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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정한 부녀 사이

핸드폰 저편에서 심전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또다시 분노를 터트렸다.

“내가 언제 몸을 팔라고 했어. 네 능력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망쳤으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마!”

심지안은 이마를 찌푸렸다.

“전 그런 적 없어요. 그 사람이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제 몸에 손을 댔다고요...”

“넌 무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를 망쳐버렸어. 네 무책임한 행동이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을 빚었는지 알기나 해?”

“저 때문이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못 믿으시겠다면 조사해보세요. 주차장에 CCTV도 있을 테니까요.”

“쓸데없는 말 그만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 회사의 손실을 책임지거나, 우 대표의 용서를 받고 다시 계약을 체결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이건 내가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그 말을 끝으로 심전웅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귓가엔 무정하기 그지없는 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심지안은 정신을 잃기라도 한 듯 처량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에 쓰여진 「아빠」 두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등 뒤의 차량이 귀를 찢을 듯한 경적 소리를 낸 다음에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를 내어주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안함을 전했다.

그때 손남영의 차도 주차장에서 나왔다. 그는 한눈에 교차로 중앙에 서 있는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백미러로 시선을 돌렸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성연신 또한 심지안이 서 있는 방향에 눈길을 고정하고 있었다. 손남영이 물었다.

“가는 길에 태워줄까요?”

성연신은 습관적으로 차 창문을 열고는 서늘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한 순간, 마침 그를 발견한 심지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성연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여자의 얼굴을 뒤덮었던 슬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찬란한 미소만 그 자리를 채웠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팔을 흔들었다.

“신이 씨!”

“풉!”

손남영은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신이 씨? 너무나도... 다정한 호칭이다!

성연신이 얼굴을 굳히며 심지안에게 경고했다.

“나한테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네.”

심지안은 차 옆으로 걸어간 뒤 두 손으로 차 창문을 잡고는 가엾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날 집에 데려다주면 안 돼요? 여긴 택시를 잡기가 너무 어렵네요.”

그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곳을 지나가는 택시는 모두 지하주차장에 들어가 정차하는데 그녀는 다시는 그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동자를 본 성연신은 모른 척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타요.”

심지안이 꽃처럼 활짝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차에 오른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저번 그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손남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전 손남영이라고 해요.”

성연신이 먼저 소개해주지 않자 심지안도 눈치껏 자신과 성연신의 사이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녀가 예의상 인사에 답했다.

“안녕하세요. 전 심지안이에요.”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손남영도 자연히 입을 닫았다.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심지안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손남영이 자신과 성연신의 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었기에 별장 문 앞이 아닌 그 부근에서 내렸다.

손남영은 멀어져가는 심지안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넌지시 물었다.

“형, 두 사람 같은 동네에 사는 거예요?”

저 방향이라면... 엄청 가까운 거리가 아닌가!

“너 오늘 말이 너무 많네?”

“어르신의 재촉이 나날이 심해진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동생으로서 형의 일천지 대사에 관심을 갖는 거잖아요. 제가 보기엔 저 여자 괜찮은 것 같아요.”

성연신이 조롱 섞인 얼굴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얼굴이?”

손남영에게는 무릇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자라면 모두 괜찮은 여자가 된다.

“얼굴도 물론 예쁘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안다는 거예요. 적어도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로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성연신의 눈빛이 순간 눈에 띄게 흔들렸다. 이어 그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보광 그룹으로 가자.”

귀국 후 그는 아직 회사에 가지 못했다. 이제 가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

심지안은 별장으로 돌아온 뒤 눈 앞에 펼쳐진 낯선 환경에 어딘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배달 앱을 열고 음식을 시켰다. 그녀는 돈까지 지급하고 나서야 카드에 20만 원밖에 남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그 순간 이미 3개월이나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심지어 보너스는 무려 1년이란 시간 동안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회사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다른 사람들은 매달 월급을 꼬박꼬박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재무부로 전화를 걸었다.

재무부 직원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이건 심 회장님의 지시예요. 다른 의견이 있으면 회장님에게 직접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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