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방주헌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강희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생선국을 한 숟갈 떴다.그때, 방주헌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몸으로 갚는 건 어때요? 받아주실래요?”강희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방주헌은 원래도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늘어지던 장난기 대신 진지함이 깃들어 있었다.가벼움이 걷힌 그 얼굴에, 강희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러나 이내 웃으며 넘겼다.“어젯밤에 토했어요. 옷이 더러워져서, 어쩔 수 없이 벗겨둔 것뿐이에요.”그 말을 듣자 방주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로 선을 넘은 줄 알았다.“제가 침대에서 잤다면, 이모는 어디서 주무셨어요?”“소파요.”“왜 저를 소파에 안 재우셨어요?” 방주헌이 미간을 찌푸렸다.“옷 벗기니까 바로 제 침대에 누워버리더라고요. 죽어도 안 비켜주던데요.”“……”방주헌은 이마를 짚었다.그럴 법도 했다. 자신이 충분히 그랬을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네, 어머니...말씀드렸잖아요. 저 소개팅 안 나가요. 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좋다는 사람은 줄 섰다고요 그냥 지금은 연애할 생각이 없을 뿐이에요.”‘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 강희진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육강민과 서은주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강희진은 축하하는 마음으로 육씨 가문을 찾았다. 맞춤 제작된 웨딩드레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특히 드레스를 입은 서은주는 아찔하게 드러난 쇄골라인과 잘록한 허리로 매혹적인 아우라를 자랑했다.“너무 예쁘다.” 강희진이 웃었다.“이모도 나중에 결혼하면 더 예쁜 드레스 입게 될 거예요.”치맛자락을 정리하던 서은주는 강희진의 입술에 시선이 멈췄다.“이모, 입술은 왜 그래요? 누가 깨물었어요?”“내가 실수로 깨문 거야.”“……”강희진은 무심코 입술을 쓸어내렸다.순간, 어젯밤 기억이
방주헌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얼굴에는 ‘내가 지금 뭘 겪은 거지’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어젯밤 일을 애써 더듬어봤지만 희미하게 기억나는 건, 강희진이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줬다는 것뿐이었다.그 이후는 통째로 비어 있었다.설마 어젯밤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강희진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젠장.그랬다간 육강민이든 강정한이든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진짜로 뼈도 못 추리고 죽을 수도 있었다.벌써 자신의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방주헌, 이 인간 말종! 어디다 손을 대! 그분은 육강민의 이모란 말이다!’그는 머리를 쥐어뜯다가, 그제야 오른쪽 팔에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이건 분명 그녀가 저항하다 남긴 흔적일 것이다.‘차라리 산짐승이라고 개명해라, 이 자식아!’침실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강희진이 문을 두드린 뒤 들어왔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머리는 산발이 되어 사자 머리마냥 부풀어 있고, 얼굴은 겁에 질린 채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굳어 있는 방주헌이었다.“일어났어요?”“하하, 그게… 저는……”방주헌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어젯밤 입었던 옷은 세탁해서 말려놨어요. 씻고 나오세요.”그녀는 옷을 건네주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방주헌은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멍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을 때, 강희진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어디 가세요?” 그는 무심코 물었다.“장 보러요.”“저도 같이 가요!”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어젯밤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어쨌든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확인해야 했다.아침에 너무 충격을 받아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이제야 슬쩍슬쩍 그녀를 훔쳐보다가 입술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이모, 입술은 왜 그러세요?”강희진이 잠시 멈칫했다.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실수로 깨물었어요.”“아.” 방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엔 조심하세요.”강희진은 말이 없었다.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무슨 말로 꺼내야
“진심이야?” 육지성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할 거예요, 말 거예요!” 손리정이 이를 악물었다.“안 할 거면 됐어요!”이렇게까지 먼저 다가갔는데 말이다.오랜 시간 굶주렸던 육지성이기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아 다시 무릎 위로 눌러 앉혔다.침대 위에서는 그는 뜨겁게 다가왔고, 손리정은 그 열기를 모조리 받아냈다.실내 공기마저 누가 불을 붙인 듯 달아올라 숨쉬기조차 벅찰 만큼 뜨거웠다.손리정은 겉보기엔 능숙해 보여도 경험이 부족했고 육지성 역시 마찬가지였다.요령도 없이, 그저 본능에 이끌린 채 서툴게 부딪쳤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육지성이 욕조에 물을 받아주러 간 사이, 손리정은 겨우 틈을 내어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주야, 네가 준 약 진짜 효과 있더라! 나… 진짜로 마음의 벽을 넘은 것 같아. 무슨 약이야?”“칼슘제.”“뭐?” 손리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나 임신했을 때 먹던 칼슘.”“왜 그거 먹고 나서 온몸이 그렇게 뜨거웠지?”“술 때문이겠지. 아니면 네 기분 탓일 수도 있고.”“……”손리정이 이를 갈았다.“은주야, 너 아주 능구렁이 다 됐어!”서은주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번졌다.*저녁 모임이 끝난 뒤, 도우미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갔다.육남혁도 학교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떴다.그렇게 넓은 육씨 가문 저택에는 서은주와 육강민 둘만 남았다.하루 종일 북적였던 탓에 서은주는 몹시 지쳐 있었다.“나 씻고 싶어요.”“내가 안아 줄게.”육강민은 그녀를 번쩍 들어 욕실로 향했다.옷도 채 벗기 전에 샤워기를 틀어버렸다.초여름이라 옷감은 얇았다.물이 스며들자, 천이 살결에 달라붙으며 은은하게 비쳐 평소보다 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여기선 안 돼……”젖은 옷이 몸에 들러붙어 불편했다.육강민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고 욕실 안은 수증기로 가득 차, 온도가 급격히 올랐다.서은주는 몇 번이나 밀
방주헌은 주위를 한 바퀴 훑어보더니, 시선을 허경빈에게 꽂았다.그 바람에 허경빈은 몸이 움찔했다.“방주헌, 너 뭐 하려는 거야? 나 여자 좋아해!”“누가 너랑 키스한대?” 방주헌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그렇게 빤히 보지 마. 무섭잖아.”방주헌은 더 대꾸하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강희진은 그를 한번 보고, 다시 허경빈을 훔쳐보았다.설마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강희진은 서열이 높았기에, 아무도 함부로 장난치지 못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강희진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방주헌은 이미 제법 취기가 올랐다.방주헌은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해 아무도 그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육강민은 소파에 널브러져 잠든 방주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아무도 얘 안 데려다줄 거야?”강희진은 그가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친구들 아니야? 왜 아무도 안 데려다주려고 해?”서은주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육남혁이 무심히 한마디 던졌다.“술만 마시면 개들도 치를 떨죠.”강희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 정도라고?맞선 때문에 두 사람은 요즘 부쩍 자주 어울리고 있었다.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게다가 육씨 가문 교외라 대리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 결국 강희진이 먼저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입을 열었다.“은주야, 나도 이제 갈게.”오늘 술을 꽤 마신 손리정이 서은주를 끌어안았다.“너, 꼭 행복해야 해. 알겠지?”“너도.” 서은주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민찬이랑 수린이한테 동생 하나는 만들어줘야지.”그 말에 손리정 몸이 경직되었다.그녀와 육지성은 아직 끝까지 간 적이 없었다.“왜 그래?” 미묘한 변화를 느낀 서은주가 물었다.“나… 그거 좀 그래. 그런 일을 약간 거부하는 것 같아. 몸이 본능적으로 밀어내는 느낌이야.”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뭐라도 좀 챙겨줄까? 분위기 좀 살리게.”어디서 꺼냈는지, 서은주는 알약을 그녀의 손
노설연이 아직 붙잡히지 않아, 육강민은 서은주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고 했다.그 바람에 방주헌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원래는 클럽에 룸까지 예약해 두고, 서은주의 무사 생환과 노씨 가문의 몰락을 성대하게 축하할 계획이었는데 그 모든 일정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결국 그는 술을 잔뜩 들고, 아예 육씨 가문에 들이닥치기로 했다.젊은이들이 한바탕 놀 판이라는 걸 눈치챈 박명숙은 어른들이 집에 있으면 애들이 마음껏 못 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산에 가서 기도도 하고 소원도 갚고 와야겠으니, 며칠 묵고 오마.”한주미도 거들었다.“마침, 저도 친정에 다녀오려 했어요. 수린이랑 지성이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한주미가 친정에 간다 하니, 육진국도 당연히 동행했다.어른들이 떠나자마자, 방주헌과 허경빈이 술과 온갖 음식 재료를 들고 왔다.육강민의 친구들에 손리정, 육지성까지 합세했고, 강희진도 합류했다.강정한은 다이아몬드 물량 정리로 바빠 오지 못했다.식탁 위에는 구리 전골냄비가 올려졌고, 붉은 기름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하얀 김이 피어오르며 매콤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저절로 침이 고였다.“자, 다 같이 건배! 우리 형수님 무사하신 거 축하드립니다!”방주헌은 타고난 분위기 메이커였다.그가 있는 한 공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식사가 끝나자, 카드 판이 벌어졌다.그냥 치기엔 심심하니, 간단한 벌칙 게임을 걸었다.지면 술, 이기면 소원 하나였다.허경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게 무슨 구시대 게임이야.”“모르는 소리 마라. 클래식은 영원하다!” 방주헌이 콧방귀를 뀌었다.첫판은 하이석이 이겼다.그는 육강민에게 서은주에게 사랑 고백을 하라고 했다.평소 차갑게 굴던 육강민이 서은주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사랑해.”순간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아, 너무 느끼하잖아!” 방주헌이 팔을 문질렀다. “닭살 돋았어!”두 번째 판은 육남혁이 이겼다.또 육강민을 지목했다.“형, 뭐 시킬 건데?”육남혁이 싱긋 웃었다.“
“엄마?” 양이나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이나야, 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그냥……”노설연은 피로 범벅이 된 두 손을 내려다보다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양홍철을 보았다.“아빠 죽은 거 아니지? 나 사람 죽인 거야? 나 감옥 가기 싫어, 싫단 말이야!”“엄마, 얼른 도망가요!”양이나의 말에 노설연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그래, 도망… 나 도망가야 해!”집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다.노설연은 서둘러 보석 몇 점을 챙겨 허둥지둥 집을 빠져나갔다.그제야 양이나는 119에 전화를 걸어 양홍철을 병원으로 옮겼다.상태는 위중하다고 했다. 치료비도 상당했고, 살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아버지는 수술실에 있고, 외할아버지는 전신 마비로 누워 있어 간병이 필요하다.모두 돈이 드는 일뿐이었다.노씨 가문이 몰락한 지금, 양이나에게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그마저도 성형 수술을 위해 남겨둔 돈이었다.돈을 들여도 아버지가 죽는다면, 그야말로 손해 아닌가!그래서 서은주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비를 내게 하려 했던 것이다.그런데 그 계집애가 그렇게까지 냉정할 줄은 몰랐다.*노설연이 양홍철을 칼로 찔렀다는 소식은 경성에 빠르게 퍼졌다.범행 직후 도주했기 때문이었다.경찰은 전면 수색에 나섰고, 현상수배까지 내렸다.며칠 뒤, 경찰은 직접 육씨 가문 저택을 찾아와 서은주를 만났다.“노설연은 범행 후 도주 중입니다. 현재 상태가 불안정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두 분 사이에 원한이 있으니,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분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알겠습니다.” 서은주는 미소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즉시 신고하세요. 무엇보다 본인 안전이 우선입니다.”“네, 고맙습니다.”*강씨 가문도 마음이 복잡했다.강지택은 딸이 양홍철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만 하면 분이 치밀어 직접 손을 보려 했는데, 그보다 먼저 양홍철이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 갔다.“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