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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Author: 잿빛은하수
정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직접 찾아. 모르겠으면 석진이 유치원 선생님한테 물어봐.”

차가운 목소리에,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주 집사도, 석진도 감히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석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언가를 기억해 낸 듯 핸드폰을 꺼냈다.

아까 통화 못한 이모, 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채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

[석진아, 아빠가 이모한테 차 보냈어?]

석진은 난감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고, 한참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미안해, 이모... 아빠가... 안 된대. 오늘은 못 간대...”

한동안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

그 뒤, 채원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랬구나. 둘 다 내가 가는 게 싫구나. 됐어, 앞으로는 안 갈게. 괜히 네 엄마한테 또 내가 가정 깬다는 욕 먹긴 싫어.]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채원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아챈 석진은 황급히 변명했다.

“아빠가 요즘... 엄마랑 이혼해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거야...”

말을 뱉고 나서야 석진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전화기 너머 채원의 눈가가 살짝 올라갔다.

‘이혼? 드디어 때가 온 건가?’

잠시 굳었던 그녀의 입가에 천천히 웃음기가 번졌다.

‘남은하, 넌 네가 이겼다고 생각했겠지? 근데 이제 시작이야.’

‘이제부터... 정말로 내가 너의 자리를 차지할 차례야.’

...

며칠 동안 은하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빴다.

법인 설립, 사무실 인테리어, 장비 세팅, 사업자 등록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긴 끝에야 드디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디자인 스타일과 일에 대한 마인드가 잘 맞는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우리 팀’이 생긴 기분이었다.

“언니, 온라인 주문 건들 정리 다 끝냈어요. 직접 요청 들어온 거 빼고는, 지안 씨랑 제가 나눴어요.”

윤설이 건넨 업무 배분표를 확인하던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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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직접 찾아. 모르겠으면 석진이 유치원 선생님한테 물어봐.”차가운 목소리에, 방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주 집사도, 석진도 감히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석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언가를 기억해 낸 듯 핸드폰을 꺼냈다.아까 통화 못한 이모, 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곧바로 채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석진아, 아빠가 이모한테 차 보냈어?]석진은 난감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고, 한참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미안해, 이모... 아빠가... 안 된대. 오늘은 못 간대...”한동안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그 뒤, 채원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랬구나. 둘 다 내가 가는 게 싫구나. 됐어, 앞으로는 안 갈게. 괜히 네 엄마한테 또 내가 가정 깬다는 욕 먹긴 싫어.]“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채원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아챈 석진은 황급히 변명했다.“아빠가 요즘... 엄마랑 이혼해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거야...”말을 뱉고 나서야 석진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전화기 너머 채원의 눈가가 살짝 올라갔다.‘이혼? 드디어 때가 온 건가?’잠시 굳었던 그녀의 입가에 천천히 웃음기가 번졌다.‘남은하, 넌 네가 이겼다고 생각했겠지? 근데 이제 시작이야.’‘이제부터... 정말로 내가 너의 자리를 차지할 차례야.’...며칠 동안 은하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빴다.법인 설립, 사무실 인테리어, 장비 세팅, 사업자 등록까지.하나하나 직접 챙긴 끝에야 드디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무엇보다 반가운 건... 디자인 스타일과 일에 대한 마인드가 잘 맞는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이제야 제대로 된 ‘우리 팀’이 생긴 기분이었다.“언니, 온라인 주문 건들 정리 다 끝냈어요. 직접 요청 들어온 거 빼고는, 지안 씨랑 제가 나눴어요.”윤설이 건넨 업무 배분표를 확인하던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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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광성도 끝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고, ‘탁’ 소리가 나게 거실 테이블을 쳤다.“그 망할 계집애, 이제는 우리 뒤통수까지 치는 거야?! 감히 누굴 상대로 장난질이야!”채원도 더 이상 평소의 상냥한 막내딸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가방을 집어 들고 곧장 현관 쪽으로 향했다.“채원아, 어디 가니?”이리정이 뒤따라 나오며 물었다.채원은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고 말했다.“엄마, 형부한테 갈 거예요. 이게 정말 언니 짓이라면, 형부가 나서서 언니한테 따져줘야죠.”이리정은 채원의 눈빛에서 단단한 결심을 읽고는 더 이상 막지 않았다.“그래. 대신 차 조심하고, 기사님한테 꼭 천천히 가자고 해.”UM그룹 본사.정후 역시 비서로부터 성예그룹의 연수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보고받은 상태였다. 비서가 채원이 회사에 도착했다고 하자, 정후는 곧바로 그녀를 집무실로 들이도록 지시했다.“형부.”채원은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 어느 때보다도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정후를 마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뉴스 보셨죠? 저 사실 오늘 형부께 부탁드리러 온 거예요. 성예그룹에서 갑자기 연수 프로그램을 없앤 이유, 혹시 형부 쪽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까 해서요...”정후는 손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며 조용히 말했다.“이미 알아봤어. 성예그룹 내부 감사팀이 연수 프로그램 담당자의 금품 수수 정황을 포착했대.”“이번에 참가자 명단도 꽤 뒤죽박죽이었대. 그래서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전면 중단한 거야.” 채원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눈치였다.정후는 그런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혹시... 뭔가 더 알고 있지?”그 말에 채원의 손이 슬쩍 움찔했다. 가방끈을 꼭 쥐고, 조용히 숨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며칠 전... 형부가 저한테 석진이 좀 봐달라고 하셨을 때요. 사실 그날 밤에... 아빠랑 엄마가 언니를 집으로 불렀어요.”‘이 얘기를 꺼내면... 이 사람이 어떻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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