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을 한 상대가 자기 학교 교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신예린은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절실히 느꼈다.흥분한 송지유는 고개를 숙이는 순간 신예린이 좌절한 얼굴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예린아, 왜 그래? 왜 똥 씹은 표정이야?”만약 없던 일로 할 수만 있다면 똥도 기꺼이 먹을 수 있었다.“지유야.”신예린은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나 망했어. 진짜 휴학하고 싶다.”“왜 그래?”송지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이때 단상 위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용.”교수의 목소리와 그날 밤 그 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어쩌면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품었던 신예린은 그 순간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정말로 그 남자였다. 비록 그날 밤에는 지금보다 목소리가 훨씬 낮고 허스키했지만 신예린은 교수가 바로 그 남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교수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얼마나 조용한지 바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했다.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교실 곳곳에 울려 퍼졌다.“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주시우라고 해요. 오늘부터 여러분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칠 겁니다.”“우와.”“우와.”주시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안 돼!’그 순간 오직 신예린만이 절망했다.특히 그녀의 곁에 앉은 송지유는 매우 흥분했고 신예린은 그녀의 비명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단상 위에 선 주시우는 멈추라는 듯이 손을 들었고 그 순간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들 입을 다물었다.“자기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우선 해부학이란 어떤 것인지에 관해 얘기해 볼 거예요.”PPT를 켠 주시우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에게서는 타고난 여유로움과 고귀함이 느껴졌다.“해부학은 인체의 형태와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육안이나 현미경, 영상학 등을 통해 인체의 장기나 조직의 형태, 위치, 주변 관계, 발달 규칙을 밝히죠...”차분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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