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혼자 남겨진 거대한 방 안.
쇼는 흑색 하오리를 대충 걸친 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었다.
[나의 빛. 나의 구원.]
그녀가 드디어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얼마 후.
저 멀리 복도 끝에서 타카오의 발자국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다.
뽀드득거리는 그 작은 기척 하나만으로도.
쇼의 심장이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천하를 가졌으나, 그녀 하나를 갖지 못해 미쳐가던 사내의 눈에 열망과 광기가 뒤섞였다.
달칵―.
“쇼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문밖에서 타카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쇼가 마른침을 삼키며 허락하자 문이 열렸다.
방 안으로 들어선 타카오의 눈에 하얗게 질려 있는 쇼군의 안색이 들어왔다.
평생을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그를 주군으로 모셔왔다.
그는 사츠마의 가장 잔인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무사였다.
그런 그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도로 초조하고 절박한 모습.
단 한 명의 여인을 앞두고, 수 천의 피를 묻힌 괴물 같은 그가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타카오는 순간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싸해졌다.
“……모셔왔는가? 그녀는…… 밖에 있는가?”
쇼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네, 문밖에 바로 계십니다. 다만 쇼군께서 그분을 보시기 전에, 먼저 아셔야 할 듯하여 제가 먼저 안으로 들었습니다.”
타카오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압송하는 과정에서, 제 부주의로 그분이 조금 다치셨습니다.”
그 말에 쇼의 눈빛이 일순간 잔혹하게 가라앉았다.
“다쳤다고? 어디를? 얼마나?”
타카오를 유심히 살피던 쇼의 매서운 시선이 그의 오른손에 닿았다.
칭칭 감겨 있는 하얀 붕대 사이로 여전히 배어 나오는 붉은 피.
쇼는 강한 손길로 타카오의 손목을 붙잡아 그의 상처부터 확인했다.
거칠게 풀려나간 하얀 천 사이로, 그의 손바닥 살점이 깊게 베여 나가 있었다.
그녀가 무기를 쥐었다면 아마도 단도였을 터.
타카오의 상처의 깊이가 뜻하는 바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순간 쇼의 안광이 붉어져 흔들렸다.
“그녀가…… 자결을 시도했나?”
“송구하옵니다. 순전히 제 불찰이었습니다. 저에게 벌을 주시면, 그 어떤 치욕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쇼의 미간이 패인 상처처럼 움푹 들어갔다.
그는 타카오의 손바닥에 새겨진 자상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그녀를 살린 구원의 상처이자, 동시에 그녀의 목숨을 구속한 낙인이었다.
쇼가 목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칼은…… 잡을 수 있겠나?”
타카오는 욱신거리는 손바닥의 통증에도 덤덤하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당분간 쌍검(雙劍)을 자유롭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한 손으로도 충분히 적들의 목을 칠 수 있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쇼가 쥐고 있던 타카오의 손을 툭 놓아주며 옅은 실소를 내비쳤다.
그의 표정에는 비통함과 애절함이 어려있었다.
“그 사람에게 검술을 가르친 게 바로 나이니…… 결국 내가 자네를 벤 것과 같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내가 자네에게 절이라도 해야겠지. 그녀를 살려주어서 고맙네, 타카오.”
“당치 않으십니다, 쇼군. 그럼 모셔오겠습니다.”
타카오가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잠시 후.
미닫이문이 열리고 차가운 겨울 밤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치마 자락이 바닥을 끄는 소리와 함께, 아주 작고 가녀린 인기척이 들려왔다.
마침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칠고 두꺼운 포승줄에 가녀린 두 팔이 묶이고 잔인하게 물린 재갈.
무채색의 낡은 무명 승복.
핏빛으로 얼룩진 그녀를 눈 앞에서 마주한 순간.
지독하게 막혀왔던 숨구멍이 찢기듯 터지며 폐부가 열렸다.
“하아……”
쇼의 입술 사이로 고통스러운 탄식이 붉은 정적을 깨뜨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쇼군의 눈빛은 미칠 듯한 구원과 애착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지난 삼년의 세월, 멈춰 있던 두 사람의 핏빛 운명이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 미친 괴물을 사랑하고 있다.가슴 속 깊은 곳의 솔직한 본능이 나직하게 속삭이며 그녀를 한없이 괴롭혔다.그리고……지난 며칠 동안 쇼에게 끔찍하게 겁탈당하면서도.자신도 모르게 그 사내가 가져다주는 쾌락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약한 육체가 그를 열렬히 원하고 있었다.유진의 숨소리가 가빠졌다.그녀는 떨리는 고운 손으로 사내의 단단한 허벅지를 감싸쥐었다.그리고 먼저.그를 열기 가득한 자신의 깊은 중심 속으로 밀어 넣었다.아아―!시작부터 미칠 듯이 밀려드는 쾌락의 파도.남자의 강한 파고에 휩쓸리고 또 휩쓸렸다.기꺼이.그리고 정욕의 샘이 터진 그녀의 웅크린 속살이 가차없이 조여들며 남자의 전부를 잔뜩 문 채 놓치 않았다.“악…. 유진…… 아…… 윽… 유진…!”쇼의 몸짓은 강하지만 거칠지 않았다.그리고 자신의 중심을 끝까지 놓치 않는 그녀를 밀어올리고 끌어내렸다.그는 터져버린 이글거리는 욕정을 가득 담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그 순간 그녀는 그의 시선을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그는 커다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유진…… 연모한다. 널……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 난 네 전부를 원한다. 아……”쇼는 유진의 가녀린 다리를 자신의 단단한 어깨 위까지 끌어 올리며 더 깊이 그녀의 궁 안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그의 묵중한 존재감과 무게에 짓눌려, 그녀의 가녀린 골반이 거칠게 벌어지며 욱신거렸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아니, 더 깊은 결착을 원했다.그리고 터져 나오는 빨간 열기를 품은 그녀의 속살이 더욱 더 눈물을 터트려 주르륵 흘려내렸다.빨라지는 남자의 몸짓.그의 속도를 따라가며 가파르게 솟아오르는 절정.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넓은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화마처럼 번져나가는 황홀경의 열기 속에서.두 사람은 마침내 함께 극도의 봉우리를 넘어섰다.처음으로 완벽하게 두 사람의 호흡이 맞물린 진짜 ‘사랑’을 나누었다.삼 년 전.깊은 산속 초가집에서 손에 쥐지 못하고 안타깝게
“너의 왕실이 명으로 안전하게 갈 때까지.”시리고도 서늘한 그의 안광이 유진의 일렁이는 눈동자를 파고들었다.“의성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내가 약속한다면. 아주 잠시만…… 나에게 너를 허락해 주겠느냐?”쇼는 줄곧 한시도 빼놓지 않고 유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유진은 그의 시선과 마주 볼 수 없었다.지독한 자괴감.치료를 하는 도중에도.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결코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자.조국을 짓밟고 자신을 짓밟은 원수.그를 향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여전히 잘려 나가지 못한 미련.그 잔인한 허깨비가 지금 그녀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그 위태로운 떨림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입술을 바짝 깨물었다.바로 그때,쇼의 나직한 제안이 서늘한 공기를 갈라왔던 것이다.왕실과 가족들의 목숨.그리고 단 한 번의 허락.조국을 위한 거래라는 명분 뒤로, 가슴속 끊어내지 못한 미련이 유진의 영혼을 사정없이 흔들었다.유진의 기다란 속눈썹이 떨렸다.유진은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와 가만히 눈을 맞추었다.그리고 지체 없이 쇼에게 먼저 다가갔다.스륵―.유진이 사내의 우람한 목을 끌어안으며 먼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맞추었다.“………!”그저 그 조그마한 입맞춤 하나.그 달콤한 살구꽃 향기 어린 온기 한 자락에.가슴을 온통 짓누르고 있던 지독한 고통과 들끓던 살기가 거짓말처럼 편안히 가라앉았다.은은한 등불 아래.쇼의 커다랗고 거친 손이 유진의 뽀얀 살결 위로 살포시 얹혀졌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유려한 몸선과 매끄러운 피부를 찌릿할 정도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간절하고도 온전하게 그녀를 원했다.이내 그의 뜨겁고 젖은 입술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간지럽히듯 살며시 내려 박혔다.애무하는 그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워 그녀를 들뜨게 만들었다.그의 손길이 지나가는 곳마다 붉은 전율이 흘러서 무심결에 입술 사이로 야릇한 신음이 터지고 말았다.그리고 그의 입술은 점점
요스케는 마침내 홀로 낙성 도성에 당도하였다.흙먼지로 뒤덮인 채 도성에 입성한 사내의 귀에 처음으로 들린 소문.그것은 잔인하게도 정명공주의 성대한 국혼이 곧 올려질 것이라는 벼락 같은 소식이었다.쿵―!요스케의 심장이 금세 급하게 요동쳤다.자신의 여인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긴다니.그녀는 나의 것이었다. 영원한 자신의 영혼이었다.빼앗길 수 없었다. 그녀를 놓았지만 미련은 쉬이 걷어지지가 않았다.야수 같은 정복욕이 핏속에서 들끓어 올랐다.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를 안아 쥐고 싶었다.하지만 공주는 이미 높고 삼엄한 구중궁궐 속에 갇혀 버린 후였다.아무리 천하에 가공할 무술을 지닌 최고의 무사라 한들.홀로 여민국의 궁을 뚫고 들어가 공주를 보쌈해 나오는 것은 명백한 자살 행위였다.피 말리는 갈등 속에서, 국혼의 날짜는 잔인하도록 가깝게 다가왔다.벼랑 끝에 선 그는 마침내 핏빛 선택을 내렸다.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다 그녀를 처참하게 죽게 만들 것인가.아니면 그녀를 온전히 살려내기 위해, 제 심장을 짓밟아 도륙 낸 채 놓아줄 것인가.결국 사내는 지독한 절망 속에서 자신의 여인을 살려내는 쪽을 선택했다.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화를 털어 궐내 궁녀에게 거대한 뒷돈을 쥐여주었다.그리고 마지막 서신을 차가운 손으로 써 내려갔다.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궁궐 안 깊은 처소.유진의 손으로 은밀하게 전달된 거친 편지 한 장.스르륵—.새하얀 한지 위에는 요스케의 거친 숨결과 억눌린 서러움이 얼룩덜룩 배어 있었다.‘먼저 당신에게 비겁한 사죄의 말부터 전해야겠지. 당신 곁에 머물기에는, 난 당신을 지킬 힘도, 능력도 없는 이국의 무사일 뿐이오. 감히 당신을 원해서도 탐내서도 안 되는…….’글귀를 읽어 내려가는 유진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그런데 내가 잠시 지독한 헛꿈에 취해, 어찌저찌 여기까지 왔으나 결국 난 이렇게 당신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소. 미안하오. 지킬 수도 없는 약속으로 당신을 기다리게 해서.’흔들린 글씨체마다 짙게 남아있는
유진이 홀로 숨어있는 외딴 초가집의 상세한 위치가 담긴 혈서 한 장.부안대군은 마침내 초가집 구석에서 탈진해 가던 유진을 무사히 산 아래로 안전하게 데리고 내려왔다.그리고 그날 저녁.임시 처소 안으로 날아든 투서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부안대군은 종이 위에 거칠고 힘 있게 휘둘러진 특유의 서체를 확인하곤 단숨에 안면을 서늘하게 굳혔다.그는 곧장 유진의 침소로 가 장막을 걷어 올렸다.하지만 정작 여동생에게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왜 사츠마의 그자와 도망쳤는지 그 어떤 사소한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유진 역시 찻잔만을 바라볼 뿐이었다.어떤 구차한 변명도, 이유도 먼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그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부안대군은 유진의 속내를 모른 척 했다.대신 즉시 공주의 처소 주변 경호를 궐의 최정예 군사들로 삼엄하게 강화한 뒤, 그녀를 압송하듯 강제로 낙성궁으로 데려왔다.유진이 궁에 당도하기가 무섭게, 그는 폐하를 뵙고 대사헌 가문과의 국혼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폐하의 승인이 떨어진 공식적인 첩지를 하달받아 직접 유진에게 전달하였다.“일주일 후, 너의 국혼이 진행될 것이다.”그제서야 완강하게 닫혀 있던 유진의 붉은 입술이 마침내 서늘하게 열렸다.황금빛 눈동자에 서글픈 슬픔이 서려 있었다.“제발……… 국혼을 막아주셔요.”부안대군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이유가 무엇이냐, 정명. 왜 도망까지 치며 이리 완강하게 거부하는 게야?”“그저……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내 발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정녕 그뿐이냐? 아니면 내게 말하지 못할…… 다른 은밀한 이유라도 가슴속에 있는 것이냐?”다그치는 오라버니의 시선을 그녀는 똑바로 받아치며 애써 냉정하게 대꾸했다.“없습니다. 헌데 국혼을 깨기 위해 거창한 이유라도 찾아내야 이 국혼을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정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이유를 만들테니, 막아 주세요.”“정명. 만약 네게 오라비인 내 정치적 입지에 이 국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아랫동네 저잣거리로 내려왔다.별다른 이상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평화롭고 한적한 시골의 소박한 상점들이 작게 늘어져 있었다.요스케는 서둘러 주변을 살피다 쌀과 기력을 보할 약간의 고기, 두꺼운 이불 한 채를 사서 말등에 실었다.바로 그 순간.저잣거리 한복판에 다급하게 방(榜)이 붙었다.이내 포도청 관군들이 사방으로 분주하게 대형을 짜며 움직이는 광경이 포착되었다.군사들의 틈새를 뚫고 벽보에 그려진 인상착의를 확인한 요스케의 검은 눈동자가 순간 거칠게 흔들렸다.벽보 위로 정갈하게 그려진 공주의 초상화.군사들의 포위망이 태산을 향해 사정없이 좁혀들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피가 바싹 말라붙어 온 몸이 타들어 가는듯 했다.생각보다 추적과 수색의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요스케는 급하게 말을 달려 태산 계곡을 향해 질주했다.하지만 이미 관군 무리가 숲의 초입과 계곡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요스케는 이를 악물며 다시 말머리를 돌려 반대쪽 험준한 산고개 샛길로 내달렸다.하지만 잔인하게도 그곳마저 붉은 융복을 입은 왕실 경호대가 산길 입구를 촘촘하게 포위한 상태였다.사방이 거대한 인간의 덫으로 가득 차 있었다.요스케는 삿갓을 깊숙이 고쳐 쓰며 일단 다시 저잣거리 구석으로 후퇴했다.괜히 섣부르게 칼을 휘두르거나 깊은 산길에 말발굽 자국이라도 남겼다간 외딴 곳에 숨어있는 유진의 위치가 단숨에 발각될 터였다.요스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득한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제발, 제발.이 가혹한 흔적들을 지워줄 거친 눈발이 다시금 쏟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차가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고 맑기만 했다.요스케는 다른 통로를 찾기 위해,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짐승처럼 주변의 절벽과 산세를 미친 듯이 겉돌았다.나흘째 되던 날까지.초가집 안에서 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유진을 향한 그리움에 피가 바싹 말라갔다.그리고 그는 이 태산 전체가 관군들에 의해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포위당했음을 직감했다.어
한참 동안 유진의 숨결을 남김없이 훔쳐내던 그가, 지난 밤 겨우 참았던 자신의 진심을 모조리 쏟아내었다.“자네를 미치도록 연모한다, 유진. 사내로 태어나 처음으로…… 청사의 해안가에서 널 만나기 전까지, 무엇도 나를 흔든 적이 없었다. 이토록 간절하게 원한 적도 없었다.”요스케의 거친 더운 숨결이 유진의 하얀 이마와 뺨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그렇게 살아가던 나를,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던 내가…… 너를 만나고 너를 보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다 못해 기어이 두려움이라는 형벌을 알게 되었다. 널 내 아래 누이고 싶어서, 매일 밤 지옥 같은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네 품이…… 너무도 안온하고 행복해서 되려 무서울 만큼 난 널 미치도록 원한다.”그의 온 영혼이 담긴 고백.유진의 황금빛 눈동자에 순식간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지난 아홉 달 동안, 널 바라보는 것조차 죄스러워 힘들 만큼, 처음 마주한 그 순간부터 넌 내게 유일한 여인이었다.”그녀의 심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세차게 두근거렸다.그녀는 그의 품에 더 깊게 파고 들며 애절하게 속삭였다.“당신은 내 삶에 찾아와 준 기적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완전한 행복이었고, 동시에 가장 거대한 아픔이었습니다, 요스케…….”유진이 요스케의 가슴 위로 얼굴을 묻으며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당신은 하늘이 제게 점지해 준 단 하나뿐인 운명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날 내 본래 이름인 유진으로 불러주는 유일한 지아비이십니다.”그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이 가녀린 공주, 아니 자신의 유일한 구원인 유진을 당장 온전히 정복해 제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미쳐서 파멸할 것만 같았다.야수 같은 소유욕이 사내의 하복부를 무시무시하게 옥죄어왔다.요스케는 허벅지 근육을 단단히 긴장시키며 그녀의 골반을 제 하복부 위로 바짝 밀착시켰다.그는 유진의 허리춤에 단단히 묶여 있던 저고리의 옷고름을 거친 손가락으로 가차 없이 풀어내렸다.단숨에 비단 옷자락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유진의 탐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