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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Auteur: 풍월
하정현 부부는 집에 없었다.

다만 서은주는 오늘 하씨 저택에 손님이 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참지 못하고 또 하품을 하던 순간, 거실에 있는 하이준과 하채린 남매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살짝 돌린 채 하이석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서은주는 잠시 멈칫했다. 방금 모습이 너무 실례였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예의를 차려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은 꼭 놀란 고양이 같았다.

평소 밖에서의 서은주는 언제나 온화하고 지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삼, 삼촌!”

육수린은 이미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이며 하이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품에 안기자마자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말랑말랑하고, 아직 젖내가 날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세 아이는 얌전히 어른들에게 인사를 했다.

“형수님은요?”

서은주가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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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9화

    "지금은 관계가 틀어진 상태라지만, 이대로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가 되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육강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아직 하이석의 자리를 잠시 대신 맡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 하씨 그룹의 진짜 결정권자라고 할 수는 없죠. 혹시라도 계약식 당일 하이석이 무슨 일을 벌인다면 수습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난처해질 수도 있고요."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그 문제만 당신이 해결할 수 있다면..."그 말만으로도 충분했다.하백규는 단번에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남은 일은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거듭 얘기하는 사이, 육강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욕탕에서 나온 그는 가운을 걸친 채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하백규가 허둥지둥 뒤를 따라붙었다."육 대표, 그냥 가시게요? 괜찮은 관리사 한 명 불러드릴까요? 제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시원하게 모셔 드릴 겁니다."의미심장한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육강민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관리사'가 어떤 사람들을 뜻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육강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약부터 성사시키죠. 즐기는 건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습니다.""맞는 말씀입니다."하백규는 더욱 비위를 맞추며 웃었다.이 스파에도 자신이 투자하고 있다며, 이곳 관리사들은 실력이 최고라고 연신 자랑을 늘어놓았다.육강민은 꽤 흥미가 생긴 듯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기회가 되면 한번 와보죠."그 말을 끝으로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육강민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하백규는 코웃음을 쳤다."육씨 부부의 금슬이 대단하다더니, 별거 아니었군."비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세상에 바람 안 피우는 고양이가 어디 있겠어? 이제 하이석만 처리하면 끝이야."*한편, 시골.온유란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하이석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막상 보내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여자가 독해지면 무섭다고들 하지만 정말 마음을 독하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8화

    서은주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하채린이 했던 말을 곱씹고 있었다.겉으로는 몇 마디 안 되는 대화였지만, 그 속에는 교묘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온유란과 자신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면서도, 그 틈을 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속셈이었다.하씨 가문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만치 않았다.온유란 성격으로 과연 하채린을 상대할 수 있을까.설령 온유란이 그 속내를 간파하지 못했다 해도, 하이준이라면 다를 줄 알았다.그런데도 아무 일도 없는 듯 흘러가는 걸 보니,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육강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잠시 통화를 마친 그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이 시간에 또 나가요?"서은주가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벌써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사람을 좀 만나기로 했어."하이석과 틀어진 뒤로는 방주헌조차 집에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육강민 역시 평소 업무상 약속 외에는 밤늦게 나가는 일이 드물었는데, 이런 시간에 누굴 만나러 가는 걸까.*경성의 한 최고급 스파.육강민이 도착했을 때, 하백규는 이미 욕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었다.그는 육강민을 보자마자 얼굴 가득 비위를 맞추는 웃음을 띠며 손을 흔들었다."육 대표, 몇 번이나 모시려고 했는데 이제야 와 주시는군요."육강민은 아무 말 없이 겉옷을 벗어 한쪽에 걸어두고 천천히 탕 안으로 들어갔다.하백규는 하이석의 외숙부뻘 친척으로, 쉰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불룩 나온 배에 온몸은 살집으로 가득했고, 욕탕 안에서도 존재감이 상당했다.그는 육강민의 탄탄한 몸을 훑어보며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특히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가, 이내 제 몸을 내려다보는 순간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비교하지 않으면 상처될 일도 없으련만. 도대체 평소에 뭘 먹고 사는 거지? 같은 남자인데도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속으로 한숨을 내쉰 그는 괜히 민망해져 몸을 물속으로 더 깊이 담갔다."계속 절 보자고 하셨는데 무슨 일 때문입니까?"넓은 욕탕에는 두 사람뿐이었다.하백규는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7화

    그 말의 속뜻은 분명했다.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온유란이며, 괜한 일을 크게 만들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도 모두 온유란이라는 뜻이었다.하채린은 죄책감에 짓눌린 사람처럼 연신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치 하이석과 온유란 사이가 틀어진 일을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결국 모든 잘못을 온유란에게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형수님이랑 친하시잖아요. 괜찮으시다면 제 사과를 꼭 좀 전해 주세요."하채린은 진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그러죠."서은주는 옅게 웃으며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요?"하채린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밝아졌다."그럼 오늘 저녁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오늘 저녁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그럼 연락처라도 교환할까요? 시간 괜찮으실 때 제가 꼭 한 번 식사 대접하고 싶어요.""그 정도 일로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서은주는 손목시계를 한번 내려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아이들 건강검진을 봐주기로 해서요. 먼저 가볼게요."짧게 인사를 남긴 그녀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그 자리에 홀로 남은 하채린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요즘 오빠가 경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되면서, 그녀 역시 명문가 영애들 사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자, 쇼핑하자며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서은주는 자신을 거절했다.‘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온유란과 그렇게 잘 어울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 둘 다 사람 성의를 몰라도 너무 몰라.’하채린은 아이들과 금세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는 서은주를 바라보다가, 끝내 나눠주지 못한 장난감이 들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이를 악문 입술 끝이 가늘게 떨렸다.*서은주는 몹시 지쳐 있었다.아이들의 건강검진을 모두 마치고 나니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고, 참지 못한 하품이 몇 번이나 새어 나왔다.하이준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서은주는 책상에 엎드린 채 그대로 잠이 든 듯 고요히 숨을 고르고 있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6화

    지난밤 육강민에게 한껏 시달린 탓이었다.다음 날 강의를 하러 간 서은주는 허리도 뻐근하고 다리에도 힘이 풀려 하루 종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점심 무렵 집에 돌아오자 거실에서는 육강민이 육수린과 역할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육강민은 의사, 육수린은 간호사였다.육수린은 서은주를 보자마자 손을 붙잡아끌었다.“엄마는 환자!”그러더니 아빠를 향해 재촉했다.“엄마 엉덩이에 주사 놔 줘요!”피곤이 몰려오던 서은주는 아이와 놀 기운조차 없었다. 그러자 육수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엄마, 주사 싫어요?”서은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육강민이 능청스럽게 끼어들었다.“아니야. 엄마는 주사 엄청 좋아해. 어젯밤에도 아빠랑 실컷 맞았는걸. 오늘은 그냥 좀 피곤한 거야.”장난감 주사기를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웃는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기색이 가득했다.순간 그의 말뜻을 알아챈 서은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애 앞에서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당장 테이프로 입을 막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잠깐만 방심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폭주하는 사람답게, 이번에도 순식간에 이야기를 이상한 쪽으로 끌고 가 버렸다.반면 아직 어린 육수린은 두 사람의 숨은 뜻을 알아들을 리 없었다.고개를 숙인 채 다시 장난감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민망함을 애써 눌러 삼킨 서은주는 화제를 돌렸다.“오늘 오후엔 강의 없으니까 복지시설 봉사 다녀오려고 해요. 당신도 같이 갈래요?”양홍철이 그녀 이름으로 꾸준히 기부를 이어 온 뒤부터, 복지시설에서는 감사 인사와 행사 초청 연락이 자주 들어왔고, 서은주 역시 틈날 때마다 봉사를 나가곤 했다.육강민은 여전히 딸과 놀아 주며 고개를 저었다.“오후에 회사 회의가 있어. 끝나면 데리러 갈게.”서은주는 문득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오늘 리정이랑 통화했는데, 육지성 씨는 한참 집에도 못 들어갔다고 해요.”육강민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연위성이 계속 시골에 있으니까 육지성도 따라다니느라 바쁜 거지.”서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석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5화

    하이준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그간의 사연과 맞물려 사람들의 연민을 사기에 충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은 그의 과거를 하나둘 파헤치기 시작했다.수년째 장애 아동을 후원해 왔고, 복지시설에도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더 눈길을 끈 건, 이 모든 일이 그 스스로 홍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기자들이 직접 취재하며 밝혀낸 이야기였다.반면 하이석은 연일 술에 취해 지낸다는 기사만 쏟아지고 있었다.두 사람은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됐다.하씨 가문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권력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하이준만큼은 묵묵히 선행을 이어 온 사람처럼 비쳤다.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냉혹하고 인정 없기로 유명한 하씨 가문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그날을 기점으로 하이준이라는 이름은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사람들은 하이석을 깎아내릴 때마다 하이준을 치켜세웠다.이름만 나와도 칭찬이 따라붙었고, 경성 사교계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그에게 초청장이 쏟아졌다.순식간에 하이준은 경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두 사람은 애초부터 결이 달랐다.하이준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사람을 대했고, 상대의 체면을 세워 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반면 하이석은 겉으로는 신사처럼 보였지만, 일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결단도 빨랐다.그러자 더 과격한 말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원래 하씨 가문 장남은 하이준의 아버지였어.''장손인 하이준이야말로 하씨 가문과 하씨 그룹의 진짜 후계자 아니야?''하이석이야말로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거지.'*그 기사를 읽은 서은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화면을 바라봤다.“경성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빨리 바뀐다고요?”육강민은 피식 웃었다.“하이석이 그동안 사업하면서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잖아. 이제 다들 그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거지.”서은주는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당신… 은근히 즐기는 것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994화

    하정현은 입은 거칠어도 속은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었다.겉으로는 아들을 몰아세웠지만, 뒤로는 온유란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하이석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육강민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심스레 도움을 청했다.그날도 육강민은 육민찬과 연우진의 숙제를 봐주고 있던 중이었다.전화기 너머에서 하정현은 진심을 다해 설득했지만, 육강민의 대답은 시종 담담했다.“네, 알겠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죠.”그 정도가 전부였다.전화를 끊자 연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작은아버지.”“응? 모르는 문제 있어?”연우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럼… 저 이제 하이석 삼촌이랑 유란 이모 보러 못 가는 거예요?”며칠 전 하이석과 연위성이 몸싸움을 벌였을 때 아이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직접 본 터였다.육강민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어른들도 가끔은 다툴 때가 있어. 서로 잘 풀고 나면, 그때는 또 예전처럼 놀러 갈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육강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육 대표님이신가요?”“실례지만 누구십니까?”“하이석의 숙부 하백규라고 합니다.”육강민은 아이들이 있는 방을 나와 문을 닫고 통화를 이어 갔다.“아, 그렇군요. 무슨 일이십니까?”“시간 괜찮으실 때 한번 뵙고 싶습니다. 날짜와 장소는 편하신 대로 정하셔도 됩니다.”육강민은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전화로는 말씀하시기 어려운 일인가요?”“네. 직접 뵙고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습니다.”육강민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일정을 한번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하백규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남긴 뒤 통화를 마쳤다.육강민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옅게 웃었다.'하씨 집안 어른들이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군.'*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나니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한 것보다 더 진이 빠졌다.방으로 돌아오자 서은주는 경극 가면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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