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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작가: 일설연우
귀비는 상처의 아픔을 참으며 황실 서재에 사죄하러 왔다.

소욱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상이 낫지 않았으면 영소전으로 돌아가 누워 있거라.”

귀비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신첩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정말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설지가 신첩에게 많은 것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신첩은 받지 않으려 했는데...”

소욱의 냉엄한 미간에 은근한 인내가 떠올랐다.

“됐다.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지금 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선 영소전에 가서 쉬면서 상처를 치료하고 보거라.”

그 말을 들은 귀비는 폐하가 설지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지 않고 자신의 몸도 걱정해준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폐하는 여전히 나를 매우 신경 쓰는 것 같군. 하긴, 총애비가 돈을 좀 받는 게 무엇이 문제란 말이지? 예전에 그 비빈의 가족들이 선물을 준 것을 폐하가 알고도 눈감아 주지 않았던가? 그자들이 합쳐서 보내는 것에 비하면 설지는 많이 보낸 편도 아니야.’

‘마침 양국 평화 회담 기간이라 폐하께서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어찌 이런 작은 일에 신경을 쓰시겠어?’

귀비는 눈알을 살짝 굴리더니 낮은 소리로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그러나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걷자 남자의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짐과 몇 년 동안 함께 있었지?”

귀비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대답했다.

“폐하, 신첩이 입궁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

폐하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한 귀비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폐하께서 왜 갑자기 이걸 물으시지?’

“가 보거라.”

소욱은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거두어 다시 손에 든 상소문을 들여다보았다.

귀비는 안절부절못한 채 미간을 찡그리며 손바닥 마저 조금씩 차갑게 느껴졌다.

영소전.

춘하는 귀비의 시중을 드는 중에 귀비의 마음이 딴 데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마마, 왜 그러십니까? 황실 서재에서 돌아오신 뒤로 걱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설마 폐하께서 설지가 연루된 모든 일을 추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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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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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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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63화

    소주와 정국은 서여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이번 전투에 모든 병력을 걸었다.이 두 나라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지금 이 병력을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이 두 나라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터였다.소욱은 때를 기다리며, 이 폭우를 이용해 두 나라의 군세를 통째로 수장시킬 계획을 세웠다.그리고 그 계획은 이미 봉구안에게 전달되었다.봉구안은 침전의 처마 아래 서서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예전엔 그냥 소나기였지만, 지금은 며칠째 비가 쉬지 않고 퍼붓고 있었다.이상할 정도로 날씨가 지속되었다.그때 뒤편에 있던 궁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폐하, 이 지역은 원래 이렇습니다. 7월이 되면 비가 끊이지 않아 자주 홍수가 납니다.”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홍수라… 그렇다면 굳이 화룡을 쓸 필요는 없겠구나.”한편, 정국 군영.지속되는 폭우 속에 장수들의 표정은 불안과 짜증으로 가득했다.“장군! 이대로 가면 군량이 모두 소진될 것입니다!”정국의 장군은 구석에 앉아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어떻게 해야겠느냐?”그 청년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비가 너무 거세고, 저희는 너무 낮은 지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적이 도랑을 파서 물길을 돌린다면, 3만 대군은커녕 30만이라 해도 순식간에 전멸할 수 있습니다.”“이 상황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정국 장군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일리 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이냐?”청년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방금 생각났습니다.”정국 장군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전령을 보내라! 전군 철수…”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병사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외쳤다.“보고드립니다! 장군님! 큰일입니다! 서쪽 저수지가 무너져 물이 밀려들고 있습니다!”몇몇 장수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장군, 정말 저 청년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이건 분명 서여국 놈들의 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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