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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Author: 레몬과 향수
담시령은 숙태비가 신신당부를 하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정왕비가 찾아낸 서신 몇 통을 건네자, 담시령은 그것을 받아 들고 황급히 경왕부로 향했다.

허둥지둥 쫓겨가던 조금 전과는 달리, 확실한 패를 쥐고 있으니 그녀의 기세도 매우 당당해졌다.

"가서 내가 다시 왔다고 전하거라!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우리도 체면을 봐주지 않겠다고 단단히 일러라!"

담시령이 호기롭게 명하자, 시녀가 거칠게 대문을 두드렸다.

소란이 일자 호위들이 다가왔지만, 시녀는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안하무인으로 소리쳤다.

"당장 경세자비를 모셔 오지 못할까! 그러지 않으면 우리 정세자비 마마께서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시녀는 악을 쓰듯 목청을 높였다.

이 소란은 본채에 있는 경왕비의 귀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경왕비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정왕부도 눈이 멀었지. 어찌 저런 화상을 집안에 들였을까."

"마마, 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곁에 있던 소월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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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324화

    배현준은 유지영과 함께 방비원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버렸다.그러고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양 손수건을 꺼내어 손목을 박박 닦았다."앞으로 태비가 네게 무엇을 주든 경계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말거라."배현준의 당부에 유지영은 조심스레 물었다."부군은 임태비를 무척 싫어하시는 듯합니다."단지 혼례에 참석하지 않은 일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어머니께서 나를 회임하셨을 때, 경왕에게 첩을 들인 자가 바로 저 여자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억지로 문안 인사를 오게 하여 어머니를 괴롭혔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폐하께 영지로 내려가겠다고 청한 것도 저 여자였다. 그러면서 나는 볼모로 경성에 남겨두었지."그 말을 들으니 유지영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배현준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절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경조 판사께서 급히 세자를 찾으십니다."유지영은 흠칫 놀랐다."아마도 엽 가주 암살 사건 때문일 거다.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 오늘 밤은 돌아오지 못할 테니 푹 쉬거라."배현준은 유지영을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예."배현준이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채에서 사람을 보내 오늘 밤 가족 연회가 열린다고 전해왔다.유지영은 문득 조원금을 떠올렸다."가족 연회인데 이모님이 빠져서야 되겠느냐. 가서 이모님도 모셔 오너라.""예."가족 연회는 총 세 상으로 차려졌다.양정화와 방현숙도 모두 돌아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들은 유지영을 보자마자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그 광경을 본 유지영은 웃음이 나왔다.임태비가 무슨 황제도 아닌데, 왜 저렇게들 기고만장할까.안으로 들어선 유지영은 먼저 나서서 소개를 올렸다."태비 마마, 이쪽은 제 이모님이십니다. 오늘부터 운영원에 머물게 되셨습니다."조원금이 모습을 드러내자, 임태비

  • 피안을 거슬러   제323화

    "상단을 운영하는 곳이 엽씨 가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윤도 하고 있지. 엽 가주와는 경쟁하는 사이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엽 가주 주변의 호위 무사 중에는 당윤의 사람이 심어져 있으니, 엽 가주를 속여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다소 위험한 일이긴 했으나, 단번에 성공을 거두었다.이후의 일은 배준형이 사건을 파헤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렸다."그럼 어제는 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유지영이 물었다.배현준이 말했다."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미리 말하면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다."이제 엽 가주가 죽었으니 혼사는 당연히 물거품이 되었다. 엽씨 가문이 계속해서 기꺼이 정왕부의 돈주머니 노릇을 할지는 배준형의 능력에 달린 셈이었다."엽씨 집안의 두 딸은 이미 시집을 갔으니, 그들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면 꽤나 애를 먹을 테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것이 만지면 기분이 좋았다.유지영도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잠시 후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 임태비 일가족이 경성에 당도했으며, 반 시진 뒤면 왕부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그렇게 빨리?"유지영은 내심 놀랐다. 영지에서 경성까지는 적어도 칠팔 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는데, 이제 겨우 엿새째였다."오는 내내 말채찍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달려왔을 테니 빠를 수밖에."배현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배현준은 그녀가 요기할 수 있게 다과를 내오라 명했다. 유지영은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떡 몇 조각과 함께 차를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임태비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왕은 모든 식구들에게 정원으로 나가 영접하라는 명을 내렸다.정문 앞.아랫사람들이 모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몇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시종이 마차 아래에 발판을 놓자 휘장이 걷혔다.임태비는 여러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 피안을 거슬러   제322화

    유지영은 두 손을 합장한 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지영아, 네가 듣고 있다는 걸 알아.""우리는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이가 아니냐."그 한마디 한마디가 유지영의 귓가에 끔찍한 소음처럼 들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곳에 계신 부처님 앞에서, 세자께서는 방금 한 말에 한 치의 사심도 없으며 오직 죄책감 때문이라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배준형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세 손가락을 치켜들었다."나 배준형은....""만약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정왕부 전체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당신이 원하는 바를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맹세할 수 있나요?"유지영은 차갑게 덧붙였다.배준형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자가 후회하는 건 지금 정왕부가 몰락했기 때문이지요. 나를 이용해 다시 일어서고 싶을 뿐이면서 어찌 이리 가증스럽게 구십니까."유지영이 정곡을 찔렀다.배준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배현준이 널 정실로 맞이한 게, 진심으로 널 연모해서인 줄 아느냐?"유지영은 코웃음을 쳤다."당신이 감히 내 부군과 비교될 자격이나 있습니까?"그 말에 배준형은 순식간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유지영을 움켜잡을 기세로 손을 뻗자, 운청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유지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준형을 내려다보았다. 올라간 입꼬리에는 경멸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지 않았다면 호되게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그녀는 조용히 불당을 나섰다.배준형의 시종이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잠시 후, 배준형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유지영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의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이 일이 너와 무관하길 바란다. 만약 네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말을 마친 그는 소매를 떨치며 다급히 사라졌다.그때 운민이 다가와 유지영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엽 가주가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었습니다."유지영은 안도의 한숨

  • 피안을 거슬러   제321화

    "엽씨 가문 말입니다."유지영은 숨기지 않고 의혹을 털어놓았다."쉰 살이 넘은 엽 가주가 유지란에게 장가를 든다 합니다. 오늘 셋째 삼촌네는 둘째 삼촌네에 물건을 잔뜩 보냈지요. 며칠 전 정왕부의 구멍을 도와준 것도 엽씨 집안과 관련이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배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유지영은 엽씨 집안에 대해 알아낸 사실을 자세히 말했다."엽씨 집안이 그들 편으로 넘어간다면, 정왕부에 돈주머니를 내어주는 꼴이 아니겠습니까?"배현준은 실소를 터뜨렸다."이 일은 내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마. 엽씨 가문은 수년간 쌓아온 인맥이 적지 않으니,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는 없다. 서두를 건 없어."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이미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배불리 식사를 마친 뒤, 배현준은 늘 그렇듯 유지영의 손을 잡고 뜰을 거닐며 말했다."요 며칠 훈련이 잦아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구나.""괜찮습니다."유지영은 그의 거친 손바닥을 꼭 잡아주었다.손에 박인 굳은살이 뚜렷하게 느껴졌다."지영이 널 부인으로 맞이한 건 내게 있어 참으로 큰 복이다."아무리 피곤해도 그는 늘 왕부로 돌아와 그녀를 보고 싶었다. 이처럼 좋은 처자를 배필로 맞이했다는 사실이 때로는 꿈만 같았다.유지영의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부군께선 일에 집중하십시오. 왕부에는 제 곁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고, 정 안 되면 아버지를 찾아가거나 입궁하면 됩니다.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배현준에게 시집온 후, 그녀는 겉보기에 실없고 놀음을 좋아할 것 같던 소년이 점차 침착하고 지혜로우며 교양을 갖춘 사내로 변모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그는 언제나 그녀의 의견에 화답해 주었다.유지영은 그것만으로 이미 만족스러웠다.배현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뺨에 입을 맞췄다. 유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보는 눈이 있습니다."배현준은 가볍게 웃었다."상관없다."다음 날 동이 틀 무렵.유지영이 눈을 떴을 때 곁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동금

  • 피안을 거슬러   제320화

    전생에 유지란은 줄곧 유선주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유지영의 기억으로, 송씨는 유지란을 위해 어느 관원 집안의 적장자와 혼사를 맺어주었다.유지란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인심을 살 수도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지란 아가씨는 아직도 혼인 상대가 엽씨 어르신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합니다. 셋째 나으리네가 이를 감추고, 밖으로는 엽씨 집안의 열여덟 살 양자와 혼인한다고 알렸답니다."유지영은 눈빛을 반짝였다. 왜 유지란이 잠잠하다 했더니, 철저히 속고 있었던 것이다."셋째 삼촌은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지시는 사람이다. 둘째 삼촌네는 이미 망했는데 어찌하여 갑자기 찾아가 은자까지 쥐여준 거지?"돌아가는 상황이 어딘가 수상했다.며칠 전 배현준이 정왕부 부족한 은자를 누군가 메워주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엽씨 집안이 나섰을 가능성이 컸다.정왕부를 돕는 자는 모두 그녀의 적이었다.방비원으로 돌아온 유지영은 운청을 불렀다."엽씨 집안과 그 양자에 대해 알아보거라. 자세할수록 좋다.""예."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두워진 후에야 운청이 돌아왔다."마마, 그 양자는 엽 부인이 십오 년 전에 거둔 자입니다. 겉으로는 엽씨 집안의 공자라 하나, 실제로는 종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엽 가주는 워낙 지독한 자라, 수년간 친아들을 얻겠다며 온갖 핑계를 대고 무고한 여인들을 수도 없이 유린했다고 합니다.""보름 전 엽 가주가 지란 아가씨의 사주를 맞춰보았는데, 단번에 득남할 점괘가 나왔다고 합니다. 엽씨 가문은 대대로 모아둔 재물이 많은데, 엽 가주 대에 이르러서는 엄청난 갑부가 되었다고 합니다."유지영은 몸을 비스듬히 책상에 기댄 채, 손가락으로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엽 공자의 심복에게 사람을 붙여....""마마, 엽 공자는 거의 감금된 상태입니다. 문밖에 전담 호위 무사가 지키고 있고 혼사가 치러지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운청이 말했다.곁에 있던 동금이 거들었다."엽씨 집안은 꽤나 신중하군요.

  • 피안을 거슬러   제319화

    경왕은 예상보다 빨리 장부를 채워넣었다. 불과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날 전하와 왕비께선 돌아가신 뒤 크게 다투셨다 합니다. 전하께선 왕비가 세자비 마마께 살림을 넘기시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며 책망하셨고, 부관에게도 곤장 열 대를 치셨다고 합니다."홍주가 들어와서 보고했다.유지영은 장부가 잘못된 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경왕의 소행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왕비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친척들이 순순히 집을 비운 것도 수상했다.경왕비가 사비로 은자를 냈을 리는 없으니, 남은 사람은 경왕뿐이었다.애초에 경왕비가 나서서 판을 깔아주지 않았다면 이 연극도 이렇게 완벽하게 끝맺지 못했을 것이다."마마, 하나 더 있습니다. 요 며칠 정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성 밖으로 적잖은 사람을 내보냈더군요."유지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명했다."사람을 붙여 감시하고 일일이 보고하거라.""예."며칠 내내 천설고를 바른 덕에 팔의 상처는 점차 아물고 있었다. 약간 가려운 것을 빼면 통증은 전혀 없었다."둘째 부인 쪽은 하루 종일 짜증을 낸다 합니다. 상처가 심하게 곪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물지 않는 모양입니다. 의원을 여럿 불렀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하네요."홍주가 덧붙였다.유지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왕비가 지나치게 오냐오냐 키워 분수를 모르는 것이다. 시집오자마자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으니 당해도 싸지."그녀는 민경주가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모두 자업자득이었다.문득 입궁하여 태후를 뵌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전갈을 넣고 다과를 챙겨 황궁으로 향했다. 서 태후는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누었다.유지영은 팔을 다친 일은 꺼내지 않았고, 서 태후 역시 굳이 묻지 않았다."현준이가 내게 와서 임태비 일가족을 경성으로 부르게 해달라 청하더구나. 임태비의 몸이 허약하기도 하고, 경왕이 매일같이 임태비 곁으로 가 병수발을 들게 해달라 청했다면서 말이다."

  • 피안을 거슬러   제93화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배준형은 금운대 정상에 도착했다.북명대사는 약속대로 숙태비를 진료하러 정왕부로 갔다.해가 저물기 전, 숙태비는 겨우 고비를 넘기고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뜨자마자 북명대사가 보이자, 그녀는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대… 대사님,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북명대사는 손을 닦으며 무심하게 답했다.“태비의 손자가 지극한 효심을 보였기에 이번만 예외로 한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숙태비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북명대사가 돌아간 뒤에야 숙태비는 시녀에게서 배준형이 어제부터 오늘 오후

  • 피안을 거슬러   제92화

    “계약하겠습니다!”대장격으로 보이는 사십 대 사내, 종철민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군주님께서 저희를 거두어주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아직도 길거리를 떠돌고 있었을 겁니다. 표국을 다시 세우는 일은 꿈도 못 꿨겠지요. 그곳은 형님의 평생이 담긴 곳이고, 저희에게도 삶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종철민이 먼저 뜻을 밝히자, 망설이던 사람들도 하나둘 계약서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동금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군주님은 좋은 분이시니, 후회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계약서가 있어야 유지영도 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사

  • 피안을 거슬러   제91화

    그날 밤, 정왕부의 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집안 전체가 불안에 휩싸인 듯했다.그와 반면, 유수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안았고, 심지어 유지영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기까지 했다. 다음 날 아침, 홍주는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전해 주었다.“정왕 세자께서 입궁해 북명대사께 만나 뵙기를 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정왕 전하께서도 태의원 태의들을 모두 불러 진료를 보게 하셨는데, 누구도 숙태비를 구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네요. 소인이 듣기로 숙태비께서는 이미 의식을 잃으셨답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문지기

  • 피안을 거슬러   제84화

    유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세자와 따로 나눌 말이 있던가요?”유씨 노부인은 마음이 복잡한 탓에 빨리 유지영을 내보내고 싶었다.“세자께서 손님으로 오셨으니, 어서 정원으로 모시거라.”노부인의 안달 난 얼굴을 본 유지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고, 배준형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렇게 잠시 후, 두 사람은 정원의 정자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너와 나는 전생에 부부였다. 지영아, 너도 나처럼 회귀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 부광 비단 일을 네 숙모에게 뒤집어씌운 건 정말 지나쳤다.”조금 전까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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