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지난번에 8팩 복근이 없다고 했더니 요즘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던데요. 못생겼다고 하면 성형 수술이라도 할 거예요?”신예린이 주시우를 놀렸다.“그건 네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에 달렸지.”“그래요. 그럼 성형해요.”주시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경고하는 눈빛을 보냈다.성형 수술을 하라는 건 잘생기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신예린이 가까이 다가와 양팔로 주시우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가서 주시우처럼 성형해요. 주시우 알죠? 주경 화정대 의대에서 제일 잘생긴 교수요. 우리 학교에서 엄청 유명한데 내가 무척 좋아해요. 그 사람 얼굴로 성형하면 내가 매일 안고... 읍.”주시우가 곧바로 신예린에게 입을 맞췄다.신예린은 그의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선명히 보았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나, 나 생리 중이에요.”숨 가쁜 틈을 타 신예린이 더듬거리며 말했다.“알아.”주시우는 반복해서 언급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아내의 눈에는 자신이 무작정 달려드는 짐승으로 보이는 걸까.주시우가 코끝을 맞대며 숨결이 뒤섞였다.“그냥 키스만 해.”말하며 신예린의 입술을 머금는 주시우의 목소리가 낮게 잠겨 있었다.“키스만, 여보.”신예린은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주시우의 중저음 목소리에 홀린 건지 온몸이 저릿해지며 심장 박동마저 빨라졌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고 아쉬움이 가득한 채 떨어졌다.주시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신예린은 그를 감싼 팔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나 좀 나갔다 올게.”주시우가 잠긴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신예린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나가는 주시우의 뒷모습이 다소 볼품없어 보였다....다음날 신예린은 이정현을 포함한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복잡한 수술을 지켜보았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다고 했지만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왔다. 수술이 복잡했기에 모두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사라지고 조용
주시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 신예린이 문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엄마.” 주아윤도 그녀를 발견했다.신예린은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하얀 냄비에는 생강 몇 조각이 떠 있는 차가 끓고 있었다.“내가 생리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신예린이 주시우에게 묻자 주시우는 괜한 질문이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내가 너보다 더 잘 알걸.”웃는 듯 마는 듯한 묘한 그의 표정에 신예린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엄마, 아빠 말로는 엄마 배가 아픈데 차를 마시면 좀 나아질 거라고 했어요.”주아윤은 작은 손으로 냄비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신예린은 마음이 녹아내려 아이의 얼굴을 감싸고 살짝 입을 맞췄다.“고마워, 아윤아. 엄마가 사랑해.”“응?”곁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주시우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신예린이 마찬가지로 그의 얼굴을 감싼 채 발끝을 세우려던 찰나 주시우가 먼저 몸을 숙였다.“쪽.”부드러운 입술이 주시우의 뺨에 닿았다.“고마워요, 여보. 사랑해요.”주시우의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차를 마시고 침대에 돌아오자 주시우는 신예린의 배를 살며시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주아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손을 뻗어 자기도 따라 하며 살살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엄마, 좀 나아졌어요?” 아이가 작은 얼굴을 들고 묻자 신예린이 아이의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엄마는 벌써 괜찮아졌어. 소도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야.”주아윤은 그 말에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신예린이 고개를 들자 그들을 바라보는 주시우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웠다.생리통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생리 기간에는 배가 무거운 느낌이 들며 허리가 쑤시고 뻐근했다.10대에 생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몰랐다. 허리가 쑤시고 아파 몸이 아픈 줄 알고 임정희에게 얘기했더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히려 신예린이 예민한 거라고 나무랐다.“여자들 생리할 때 다 그래. 우리도 다 그렇게 살았는데 너만 까다롭게 구
“도착했어요.” 이정현이 말했다.“고, 고마워요.”소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고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연 다음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소 선생님.”뒤에서 이정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지훈은 소심하게 고개를 돌렸다.이정현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나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아도 무슨 소용이 있어요?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서로를 얼마나 아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어요. 여행 좋아해요? 매운 거 좋아해요? 록 음악이나 레이싱 좋아해요?”멀미로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소지훈은 가만히 서 있었다.이정현은 말을 마친 후 어깨를 으쓱이며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봐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네요.”소지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정현은 차를 몰고 휙 사라졌다....“록 음악이나 레이싱이 뭐 대수야? 지금은 안 좋아해도 배울 수 있잖아.”휴대폰에서 소지훈의 화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일부러 그런 거야. 내가 포기하길 바라는 거지.”신예린과 주시우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에 그들은 주아윤을 데리고 집에 돌아온 다음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소지훈의 전화를 받았다.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그는 이정현과의 일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주시우가 휴대폰을 스피커 모드로 돌렸기에 부부는 각자 할 일을 하며 번갈아 소지훈의 말에 답했다.방금 목욕을 마친 주아윤이 휴대폰에서 들리는 소지훈의 목소리에 이렇게 중얼거렸다.“엄마, 대부님 말이 참 많아요.”신예린이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랬다. “독거노인에겐 관심이 필요해.”주아윤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나중에 소지훈이 드디어 지쳐서 전화를 끊자 그들 가족은 평온을 되찾았다.“소 선생님과 이 선생님 사이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얘기를 듣고 보니 좀 어려울 것 같네요.”신예린이 침대에 오르며 말했다.“엄마 여기요.” 주아윤이 본인 옆의 빈 옆자리를 두드렸다.“개인적인 감정은 당사자들
“아직은 없어요.”그 말에 소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곧이어 이정현이 말을 덧붙였다.“요즘 바빠서 제가 몇 번은 거절했는데 또 잡아 주겠대요.”그러자 소지훈의 마음이 다시 푹 꺼졌다.잠시 망설이던 소지훈이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굳이 소개를 안 받아도 되잖아요.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죠.”그러자 이정현이 옆눈으로 소지훈을 흘끗 봤다.‘차라리 얼굴에 자기를 좀 봐 달라고 대놓고 써 붙이는 게 낫겠어요.’소지훈의 그런 모습에 이정현은 굳이 장난치고 싶어졌다.“없으니까 소개받는 거죠.”소지훈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면서 말했다.“누가 없대요? 바로 옆에 있잖아요.”순간, 차 안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하지만 이정현은 순순히 소지훈의 말을 받지 않았다.몇 초도 지나지 않아 소지훈의 어깨가 축 처졌다. 구내식당에서 이정현에게 돌직구 던졌다가 보기 좋게 퇴짜 맞던 순간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래서 돌아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오늘도 끝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입 좀 붙들어 매라. 진짜... 난 그놈의 입이 방정이야.’소지훈은 정말로 자기 뺨을 두 대쯤 때리고 싶었다.그때 이정현이 화제를 바꿨다.“음악이라도 틀까요?”“아, 네. 좋아요.”소지훈이 습관처럼 손을 뻗는 순간, 이정현도 동시에 버튼을 누르려 손을 내밀었다.두 사람의 손끝이 스치자, 전기가 통하듯 찌릿했다.소지훈은 반사적으로 손을 거두었다.이정현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소지훈을 보니 그는 이미 부끄러워서 귓불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손가락 좀 스쳤다고 이렇게 수줍어해? 이래 놓고 직구는 잘도 던지네.’이정현은 시선을 거두고 음악 재생 버튼을 눌렀다.차 안에는 거친 록이 울렸고, 묵직한 비트가 공간을 흔들었다.그때 정신을 가다듬은 소지훈이 말을 붙였다.“이런 스타일 좋아하셨군요. 저는...”“뭘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요?”“잔잔한 음악을 좋아하실 줄 알았죠.”그러자 이정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 말에 이정현은 잠깐 머쓱해졌다.“소 선생님이 그런 말까지 다 했어요?”“이 선생님은 아마도 모를걸요? 소지훈 씨가 얼마나 신나 했는지요.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자꾸 우리한테 와서 이 선생님이 자기를 잘생겼다고 말했다며 자랑했어요. 아윤이는 그 소리가 하도 지겨워서 귀에 굳은살까지 생겼다고 투덜거렸어요.”그 말에 이정현은 피식 웃었다.정말로 소지훈이라면 그럴 만했다.이정현은 예전처럼 소지훈을 밀어내지만은 않았다. 그 모습에 신예린은 소지훈더러 부탄시로 따라오게 한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했다.“소 선생님에 대한 인상은 조금은 달라졌어요?”그러나 이정현은 생각도 안 하고 딱 잘라 말했다.“아니요. 여전히 철없다고 봐요.”그러자 신예린의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때 이정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도... 철없기는 한데 귀엽기는 하더라고요.”‘아, 이걸 녹음해야 했는데.’신예린은 속으로 무릎을 탁 쳤다.‘지금 이 한마디를 들려주면 소지훈 씨는 하늘에서 둥둥 떠다닐 정도로 기뻐할 텐데...’그날 저녁, 이정현이 퇴근해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차 옆에는 소지훈이 서 있었다. 소지훈은 꽤 못마땅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면서 바퀴를 툭 걷어찼다.“소 선생님?”그러자 고개를 돌린 소지훈의 눈빛이 환해졌다.“차가 고장 났어요?”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네, 바로 사람 보내 드릴게요.”상대는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눈치였는데 소지훈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네? 며칠 뒤라고요?”소지훈은 목소리를 한 톤 높이더니, 이정현을 힐끗 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통화를 이어갔다.“출퇴근해야 하는데 차가 고장 나면 저는 곤란해요.”수화기 속 직원은 어리둥절해졌다.“그런 게 아니라... 지금 바로 수리하러 출동할 수 있습니다.”“요 며칠 일정이 다 꽉 찼다고요?”“네?”수리점 직원은 영문을 전혀 몰랐고 소지훈은 혼자서 쭉 이어갔다.“뭐, 꽉 찼다면 어쩔 수 없죠.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요 며칠은 제가 알아서
신예린은 자신 때문에 주시우가 외모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신예린은 회진에 수술 준비까지 쉼 없이 이어졌고, 멈출 틈이 없었다.신경무가 퇴원한 뒤로 심장외과 전체는 마치 큰 짐을 하나 내려놓은 듯했다.공기마저 맑아진 느낌이랄까.정오 무렵, 신예린이 수술실에서 내려 왔을 때는 이미 병원 식당 마감 시간이 지나 있었다. 막 배달앱을 열려던 찰나, 이정현이 봉지 하나를 들고 다가오면서 말했다.“신 선생님, 밥은 먹었어요?”“아직이요. 배달시키려던 참이에요.”“시키지 말고 저와 함께 먹어요. 제가 너무 많이 시켰어요.”신예린은 사양하지 않고 휴대폰을 접었다.“고마워요.”둘은 직원 식당 휴게실로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현은 방금 받은 케이스를 꺼냈다. 내일 수술인데 심장 판막 치환 두 개, 판막 성형 하나, 거기에 관상동맥 우회술, 게다가 상대는 고령 환자였다.심장외과 사람이라면 다 알다시피 이런 조합이면 난이도가 만렙이었다.신예린이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내일 수술은...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그럼요.”이정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퍼스트 조수랑 세컨드 조수는 이미 정해 놨어요.”“괜찮아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많으니까요.”“생각해 보니 우리 둘이 같이 수술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네요.”이정현은 말을 나누며 도시락을 펼쳤고 자기 밥의 절반을 덜어 신예린 쪽으로 밀었다.“저 이렇게 많이 못 먹어요. 괜찮아요.”신예린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그냥 드세요. 제가 다이어트 중이라...”“...”신예린은 이정현의 잘록한 허리와 매끈한 손목을 한번 훑어보고 기가 막혔다.“이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면... 저 보고 먹지 말라는 거잖아요?”그러자 이정현이 낄낄 웃었다.“아니에요. 신 선생님도 마른 편입니다.”그 말에 신예린은 거의 젓가락을 내려놓을 뻔했고 끝내 고집을 부리면서 다시 절반을 돌려줬다.이정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럴 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