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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Author: 풍월
방주헌은 주위를 한 바퀴 훑어보더니, 시선을 허경빈에게 꽂았다.

그 바람에 허경빈은 몸이 움찔했다.

“방주헌, 너 뭐 하려는 거야? 나 여자 좋아해!”

“누가 너랑 키스한대?”

방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그럼 그렇게 빤히 보지 마. 무섭잖아.”

방주헌은 더 대꾸하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강희진은 그를 한번 보고, 다시 허경빈을 훔쳐보았다.

설마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강희진은 서열이 높았기에, 아무도 함부로 장난치지 못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강희진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방주헌은 이미 제법 취기가 올랐다.

방주헌은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해 아무도 그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육강민은 소파에 널브러져 잠든 방주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아무도 얘 안 데려다줄 거야?”

강희진은 그가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은주를 바라보았다.

“친구들 아니야? 왜 아무도 안 데려다주려고 해?”

서은주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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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씨 집안은 경성에서도 가장 번화한 중심지에 초고층 빌딩 한 채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었다.그곳을 처음 방문한 설도윤은 건물 꼭대기 층에 자리한 허경빈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봤다.수많은 건물과 촘촘한 도로가 아득한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마치 거대한 도시 전체가 자신에게 굴복해 발밑에 엎드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송지아와 결혼해 송씨 집안의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자신도 허경빈처럼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귀한 손님이 오셨네.”마침 고객과의 미팅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허경빈이 설도윤을 바라봤다.“나한테 무슨 볼일이죠?”“밸런타인데이에 지아에게 청혼할 생각입니다. 허경빈 씨도 시간 되시면 오시겠습니까?”허경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설도윤은 전에 보석점에서도 자신을 초대했다. 그런데 굳이 회사까지 찾아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좀 있지 않습니까. 허경빈 씨도 송씨 집안과 계속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으실 테고요.”설도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제가 두 집안의 관계를 중재해 보고 싶습니다. 송씨 가족들도 그 정도 부탁은 들어주시리라 생각합니다.”“송씨 가족들도 참석해요?”설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지아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당분간 비밀로 해 주십시오.”허경빈은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나중에 시간과 장소를 보내 주세요. 시간 되면 갈 게요.”설도윤의 얼굴에는 승자의 여유가 가득했다.그는 목적을 이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허씨 그룹을 나섰고, 곧장 진이화를 만나러 갔다.두 사람이 약속한 장소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식당이었다. 독립된 공간으로 꾸며진 방 안에는 부드러운 조명이 내려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의 촛불이 잔잔하게 흔들렸다.설도윤은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진이화에게 내밀었다.진이화는 샤넬과 루이비통 정도의 포장만 알아볼 수 있었다. 상자를 열어 본 그녀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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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아에게 몰래 입 맞추는 데 성공한 허경빈은 속으로 날아갈 듯 기뻤다.하지만 조금 지나 냉정을 되찾자 자신이 몹시 못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건 순전히 잠든 사람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만약 송지아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이 일을 알게 됐을 때 자신을 혐오하게 되지 않을까?허경빈은 식사하면서 송지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짚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다음 날.허경빈은 하이석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일부러 하씨 집안을 찾아갔다.온유란은 임신한 뒤로 유난히 먹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허경빈은 그녀를 위해 새콤달콤한 매실 절임을 사 갔고, 하정현에게 줄 귀한 고량주도 몇 병 챙겼다.눈치 빠른 하이석이 그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허경빈은 아무 일 없이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다.“나한테 부탁할 일 있어?”단번에 속내를 들킨 허경빈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이석아, 우리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지?”“할 말 있으면 바로 해. 새삼스럽게 옛날이야기 꺼내지 말고.”허경빈은 시작부터 말문이 막혔다.정말 매정한 녀석이었다.“우리 중에는 나만 혼자잖아. 너희가 다들 행복하게 사는 걸 보니까 나도 연애하고 싶더라고…”허경빈은 하이석을 향해 능글맞게 웃었다.“내가 우리 중에서 제일 막내잖아. 다들 평소에도 나를 제일 아껴 줬고. 내가 어려움에 빠졌으면 너도 당연히 몸을 던져서 도와줘야지!”하이석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없이 그를 살폈다.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허경빈은 괜히 뒤통수가 서늘해졌다.다행히 옆에 있던 온유란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차 좀 마실래요?”“무슨 차예요?”“오렌지와 배, 대추를 넣은 과일차예요.”“고마워요, 형수님.”허경빈은 따뜻한 과일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은은한 과일 향과 달콤한 맛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그는 맛있다며 온유란을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자 하이석이 갑자기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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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식사하면서 송지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허경빈에게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다.며칠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도, 눈앞을 가리고 있던 짙은 먹구름도 한순간에 말끔히 걷혔다.그 순간, 허경빈의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치열하게 맞붙었다.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그를 부추겼다.‘들이대! 겁먹지 말고 입 맞춰.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몰라!’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매섭게 양심을 두드렸다.‘넌 그래도 양심 있는 사람이잖아. 잠든 사람에게 이러면 안 돼. 입 맞추는 순간 갑자기 눈을 뜨면 어떡하려고? 놀라서 너를 피해 버릴 수도 있잖아. 송지아는 네 여자 친구도 아니야. 이건 엄연히 못된 짓이라고. 정말 입 맞추고도 네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들이대!’‘안 돼!’‘무조건 들이대!’‘절대 안 돼!’두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한참을 다투던 끝에, 결국 욕망이 이성을 이겼다.허경빈은 더 이상 사람답게 굴고 싶지 않았다.점잖고 올바른 사람인 척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그는 여전히 송지아의 뺨 가까이에 머물러 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팔을 그녀의 반대편으로 뻗어 좌석 등받이를 짚은 뒤, 몸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 옆에 가볍게 닿았다.손끝에 닿은 피부는 따뜻하고 보드라웠으며, 그 아래에서 작게 뛰는 맥박까지 느껴지는 듯했다.순간 차 안의 공기가 모조리 빠져나간 것처럼 숨이 막혔다.허경빈은 저도 모르게 호흡을 멈췄다. 흐트러진 숨결이 송지아의 얼굴에 닿아 그녀를 깨울까 봐,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더 가까이. 조금만 더…이제는 송지아가 내쉬는 따뜻한 숨이 그의 입가를 가볍게 간질일 정도였다.그녀의 숨결이 스칠 때마다 허경빈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졌다.마치 잠든 채로도 계속 그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심장이 쿵, 쿵, 쿵 세차게 뛰었다. 가슴 안쪽이 아플 정도로 거센 박동이었다.“송지아…”허경빈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고 잠긴 목소리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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