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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인생역전
한방으로 인생역전
Author: 구양봉

제1화

남양시.

해성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김지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

“뭐라고? 그쪽이 내 약혼자란 말이야?”

“맞아. 3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우리의 혼약을 맺어주셨어. 이건 혼약서야. 못 믿겠으면 봐봐.”

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서준이다. 그는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 넣어둔 혼약서를 꺼냈다.

김지유는 혼약서를 확인한 후 죽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

이 혼약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위에 할아버지 김호석의 글씨체가 있고 심지어 인감까지 찍혀져 있었다.

김지유는 숨을 깊게 몰아쉬고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쪽 이름이 최서준이야?”

“맞아.”

최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까지 더하니 아무리 인상을 찡그려도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타이트한 정장은 화끈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중에서도 한 줌 되는 개미허리가 유난히 인상적이라 프로 모델이 와도 무색해질 따름이었다.

그가 야릇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자 김지유는 사납게 쏘아붙였다.

“지금 어딜 쳐다봐?”

다만 이어진 최서준의 한마디에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

“얼굴은 90점, 몸매는 100점, 내 와이프가 되기엔 뭐 그럭저럭 봐줄 만 해.”

“뭐라고...”

김지유는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려 재벌 가문 김씨 일가의 따님이자 해성 그룹 대표직을 맡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여자다.

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전제하에 자수성가하여 시가총액 2천억이 넘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 외에도 남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려 얼마나 많은 훌륭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푹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다만 눈앞의 이 촌놈은 검은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거기에 지저분한 조리 한 켤레를 신고 있다. 잘생긴 얼굴만 빼면 아예 대놓고 촌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촌뜨기가 감히 김지유한테 와이프로 봐줄 만 하다고 망언을 내뱉다니?

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말해봐, 우리 할아버지한테 뭐라고 사기 쳤길래 직접 혼약서까지 쓰셨어?”

할아버지 김호석은 두뇌가 명석하신 분인데 어떻게 손녀를 이런 촌놈과 이어준단 말인가?

분명 최서준이 꼼수를 부려 할아버지를 속였을 것이다.

최서준은 나른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 할아버지는 3년 전에 중병으로 거의 죽을 고비에 다다랐고 그때 내게 병 치료를 부탁하셨어. 내 치료를 받고 당신 할아버지는 3년 연명하셨고 이에 고마움을 표하느라 혼약서를 써서 손녀인 당신과 나를 맺어주셨어. 못 믿겠으면 돌아가서 직접 물어봐봐.”

김지유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야유 조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온몸이 마비돼 보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그녀의 할아버지는 중병을 앓으셔서 말도 제대로 못 하신다. 남양 사람이라면 이 소식을 모르는 자가 없다! 최서준도 분명 알고 있을 테니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 순전히 그녀를 속이기 위함이다.

김호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니?

최서준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차분한 얼굴로 돌아왔다. 3년 전에 김호석을 완치한 게 아니라 부상을 잠시 억제하여 3년 더 연명했을 뿐이니까.

어느덧 시간이 다 되었고 병세가 재발해 이렇게 된 듯싶다.

그가 아무 말 없자 김지유는 괜히 또 마음이 찔린 줄 알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최서준이라고 했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난 너랑 결혼 안 해. 왜냐하면 넌 나한테 안 어울리거든. 나 좋다고 쫓아오는 사람들 줄지었어. 대부분 남양의 젊고 유능한 인재거나 갑부, 재벌 출신이야. 그런 사람들도 눈에 안 차는데 넌 더 말할 것도 없지. 이 혼약서 해지하고 싶은데 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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