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질척, 찌걱.
가죽 소파 위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가 어지럽게 뒤엉켰다.
벽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발밑에서 일렁였다.
침실과 응접실이 아득하게 분리된 거대한 공간.
묵직한 우디 향이 밴 두꺼운 카펫이 바깥의 소음을 완벽하게 집어삼킨 정적 속에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만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있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기다란 가죽 소파. 그 위에 기대앉은 연호의 위에서, 태성그룹의 막내딸 하유라가 헐떡이며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하아, 읏, 연호야아…….”
쾌락에 잔뜩 달아오른 유라가 열기에 취해 반쯤 흐려진 눈으로 연호의 어깨를 짚고 엉덩이를 짓눌렀다.
척척하게 젖은 살덩이가 부딪칠 때마다 야릇한 소음이 룸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작 아래에서 그녀를 깊숙이 꿰뚫고 있는 연호의 얼굴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감했다. 그는 마치 지루한 포르노라도 감상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유라의 나체를 감흥 없는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
연호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거리는 유라의 젖가슴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아앙, 읏!”
유라가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더 바짝 붙여왔다. 손아귀를 꽉 채우는 부드럽고 풍만한 감촉. 하지만 연호의 입술 사이로는 서늘하고도 권태로운 실소가 새어 나왔다.
‘아, 가슴은 미호가 더 크네.’
한 손에 다 쥐어지지도 않던 미호의 희고 묵직한 가슴. 자신이 억센 손아귀로 거칠게 주무를 때마다 수치심과 공포에 잘게 떨리던 그 붉으스름한 유두.
미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에 열기가 쏠렸다. 연호가 유라의 얄팍한 허리를 틀어쥐고 거칠게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윽! 이제야 할 기분이 드는 거야?”
연호는 대답 대신 픽 실소를 흘리며, 소파 위에 널브러진 유라의 몸을 거칠게 뒤집어 일으켰다.
“아앗…! 잠깐, 연호야…!”
그는 유라를 앞에 놓인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쪽으로 밀어붙였다.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상체가 꺾인 유라의 뒤로, 연호가 파고들었다.
퍼억, 퍽!
둔탁하고 질척한 살 마찰음이 아득하게 넓은 응접실을 울렸다.
징, 지징―.
그때, 유라가 짚고 있는 테이블 한쪽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던 연호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켜진 액정 화면에 꽂혔다.
[14:00 - 펜트하우스 메인 현관 잠금 해제]
정확히 오후 2시.
알림창의 글자를 읽어 내린 순간, 연호의 눈동자에 섬뜩한 이채가 돌았다.
들어갔다.
미호가 혼자 있는 집 안으로.
순식간에 뱃속이 뒤틀릴 만큼 더러운 기분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큭…….”
연호의 잇새로 짐승 같은 쇳소리가 샜다. 머릿속이 분노와 통제 상실감으로 어지러워질수록, 역겨울 만큼 진득한 쾌락이 아랫도리로 들끓었다.
그는 제 아래에 깔린 여자가 누구인지조차 잊은 듯, 유라의 골반을 부서져라 틀어쥐고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앙! 아, 앗! 연호, 야아! 너무, 깊어…! 하앙!”
유라는 오히려 그 난폭함에 속절없이 휩쓸려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연호가 무자비하게 몰아붙일수록, 유라의 붉어진 허벅지 안쪽을 타고 투명한 애액이 왈칵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찌걱, 빠악, 퍽!
“하아, 하아……!”
‘어떻게 생긴 놈일까.’
그 비틀린 상상이 주는 맹렬하고도 기괴한 자극에, 연호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아앙! 아, 갈 것, 같, 아아…!”
마지막으로 허리가 끊어질 듯 쳐올린 순간. 연호는 유라의 내벽 가장 깊은 곳에 사정없이 파고들어, 뜨겁고 탁한 정액을 쏟아냈다.
거칠게 쏟아낸 정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연호는 미련 없이 몸을 빼냈다. 바닥에 나뒹굴던 셔츠를 주워 입는 그의 동작에는 한 치의 지체도 없었다.
“뭐야, 바로 갈 거야? 기분 다 풀린 거 아니었어?”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유라가 불만스레 입술을 비죽였다. 다리 사이로 연호의 탁한 흔적을 질척하게 흘리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나른한 쾌락에 취해 있었다.
“기분?”
단추를 채워 올리던 연호의 손가락이 우뚝 멈췄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꺾어 유라를 내려다보았다.
“내 기분이 너한테 중요해?”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조금 전까지 제 허리를 부서져라 틀어쥐고 몰아붙이던 남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눈동자에는 무미건조함만이 고여 있었다.
그 냉랭한 시선에 흠칫 놀란 유라가 다급히 알몸뚱이로 다가와 연호의 너른 등을 끌어안았다.
“아이, 진짜 미안해. 그치만… 어차피 내가 살 텐데, 들러리가 꼭 필요한가?”
“들러리가 아니고 내 고객이자 팬이야.”
“그러니까. 난 네가 남들한테 얼굴 팔리는 거 싫어.”
유라가 연호의 어깨에 뺨을 비비며 콧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거칠게 구겨진 그의 셔츠 깃을 매만지며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걔랑 같이 사는 건 더 기분 더럽고. 당장 이혼해버리지 대체 왜 붙잡고 있는 거야.”
그 여자, 이미호.
유라의 가벼운 입술에서 제 아내의 존재가 튀어나온 순간, 연호의 턱관절에 찰나의 경련이 일었다.
“……불쌍하잖아.”
연호가 천천히 돌아서며 유라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걔는 나 아니면 안 되는데.”
유라를 내려다보는 연호의 입가에 다정한, 그러나 기괴할 정도로 텅 빈 미소가 걸렸다.
“참나... 넌 너무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유라가 혀를 차며, 연호의 뺨을 쓰다듬던 그의 오른손 손목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길고 흉측하게 그어진 흉터 위로 그녀의 매끄러운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이 손목도 그 애만 아니었으면!”
“몇 년째 섹스도 없어.”
연호가 자연스럽게 손목을 비틀어 빼내며 시계를 찼다. 그녀의 동정 어린 손길이 닿은 곳이 벌레가 기어간 듯 역겨웠다.
“그냥 하우스 메이트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더 이해 안 간다고.”
유라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나 같으면 미안해서 내 발로 떨어져 나가.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데, 잠자리 하나 못해주는 년을 왜 그렇게 싸고도는 거야.”
순간, 시곗줄을 채우던 연호의 억센 손아귀가 뚝 멈췄다.
[잠자리 하나 못해주는 년.]
그 한마디가 연호의 가장 깊은 곳을 찔렀다.
“글쎄…….”
그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재킷을 집어 들며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첫 정?”
“핫!”
유라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천하의 차연호가 그따위 구질구질한 감정에 매여 있다는 사실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상이 여자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껍데기뿐인 아내라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면서도, 연호는 더 이상 장단을 맞춰줄 여유가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집요하게 울려대던 보안 시스템의 알림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튼 식사는 다음에 하고. 오늘은 그만 가볼게.”
“……송금은 네가 오기 전에 이미 했으니까, 갤러리에 확인해 봐.”
등을 돌리는 연호의 뒤통수에 대고 유라가 말했다. 아무리 거장이라도, 결국 그 자리를 유지하게 해주는 건 내 돈이라는 재벌가 특유의 오만한 확인 사살이었다.
하지만 연호의 걸음은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들 하시겠지.”
미련 없이 문손잡이를 틀어쥔 연호가 룸을 빠져나왔다.
쾅-.
두꺼운 문이 닫히자마자, 연호의 얼굴에 씌워져 있던 여유로운 가면이 산산조각 났다.
연호는 초조함에 짓눌려 지하 주차장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씨발, 들어간 지가 언제인데, 나간다는 알림이 안 와!’
미호는, 한참 동안이나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하아…….’쓴웃음을 삼킨 그녀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얇은 속옷을 주워 입고, 뜯어진 셔츠를 주섬주섬 여미는 동작에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묻어나지 않았다.‘……틀린 말도 아니지.’어차피 애도 못 가지는 몸.뼛속까지 후벼 파이는 폭언이었지만, 미호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잔인한 말이 연호의 손길을 멈춰주었으니까.상처받은 비참함보다, 그의 몸무게와 체온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이 안도감이 미호를 더욱 처참하게 옭아맸다. 남편과 몸을 섞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여자라니.미호가 실밥이 터진 셔츠 깃을 움켜쥐며 헛숨을 삼켰다.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어디서부터 이 지옥이 시작된 걸까.우리를 감싸던 공기가 이토록 역겹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옷깃이, 아주 찰나의 손끝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듯 뛰고 귓바퀴가 터질 듯 달아오르던 때가 분명 있었다.쏴아아―.집안의 정적 위로, 열린 창문 너머로 쏟아지던 매미 울음소리가 아스라이 겹쳐 들었다.복도를 울리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음.낡은 선풍기가 삐걱이며 돌아가던 여름날의 냄새.옅은 물감 냄새.그리고, 텅 빈 미술실.“너, 이거 어디에도 내지 마.”캔버스에 시선을 박은 채 숨을 죽이고 있던 열여덟의 미호가 흠칫 어깨를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미술실 뒷문.그곳에 차연호가 서 있었다.미호가 그리던 수행평가용 풍경화를 내려다보는 연호의 눈빛은 기묘했다.“어, 그게… 이상해? 지울까?”“이상한 건 아닌데, 좀 거칠고 특이하네. 너 따로 그림 배운 적 있어?”미호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연호의 입가에 아주 옅은, 그러나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수행 평가 제출용이면 내가 다시 그리는 거 도와줄게. 대신에…… 이 그림은 나한테 줄 수 있어?”“어? 난 상관없는데……. 왜?”의아하다는 듯 되묻는 미호에게, 연호가 눈을 맞추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투둑, 툭.단추가 뜯겨 나갈 듯한 거친 손길에 미호의 얇은 실크 셔츠가 속절없이 벌어졌다.“하아…….”연호의 뜨겁고 탁한 숨결이 훤히 드러난 미호의 목덜미와 쇄골 위로 쏟아졌다. 등 뒤로 감겨든 그의 커다란 손이 브래지어 후크를 신경질적으로 비틀어 풀었다.스르륵, 얇은 속옷이 바닥으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다. 창백할 만큼 희고 풍만한 가슴이 공기 중으로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읏, 당신… 잠깐……!”미호가 다급하게 연호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이미 달아오른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연호는 미호를 거실의 넓은 가죽 소파 위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푹신한 소파 위로 상체가 무너지자마자, 연호가 그녀의 가슴에 입술을 파묻었다.츕, 츄읍.거실의 정적을 찢고 타액이 얽히는 질척하고 노골적인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그가 붉게 달아오른 유두를 혀로 집요하게 핥아 올리고, 날카로운 치열로 살짝 깨물며 자극했다. 다른 여자들이었다면 쾌락에 허덕이며 신음을 내뱉었을 짙고 농염한 애무였다.하지만 미호의 몸은 차가운 대리석처럼 굳어 있었다.“보통 이러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신음소리 하나가 없어.”미호의 무감한 반응에 연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그래도 여전히 봐줄만 해.”그는 제 커다란 손을 미호의 바지 버클 사이로 밀어 넣었다.스윽.속옷 안쪽으로 파고든 연호의 손가락이 미호의 여린 살결을 갈라내며 깊숙한 곳을 꾹 눌렀다.“아……!”순간 미호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다.바싹 메말라 있었다.연호의 농밀한 애무에도 불구하고, 미호의 내벽은 단 한 방울의 애액도 흘려보내지 않은 지독하게 건조했다.연호는 그 완강한 거부에 오기가 생겼는지, 손가락으로 작은 음핵을 짓이기듯 강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아, 앗…! 아파……!”윤활유 하나 없는 메마른 살점 위로 가해지는 거친 마찰. 미호의 눈가에 고통으로 인한 생리적인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가 허리를 뒤틀며 연호의 팔뚝을 긁어내리듯 꽉 쥐었
단독 저택의 높은 담벼락을 끼고 도는 길.조금 전까지 한껏 움츠러들었던 순진한 조수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윤의 까만 눈동자에는 선명한 희열이 맺혀 있었다.‘여전하네. 그래서 더…… 좋아졌어.’기분 좋은 콧노래가 하윤의 입술 사이로 흘러 나왔다.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의 발걸음은 묘하게 경쾌했다.“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적막을 깨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사혁.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에, 투블럭으로 밀어 올린 뒷머리 위로 긴 머리칼을 살짝 묶어 내린 사내. 그는 하윤의 곁에 나란히 서는 대신, 그림자처럼 정확히 한 발짝 뒤로 거리를 둔 채 따라붙고 있었다.“응. 선생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하윤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칭찬도 받았어. 노력한 보람이 있네.”“……노, 노력이요? 누가요? 제가요?”사혁의 황당하다는 반문에, 하윤이 픽 비실거리는 웃음을 흘렸다.“응. 그런데 다음엔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어. 하마터면 한 번에 들킬 뻔했잖아.”“…….”“아니다. 그건 내 선생님의 안목이 탁월해서일까.”사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켰다. 도련님의 그 빌어먹을 노력을 돕느라, 사혁의 손끝에는 아직도 뻑뻑한 젯소의 감촉이 들러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사혁, 빨리 그림을 좀 그려야겠어.”“네? 제 업무는 경호…….”“아니지. 네 진짜 업무는, 내가 숨만 쉬고 하는 짓거리들을 낱낱이 회장님께 보고하는 거잖아.”정곡을 찔린 그가 입을 다물자, 하윤이 나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아무 보고 없는 것도 이상하게 여기실 걸? 차라리 그림이나 그리고 자빠져 있다고 하면, 오히려 수긍하실 거야.”그럴듯한 논리였다. 고개를 끄덕인 것도 잠시, 이내 사혁은 난감한 얼굴로 제 크고 투박한 손을 내려다보았다.“그런데 제가 그림은 좀…….”“그러니까 시키는 거야. 내 재능이 워낙 출중해서 말이야. 그걸 좀 숨겨야겠거든.”‘저런 게 재벌들의 오만인가. 어린 새끼가 가끔 재수가 없단
저벅, 저벅.거친 구둣발 소리와 함께 연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아앗……!”다짜고짜 미호의 손목을 낚아챈 연호가 그녀를 제 품으로 난폭하게 끌어당겼다. 억센 손아귀가 붉게 달아오른 맥박 위를 부서져라 짓눌렀다.“당신, 갑자기…….”“읏, 읍!”미호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연호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 키스라기보다는 마치 제 영역을 표시하는 듯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탐닉이었다.미호를 우악스럽게 껴안은 연호의 오른손이 그녀의 얇은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흉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손목 너머로, 그의 길고 억센 손가락이 미호의 목통을 틀어쥔 채 턱을 억지로 꺾어 올렸다.츕, 츄으읍―.조용한 화실 안으로 혀가 노골적으로 얽히고 타액이 질척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미호는 숨이 막혀 헐떡이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쾌락 따위는 섞여 있지 않은, 그저 굳어버린 두 눈.그녀의 반사적인 시선이 연호의 어깨너머를 향했다.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하윤과 오롯이 시선이 얽혔다.‘보고 있어?’하윤이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서, 남편에게 목이 졸린 채 입술을 유린당하는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시선을 피해야 하는 건 외부인인 하윤 쪽이어야 했다. 그러나 하윤의 까만 눈동자에는 일말의 당혹감조차 없었다. 마치 유리관 너머의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집요한 관찰자의 시선이었다.그 노골적인 시선 아래 완벽히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끼며, 미호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하아…….”이내 연호가 끈적하게 얽혀있던 입술을 떼어냈다. 미호의 입술은 거친 마찰에 짓눌려 붉게 부어올랐다.숨을 몰아쉬는 미호의 젖은 입술을 엄지로 거칠게 문지르며, 연호가 하윤을 향해 고개만 비스듬히 돌렸다. 그의 눈빛은 승자의 여유로움과 오만함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마음에 안 들어.”연호가 미호의 목덜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싸늘하게 툭 내뱉었다.“새로 뽑아.”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미호가 억눌린 숨을
삐삑, 삑, 삐비빅― 철컥!비밀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신경질적으로 떨렸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연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백색소음조차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집안의 공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고요하고 서늘했다.하지만 연호의 시선은 현관 대리석 바닥 한구석에 꽂힌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신발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회색 캔버스화.앞코에 물감이 군데군데 튄, 투박한 남자의 신발.자신의 공간에 불쑥 끼어든 그 이질적인 물건이 연호의 비틀린 신경을 사정없이 긁어댔다. 마치 발가벗은 두 남녀가 엉켜있는 것을 목도한 것만큼이나 불쾌했다. 그러나 이내 피식, 옅은 조소를 흘렸다.“하아…….”옛날이면 모를까.이제는 시들어서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 너.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동할 리가 없다.‘하지만……, 너는 어떨까?’연호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끌어 내리며 캔버스화를 구둣발로 짓밟고 지나쳤다.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 안쪽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빌트인 수납장 앞에 다다른 연호가 나무 패널을 주먹으로 치듯 밀어냈다. 드러난 차가운 방음 철문의 손잡이를 거칠게 낚아채 당겼다.끼기긱―!철문이 열리자마자, 평소보다 훨씬 독하고 매캐한 테레빈유 냄새가 코를 찌르듯 훅 끼쳐왔다.“미호, 너……!”연호의 날 선 목소리가 화실의 찬 공기를 갈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매섭게 쏘아보던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미호는 온데간데없었고, 거대한 캔버스 앞 대리석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앳된 사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바닥의 참상은 기괴했다. 엎질러진 테레빈유가 붉은 유화 물감을 녹여내며, 마치 묽은 핏물처럼 대리석 바닥 위로 흉악하게 번져 있었다.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 붉은 웅덩이를 걸레로 훔쳐내고 있던 남자가,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란 듯 어깨를 흠칫 떨며 고개를 들었다.“…….”연호의 미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하얗고 앳된 얼굴, 티 없이 맑고
질척, 찌걱.가죽 소파 위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가 어지럽게 뒤엉켰다.벽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발밑에서 일렁였다.침실과 응접실이 아득하게 분리된 거대한 공간.묵직한 우디 향이 밴 두꺼운 카펫이 바깥의 소음을 완벽하게 집어삼킨 정적 속에서, 끈적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만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놓인 기다란 가죽 소파. 그 위에 기대앉은 연호의 위에서, 태성그룹의 막내딸 하유라가 헐떡이며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하아, 읏, 연호야아…….”쾌락에 잔뜩 달아오른 유라가 열기에 취해 반쯤 흐려진 눈으로 연호의 어깨를 짚고 엉덩이를 짓눌렀다.척척하게 젖은 살덩이가 부딪칠 때마다 야릇한 소음이 룸 안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정작 아래에서 그녀를 깊숙이 꿰뚫고 있는 연호의 얼굴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감했다. 그는 마치 지루한 포르노라도 감상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유라의 나체를 감흥 없는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연호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거리는 유라의 젖가슴을 억세게 움켜쥐었다.“아앙, 읏!”유라가 자지러지는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더 바짝 붙여왔다. 손아귀를 꽉 채우는 부드럽고 풍만한 감촉. 하지만 연호의 입술 사이로는 서늘하고도 권태로운 실소가 새어 나왔다.‘아, 가슴은 미호가 더 크네.’한 손에 다 쥐어지지도 않던 미호의 희고 묵직한 가슴. 자신이 억센 손아귀로 거칠게 주무를 때마다 수치심과 공포에 잘게 떨리던 그 붉으스름한 유두.미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에 열기가 쏠렸다. 연호가 유라의 얄팍한 허리를 틀어쥐고 거칠게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하윽! 이제야 할 기분이 드는 거야?”연호는 대답 대신 픽 실소를 흘리며, 소파 위에 널브러진 유라의 몸을 거칠게 뒤집어 일으켰다.“아앗…! 잠깐, 연호야…!”그는 유라를 앞에 놓인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쪽으로 밀어붙였다.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상체가 꺾인 유라의 뒤로, 연호가 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