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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Author: 풍월
한주미도 아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

서은주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기에 결혼을 앞두고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그것은 곧 서은주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다.

한주미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몰래 찍어 보내주었고, 서은주는 조용히 저장했다.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첫 번째 사진이었다.

육강민이 회사 업무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나흘 후 두 사람은 강성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청산묘로 가는 길, 서은주는 좀처럼 먼저 꺼내지 않았던 부모님 이야기를 했다.

“사실…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자신의 목숨으로 보호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때 엄마와 저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사고가 나자, 엄마가 몸으로 저를 감싸 주셨거든요. 병원에 있을 때는, 차라리 저도 함께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혼자 남겨진다는 게, 정말 버거웠거든요.”

육강민은 손에 노란 국화꽃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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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9화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정적이었다.그때 하랑이가 야옹 소리를 내며 울었다. 배가 고픈지 송지아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챘다.그제야 송지아는 허경빈의 무릎에서 내려왔다.그녀는 몸을 숙여 하랑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등을 쓸어 주었다.“먹을 게 있는지 찾아보자. 우리 하랑이를 굶길 수는 없잖아.”송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헐렁한 잠옷 아래로 드러난 몸은 눈에 띄게 가늘었다. 휘청일 만큼 야위었지만, 가느다란 버드나무처럼 단단한 생명력만큼은 잃지 않았다.삶이 제멋대로 꺾고 구부려도 끝내 부러지지 않는 사람 같았다.하랑이는 예전에 허경빈과 함께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어 집 안에는 아직 고양이 사료가 남아 있었다.송지아는 그릇에 사료를 담아 주었다.하랑이 고개를 숙이고 사료를 먹기 시작하자, 허경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현관을 향하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송지아는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허경빈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이제 정말 떠나는 모양이었다.그런데 허경빈은 현관문을 열지 않았다.문 앞에 내려놓았던 장바구니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어젯밤에 발작했으니 아직 몸에 힘이 없을 거야.”허경빈은 장바구니에서 식재료를 하나씩 꺼내며 말했다.“갈비를 좀 샀어. 푹 끓여서 국을 만들어 줄게. 저녁에는 새우도 삶고…”말을 마친 그는 벌써 소매를 걷고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송지아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했다.그러나 허경빈의 머릿속에는 그 사실보다 진실을 말하던 그녀의 표정이 계속해서 맴돌았다.송지아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했다.분명 웃고 있었지만, 차라리 우는 얼굴보다 더 처연해 보였다.그녀가 울기라도 했다면 품에 안고 마음껏 달래 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송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다.그 모습이 오히려 허경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8화

    송지아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말끝에는 감추지 못한 떨림까지 배어 나왔다.“일할 때는 나도 충분히 독해.”허경빈은 송지아를 바라보다가 씁쓸하게 웃었다.“그런데 유독 너한테만은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가 없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고개를 기울여 송지아의 귓불을 깨물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지아는 따끔한 통증에 짧은 비명을 질렀다.“아파!”허경빈은 곧바로 이를 놓았다.하지만 입술은 여전히 그녀의 귓가에 닿아 있었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오히려 독한 사람은 너야.”그 한마디에 송지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내가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봤으면서 어떻게 아무런 반응도 없을 수 있어?”송지아는 목을 뻣뻣하게 굳힌 채 그를 바라보았다.눈동자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당혹감이 가득했다.마치 눈앞의 허경빈을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내가… 너를 따라간 걸 알고 있었어?”송지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내가 경성에 돌아온 건 언제 알았는데?”“네가 라비엘 레지던스에 들어간 순간부터.”허경빈은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웃었다.“송지아, 요즘 지문 인식 도어록은 휴대전화와 연결되는 거 몰랐어? 누군가 문을 열면 바로 알림이 와.”“네가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허경빈은 조금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일부러 좀 더 기다리게 할 생각이었어. 네가 나를 버리고 갔으니, 적어도 사흘 밤낮 정도는 기다리게 해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그러나 곧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런데 네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파서 더는 못 기다리게 하겠더라. 그래서 급하게 차를 몰고 나갔지.”허경빈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우리 아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뭐라고 하셨는데?”“너한테 달려가려고 안달 난 꼴이 자존심도 없어 보인대.”송지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허진강은 여전히 아들의 체면 따위는 조금도 세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7화

    송지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는 순간, 깊숙한 소파에 파묻혔다. 허경빈은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두 팔 사이에 가두었다.최근 꾸준히 운동한 덕분인지 그의 몸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송지아가 가슴을 밀어내려 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거세게 쏟아지는 입맞춤을 그대로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발작을 겪은 몸에는 아직 힘이 없었다.온몸이 축 늘어진 채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고 괴로워하자, 허경빈은 그제야 입술을 놓아주었다.그는 소파에 깊숙이 앉으며 송지아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송지아는 얼떨결에 그의 몸 위에 마주 앉게 되었다.허경빈이 짓궂게 물었다.“아까는 불편했어? 그럼 이 자세는 좀 나아?”하지만 지금의 자세에서는 다리 사이에 닿아 있는 무언가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송지아의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감각을 견디며 허경빈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쥐었다.허경빈은 한 손으로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입술을 맞대고, 머금고, 때로는 가볍게 깨물었다. 뜨거운 입맞춤은 입가에서 시작해 귓불을 스치고 귀 뒤의 여린 피부까지 천천히 번졌다.조금 잠긴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 때마다 신경이 온통 그에게 사로잡히는 듯했다.심장이 거칠게 뛰고 온몸에 떨림이 번졌다.송지아가 가까스로 내뱉은 첫마디는 이것이었다.“이제 그만 키스해…”허경빈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내가 키스를 못해서 불편해?”두 사람의 이마가 맞닿았다.코끝이 가볍게 스칠 때마다 뜨겁고 가빠진 숨결이 서로의 입가에 얽혔다.허경빈은 송지아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이제도 내가 가짜 같아?”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허경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송지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잃어버린 온기를 확인하듯 가만히 뺨을 비볐다.“송지아, 너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목소리에는 깊은 체념과 애정이 뒤섞여 있었다.“나는 이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6화

    그 입맞춤은 더없이 다정하고 경건했다.어떠한 욕망도 섞이지 않은, 오직 애정만을 담은 입맞춤이었다.*송지아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문득 눈을 떴을 때,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얇은 커튼이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해 질 녘의 노을빛이 하얀 커튼을 통과해 방 안을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까지 금빛으로 반짝였다.송지아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설마 다음 날 저녁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던 걸까?고개를 돌리자 침대 머리맡에 자신이 주문한 진통제와 이미 차갑게 식은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제야 송지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았다.침대 옆에는 실내화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눈앞의 모든 흔적이 한 가지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이 집에는 자신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설마… 허경빈이었을까?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고통 때문에 본 환각이나 꿈이 아니었던 걸까?송지아는 다급히 이불을 걷어 내고 침실 문을 열었다. 실내화를 신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맨발로 거실을 향해 달렸다.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작의 여파가 남은 몸이 비명을 질렀다.온몸의 근육은 무겁게 욱신거렸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두 다리는 몇 번이나 휘청였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지만, 송지아는 벽과 난간을 짚으며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그러나 아무도 없었다.그렇다면 어젯밤 자신을 안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가사도우미가 가족에게 연락한 걸까?혹시 오빠가 다녀간 것일까?송지아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다.힘이 풀린 두 다리로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차가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허경빈의 삶은 이미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니 어젯밤의 사람이 그일 리 없었다.결국 자신은 정말로 꿈을 꾼 모양이었다.깊은 상실감이 밀려와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송지아는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차가운 타일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바닥에서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5화

    송지아는 극심한 통증에 의식마저 흐릿해졌다.희미해지는 감각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몸을 받아 안는 것이 느껴졌다.맞닿은 몸은 뜨거웠다. 얼음처럼 식은 몸을 녹여 줄 만큼 따뜻한 온기가 얇은 옷감 너머로 스며들었다.무엇보다 그 사람에게서는 너무나 익숙한 향기가 났다.그 향을 맡는 순간, 고통과 두려움으로 날뛰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조금씩 가라앉았다.그가 송지아를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넓고 단단한 가슴에 몸을 웅크린 송지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에 손가락 마디가 푸르스름하게 질렸다. 어찌나 힘껏 붙잡았는지 매끄럽던 옷자락이 손안에서 여러 겹으로 구겨졌다.잠시 후 몸이 부드러운 침대 위에 내려앉았다.“착하지. 손에 힘을 조금만 풀어 봐.”목소리마저 한없이 다정하고 익숙했다.하지만 송지아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놓을 수 없었다.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기와 향기, 다정한 목소리까지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지아는 더욱 필사적으로 옷을 움켜쥐었다.그러나 어느 순간 손안이 갑자기 허전해졌다.옷자락은 붙잡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송지아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휘청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힘이 풀린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쿵!무거운 충돌음이 고요한 침실을 뒤흔들었다.곧바로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지아야!”그 사람이 돌아왔다.그가 허리를 숙여 송지아를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몸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경빈아, 가지 마…”송지아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였다.“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그래, 안 갈게.”“어디 가려고 했어? 가지 마…”송지아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가슴에 매달려 울었다.결국 그는 갓난아이를 안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따뜻한 품에 웅크린 송지아의 몸은 여전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통증을 견디려 입술을 세게 깨물자 금세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네 입술 물지 마.”그가 부드러운 목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4화

    왜… 왜 하필 자신이어야 했을까.자신이 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이토록 처참하게 망가뜨린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왜 어머니가 될 권리마저 빼앗아 간 것일까.송지아는 피가 배어 나올 만큼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악문 치아 사이로 억눌러 온 울음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그동안은 언제나 곁에 가족이나 가사도우미가 있었다.모두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웃었고,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지금 이 집에는 자신밖에 없었다.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무너져도 되었다.송지아는 피가 맺힌 입술을 천천히 놓았다.참아 왔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처절한 울음소리가 텅 빈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적막한 벽에 부딪혀 오래도록 메아리쳤다.*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기력이 다할 때까지 울던 송지아는 어느 순간 지쳐 잠들었다.희미한 휴대전화 진동음에 눈을 떴다.산속 사찰에서 자신을 돌봐 주던 가사도우미의 전화였다. 그녀는 송지아가 언제 돌아올 것인지 걱정스럽게 물었다.가족들 몰래 혼자 경성에 돌아간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일이었다. 갑자기 몸이 나빠지거나 약물 부작용이 다시 발작하면, 혼자서는 견뎌 내기 힘들 터였다.“아가씨, 약 드시는 것 잊으시면 안 돼요.”가사도우미가 거듭 당부했다.“알고 있어요.”한약은 달인 뒤 한 번씩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팩에 나누어 포장해 두었다.송지아도 사찰을 떠날 때 몇 팩을 챙겨 왔다. 하지만 온통 허경빈에게만 정신이 팔려 약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그럼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저는 부모님께서 아시게 될까 봐 너무 걱정돼요…”“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갈게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알아차리지 못하실 거예요.”송지아는 쉰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혹시 알게 되시더라도 모든 책임은 나한테 돌려요. 내가 억지로 시켰다고 하면 돼요.”“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아가씨가 무사하시기만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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