무 말을 안 해도 존재감이 뚜렷했고 그의 차분한 모습은 마치 세월이 깃든 보석 같았다.그러다가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고 신예린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바빠서 못 올지도 모른다고 했던 주시우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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