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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파괴신의 역린(逆鱗)

作者: KRYSE
last update 公開日: 2026-08-05 19:54:55

삼경(밤 11시~새벽 1시)을 넘긴 깊은 밤.

부촌의 고요한 공기가 수천 명의 군화 소리로 거칠게 찢겼다.

지독한 피비린내와 흙먼지.

그리고 피칠갑을 한 사내가 대규모의 정예 부대를 이끌고 기와집으로 들어섰다.

8척의 장수.

어둠의 악귀처럼 사방으로 휘날리는 밤의 칠흑같은 긴 머리카락.

진한 수컷의 향기가 가득한 짙고 깊은 눈매.

높은 콧날과 강한 턱선에서 뿜어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압도감.

격렬했던 전장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사내의 온몸에서 적들의 비명과 살의가 날것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난 두 달의 치열한 전투는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학살이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속도의 진격이었다.

그는 여민국의 심장인 낙성 도성을 함락시킨 것도 모자라.

이미 서쪽의 국경 방어선인 서안성마저 단숨에 정복해 버렸다.

'살아 있는 파괴신'

적군의 전폭적인 지지와 광적인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선봉장.

바로 그가 이 잔인한 전쟁의 구도자이자.

지독한 집착을 품은 괴물.

쇼 요스케(尙 洋介)였다.

그가 붉은 피가 고여 흐르는 가죽 군화를 거칠게 디디며 저택의 대청방으로 들어섰다.

칠흑 같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그의 안광은 굶주린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가 당당하고 거침없는 걸음으로 들어서자.

최측근이자 심복인 부사령관 타카오가 가장 먼저 그에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

늘 평정을 유지하던 타카오의 얼굴이 평소와 달리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호흡을 쇼는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섣불리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묵직하고 피비린내 나는 갑옷의 끈을 풀었다.

철제 갑주가 바닥에 부딪히며 무거운 파열음을 냈다.

땀과 피로 젖은 얇은 적삼을 드러낸 그가 나직하고 서늘하게 물었다.

“천황께서 서신이라도 보낸 건가.”

“예. 천황께서 2주간의 전례 없는 승전보에 매우 기뻐하신다는 전언입니다.”

쇼가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거칠게 실소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천황이 저리 뭣 모르고 기뻐하는데. 자네 얼굴은 왜 죽을 상이지? 뭐 다른 불길한 기색이라도 있는 것처럼 굴어?”

“……아닙니다.”

사내의 거대한 아우라 앞에서.

타카오의 시선은 쇼군의 어깨 너머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타카오가 마른 입술을 축였다.

“오늘 낙성에 남은 잔당들을 소탕했던 전투와 관련돼, 쇼군께 긴히 먼저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 처소에서 기다린 것입니다. 일단 오랜 행군과 전투로 피로하실 테니, 먼저 오후로(お風呂 목욕) 후, 정식으로 장계를 올리겠습니다.”

“아니, 됐다. 지금 듣지.”

쇼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다들. 물러가 있거라.”

몸종들이 피묻은 옷자락을 매만지다 그의 서슬 퍼런 기세에 놀라 일제히 바닥으로 엎어졌다.

날카롭고 압도적인 쇼의 시선이 타카오의 얼굴에 송곳처럼 꽂혔다.

순간 타카오의 목덜미 뒤로 서늘한 긴장감이 흘러내렸다.

쇼는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수하의 기묘한 동요를 탐색하듯 응시했다.

타카오가 마침내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듯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 저의 부하들이 낙성 사대문 밖 가장 낙후된 빈민가에 위치한 혜민서(惠民署)에서, 여승 하나를 포로로 잡았습니다.”

“승려?”

쇼의 미간이 좁아졌다.

고작 여승 하나 때문에 이토록 뜸을 들였단 말인가.

불쾌한 기색이 그의 얼굴에 어리려던 찰나.

타카오의 다음 말이 쇼의 이성을 난도질했다.

“네. 일개 빈민가에 지나지 않는 곳에 너무도 많은 여민국의 정예 무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저희 쪽도 그 여승을 잡기 위해 생각보다 큰 출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던 단 한 사람……”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타카오가 숨을 깊게 삼켰다.

“그 여인의 눈동자 색깔이 기이할 정도로 오묘한 ‘황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민국 군사들이 그 분을 정명공주(貞明公主)라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쿵―!.

쇼의 심장이 거칠게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듯 했다.

순간 그의 호흡이 불규칙한 긴장을 뿜어냈다.

그는 피땀으로 젖은 적삼 저고리 매듭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풀어헤쳤다.

옷자락 사이로 터질 듯 부풀어 있는 탄탄한 가슴 근육 위로 기묘한 자상의 상처들이 꿈틀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천하를 호령하던 쇼군의 안색이 거친 한지처럼 창백하게 탈색되어 갔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도.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그의 거대한 체구가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잔혹한 포식자의 표정이.

오직 ‘황금빛 눈동자’라는 묘사 하나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타카오는 자신의 의심을 확신으로 굳혔다.

쇼군의 절대적인 역린(逆鱗)이자 이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

쇼가 이성이 마비된 듯.

핏줄이 터진 눈으로 타카오의 덜미를 낚아챌 듯 다가섰다.

“그녀가…… 지금 어디 있나. 어디에 있냔 말이다!”

“이곳 안채, 제 처소에 모셔 두었습니다. 당장 이쪽으로 모셔오겠……”

“いや、아니, 내가 가지.”

낮고 거친 짐승 같은 음성과 함께.

거칠게 반응하는 쇼를 타카오가 감히 앞을 가로막으며 만류했다.

“일단 환복부터 하십시오, 쇼군. 제가 직접 모셔오겠습니다. 쇼군께서 움직이시면 수많은 눈과 귀가 집중되어 주변이 시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카오가 쇼의 귓가로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서늘한 공기가 두 사내 사이를 맴돌았다.

“혜민서에서 그분의 신분을 눈치챈 부하 여섯 명은…… 제 손으로 전부 처리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분의 신분이 군 내에 발설되는 것을 막는 것이 옳다 판단되어 쇼군께 보고도 드리기 전에 제 독단으로 그리 조치하였습니다.”

쇼의 거칠게 날뛰던 눈빛이 순간 굳어졌다.

오직 자신을 위해, 부하들의 목을 서슴없이 베어내며 손에 피를 묻힌 충복.

쇼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타카오의 단단한 한쪽 어깨를 가볍게 그러나 묵직하게 토닥였다.

무언의 격려이자, 자신의 가장 추악하고도 거대한 비밀을 함께 공유한 자에게 보내는 깊은 신뢰와 연대의 표시였다.

“……고맙네. 자네가 내 목숨을 구한 것과 다름없어.”

“아닙니다. 주군의 신하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입니다.”

타카오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존경을 표한 뒤, 재빠르게 대청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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