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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Author: 풍월
손리정은 심지어 서은주에게 전화까지 걸어 불평을 늘어놓았었다.

“은주야, 빨리 강민 씨한테 그 사람 해고하라고 해!”

“뭐? 지성 씨가 널 괴롭혔어?”

“괴롭힘보다 더 심각해.”

손리정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요즘 논문이랑 책 보느라 머리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거든.”

“그랬더니?”

“생강 발모제를 한병 사 왔어.”

“푸핫!”

서은주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마!”

손리정이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런 발모제 거의 다 사기라고, 빠질 머리는 결국 빠진다고 했더니, 세상에는 가발이라는 것도 있다는 거야. 이게 말이니? 방구니? 진짜 머리 다 뽑아버리고 싶었어.”

서은주는 배를 부여잡고 깔깔 웃었다.

그 후, 육강민을 찾아와 서류를 건네는 육지성을 보고 서은주는 장난스럽게 충고했다.

“그러다간 여자 친구 도망가요.”

육지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제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길래,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거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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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심각한 이야기였는데, 허경빈이 몇 마디 떠들고 나자 어느새 한바탕 희극처럼 변해 버렸다.허진강은 회초리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도 허경빈은 눈치 없이 아버지 곁에 털썩 앉았다.“아빠, 이건 의학계의 엄청난 발전이라니까요.”그는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아빠도 늘 제가 집안을 빛내길 바라셨잖아요. 몇십 년 뒤에는 아들 이름이 의학 교과서에 실릴지도 몰라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아요? 우리 허씨 가문 이름도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고요!”허경빈은 능청스럽게 홍차를 들어 아버지에게 내밀었다.“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화나셨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차부터 한 모금 드세요. 목 좀 축이시고요.”허진강은 찻잔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도 허경빈은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왜요? 너무 뜨거워요? 제가 식혀 드릴까요?”“꺼져!”허진강이 회초리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누가 앉으랬어? 당장 일어나서 똑바로 서! 나는 지금 농담하는 게 아니야. 실실 웃으면서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그는 분을 삭이며 말을 이었다.“그 여자들이 혈액검사 결과지를 네 엄마와 내 앞에 내던졌어. 임신한 것 자체는 사실인 것 같더라.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우리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릴 수 있겠어?”허경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두 손을 펼쳤다.“그 검사 결과로 하채린이 임신했다는 건 알 수 있겠죠. 그런데 뱃속 아이가 제 아이라는 증거는 아니잖아요.”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도 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하루아침에 남의 애 아빠가 됐으니, 누명 쓰고 죽은 사람도 저보다는 덜 억울하겠어요. 전 이제 이 억울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허경빈은 서러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빠는 아들을 못 믿어요?”그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렇게 된 이상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도 말리지 마! 그냥 죽게 내버려 둬!”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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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7화

    다음 날.한 기자가 옷을 든 허경빈의 비서가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십여 분쯤 지나자 허경빈이 비서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그는 걸음을 옮기면서 셔츠 소매의 단추를 채우는 한편, 비서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멀리서 촬영된 화면 속에서도 그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희미한 잇자국 같은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고배율 렌즈로 확대해도 정확히 알아보기는 어려웠다.허경빈은 호텔을 나온 뒤 곧장 허씨 그룹으로 향했다.전날 밤 호텔에 묵은 유명 인사들이 많았기에,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그 시각, 호텔 1508호.고요한 방 안에서 휴대전화의 진동음이 울렸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이 몸을 뒤척이다가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워 들었다.“엄마?”하채린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제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잘됐지?”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윤희의 목소리는 기대감에 잔뜩 들떠 있었다.하채린은 부끄러운 듯 작게 대답했다.“네.”“허경빈은?”“언제 나갔는지 모르겠어요.”“내가 뭐랬니. 세상에 아무리 정숙한 남자라도 그런 상황에서 버틸 수는 없다니까. 허경빈처럼 젊고 혈기 왕성한 남자가 어떻게 참겠어? 우선 씻고 있어. 엄마가 바로 갈게.”“알았어요.”전화를 끊자 지난밤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하채린의 뺨 위로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허경빈은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반듯한 인상이었지만, 잠자리에서는 전혀 달랐다.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별난 취향도 많았다.쉴 새 없이 방법을 바꿔 가며 몰아붙이는 바람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던지 그가 언제 방을 나갔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침대 위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엉망이었다. 하채린은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서 내려왔다.목욕이라도 하려고 욕실로 향하던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 재떨이 밑에 눌려 있는 사만 원을 발견했다.이게 뭐지?어질러진 방 안을 둘러보던 하채린의 얼굴이 다시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56화

    “혹시 필요한 게 더 있으시면 언제든 저를 찾아 주십시오.”호텔 지배인은 정중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저희 호텔은 보안은 물론이고 다른 시설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고, 그만큼 사생활 보호에 민감했다. 그래서 경매장과 만찬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감시 카메라는 모두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지배인은 준비해 온 객실 카드를 사람들에게 한 장씩 건넸다. 그러나 방주헌은 손을 내저으며 받지 않았다.“경빈아, 넌 언제 갈 거야?”방주헌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어느덧 밤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제는 강희진을 집까지 데려다줘야 했다.그렇지 않았다가는 강정한이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쳐들어올 게 뻔했다.함께 카드놀이를 동 대표가 아쉬운 듯 물었다.“방 대표님, 벌써 가시게요?”방 안에는 동 대표를 비롯해 평소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몇 명 더 있었다.“벌써라니요, 시간 좀 보세요.”방주헌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줘야 합니다.”허경빈은 손에 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난 조금 더 놀다 갈게. 너희끼리 먼저 가.”그는 애초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지금 들어갔다가는 아버지가 오늘 만난 여자라도 있느냐며 끈질기게 캐물을 게 분명했다.그런 집에 제 발로 어떻게 들어간단 말인가. 차라리 이곳에 남아 카드놀이나 하는 편이 나았다.*만찬이 끝나 갈 무렵, 하이준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덕분에 하채린과 박윤희에게는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박윤희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핀 뒤 딸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알아보니까 허경빈은 아직 안 갔대. 오늘 호텔에서 자고 갈 가능성이 크다더라. 방 번호까지 알아 왔어.”그녀는 말과 함께 객실 카드 한 장을 하채린의 손에 쥐여 주었다.차가운 카드가 손바닥에 닿자 하채린의 호흡이 급격히 빨라졌다.“엄마,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방법을 조금만 쓰면 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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